퀵바

으아니챠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의 아빠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문신멸치
작품등록일 :
2019.06.12 03:13
최근연재일 :
2019.07.23 23:27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803
추천수 :
16
글자수 :
81,329

작성
19.06.23 14:43
조회
87
추천
1
글자
22쪽

12. 여명의 바람(7)

DUMMY

···아. 세계관 최강자가 내 옆에 있었다.


”이거 꼬맹이까지 죽여야 할 줄은 몰랐는걸“


백발의 할아버지, 박수한은 짐짓 안타깝다는 말투였다. 그러나 실룩거리는 입가와 주름지며 휘어진 눈은 즐겁다고 말하고 있었다. 변태 같은 자식. 어린애 죽이는 게 즐거운 걸까? 하지만 우석이 한정으로 그런 미소는 의미가 없다.


소설처럼 말을 붙이자면 우석이는 세계관 최강자가 맞았다. 더불어 차원 최강이기도 하고. 각성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다른 사람-일반인-이나 동물을 각성시키고, 공간 이동의 상위호환 격인 능력을 남용하는 녀석이다. 레벨은 아직 1이겠지만, 애의 힘은 레벨에 구애받지 않았다.


”우석아, 쟤네가 육주 재단 끄나풀이야. 긴장 늦추지 마“

”···“


우석이는 이미 초집중 상태였다. 애한테 스킬을 사용할 체력이 충분할까? 라는 걱정이 스쳐 갔지만, 애초에 인간 규격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수준이라 그만 두었다.


”어이! 얌전히 죽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 무슨 소리야 이건? 그냥 얌전히 죽으라는 건가. 말을 재밌게 하는 사람이네. 문제는 방에 있는 지원이다. 아직까진 눈치 못 채고 있지만, 인질로 잡혀버리는 순간 곤란해진다. 쇼타 3는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도움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일단 장소를 옮겨야 하는데···


”아저씨, 장소를 옮겨야겠어요.“


우석이가 거실과 연결된 테라스로 통하는 창문을 어디로든 문으로 만들어버렸다. 사람 키보다 약간 큰 거대한 타원형의 게이트, 보라색 테두리의 영롱한 검정 구멍이 생겨났다. 아무런 예고도, 그 어떤 시동어나 제스처도 없이 사용된 스킬에 놈들이 당황했다.


”이런···! 태생 스킬 각성자라더니. 사실이었나?!“

”공격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으으음. 저기로 들어갔다? 아니야, 가면 안 되겠는데? 아, 아닌가?“


박수한 옆의 뺀질거리게 생긴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여기로 들어가는 건 맞는데, 어떻게 안 거지? 어쨌거나 우석이의 손을 붙잡고 어디로든 문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반전하는 시야. 빛 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서 어둡기 짝이 없는 건물 안이다. 폐건물?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뭔가 썩은 내가 나는 것이 폐건물 같기도 하다.


”아저씨, 이쪽으로!“


애가 내 손을 잡은 채로 리드했다. 이것도 스킬의 능력인가? 마치 이곳 지형을 잘 아는 것처럼 능숙하게 움직였다. 복도 끝까지 달려가서 오른쪽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왼쪽으로 다시 꺾어 일자형 복도의 끝까지 뛰어가면 정문이다.


-야이 새끼야! 빨리 들어와!!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읽히지를 않아요!

-들어가서 앞으로, 계단 나오면 내려가서 다시 앞으로, 그러면 정···뭐야 여기?”


우석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어디로든 문 근처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들렸다. 위험하다는 놈은 아까 이상한 소리 해 댔던 뺀질거리게 생긴 녀석의 목소리였다. 우리의 행적을 보면서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아마 옆에 있던 다른 놈일 것이다.


쇼타 3이 말한 이상한 각성자라는 게 저 녀석들인 것 같다. 뭐 예지나 사이코메트리라도 되는 거 같은데, 어차피 우석이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아. 인화였네.”


여기는 광주 인화 보육원이었다. 하기야 애가 가본 곳이 얼마나 있다고. 급히 떠올리기엔 확실히 익숙한 곳이 편했을 것이다. 그게 본인에게 안 좋은 기억이든 아니든. 좀 안타깝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애들 손 잡고 여행이라도 갔다 와야겠다.


-다 무사히 왔지? 하여간 귀찮은 녀석들, 또 쫒아 다니게 일 만들지 말고 알아서 잘 따라와!


박수한이 일갈했다.

그리고 동시에 건물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가-


눈앞에서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석이의 어디로든 문, 거대한 동그라미 포탈을 중심으로 건물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건물, 내부 자재가 박살나는 소리가 조그 나기는 했지만, 소음 수준도 아니었다.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건물이라니. 나는 소형 블랙홀을 보는 듯, 우주의 신비를 관찰하는 느낌으로 멍하니 지켜 보고 있었다.


-쩅그랑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건물의 창문으로 사람 하나가 튀어나왔다. 박수한이었다. 옆구리에는 남자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런 씨발!! 이게 무슨 짓이야!”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다 큰 양반이, 그것도 한국에서 탑 찍는다는 인간이 뭐가 아쉬워서 쓰레기 같은 놈들 뒤나 닦아주고 걸까.


“너는 뭐 하는 짓인데?”

“뭐, 뭐?! 새까맣게 어린 새끼가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아. 개새끼로도 모자라서 꼰대까지. 목숨 빼앗으려는 놈에게 나이가 많다고 존댓말까지 써줘야 한다는 말이냐? 너무하네, 진짜.


“아저씨. 어떻게 할까요?”


우석이는 많이 긴장한 표정이었다. 본인의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당황한 것 같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나서서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우석이를 달래서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죽이면 잘 죽어!’라고 살인 교육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우석이가 있으니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애한테 사람 죽이라고 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음. 우석아, 세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참 많아. 네가 아무리 강하고 뛰어나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알겠어요. 강하고 뛰어난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해결되는 거였네요. 저, 열심히 할게요.”


···이런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열심히 하는 것도 좋기는 한데 좀 불안한 감이 있다. 뭘 열심히 한다는 거지? 사람 죽이는 거? 아니면 사람 죽이는 설계? 그래도 애 눈빛은 멀쩡하니 맛이 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씨발 새끼들아! 얘네가 얼마짜리 각성자인지 알기는 하는 거냐?! 한 새끼가 뒤졌잖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는 너는 우리 애가 얼마나 가치있는 각성자인지는 아냐?”


무려 차원 단위의 가치다, 이 말이야!


“그따위 애새끼 알 게 뭐야! 놈들이 해부하고 싶다고 너만큼은 산 채로 잡아 오라고 부탁했는데 말이야, 이제 그딴 건 상관없다.”


아무래도 건물이 사라지는 마술쇼와 어디로든 문을 내 태생 스킬로 오해한 것 같다. 이번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문제기는 하지만, 괜히 우석이한테 똥파리 꼬여서 정서에 악영향 끼치는 것보다는 낫다.


“아저씨. 지주육이 직접 부탁한 거야?”


지주육, 백화점 뉴월드의 사장 놈이 중얼거렸던 이름이다. 지금 당장 초록 창에 지주육 이사장이라고 검색하면 육주 재단의 이사장이라고 인물 사전에 등재되어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몰라, 이 새끼야!!”


박수한이 내게 달려왔다. 그가 지면을 힘껏 박차는 순간, 거대한 쾅-하는 굉음과 함께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저 레벨로 밀어붙이는 순수 육체 능력의 수준이 길드 마스터 할저씨와 버금간다. 나는 막대할 것이 분명한 충격에 대비했다.


“···어? 어어?”

“어라?”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달려오다가 갑작스레 우두커니 서 있는 박수한. 우리는 서로를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네가 한 거냐?”

“뭐. 그래, 맞아.”


그럴 리가. 분명 우석이가 한 짓이다. 과연 애 앞에서 레벨이란 한낮 숫자에 불과했다.


“안 돼, 안 돼!! 가지마!!”


박수한의 뒤에서 뺀질대는 얼굴이 절규했다. 뭘 가지 말라는 건지? 박수한을 쳐다보았다. 이 할아버지도 뭔 소린지 못 알아듣는 표정이다.


-빠각, 퍽


“느윽, 으으으으!!.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서로 잠깐 한눈 판 사이, 박수한의 오른쪽 무릎이 박살 나 버렸다. 반대로 꺾인 무릎, 정강이뼈가 뒤쪽 종아리를 뚫고 나왔다. 분명 상상을 아득히 넘어설 고통 속에서, 왼발을 박차서 내게 날아왔···


“끄으으으으!! 그으으.”


날아오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대로 왼쪽 다리가 터져 나갔다. 무릎 아래로는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변화, 왜곡, 부정, 고정. 우석이의 말도 안 되는 네 가지 스킬은, 사실 지금 당장 지구를 멸망시켜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는 수준일 것이다.


우리가 이쪽 차원에서 처음 본 날 바로 죽이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런 징조 없는 재앙 급 능력이다. 약간 후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아빠가 되는 만큼 아들에게 빌빌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만 포기해. 애 앞에서 살인하고 싶지 않아.”


마치 내 능력으로 벌인 일인 것처럼 말했다. 박수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크흐흐흐. 그윽, 오늘은 이만 가지.”


사실 놓아주기 싫다. 두 다리가 아주 박살이 나서 재기가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후환이 남는다. 뒤통수를 조심해야 할 일이 자꾸 하나씩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한테 죽여달라고 할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놓아주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우석이의 눈이 ‘죽일까요?’라는 듯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더더욱 안 되겠다.


“어. 빨리 가라”

“플로우(flow)”


박수한의 몸이 흐물흐물해지더니 이내 녹아서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유명해지고, 강자로 대우받으며 나아가 한국 각성자들의 정상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준 스킬이다. 스킬북 스킬 주제에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그 활용 마저 태생 스킬처럼 상상력에 따라 무궁무진한 것이었다.


진짜 태생 스킬 4개 보유자인 우석이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지만, 분명 나 혼자였으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아, 안 돼!! 하지 마!! 전부 멸망해 버릴 거야, 안 돼!!”


뒤의 뺀질이가 소리쳤다. 박수한이 놓고 간 것 같다. 저거 비싼 각성자라면서? 으음. 저걸 죽일 수도 없고, 어떻게 처리해야···


“아, 아저씨!!”

“크하하핫! 이걸로 동등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어? 어으아아악!!”


우석이가 놀란 표정으로 내게 달려온다. 그 뒤에 허공에서 온몸이 뒤틀리며 찌그러지고 있는 박수한이 보인다. 저건 무조건 죽겠는데···?


아. 갑자기 속에서 뭐가 올라온다. 푸헥-하고 뱉었더니 온통 빨갛다. 어라. 나 왜 누워있지? 언제 누운 거야. 몽롱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피곤함이었다.


우석이가 나 여기 놓고 가면 안 되는데. 아니야. 잘 챙겨주겠지. 눈꺼풀이 감긴다. 아.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어.


“나, 좀 잘게···”













강철수는 학우석, 아니 이제는 강우석이 된 그를 지옥에서 꺼내 준 사람의 이름이었다. 원래는 생면부지의 남이었고 그저 길 가던 아저씨였을 뿐이었다. 지금도 알게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와 그의 동생 강지원에게 잘해주려 노력하는 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강우석으로서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가 봐왔던 어떠한 어른과도 다른 사람이었다. 그와 있으면서 순식간에 모텔, 모텔 달방, 타워 펠리스라는 호화로울 지경의 아파트까지, 주거 지역이 바뀌는 데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능력도 있는 것 같고,

또한, 삶의 어떠한 목적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그들에게 쏟는 관심만큼, 그도 강철수에게 관심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들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귀염뽀짝한 고양이 ‘사자’를,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진짜 사자보다 크게 만들어버려서 우석은 행복했다. 강철수가 지하에서 웬 고양이 괴물과 싸웠을 때, 우석은 그 모습을 훔쳐보며 자신도 그런 고양이가 갖고 싶어졌으니까.


이제는 친동생이 되어버린 강지원도 흡족해했다. 담당자라는 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요리를 해 주었다. 과연 그들의 인생에서 이만큼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만면에 웃음꽃이 핀 동생을 보며 우석은 깊은 감사를 느꼈다.


그러던 중, 담당자가-어쩌면 이름이 담당자일 수도 있었다- 강철수와 함께 돌아가고 한참 뒤. 동생은 놀다 지쳐 잠든 그 시간에 강철수가 돌아왔다.


다양한 각도로 기이하게 꺾인 왼팔과 대포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간 오른손, 옷에 묻은 각혈의 흔적까지. 한눈에 봐도 위험한 상태였다. 강우석은 즉각 조치했다.

비록 의학적으로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의 스킬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었다. 상처와 충격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변형한 뒤에 최대한 멀쩡한 상태로 고정했다. 그러나 그건 죽지만 않았을 뿐, 상처가 나은 것은 아니었다.


이번엔 고통을 날려버린 뒤에 최대한 멀쩡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대로 고정하는 대신, 강철수의 회복력을 변형해서 고정했다. 몸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는지 몰라도 그의 조치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아무는 것이 보였다.


강우석은 한시름 놓았다. 동시에 착잡해졌다. 저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일 게 분명했다. 조폭들을 일망타진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번에는 조폭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상대를 상대한 것이리라. 곤히 잠든 강철수가 일어나면 해야 할 말이 많이 생겼다.


···하지 못했다. 도와주겠다고 예쁘게도 말해보고, 탈선하겠다고 협박도 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아니, 통하지 않았다기보단 불청객이 너무 많았다.


“아저씨, 이 사람들 누구예요?”


백발의 할아버지와 뺀질거리게 생긴 아저씨, 그리고 약간 존재감 없는 아저씨 트리오다. 딱 봐도 좋은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얼굴도 그랬다.


”우석아, 쟤네가 육주 재단 끄나풀이야. 긴장 늦추지 마“


강철수가 말했다. 강우석은 침묵했다.


육주 재단, 과거 인화 재단. 그와 그의 동생을 나락으로 밀어 넣고 강철수까지 엉망진창의 중상으로 만들어 놓은 악질적인 인간들이다.


‘언제고 보호받을 수는 없어’


잔인한 일일지는 몰라도 괜찮았다. 강우석도 실제로 사람이 죽고 죽이는 장면을 많이도 봐온 사람이었다. 어른들은 그에게 ‘어린 나이에···’ 라고 할지 몰라도, 그에게는 어른들이야말로 그 나이에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었다. 강철수를 빼고는 그랬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꾸는 능력이 있었다. 강철수의 말대로, 그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꼭꼭 숨기고 살 생각이었지만 방금 바뀌었다.


‘아저씨가 잠들면 찾아가야겠다.’


우선 방에서 잠들어 있는 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장소를 옮겼다. 급히 떠올린 곳이라 그런지 익숙한 곳이었다. 광주 인화 보육원. 마침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강우석은 이들이 따라오면 건물 채로 싸그리 죽여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살았지? 어떻게?’


그의 의구심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강철수는 훌륭한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천재라고, 범재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이런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적절한 조언이었다.


‘앞으로는 전력을 다해서 죽여야겠다.’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하는 사자처럼 그는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이곳에서 전력으로 저들을 죽여버릴 경우, 강철수의 반발이 예상되었다, 그는 우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느윽, 으으으으!!. 도대체 무슨 능력이야!”


박수한인지 하는 할아버지의 무릎을 거의 갈아 버렸다. 자꾸 아저씨를 위협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곧 할아버지가 물 흘러 내리듯 녹아, 땅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끝났네. 이따 아저씨 잠들면 찾아봐야겠다.’


“아, 안 돼!! 하지 마!! 전부 멸망해 버릴 거야, 안 돼!!”


이상한 사람이 남아있다. 그러나 저 사람의 처우는 강우석이 결정할 것이 아니다. 강철수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냉정하고 가차 없으면서도, 인간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갑자기,

푹-하는 거북한 소리가 들렸다.


“아, 아저씨!!”


도망친 줄 알았던 할아버지의 팔이, 강철수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하하핫! 이걸로 동등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어? 어으아아악!!”


하나도 좋지 않은데 기분 좋게 웃어 재끼는 놈의 사지를 팔방으로 조각내며 압축해 죽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놈이 아니었다.


“나, 좀 잘게···”


심장이 뜯겼다. 원래부터 특이했던 몸에다 각성자가 된 뒤로 강해진 육체 덕분에 잠깐은 버틸 수 있을 테지만, 정말로 잠깐일 뿐이다. 강우석은 서둘렀다. 아까 한 번 해보았듯이 부정, 왜곡, 변형, 고정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실패했다. 정확히는 실패라기보다는 거절당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그라 해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순간, 이것이 그의 마지막 들숨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 안 돼, 제발!”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마지막 날숨이면 죽는다. 그러니까 아직 죽지 않았다. 최대한 머리를 돌려보았다. 생각이 겹겹이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 안 돼! 죽는다! 세계가 멸망하고 말 거야!!”


도망이라도 갈 것이지 아직도 주절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다 죽느하악! 크악!! 아아···”


강우석은 순식간에 남자의 심장을 뽑아버렸다. 강철수의 뜯겨나간 부분에 맞춰 넣고 강제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움직여, 제발! 제발!“


움직이기는 했다. 그러나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래서 강제로 숨 쉬게 만들었다. 끝내, 강철수는 죽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강우석은 강철수를 업어 맸다.


‘육주 재단! 육주, 육주!!’


그의 속에 폭발하는 화산 같은 분노가 몰아쳤다.







2030년 가을을 기준으로 세상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개중에 변화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도곡동 옛날 타워 팰리스 위치에 생겨난 마왕성이다. 몬스터와 던전이 우후죽순 생기던 날을 1차 쇼크라고 부르고, 이 타워 팰리스 성을 2차 쇼크라고 부를 정도였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성. 서울 근처의 던전 같은 던전은 전부 이 성안으로 박혀버렸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른다. 다만 ‘괴물 같은 어떤 존재가 그렇게 만들어버렸다.’라는 무슨 도시 괴담 같은 소리만 나돌 뿐이었다.


성은 중,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애들 네 명, 성인 여성 한 명, 할아버지 한 명으로 구성된 이들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몬스터나 게임 속의 NPC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전부 똑같은 인간이고, 각성자다. 이것 때문에 정부에서 세금 떼먹겠다고 한차례 엉긴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대학살 파티였다. 그래서 던전계도 정치계도 커다란 지각변동을 맞이했다.


더 큰 문제는 성의 사람들이 정치, 기업 쪽의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아마 성이 생겨났을 때부터라고 추측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을 한 번 싹 도륙 낸 다음에야 대놓고 활동했지만, 그 전에는 조용히 일을 처리했을 뿐, 정황상 성의 출현 전후로 정치, 기업 계열의 인사들이 죽어 나가는 사건이 훅 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재단, 법인, 범세계적 초거대 일류 기업까지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경제는 당연히 타격을 받았고, 사람들은 그때부터 성을 마왕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2035년 겨울, 정권을 잡은 옛 육주 재단 사람들 덕분에 마왕성의 대대적인 토벌대가 구성되었다.


그것이 이 남자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여명의 바람 길드 분들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누군가 외쳤다. 그곳에는 남자의 담당자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남자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스스로 깨어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잠에 빠진 기분. 언젠가부터 계속 이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게 지금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먼 예전에 느꼈던 것인지조차 모를 만큼 애매한 감각이었다.


조금 더 명확히 구분해보자면, 나는 지금 자각몽을 꾸는데 꿈의 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분이랄까? 생각도 계속 이어나가고는 있는데 중간중간 저번의 생각과 이번의 생각 사이의 알 수 없는 틈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같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이런 기분이었다. 거기다 꿈도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차원이 멸망하는 내용이다. 이전의 차원과 비슷한 방식, 같은 건물이었다. 마왕, 우석이도 비슷한 나이로 보이고.


그래도 변한 것이 꽤 많았다. 배경은 이전의 차원이 아니라 이곳이었다. 우석이는 휠체어에 뼈만 남은 여동생을 태우고 다니지 않았고, 쇼타 3 할아버지 김경식 씨와 쇼타 2 SM 복장 채찍 변태녀는 있었지만 쇼타 1 도끼 성애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쌍둥이로 보이는 우석이 나이 때의 어린 애들 두 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꿈에서는 지원이는 멀쩡히 잘 살아있었다. 애도 각성자가 된 모양인지, 아니 오빠가 그 모이라 안 될 수가 없는 건가. 어쨌거나 확실히 멸망에 한 몫 보태고 있었다. 애석하지만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꿈속에서의 나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았다.


”아저씨, 거의 다 됐어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 또 들렸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꿈속이지만, 꿈 밖에서 하는 말은 분명히 들렸다. 뭐가 거의 다 됐다는 건지는 당연히 모르지만, 이 목소리가 우석이의 목소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다만 사춘기 지난 우석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이것마저 꿈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말

어디서 잘라야할지 모르겠ㄷ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왕의 아빠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입니다. 19.06.24 93 0 -
13 12. 여명의 바람(8) 19.07.23 84 0 13쪽
» 12. 여명의 바람(7) +1 19.06.23 88 1 22쪽
11 11. 여명의 바람(6) +1 19.06.21 89 0 13쪽
10 10. 여명의 바람(5) 19.06.20 80 0 13쪽
9 9. 여명의 바람(4) 19.06.19 88 0 12쪽
8 8. 여명의 바람(3) 19.06.18 90 0 13쪽
7 7.여명의 바람(2) 19.06.17 108 1 14쪽
6 6. 여명의 바람(1) 19.06.16 122 0 14쪽
5 5. 학교법인 육주, 인화(2) 19.06.15 127 2 13쪽
4 4. 학교법인 육주, 인화(1) 19.06.14 131 3 14쪽
3 3. 우석. 그리고 날먹 각성 19.06.13 161 2 13쪽
2 2. 개과천선은 없다. +1 19.06.13 216 2 15쪽
1 1. 네크로필리아 시스콤 얀데레 마왕 19.06.12 417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