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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1.06.10 21:58
최근연재일 :
2024.02.07 00:18
연재수 :
198 회
조회수 :
5,782
추천수 :
390
글자수 :
1,006,795

작성
23.09.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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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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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실은 너한텐 직접

DUMMY

쪽.


가볍게 입술이 떨어지는 듯했지만, 입술이 부딪히며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그래서인지 희진의 눈빛이 순식간에 형형해지고 말았다.


“왜.”


반면 도운은 미소지었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예상했다는 듯, 그리고 그 예상했던 반응이 몹시도 사랑스럽다는 듯.


방금 벌어진 입맞춤 때문인지, 혹은 제 눈앞에 보이는 이 환한 그의 미소 때문이지. 희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제 본분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투철한 프로 의식이 그녀를 일깨웠다.


“······여기 회사잖아.”


입술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곤소곤한 목소리에서 ‘우린 지금 넘어선 안 되는 금기를 어기고 있어!’ 하는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이 크나큰 금기를 어겨 버린 사람처럼 놀라는 것 같기도 했고. 또한 두 사람밖에 없는 이 공간에서 누가 보고 있기라도 할까 봐 약간씩 기웃대는 눈동자가 귀엽기만 했다.


예상한 반응이었지나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본 듯 흥미롭기만 했다. 명작이란 내용과 끝을 알아도 또다시 봤을 때 질리지 않은 것처럼, 도운에게 희진은 그러했다. 때 묻지 않은 무구한 반응이 새록새록 그의 심장을 간질이게 했다.


“응. 회사지. 그런데 그게 왜?”


더욱 뻔뻔하게 파고들어 그녀의 그런 모습을 혀로 굴리듯 음미하고 싶었다.


“여긴 우리밖에 없잖아.”


보고 싶은 얼굴이 제 발로 굴러들어왔으니, 곱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도운은 지금 그녀가 처한 상황을 일깨워주듯 잠긴 문손잡이에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희진은 그런 제 운명을 직감한 사람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왜인지 분명 산뜻한 미소가 은은히 그의 입가에 걸려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왜 그토록 위험해 보이는지. 희진은 자그마할 정도라 할 수 있는 이러한 그의 도발에도 입안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다.


분위기를 조금은 바꿔볼까 하고 희진은 방송국에 자신이 온 목적을 입에 담으려는데.


“그럼 우리 앉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다시 다가와 고개를 기울였다. 짧은 입맞춤인데도 입술에 남은 온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는 그 틈도 허용치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자신이 얼마나 방심했는지를 톡톡히 깨닫게 되었다. 쪽 소리가 났던 입맞춤은 지금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이었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틈 없이 다가와 입을 깊게 맞추는 듯하더니 그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한 줌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허리가 그의 팔에 들어오자 그녀의 몸이 더욱 가녀리게 보였다. 완전히 도운에게 잡혀 든 것처럼 희진에게 틈 따위는 허용치 않은 듯, 그가 키스를 퍼부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베어 물며 그 안을 느릿하게 파고들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그의 행위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집요하기만 했다. 하지만 달콤한 사탕을 혀로 굴리듯 입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직임은 너무나 감미로울 따름이었다.


그녀의 이성이 경고를 보냈으나, 이 아찔함에 매료되어 그만 그녀 또한 눈꺼플이 내려가고 말았다. 한번 맛본 단맛을 잊을 수 없는 어린 애일 때보다 더 심각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처럼. 형형색색 다채로운 이 새로운 달콤함에 그녀는 심각히 중독되어버린 뒤였기 때문에.


분명 금기를 어기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건 그녀 자신인데. 그런 제가 뱉은 말이 우습게도 녹진하게 녹아내린 초콜릿처럼 그녀의 몸이 흐물거렸다. 동시에 전신을 덮이는 열감은 너무도 이상스러웠다. 자글자글 끌어 오르는 이 열기가 오묘한 자극이 되어 온몸을 부르르 떨리게 할 무렵, 그가 드디어 입술을 떼어냈다.


그녀의 눈이 천천히 그를 향했다. 바로 가까이 그의 내린 시선이 보였다. 제 욕심을 과감히 드러낸 키스를 충족했으니, 이 정도면 그도 만족했나 싶었건만. 부딪힌 그의 눈동자는 다른 것을 담고 있었다. 내린 시선은 느긋했지만, 어쩐지 키스를 나누기 전보다······뜨거운 열기가 섞여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그녀의 입술을 더 원하는 것이 보였는데.


쪽.


또다시 가볍게 입술이 부딪치고 떨어졌다. 그 산뜻한 입맞춤에선 이번엔 시작이 아닌, 그의 절제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희진을 끌어안았다.


“하······.”


그의 숨이 희진의 어깨에 부서졌다. 어떤 의미의 숨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도운의 숨이 닿은 살결에서 야릇한 감각이 샘솟았다. 그래서인지 희진은 잠깐 몸을 떨었다.


“왜.”


그가 짧게 물었다. 그녀가 몸을 떠는 이유를 묻듯이.


“······.”


하지만 희진은 대답 없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자 도운이 희진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려는 듯 ‘응?’하며 되묻는데. 그러자 희진은 곤란하다는 듯 더욱 아랫입술을 감춰 물었다. 몇 초 정도 뜸을 들이는 시간이 지나갔을 즈음 희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무 진해.”


기다린 희진의 답에 도운이 그녀를 안긴 팔을 풀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숙여 그녀의 눈높이와 맞추듯 바라보았다.


“그래서 부담스러워?”


희진의 의중을 알고 싶다는 투로 그가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엔 어느 하나 모난 투가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대답을 알고 싶은 궁금증과 사르르 결이 좋은 섬세함이 더해져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희진은 자그마하게 입을 달싹였다. 뒷말을 어떻게 완성 시켜야 할지 희진은 꽤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가 회사라는 것을 상기시켰던 자신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꿈틀대는 진실은 달랐다. 진실은 잔혹할 정도로 이런 그의 도발은 심장을 떨리게 했으므로. 또한 몸에서 느껴지는 생경하고도 저릿저릿한 감각이 너무나 달게 느껴졌다. 그래서 말할 수 없이 이 뭉근한 감정에 그저 충실하고만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어떠한 두려움이 희진의 발목을 잡아끌고 있었다.


“여긴 회사잖아. 시······신성한 일터에서 말이야. 권도운 PD님 진짜 간덩이가 부으셨네.”


꺼낼 수 없는 마음이 메아리쳐 돌아다녔지만, 희진은 애써 닫아놓으며 밉지 않게 그에게 눈을 흘겼다.


툴툴거리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었는데, 일자로 빠직하며 흘깃하는 눈에 비해 음성이 너절하게 흩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에 부끄러워하다가는 진짜로 제 마음을 들키고 말 것 같았다. 희진은 가까이 보이는 의자에 더 멀리 있는 의자를 끌어와 옆에 붙였다.


“어······얼른 앉기나 하셔요.”


희진은 제가 얼마나 뚝딱거리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기분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재빨리 쇼핑백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도시락을 꺼내 드는 모습조차 고장 난 로봇 같기도 했다. 도운은 그런 희진을 눈에 담는가 싶더니, 그녀의 말대로 이번엔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탁한 기운이 그에게서 거두어졌지만, 희진은 여전히 그가 의식되었다. 열기의 여운조차도 여전히 몸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희진은 일회용 젓가락과 수저포크를 꺼내는 손조차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자, 여기.”


하지만 왜인지 이런 제 마음을 감추듯. 희진은 담담히 그리고 조금은 다정히 도운의 손에 꺼내 든 것들을 건넸다. 받아든 그는 ‘고마워’ 하며 단정히 답하고는 이번에는 슬쩍 궁금함을 꺼내놓았다.


“근데 희진아. 궁금해서 그러는데 나한테 방송국에 온다는 말도 없이 웬 도시락이야?”

“아 그게.”

“혹시 나를 위한 깜짝 이벤트인가?”


선수 치듯 그가 물었다. 역시 그는 사무실에서부터 눈치를 채고 있는 듯한데. 그래서인지 그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더욱 깊이 입을 맞췄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모습 때문인지. 문득 곧이곧대로 답하려던 것이 다른 식으로 그 방향을 틀었다.


“아닌데. 무슨 권 PD님을 위한 깜짝 이벤트에요. 모두를 위한 이벤트지.”


첫마디 ‘아닌데’에 리듬감까지 주며 마지막 마디 ‘모두를 위한 이벤트지’ 의 어감에 더욱 강조를 주었다. 혓바닥을 내밀어 ‘메롱’만 안 했을 뿐이지, 확실히 그를 놀려먹는 말투였다.


“아······그래······?”

“그~럼. 아까 얘기 다 했는데. 집 근처 맛집이라서 생각나서 사 온 거라고.”


학교에서 내일 소풍에 가기로 해놓았는데, 하필 비가 내려 소풍이 취소된 아이처럼. 휘둥그레진 그의 눈이 금 새 풀이 죽고 말았다. 확신에 찬 표정에선 뛸 듯이 기뻐 보이더니 또 금 새 희진의 그 말 한마디에 실망한 기색이 어딘지 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원래는 제게 곤란한 감정을 안겨준 그를 잠시 골리려는 마음으로 잠시 거짓을 고한 것인데. 어쩌면 이런 도운의 귀여운 모습을 보기 위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거짓말이 아닐까 싶어졌다.


“아~그래······. 그런 거였구나. 난 또 날 위해서 찾아온 줄 알았지.”


씁쓸하게 내뱉는 얘기뿐 아니라 도운의 표정에도 씁쓸함이 한껏 담아있었다. 은근 뒤끝이 남아있기라도 한 듯 ‘뭐 모두를 위한 이벤트 나쁘지 않죠, 김칫국 들이킨 사람이 문제면 문제겠죠. 그쵸, 희진씨?’라며 되묻기까지 했다.


“그럼요. 김칫국 들이킨 사람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잘 알고 계시네요, 권 PD님.”


희진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 장단을 맞추는 대답이 더 그의 투정을 극대화 시키는 것임에도 희진은 그렇게 대답했다.


이쯤 되자 도운의 얼굴이 시큰둥함과 원망이 하나씩 섞인 눈길로 흘깃 희진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늦지 않았으니 ‘너를 위해서 여기에 왔어’라고 얘기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애원은 덤이었고.


희진은 청개구리 같은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푸흣’ 웃음을 터트렸다.


도운이 약간 물음표가 담긴 얼굴로 희진을 바라보자, 그녀는 샐쭉 웃으며 서둘러 진실을 밝혔다.


“맞아. 실은 모두를 위한 이벤트는 연막용이고, 실은 너한텐 직접 도시락 만든 거 전해주고 싶어서.”


그러자 도운의 얼굴에 서운한 기운은 모두 물러갔지만, ‘어쩐지’ 하는 눈길이 가느다랗게 그녀를 훑었다. 하지만 이내 완전히 밝은 기운만이 표정에 감돌았다.


“직접 만든 거라면 희진이 네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야?”


희진의 말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꼬집어 그가 물었다. 조금은 의외라는 느낌도 들긴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가 직접 만든 음식에 관한 얘기를 도운은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희귀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리고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는 듯 ‘권 PD님 것만 특별히 제가 만들었죠.’라고 덧붙였다.


작가의말

토요일 주말 잘 보내세요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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