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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1.06.10 21:58
최근연재일 :
2024.02.07 00:18
연재수 :
198 회
조회수 :
5,781
추천수 :
390
글자수 :
1,006,795

작성
23.09.1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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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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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나눌 수 없는 비밀

DUMMY

밖으로 나온 희진은 재빨리 주위 길가를 살폈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꾸물거린 것도 아니었건만. 거의 뒤에서 따라붙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속도로 뛰쳐나갔음에도 어찌 된 영문인지 여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희진은 혹시나 하여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옆 가게, 옆옆 가게도 들여다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여자 손님은 없었다. 마치 순식간에 증발해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 거리에서 희진의 눈동자와 발걸음이 당황해하며 배회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욱신욱신 가슴 어느 부분을 건들었다.


기분이 알 수 없게 뜨겁기도 했고 먹먹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조금은 남다른 손님이라 여겨지긴 했는데······.


희진은 한 번은 더 그 손님을 붙잡고 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래야 이 묘한 의구심이 풀릴 것 같았기에.


그녀의 눈길이 휘적휘적 거리를 뜯어 보았다.


그러나 손님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 여자 손님을 찾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일. 하는 수 없이 희진은 헌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헌책방 안으로 들어갔을 땐, 책을 고른 또 다른 손님이 카운터 앞에서 자리를 비워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진은 서둘러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계산을 도왔다.


그 이후에도 손님들이 쉴새 없이 헌책방을 방문했다.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헌책방의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그래서인지 희진은 조금 전 여자 손님에 대한 미지의 궁금증을 잠깐 미루어놓을 수 있었다.


몰려든 손님들이 제법 빠져나가고 몇몇 손님들만 가게에 있을 무렵. 붉은 머리의 그 여자 손님이 다시 희진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루 같은 일이야.


닮은 사람일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그 모든 것들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이쯤에서 누가 들으면 바보 같은 생각이라 훈계할 수도 있겠지만, 희진은 어쩌면 이라는 것을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어쩌면 그 여자 손님은 자신이 떠올린 그분이 아닐까 하고.


세상엔 알고 보면 참으로 닮은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도 아닌 완전 남남인데도, 언뜻 보면 똑같을 정도로 닮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래서 희진이 든 생각을 누군가에게 공유한다면 헛소리라 치부될 가능성이 컸다.


직접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본인조차도 이렇듯 꿈이 아닐까 하며 여러 번 허벅지를 꼬집어도 보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닮았다고 치부하기엔 입가에 띤 미소며 자신을 바라보는 친근한 눈빛. 그리고 붉은 머리 스타일까지. 중년이라는 나잇대를 제외하고 너무나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러 번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지 않았는데도. 희진은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딱 한 번 보았음에도 제 눈에 깊게 들어박힌 도운의 엄마의 모습을.


환한 태양 빛 아래 붉은 장미가 연상되는 아름다움이 깃든 여자 PD의 모습을······.


그 누구에게도 나눌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생긴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 손님이 저에게 보여준 동화책에서 나온 이야기까지도.


무엇을 자신에게 전하고 싶으셨던 걸까.


희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때였다. 핸드폰에서 톡이 온 듯 진동이 울렸다.


[A팀도 드디어 무사히 촬영 끝마쳤습니다. 각각의 팀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엔드, 그리고 예능 프로의 단톡방에서 온 톡이었다.


바로 프로그램의 메인 PD인 도운이 모두에게 보내는 톡이기도 했다.


이어서 줄줄이 사탕처럼 스태프들 출연자들 할 것 없이 시원섭섭하다는 톡들이 올라왔다.


희진 역시 출연자로서 짧게나마 소감을 전하기 위해 메시지창에 몇 마디를 보탰다.


[모두 촬영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안전하게 조심히 올라가세요.]


너무 한 줄로만 보냈나 싶어 희진이 이모티콘을 뒤에 보낼까 하는데, 때마침 책방 손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희진 언니. 혼자서 가게 보는 거 어때요? 힘들지 않아요?


“아니에요. 할 만한데요. 손님분들도 다 친절하시고 좋아요.”


―그럼 정말 다행인데, 언니한테 좀 미안해서요.


“뭐가 미안해요. 다 제가 좋아서 자처한 일인데요.”


―그래도요. 특히나 오늘은 손님들도 꽤 많이 오시잖아요. 그래서 더 일찍 책방으로 갈까 하는데.


얘기를 듣고 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뭐하러요. 카페 하면 이런 시간 더 귀할 거예요. 그러니까 가족들이랑 더 있다가 와요.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녀의 회유에도 손녀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했다.


“저에게도 이런 기회 흔치 않아요. 언제 또 책방에서 일해 볼 수 있는 이런 귀한 시간이 주어지겠어요. 편히 놀다 오세요.”


희진의 얘기에 손녀가 마지못해 알았다는 듯이 답하긴 했으나, 왠지 일정보다 손녀가 빨리 헌책방으로 복귀할 듯했다.


마음 편히 있어도 되는데. 손녀의 선한 마음 씀씀이에 희진은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이렇듯 프로그램을 하면서 소중한 인연과 제각각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접해보면서 희진은 다시 방송인으로 활력을 되찾은 듯했다.


1년 전 근거 없는 온갖 루머가 마구 생성되어 제게로 겨누어졌을 시기에 버티긴 했어도 실은 바람 앞에 촛불인 입장이었다. 또한 언제까지 그렇게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그래서 아예 방송일을 그만두어야 싶었는데, ‘엔드, 그리고’ 예능을 촬영하면서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바뀌게 된 듯싶었다.


물론 지난번 한 차례 또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기사가 터지긴 했지만, 예전만큼 큰 타격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내내 희진도 생각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런 이상한 소문에 움츠러들수록 정작 루머를 퍼뜨린 자의 목표를 달성시키는 짓이 아닌가 하고.


나쁜 짓에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력감이라는 것도 만만치 않게 찾아온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행복도, 찾아올 행복도 외면하게 되고 도망가 버리기 일쑤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것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완성되는 것이었다.


아마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다시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만약 도운이 제안한 프로의 출연을 거절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어쩌면 이상한 소문에 갇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산 채로 살아갔을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영 잊혀진 존재가 되었겠지.


그래서일까.


몇몇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난 뒤, 희진은 더욱 도운이 생각났다.


붉은 머리의 손님이 다녀간 뒤이기도 해서 그를 보고 싶은 특별함은 오늘따라 더 배가 되어 다가왔다.


아마 지금쯤이면 A팀은 확실히 촬영 장소의 마무리를 짓고 서울로 향하고 있을 터였다.


조심히 잘 가고 있겠지.


도운이 있던 A팀의 촬영지가 이곳에서 차로 10분 거리라는 것을 그녀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가까운 거리감에 있었던 도운이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가고 있을 생각에 문득 그런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희진은 그런 마음이 우습게도 느껴졌다.


여태 그렇게 밀어내놓고. 이제 와서······.


저 스스로도 대체 뭘 바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가 참 어이가 없게 느껴졌다. 또 그러다가도 붉은 머리의 여자 손님이 찾아온 그 특별함이 계속 마음을 내내 적시게 했다.


가게 안은 조금 한가해진 듯싶었지만, 희진의 마음은 아니었다. 많은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몸을 안 움직이고는 배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손님들이 보고 간 책들을 말끔하게 정리하자.


그렇게 흐트러진 책들을 책장 사이로 바르게 꼽아두고 있는데 그때였다.


끼이익.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들어온 듯싶어서 당연히 손님이라 생각했지만, 곧 그러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할아버지. 오늘 어땠어요? 가족들이랑 너무 재밌었죠?”


할아버지랑 같이 온 듯 손녀의 목소리가 책장 너머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희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일찍 들어온 듯싶은데. 약간은 한숨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즈음 이어서 누군가 또 들어온 듯 살짝 끼이익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희진은 그다음에 누가 들어오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헌책방을 찾은 손님이겠거니 싶어 무심코 책장에서 벗어나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막 책방으로 돌아온 손녀를 보고 입을 여는데.


“좀 더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고 와도 되는······.”


순간 희진은 말을 채 이을 수 없었다.


“······데.”


가까스로 뒷말을 완성 시키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런 의아한 희진의 반응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손녀가 손에 든 봉투를 달랑달랑 흔들어 보였다.


“언니. 언니 먹으라고 간식 사 왔는데, 이거 드셔보세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희진의 귀에 손녀의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희진의 신경은 온통 출입문에 쪽 책장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로 쏠렸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 역시 희진이 쳐다보는 시선을 인지하고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


“희진 언니?”


희진의 대답이 없는 것이 이상했는지, 손녀가 그녀 가까이 다가갔다. 그제야 희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조금 허둥대는 듯한 희진의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낀 손녀가 그녀가 머물렀던 자리를 따라 바라보았는데. 잠시 눈이 가느스름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책장에 서 있는 남자를 알아보았다는 듯 희진의 팔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


“언니. 저기 저 남자분 제 눈에 권도운 PD님 같은데, 맞아요?”


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의 대답이 떨어지자, 손녀가 신기한 눈초리로 도운을 보더니 그에게 말을 걸고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희진과 같이 촬영했던 책방 손녀라며 가볍게 자기소개를 마친 손녀를 보고 도운도 고개를 숙이며 매너있게 인사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듯한 눈초리로 손녀가 도운을 바라보더니 이내 희진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희진은 그런 손녀 때문에 가까스로 발걸음을 조금 떼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왔어?”


그녀의 물음에선 ‘서울로 간 거 아니었어?’라는 뜻과도 같았다. 그런데 도운이 한번 흘깃 희진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책 보러 왔지.”

“어······?”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가 책방이니까 책 보러 온 거.”


작가의말

비가 오는 토요일이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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