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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최근연재일 :
2022.06.25 23:42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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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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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프롤로그/1화- 선택지로 시작하는 아이돌 인생 2회차

DUMMY

0-프롤로그




"다음 순서는 가요계의 오래된 별, 세븐 스타즈입니다!"



와아아, 방송사에서 고용한 관중들의 성의없는 함성 속에 무대 뒤에 섰다. 아직 순서는 많이 남아있었다.



“그전에, 요즘 대세인 신인그룹들의 무대를 먼저 보시겠습니다! 뉴밸런스!”



꺄아아아악, 장내를 터트려버릴 듯한 비명이 대기실까지 들려왔다. 정말이지 비교되는구나!

우리 순서를 기다리며 립싱크 연습을 하는 두명을 보며 생각했다.



'이래서 그룹 이름에 멤버 수 숫자 넣지 말아야 한다.'



그룹에 3명밖에 남지 않고서도 이름은 여전히 세븐 스타즈였다. 10년 전. 그룹 결성 당시 원년 멤버 중에 남아있는 건 나 하나 뿐이다.



멤버 6명이 탈퇴와 퇴출을 거쳐 3명을 영입했고 또 두명이 나갔다. 7명에서 6명이 되었을 때 이제 '식스 스타즈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재정비한 컴백 전, 다른 한명이 이 그룹에는 미래가 없다며 나르는 바람에 다시 5명이 되었다.



[식스 스타즈라 했으면 큰일날뻔. 또 파이브로 바꾸려면 앨범 자켓 다시 찍어야 했는데ㅋㅋㅋㅋㅋ]



대중의 의견에 나도 공감했다. 식스면 어떻고, 또 파이브면 어떤가. 재계약 기간 후에도 남은 건 결국 나 뿐인데.



그룹 인지도가 아까웠던 대표는 결국 재계약을 기점으로 두명을 더 영입했고, 그 두명이 저곳에서 열심히 립싱크 연습을 하고 있는 애들이었다. 푸릇푸릇한 스무살과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19살짜리 한명.



나이차가 하도 나니 말도 통하지 않고, 한 그룹이라 해도 두명과의 사이에는 대면대면한 벽이 있었다.


...어쩌겠어, 나도 쟤들 컴백 한달 전에 처음 봤는데.



열심히 옹알이같이 입술을 달싹이던 놈들이 갑자기 대기실 구석 벽으로 바짝 붙어왔다.

곁에 선 녀석들의 얼굴이 시뻘게져 있어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다음 순서라 무대 뒤에 도열한 게 걸그룹이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내 앞에 와 구십도로 인사하는 붉은머리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요즘 가요계를 넘어 전국민적 대세라는 국민여동생, 선인경이었다.



재활용 그룹이라는 조롱 속에서도 레인보우는 일년만에 대박이 났고, 역대급 비주얼과 무난한 실력, 인성마저 모난 데 없이 완벽한 걸그룹으로 대세신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 중에서도 그룹의 인기를 견인하는 게, 레인보우의 컬러 레드를 담당하는 센터, 뻘쭘하게 고개도 못 드는 모질이들이 지금 눈도 못 들고 있는 옆의 선인경이었다.



레드 컨셉에 맞춘 붉은 염색모가 올올이 반짝반짝 빛난다.

선인경이 신인 아이돌 사이에서 여신으로 불리는 건 저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저 정도로 예쁜 대표 멤버에다 인기도 빨리 얻었으면 거만해질 만도 한데, 선인경은 겸손한데다 가식도 없이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에 무대 뒤에서도 천사같았다.



“...인경아, 저 분은 누구야?”

“아, 나 이름 알아. 저 사람 그... .”

“쉿!”



레인보우 멤버들이 나를 돌아보며 소근대는 걸 선인경이 다그치다, 민망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 했지만 입맛이 쓰다.



어차피 마주칠 때마다 나같은 놈한테도 구십도 각도로 인사해주는 후배는 저 녀석 뿐이었다.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강한 이 바닥에서도 연차보다 서열에 중요한 건 ‘인기’, 인기가 곧 권력인 이 곳에서 나같이 빛도 못 보고 한물 간 아이돌은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병풍처럼 있다 가면 그만이었다.



씁쓸함에 표정이 구겨질까봐 신경 쓰였다.



‘아이돌은 저런 애들이나 해야되는 건데.’



천애고아로 태어나 가난 속에 자라온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을 꿈 꾸며 버텼었다. 비록 중소기획사에 들어가 변변한 푸쉬도 못 받으며 시작했지만, 멤버들과 함께 노력하면 환경 따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거라 믿었었다.



‘그때는 패기가 흘러 넘쳤었지.’



데뷔 후 10년이 거의 다 됐지만 내 이름, 이정무를 말하면 그게 누구냐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 인기 많은 신인들에게도 무시받는 게 나같은 무명의 ‘망돌’이었다.



일년에 데뷔하는 수십개의 그룹들 모두 우리만은 이 중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중 다섯 손가락에도 안 드는 이들만 남기고 대부분이 사라진다.


'다들 나만은 다를거라 생각하고 이 바닥에 들어오니, 뭐.'


패기 넘치는 신인 그룹의 모습에 오랜만에 이미 옛날 일이 된 신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니 괜히 입맛이 썼다.


그래도 오늘은 꽤 큰 행사가 잡혔다. 평소처럼 칠순 잔치에나 나갔다간 그나마 행사비도 소속사에서도 다 떼가고 난 뒤 내 손에 쥐어지는 걸로 이번 달 방세 내기도 버거웠을텐데.


재계약 후에도 노예계약이나 다름 없는 조건이었지만 이 악덕 소속사 말고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서른셋이면 아이돌로 거의 환갑이라 해야 할 나이니까.



‘나도 저 나이 때엔 외모 하나는 괜찮다고 말 많이 들었었는데.’



오랜 기간 두터운 무대 분장을 하다보니 독성이 오른 피부는 동년배에 비해서도 심하게 상해 있었다. 데뷔 무렵 도자기같았던 꿀 피부가 지금에 와선 흔적도 없다. 나이 차 나는 멤버 두명과 같이 설 때마다 비교돼 보일까봐 걱정해야 될 정도니까. 어린 애들을 보강해 아직 이런 행사라도 뛸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행사비 나오면 오랜만에 삼겹살이나 사다 구울까.’



고기가 마지막으로 뱃 속에 들어갔던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 중소도 아닌 소기획사는 거의 인력 도급 업체나 다름없었다. 앨범은 명목 상 낼 뿐, 지방 행사 스케줄로 1년 내내 뺑뺑이 돌리며 원래 얼마인지도 모를 행사비의 대부분을 떼가고 남은 푼돈을 내 통장으로 보내줬다.



와아아아아!



멤버들을 이끌고 무대 위에서 스탠바이하는 선인경에게 사람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정말이지, 비교된다.



‘쟤가 오디션 프로로 떴었지?’



쟤도 무명 기획사에서 고생 꽤나 했다던데. 실력과 외모를 두루 겸비했지만 기회만 없었던 선인경은, 대형 방송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단숨에 그것을 낚아채서 날아 올랐다.



선인경을 향해 비명같은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얼굴이 구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입가에 힘을 줬다.



“선인경! 선인경! 인경천사! 레인보우의 센터!”



그녀를 향해 외치는 관중들의 함성과 곳곳에 꽃처럼 피어난 슬로건들. 품에서 인형, 슬로건, 팬라이트까지 무대를 향해 던지는 모습들을 시큐리티들이 제지하느라 바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열등감에 주먹이 떨려왔다.



‘부럽다.’



이정도 행사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면 아마 전날부터 밤을 세웠겠지. 사탕에 인형에 포카까지. 세븐 스타즈는 저렇게 시큐에게 제지받을 팬들도 없었다. 재수없게 왜 남자가 나오냐고 시골 아저씨들이 쓰레기나 안 던지면 다행이지.



그때였다.



가만히 선인경의 바로 앞에서 가방과 옷 속에 든 굿즈와 선물들을 그녀에게 던지는 관중들 중 그 모습이 들어온 것은. 조명에 유독 반짝이는 무언가를 옷 속에서 꺼내는 뚱보 한명이... .


설마,


웅성웅성,


사람들의 비명같은 신음소리와 함께 주변을 힘으로 제압한 뚱보가 어느새 무대 위를 악착같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 나쁜 년!! 나한테 그렇게 웃어주고서 내 연락을 씹어? 죽여버리겠어어어어어!!!!"



성큼성큼, 무대로 올라가는 데에 성공한 거한의 몸이 선인경에게 다가가며, 남자가 품에서 꺼내든 칼이 번쩍하고 빛을 냈다.



"꺄아아아악!"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비명이 울려퍼지는 무대 위로 달려나갔다.



***


"누구 없어요? 누가 좀!! 구해주세요!!!"


"선배님!!!"


내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드는 선인경의 하얀 얼굴이 점차 흐려져갔다.



‘그만 좀 흔들어. 안 죽었으면 이제 죽으라는 거야, 뭐야... .’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라? 나...설마 죽는거야? 이렇게?



선인경의 얼굴이 점차 흐려져가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감겨왔다.



**



윙윙윙윙... 삐뽀삐뽀삐뽀....


[이봐요, 들립니까? 들려요?]


- 내가 그렇게 헛된 꿈을 꿨던걸까?


잦아 들어가는 의식 속에 마지막까지 떠올린 것은 후회와 미련, 원망이었다.



만약 한번만, 한번만 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빛나는 성공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 어차피 될 놈과 안 될 놈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 아니겠어.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기억은 찬란한 데뷔일. 이제는 조롱이 되어버린 그룹명, 세븐 스타즈의 일곱명이 영원히 함께하자고 호기롭게 외쳤던 첫 데뷔 무대 앞에서의 구호 선창이었다.


[지훈, 명남, 명우, 영재, 경우, 정무, 성국, yeah 세븐 스타즈! 영원하자!]



[이봐요! 눈 떠요! 잠 들면 안됩니다!]


내 팔을 잡고 몸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목이 메인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의식이 완전히 잦아들었다.



1화- 선택지로 시작하는 아이돌 인생 2회차


눈을 뜬 순간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생각이 스쳐갔다. 쓰레기를 못 버리는 병을 뭐라고 했더라? 뭐 그 수집병인가 하는 것 있었는데. 예전에 본 다큐에 나온 히키코모리의 방 안이 이랬다. 그 아줌마 아들이 한 3년은 밖에도 안 나가고 방 안에서 게임만 했다 했던가?


딱 그것이 연상되는 지저분한 방안.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컵라면과 더러운 쓰레기들. 악취를 느낄 수도 없던 게, 나는 지금 공중에 매달려 있다.



“꾸에에에엑!!”



입가에 토사물이 흘러내려 있다. 시x, 이게 뭐야! 온 힘을 다해 목에 조르는 밧줄을 풀려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컥, 커헉.... .”


의식이 멀어져 간다. 발버둥칠수록 강해지는 목의 압박. 코와 입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다. 눈을 까뒤집고 골로 가려던 순간이었다.


콰앙! 발을 구르는 소리와 문이 부숴지는 소리. 이윽고,


“미, 미친 새끼! 아악!”


문을 열고 달려들어온 남자들의 손이 다급히 천장에 매달린 내 몸을 받쳐 들었다.


“컥! 커헉!”


한 명이 내 몸을 받쳐든 사이, 가위를 가져온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로프를 툭 하고 잘라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떨어진 몸이 바닥을 굴렀다.


"으, 아아... 크억.. ."


켈록, 켈록. 살았다.


"...이런 미친 새끼, 죽으려면 조용히 죽을 것이지! 이게 무슨."


옆에서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누군가의 음성이 점점 작아져갔다. 숨을 몰아쉬다, 그대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


병원 침대에 누워서 살아난 뒤 처음에 본 건 지금의 몸과 거의 똑같이 생긴 얼굴들이었다. 물론 이 몸이 살을 아주 많이 뺏을 경우의 이야기다. 중년 남자는 나도 아주 잘 아는 얼굴이었다.


도철중. 대한민국 최고 배우 중 한명이잖아. 이전 생에서도 몇 번 마주쳤었다. 연기대상 축하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를 멸시가 가득 담긴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던 얼굴이 아주 재수 없다고 욕 먹었던 게 기억난다. 배우라는 것들이란.


죽었다 살아난 친아들한테도 저러는 걸 보니 아마 도철중은 저 얼굴이 카메라 부재중의 디폴트 값인가 보다. 밥 먹다 밥 대신 똥 씹은 것같이 아주 못마땅해 보인달까?


그 옆에 똥 씹은 얼굴까지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해서 여분 저장해놓은 것 같은 얼굴의 젊은 남자. 사기급 동안이 아닌 이상에야 나이는 얼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도철중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도자기같은 피부까지 아들이 아버지의 상위호환같이 생겼다.


얘도 시상식에서 봤었다. 아버지 옆에 딱 붙어서 똑같이 똥 씹은 얼굴로 가수들 노려보고 있었지. 가요계에서야 몇년을 내리 대상 받은 가수라도 배우 시상식에만 불려가면 천한 광대놈 취급받는 게 수년째였다. 저 놈 이름이 아마 도연우였나? 작년 시상식에서 대상 탔던 게 쟤였다. 아버지가 아주 자랑스럽겠어.


그런데, 저 집안에 아들이 하나 더 있었다니.


티브이나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서 도철중의 아들은 도연우 한명 뿐인 줄 알았었다. 이런 못 생기고 뚱뚱한 아들이 한명 더 있을 줄이야. 내가 깃들어있는 몸이지만 숨기고 싶을 만하단 생각에 입이 쓰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 아니다, 됐다."

"아버지."


찌푸린 미간을 한손으로 누르던 도철중이 고개를 휘휘 젓는다. 그런 부친을 걱정스레 보던 옆의 도연우가 잠시 후 나를 살벌하게 노려보는 건 덤이었다.


그 흉흉한 분위기 속에 나는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떠있는 사각의 빛무리를 보고 있었다.


- 튜토리얼이 실행 중입니다.

- [튜토리얼 에피소드 ~가족의 병문안~]

- 튜토리얼 에피소드는 자동 실행됩니다.

아버지와 형이 찾아왔습니다. 막내가 죽을 뻔해 걱정하는 가족의 마음을 달래 안심시켜 주세요.


저게 뭐다냐. 게임에서나 보던 상태창, 내지는 선택지? 그렇게 생긴 시스템 창이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둥둥 떠있었다. 저거 지금, 내 눈에만 보이는건가?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근데 이 분위기의 어디가 막내를 걱정하는 병문안에 어울리는 거냐. 저 둘이 유명인만 아니었다면 내가 깃든 이 몸이 빚쟁이인 줄 알았을거다. 저 둘은 나한테 사채에 시달리다 자살 기도한 채무자 장기 팔아치우러 온 조폭들이고. 험상궂게도 생겼다.


사채업자인 줄 알았겠는데. 아무리 게임이라도 억지가 심하다 싶다.


'개연성은 개나 준건가?'


"이젠 제 아비를 쳐다도 안 보는군. 그래, 나도 알았다."

"아버지!"


도철중과 도연우가 멋대로 떠들어 댔지만 시선을 두 사람의 머리통 위에서 뗄 수 없엇다. 시스템 박스 속 게이지바와 그 위의 글자 때문이었다.


[도철중, 55세]

- 도연무의 아버지. 국내 최고배우!

- 도연무에 대한 호감도 : - 5%


[도연우, 28세]

- 도연무의 친형,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차세대 대형 배우!

- 도연무에 대한 호감도 : - 10%


...아들이고 남동생인데, 호감도가 왜 그래?


아니 지금 이 몸이 내가 생각해도 하얀 돼지같이 눈부시게 새하얀 백돼지같긴 하지만. 키도 자그마한 게 옆으로만 퍼져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 비만에 상체만 일으켜도 숨이 찼다.


"네 뜻이 그렇다면, 알았다."


뭘 알았단 거야? 물어보려다 도연우가 하도 사납게 째려보길래 저절로 입이 다물렸다.


"내가 졌다. 반대하지 않으마."


무슨 반대? 물어볼까 망설이는 사이.


- 삐삐삐삐삐... .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스템 창의 색이 변했다.


- 튜토리얼, ~가족의 병문안~이 실행 중입니다.

- 도철중의 주인공에 대한 호감이 -20% 하락합니다.

[도철중, 55세]

- 도연무의 아버지. 국내 최고배우!

- 도연무에 대한 호감도 : - 25%


친아들인데 비호감이 25%. 대단한 애정이다. 바닥을 뚫고 지구 내핵까지 닿을듯한 호감도 창에 할 말을 잃었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병실을 나가던 도철중이 문 앞에서 말했다.


"네가 이겼다."


- 서브 미션을 달성했습니다!

- 서브미션명: ~오디션 출전권을 GET~

- 가족의 격렬한 반대를 뚫기 위해 자살 시도까지 감행한 당신! 결국 서바이벌 오디션의 참가를 허락받았습니다.

- 포인트 1을 획득힙니다.


'포인트? 업적 수행해 포인트 쌓이면 영역별 능력치 올리는 그거 말인가?'


생각한 순간, 내 몸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플레이어, 도연무. Lv. 0]

- 보컬 : C

- 댄스 : D-

- 랩 : D

- 끼 : D

- 외모 : F

- 잠재력 : 측정불가

(플레이어 특성으로 각 영역별 재능의 한계치가 없습니다)

- 잔여 포인트 : 1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가족의 호감도가 도합 -50%를 넘어섰습니다.

- 가족의 호감도가 도합 -100%를 넘어서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 게임 종료는 플레이어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지?

근데, 왜 도합 50이지? 아까 본 게 분명히 도철중이 -5, 도연우가 -10이니까 도합 15였다. 그리고 지금 도철중 호감도가 10 내려갔으니 25여야 하는데... .


"속이 시원한가 보구나."


그 말에 옆을 보니, 도연우의 호감도 바bar가 시뻘건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연우, 28세]

- 현재 도연무에 대한 호감도 : - 40%

- -100%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죽기 싫으면 분발하세요!


"... ."


이게 시스템이야, 개새X야. 상태창을 노려보고 있으니 도연우의 얼굴이 점점 더 구겨져갔다.


"네가 사람 말귀를 알아들을 리가 없지."


이거 지금, 내가 돼지라고 돌려 까는거냐?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쾅! 병실 문을 거칠게 닫는 소리와 함께 자그마치 비호감도 40%의 친형, 도연우가 나가버렸다. 나가는 순간까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 튜토리얼 시나리오 [가족의 병문안]을 완료했습니다!

- 완료 보상, 도연무의 기억 동기화가 실행됩니다.

- 튜토리얼에 대한 플레이어의 거부권이 없습니다.

- 3초 후, 기억 동기화가 자동 실행됩니다.


"3초, 이지X... . 으, 으으으으억!"


정확히 3초 후, 머릿 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자극에 겨우 일으켰던 육중한 몸은 다시 침대로 무너져 내렸다.



- 기억 동기화가 실행 중입니다.

- 기억 동기화, ~되는 게 없는 인생~

- 플레이어에게 캐릭터, 도연무의 생전 기억이 학습됩니다.

- 동기화가 진행되는 내내 안정을 위해 육신이 가사 상태로 빠져듭니다.



빙의한 지 하루도 안된 도연무의 육체로 원래 몸 주인의 기억이 동기화되는 내내 생각했다.



이번 생은 이미 글른 것 같다고.


작가의말

재연재입니다.

오타 지적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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