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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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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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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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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0.1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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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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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04. 연쇄살인마

DUMMY

“남재현씨.”


강민정이 부숴버린 벽면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려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내 의식을 현실로 되돌려놨다.


“네. 무슨 일이시죠?”


앞으로 각성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면 이것보다 더한 광경을 볼 수도 있을텐데 너무 놀란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다. 나는 최대한 평정스러움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이걸로 제가 싸울만한 힘이 있다는건 증명이 된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건 뭐 더 이상 물어볼 것도 없지. 타고난 힘이 저랬건 무슨 특별한 시술이나 약물을 이용했건간에 적어도 인간은 뼈도 못 추릴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만약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각성자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전부 저런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조금 더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면 강민정씨에게 자세한 설명도 들은 것 같으니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일원으로서 해주시면 되는 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해프닝은 있었지만 드디어 앞으로 내가 몸 담게 될 직장에서 하게 될 일들에 대해서 들어볼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예상이 가지만 자세한 사항들을 미리 들어서 숙지해두는 것은 업무에 임할 때 꼭 필요한 자세이니 경청하기로 했다.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는 이전 질문 내용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공식상으로 공무원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설립 취지에 맞게 각성자와 관련한 업무나 다른 대외기관과의 연계,여타 필요한 상황등에는 평범한 경찰 공무원,군인,검찰 이상의 권한을 부여받게 되며 이에 대한 권한 행사를 거부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살인을 제외한 다소 강경한 제압과 지원요청도 허가됩니다.”


언뜻 듣기에는 한 기관이 지니기에는 조금 강한 권한을 지녔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애초부터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가 다시 재출범을 하게 된 이유가 각성자와 관련한 범죄와 여러 문제들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아 사회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다.


각성자들과 그들을 돕는 집단들은 대개가 단순한 범죄자들을 훨씬 웃도는 비상식적인 인간들이고 그런 이들을 상대하는 기관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분류되지 않고 더불어서 아무런 권한도 없다면 그것은 굉장한 불상사이다.


물론 각성자간의 제대로 된 다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이러한 권한을 따지는게 그다지 의미가 없어지겠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각성자들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권한은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는 사무실에서 공식적으로 발견&보고된 각성자들에 대한 신상 정보 확인과 관리를 도맡아서 하게 됩니다.”


“사무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건가요?”


“그렇습니다. 자격증 이력을 보니 그런 것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것 같으니 따로 그에 관한 교육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군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내 자격증까지 꿰고 있었지만 경찰 최고 권력쯤 되는 사람이 나같은 평범한 사람 정보 하나 얻어내는게 그리 어렵지 않겠지.


“그리고 당연히 이게 본업입니다만. 주변으로 수배되어 있는 각성자의 소재가 파악되면 수사에 착수하고 신변을 확보하거나 신변 파악이 힘들 경우 즉시 처분해도 상관없습니다.”


“즉시 처분...”


경찰청장이나 되는 사람 입에서 처분이란 단어가 나오자 단어에 굉장히 힘이 실려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활동했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방침도 체포가 불가능하다면 사살하는 방침이었던걸로 들었고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로 체포시켜도 능력이 있는 각성자들의 능력을 억제할 수단이 그 당시로서는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있고 해서 사실상 대부분 사살하는 방침으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각성자도 엄연히 사람이긴 하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가 타겟으로 삼는 각성자들은 모두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범죄자들. 죄가 비교적 가볍다면 당연히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게 아닌 심각한 자들이라면 부디 자신의 능력과 재량대로 행동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러고보니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는 따로 상사가 있지도 않다 그랬나.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확실히 협업을 할 수는 있어도 명령체계 아래 행동하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난 아직 다른 각성자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각성자들은 굉장히 조심하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기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에 각성자의 주변인들조차 각성자가 각성자인 것을 알지 못하는 판국이다. 나만해도 내 가족들 빼고는 내가 각성자인 것을 아무도 모르니 말이지.


뉴스 기사에 뜬 경우나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이 각성자라고 써대는 경우는 종종 봤지만 직접 마주해 본 적이 없었기에 다른 각성자가 어떤 느낌이고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었다. 난 내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렇게 경찰청장과의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지고 여러 이야기들을 했다. 무거운 이야기만이 아니라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를 함으로써 나를 신경써준다는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화를 끝마치고 나는 강민정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형사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풍경처럼 여러 형사들이 범인을 앉혀놓고 심문하거나 인적 조사같은 것을 하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막상 다들 앉아서 평범하게 컴퓨터를 만지고 있다거나 비어있는 자리도 꽤나 많아서 놀라웠다.


“강력계가 일이 터지면 전쟁터이긴 하지만 맨날 그렇지는 않으니까요. 일단 앉아요.”


강민정은 자신이 일했던 자리인 것으로 추측되는 자리까지 나를 데려온 뒤 옆에 있는 의자를 하나 내밀어 앉게 했다. 나는 그 의자에 앉아 나를 마주보고 앉아 바른 자세를 하고 앉아있는 강민정을 바라보았다.


첫만남과 그 뒤에 있던 일들로 인한 인상들을 전부 제쳐두고 본다면 정말로 지금껏 봐왔던 여자들중에서도 가장 예쁜 축에 속한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그녀는 지금 도도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잠깐동안 일은 감정에 불과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제 같은 직장에서 일하게 될 직장 동료에게 연애감정을 품을 정도로 나는 미련한 놈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거죠? 이제 강민정씨도 곧 새로운 건물로 옮기게 될거라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제가 지금까지 일했던 곳을 한번 재현씨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하던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라. 이런 행동을 통해 내가 좀 더 낯가림을 해소하고 친근감을 가지게 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한다면 정말 쓸데없는 행동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고 오직 생각으로만 삼긴 채 적당히 고마움을 표하는 말을 꺼냈다.


“제가 살면서 설마 경찰 강력계에 들어와 볼 줄은 몰랐죠. 새로운 경험을 했네요.”


“.....재현씨.”


내가 적당한 말로 대답하자 갑자기 강민정의 얼굴 표정이 싹 바뀌면서 심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죽하면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볼 정도였다.


“왜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하시겠다고 한거에요?”


....뭐라는건지. 애초에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여러 서류들까지 들고와서 직접 권유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던가? 설마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전부 각본대로 짜여진 영화였다거나 몰래카메라였다고 한다면 아무리 나라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이 강민정이란 사람이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되었기에 나는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분명 제가 알바를 하는 편의점까지 찾아와서 제가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권유한건 강민정씨 본인입니다. 이것을 까먹으셨을리는 없을텐데요.”


“그거야 당연하죠. 저는 지금 그것을 묻고 있는게 아니에요. 남재현씨가 ‘왜’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할 마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묻고 있는거에요.”

그거야 당연히 돈 때문....


“역시 돈 때문인가요?”


....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저렇게 콕 집어서 말을 해버리면 대답하기가 영 곤란해진다. 하지만 알바를 전전하던 나에게 그 조건들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확실히 학창시절 때 직업을 고를 때는 수입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흥미와 적성도 중요하다고 배운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이상향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함은 나에게 남아있지 않다. 난 이미 사회의 여러면을 보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돈과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메리트로 다가오는지 깨달아버렸다.


“분명 수입이나 혜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고르게 된 것도 있겠죠. 하지만 일단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난 내 완벽한 진심을 이야기했다. 괜한 거짓말을 하기는 싫기도 했고 돈을 밝힌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차피 상관없었다. 이미 난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왜 이런걸 물어보는거죠? 갑자기 제가 일하는게 껄끄러워지기라도 하신건가요?”


“아뇨. 절대 그런건 아니에요. 단지....”


단호한 표정으로 내 물음을 부정한 강민정은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재현씨는 혹시 세크매트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음. 경찰청에 오면서도 뉴스 기사에서 들었던 그 연쇄살인마인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 자는 성별 불명에 국적도 불명이고 공식적으로는 유명인 40명정도만 골라죽였다고 보도되었지만 실상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그자를 붙잡기 위해서 달려든 사람들까지 합하면 도저히 몇 명을 죽였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예요. 극악무도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무서울 정도의 악인이죠.”


40명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는데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이 있다고? 넘겨들을 수 없는 큰 정보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인데.


“다른 피해자들도 있으면 어째서 그걸 사실대로 공표하지 않는거에요?”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질 수 있는 정도에요.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공표를 안할 수는 없으니 순차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보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죠. 단지 언론쪽에서 유명인만 살인하는 컨셉을 어느정도 유지하고 싶다고 고집해오는 바람에 진작 보도되었어야 할 기간이 조금 늦춰졌죠.”


결국 또 높으신 분들의 입김이 작용한건가. 각성자들이 등장했어도 이런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잔혹하다니깐. 말도 안되는 일이긴 했으나 일단 당장 나랑은 관련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요. 그 세크매트라는 살인마랑 제가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하게 되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저에겐 아버지가 있었어요. 저처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강력계 형사로 뛰시던 분이었죠. 그러다가 어느날 아버지가 저에게 몰래 말했어요. 아무래도 각성자가 된 것 같다면서. 능력은 투명화 능력이었고 그렇게 대단한 능력은 아니었지만 사회가 각성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일단 드러내지는 않기로 했고 저도 물론 동의했어요. 그러다가 표적이 된거에요. 그 세크매트에게.”


“표적이 되다니....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강민정이 나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도통 말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세크매트 그 자는 닥치는대로 아무나 죽이는 것 같지만 분명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기준점이 있어요. 만약 진짜 그가 아무나 죽이는 미치광이였다면 서울시는 진작 혼돈이였을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파악한 바로 그 자는 각성자는 무조건 죽여요. 마치 사냥을 하듯이 말이에요. 맞아요. 저희 아버지도 바로 그 사냥의 희생양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3년전에 말이죠.”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직 확신할 순 없었지만 뉴스로만 접하던 연쇄살인마를 상대해야 한다는 위압감. 이제까지 싸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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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연쇄살인마 +7 20.10.15 3,200 32 13쪽
4 003. 직장 좋네 +7 20.10.15 3,641 38 12쪽
3 002. 이게 진짜야? +6 20.10.14 4,390 42 13쪽
2 001.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5 20.10.14 5,444 44 12쪽
1 프롤로그 +1 20.10.14 6,151 4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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