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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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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41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0.14 17:52
조회
5,444
추천
44
글자
12쪽

001.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DUMMY

“...뭐라구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야하는 국방의 의무를 다한 뒤 찾아온 공허함. 대학은 졸업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는 얻지 못한 채 원룸에서 라면을 끓여 국물까지 활용해 하루 3끼를 떼우는 것도 허다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꽉 차 버린 쓰레기를 묶어서 쓰레기장에 버린 뒤 저녁부터 시작되는 편의점에 출근. 들어오는 물류품들을 정리하고 일을 하고 있던 내게 어느 한 여자가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경찰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네? 거 참.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가는 곳이라고는 집이랑 편의점,pc방,도서관 정도밖에 없는 나한테 경찰이 찾아올 리 없잖아.


하지만 내 생각과는 상반되게 여자가 보란 듯이 내밀고 있는 것은 경찰 신분을 증명해주는 경찰 수첩. 그것을 보란 듯이 내밀고 있었으니 나는 정산을 하고 있던 포스기에서 눈을 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뭐 잘못한게 있나요? 분명 오늘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 맞았는데....갑자기 바뀌었단 소리는 못 들었다구요!”


“네? 그게 무슨...”


“차도 없어서 벌금 딱지 붙을 일도 없고, 최근에 pc방도 안갔고, 저 담배도 안피는데..”


“그런거 아니니까 진정해요 남재현씨.”


“아직 제대로 된 일자리도 못 구했는데 감옥이라니...”


“남재현씨.”


“으아아 어떡하지...”


“남재현씨!”


혼란스러워 머리를 싸매고 있던 내 귓가를 여자의 커다란 호통 소리가 강타했다. 그 목소리에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여자를 자세하게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는 군청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군살같은 것은 전혀 없어보이는 건강미 넘쳐보이는 신체가 눈에 들어왔다. 키가 여성치고 다소 큰 편이어서 나와 눈높이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똘망한 눈망울이 나와 마주쳤고 나는 조금 마음을 진정시킨 채 제대로 된 대화를 시도했다.


“저를 구속하러 오신게 아니었나요?”


“전 구속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요.”


“하긴. 구속에 필요한 그 뭐시냐....구속 영장?”


“네. 당연히 범죄자들의 신변을 구속하려면 구속 영장을 발급받아야죠.”


“그게 없으니까 구속하러 오신건 아니겠네요.”


“그러니까 아까부터 아니라고 하는....아뇨, 죄송합니다. 제 설명이 짧았던 탓이겠네요.”


여자는 머리를 잠깐 부여잡더니 음료들이 진열되어 있는 칸으로 걸어가서 캔커피를 하나 집어와서 계산대에 올려놓았고 나는 곧바로 계산을 했다.


“1000원입니다.”


“여기요. 알바는 언제 끝나시나요?”


“10시까지입니다.”


“기다릴게요. 이따가 저랑 이야기좀 해주셨으면 해요.”


“잠깐만요. 거스름돈 받으셔야죠!”


여자는 만원짜리 한 장과 자신의 하얀 명함을 겹쳐서 나에게 주고는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곧바로 편의점을 나가버렸다.


결국 나는 거스름돈과 명함을 내 주머니에 챙겨둔 채 알바하는 내내 왜 나를 보자고 했을지 이유를 생각해보느라 계속 머리를 굴려봤지만 짐작 가는 곳은 전혀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내 알바 시간이 끝나기 10분전인 9시 50분이 되자 나와 교대를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나는 편의점 유니폼을 벗으면서 포스를 통해 정산액에 오차가 있나 없나를 확인했고 담배의 재고에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에 교대를 하려고 했다.


“아이고 재훈씨. 벌써 여자친구라도 사귄거야?”


이 아주머니는 내 이름인 재현을 마음대로 재훈으로 바꿔부르고는 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여러번 지적했지만, 소용이 없자 나는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게 무슨소리예요?”


“밖에서 어떤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던데. 여자친구가 아니었나?”


“아 네. 여자친구는 아니고 아는 사람이에요.”


“그랬구나. 그럼 잘 들어가 재훈씨.”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마치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자 아까전에 보았던 편의점 야외 의자에 앉아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경찰관 여자가 있었다.


“설마 계속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던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일을 마치고 30분정도 전에 와서 있었어요.”


“그것도 꽤나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그래서 하실 이야기라는게 뭔가요?”


“여기서 서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구요. 식사 하셨어요?”


“이제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저도 안 먹었거든요. 같이 드시죠.”


“아...”


오늘 처음 본 여자와 이 시간에 밥을 먹으러 간다는게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경찰이 할 이야기가 있다는데 들은 채도 안하고 집에 가는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조금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 세워진 여자의 차 뒷자석에 탔고 여자는 앞자리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며 차 안에 켜진 실내 라이트로 밝혀진 거울을 통해 나의 모습을 확인하며 말을 걸어왔다.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던가 따로 있나요?”


“저는 어떤 것이든 잘 먹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편의점 알바를 한 뒤로 끼니를 거르거나 편의점 폐기를 챙겨서 식사를 떼우는 경우가 허다했고 어릴 적부터 그다지 싫어하는 음식도 없었기 때문에 요새는 그냥 손에 집히는대로 먹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면 평소에 제가 자주 먹던 곳으로 가요.”


차기 출발했고 여자와 나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나는 이 여자가 왜 나를 만나러 왔는지도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상황이었고 여자쪽에서도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으니 분위기가 풀어질 기회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잠시 뒤 식당에 도착한 듯 차를 주차하고 여자가 차에서 내렸고 나는 곧바로 따라내렸다.

가게의 간판과 옆에 적혀있는 문구들을 보아하니 아마 닭발집인 듯 했다.


“제가 매콤한 걸 좋아해서요. 들어가시죠.”


어떤 것을 먹든 괜찮다고 한 것은 나였고 개인적으로 닭발은 좋아하는 편에 속했기에 얌전히 여자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술과 굉장히 조합이 좋은 닭발이었기에 서서히 늦어가는 시간대임에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식당을 꽉 채우고 있었다.


“여기 매콤 닭발 2인분이랑, 공깃밥 2개랑 소주,맥주 1병씩만 주세요.”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마자 곧바로 익숙하게 주문을 끝마치는 여자. 물과 물수건이 나오고 여자가 손을 닦을 동안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9천원을 꺼내어 건넸다.


“아까 안 가져간 거스름돈입니다.”


“그냥 가지셨어도 됐는데. 고마워요.”


내게서 거스름돈을 받은 여자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며 지갑에 9천원을 다시 넣었다. 그리고 나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슬슬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명함에 적혀있는대로면 강민정 형사님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 소속 강민정 경위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아니게 되겠지만요.”


“아니게 된다니...은퇴라도 하시려구요?”


만약 본인이 은퇴를 할 예정이고 그 자리를 내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난 곧바로 그것을 부정했다.


법적 절차상 용인될 리가 없는 일이었고 나는 경찰로서의 소양 같은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이야기들은 장난삼아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은퇴하기엔 아직 팔팔하거든요. 이 서류를 좀 보시겠어요?”


강민정 형사는 자신의 가방에서 영화같은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느낌의 갈색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서류 봉투에서 손을 넣어 꺼낸 서류들의 상단에는 경찰을 상징하는 참수리 마크가 그려져 있어 서류의 내용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했다.


서류의 첫장에 적힌 제목에 살짝 놀란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것을 소리내어 읽었다.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 재편 계획서...?”


“계속 읽어보세요.”


서류를 읽던 눈을 살짝 곁눈질하여 강민정 형사를 바라보니 그 사이에 서빙되고 있던 밑반찬들과 계속 서류를 읽으라고 손짓하는 강민정 형사의 흰 손이 보였다.


제목에 조금 긴가민가 했던 나는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그 내용들을 어느정도씩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있는 서류의 내용을 읽고서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죠?”


[각성자 남재현을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로 스카우트하여 근무하게 함.]


“적힌 내용대로예요. 남재현 씨도 최근에 다시 각성자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을 뉴스같은 것을 통해 잘 알고 계시죠?”


“그야 뭐....알고 있습니다.”


각성자. 2010년부터 돌연 등장하기 시작한 평범한 사람이 지니고 있지 않은 여러 능력들을 개화한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다.


각국에 생긴 각성자들은 처음엔 그저 능력을 신기해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해보고자 했지만 그것은 아주 일부일 뿐이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지니게 된 각성자들은 날뛰어대기 시작했고 국가적으로도 더 이상 위시할 수 없게 되는 수준에 이르자, 여러 국가에서는 각성자들을 견제하고 제압하기 위한 수단들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국이 실시했던 것은 바로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악질의 범죄자들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형사과들의 엘리트와 직업 군인과 같은 이들을 모아 만든 이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효과는 그 당시 꽤나 발군이었다.


제 아무리 특수한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들.


빈틈을 찌르고 체계적으로 진입해 들어간다면 능력자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었기에 각성자들은 하나둘씩 잡혔고 한국 내에서 각성자로 인한 사건 사고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될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급조되었으나 좋은 성과를 내었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최근 각성자들로 인한 범죄는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현재 각성자들로 인한 범죄율은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어요. 이 때문에 사실 이미 몇 달 전부터 정부측에서는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를 부활시켰죠.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성과가 나지 않았어요. 이 몇 년 사이에 각성자들은 자신들이 얻게 된 능력에 너무나도 익숙해졌고 한층 더 강해졌기에 형사들이 떼를 지어 달려들어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각성자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괴물이 되어있었죠.”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의 부활이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평소에 뉴스 같은 걸 챙겨보는게 아니라서 몰랐을 수도 있지만 지금 강민정 형사의 반응으로 봤을 때 그냥 비밀리에 다시 조직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했다.


일단 그런 것들은 둘째 치고 나는 내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이 서류에는 저를 스카우트 한다고 되어있는거죠? 각성자 이야기는 또 뭐고요.”


“어머나. 혹시 각성자가 아니라고 잡아떼실 생각이시라면 안하시는게 좋아요. 이미 충분한 검증자료들을 전달받고 이런 지시가 내려진거니까요.”


강민정 형사는 책상 위로 여러 사진들을 툭 올려놓았다. 그 사진에는 굉장히 흐릿한 형상의, 그렇지만 최대한 복원작업을 거쳐서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사진들이 다수 올려져 있었다. 그 사진속의 인물은 나였다.


“요새는 기술이 참 좋아서요. 사진 잘 나오셨네요.”


......설마 저 때의 사진이 이렇게 남을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곤란해하고 있는 그때 애석한 내 마음은 모른 채 주인 아주머니가 닭발 2인분과 술들을 서빙해주었다.


“다음 이야기들은 먹으면서 계속하도록 해요.”


“....그러죠.”


강민정 형사는 컵에 소주와 맥주를 섞으며 폭탄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 컵에도 자신이 만든 폭탄주와 똑같은 것을 그대로 만들어주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에 머리가 아프다. 술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만큼은 술의 힘을 빌리고 싶어 나는 컵에 담긴 폭탄주를 곧바로 목으로 쓸어넘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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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1.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5 20.10.14 5,445 44 12쪽
1 프롤로그 +1 20.10.14 6,151 4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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