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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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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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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4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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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작성
20.10.1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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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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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3. 직장 좋네

DUMMY

“으음...”


나는 살짝 찌뿌둥한 느낌이 드는 걸 풀기 위해 팔을 높게 펼쳐들며 기지개를 폈다. 은은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과 넓직한 침대.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바로 현관과 부엌이 보이던 풍경이 아니라 침대와 더불어 옷장과 전등, 장식물들이 있는 번듯한 방에서 일어나는 이 아침이 너무도 낯설었다.


침대 위 책상에 올려져 있던 충전중이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시간은 아침 6시로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다.


원래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했지만 평소보다도 일찍 일어난 까닭은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 듯 했다.


침실을 빠져나와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둘러보지 못했던 집 내부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방의 크기만 해도 이미 내가 살던 원룸보다 더 넓었는데 거실에 이르러서는 정말 현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넓이를 자랑했다.


1층이라서 멋있는 뷰가 내려다보이는 그런 건 없었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끔 해주었다.


나는 핸드폰을 켜서 찍혀있는 강민정 형사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내가 출근해야 할 서울지방경찰청의 위치와 지금 내가 있는 집의 위치를 비롯한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메시지의 말미에 아침 8시 30분까지는 와주었으면 한다는 말이 있던 만큼 나는 여유를 부리지 않고 곧바로 욕실에 들어가 간단한 세안을 한 뒤에 부엌으로 이동했다.


혹시나 음식거리가 들어있을까 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마트에서 산걸로 보이는 김밥 2줄이 보였다.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집이 공짜로 주어졌는데 냉장고가 안 차 있는 것쯤이야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제부터 내가 열심히 일해서 새로 채우면 되는 것이겠지.


곧바로 냉장고에서 김밥을 꺼내어 비닐포장을 뜯고 한 조각 입 속으로 넣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이라 조금 차갑고 딱딱했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단순하게 배를 채울 용도로는 충분했다.


급하게 김밥 두 줄을 전부 삼키고는 살짝 목이 매이는 느낌이 들어 찬장에 놓여있는 컵을 아무거나 하나 집어들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서 마셨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비치된 정수기를 쓴 적은 있지만 자취방이나 본가에서는 엄마가 보내주신 보리를 끓여서 보리차물을 마셨기에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이럴 시간이 없지 참.”


물을 다 마신 컵을 대충 싱크대 바로 옆에 두고는 침실로 이동한 나는 서둘러서 옷장을 열어보았다. 텅 비었다. 당연하지. 난 여길 어제 처음 왔으니까.


강민정 형사가 필요한 짐이 있으면 말해서 센터를 시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말을 했다는건 아직 자취방에 있는 내 짐들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뜻이고 옷이 있을 턱이 없다.


물론 하루 입은 옷을 하루 정도 더 입는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최근 여름철이기도 해서 옷에 땀 냄새가 묻어날 거라는 생각과 처음 가는 장소에 갈 때는 뭔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찝찝하게 느껴졌다.


“어?”


내가 잠깐 고민하고 있던 찰나 여러 옷장들중 가장 우측에 있는 옷장 아래에 여러 쇼핑백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쇼핑백에는 노란색의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당장 입으실 옷들이 없으실 것 같아서 몇 가지 좀 사봤어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쇼핑백의 안에는 대체적으로 무난하고 여름에 입기 편한 옷과 바지부터 정장과 같은 격식있는 자리에 입고 갈만한 옷이나 속옷까지 들어있었다.


살면서 여자가 내 속옷을 사준 건 엄마밖에 없어서 꽤나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다시 욕실로 들어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몸을 씻어내고 물기를 닦은 뒤에 하늘색 티셔츠와 얇은 슬랙스 바지를 대충 집어서 입은 뒤 전신거울로 상태를 점검했다.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처음엔 정장을 입을까 생각했지만 회사같은 곳도 아니고 아무래도 너무 더울 것 같아서 보류했다. 지갑과 핸드폰을 챙긴 것을 확인한 나는 집을 빠져나와 문자에 적혀진 내용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맨 앞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어 그곳에 타니 버스기사님이 보고 있는 뉴스 기사를 의도치 않게 같이 감상하게 되었다.


[속보입니다. 자신을 세크매트라고 표현하는 살인마가 어젯밤 강북구에서 또 한번 살인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이것으로 총 40명째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세크매트라는 살인마가 노린 피해자들의 특징은 전부 유명한 기업인이나 정치인,연예인이었다는 점인데요. 수사 당국은 세크매트가 상류층에게 무언가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세크매트.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연쇄살인마이다. 특징이 있다면 나이 성별 모든 것이 불명이지만 딱 하나 각성자라는 점만 알려진 상태이고, 그 능력이 무엇인지 또한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가 지속적인 현상수배를 내렸음에도 여전히 갈피조차 못 잡았다는 점과 다음 피해자가 자신이 될 것을 염려해 똑같은 각성자들을 여럿 호위로 대동했던 이들도 세크매트의 손에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점으로 봤을 때 그는 확실한 강자였다.


각성자라고 해서 다 같은 각성자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선전되면서 국가나 기관등을 위해 이익을 창출해내는 유명한 각성자들이 있는가 하면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사는 각성자들이나,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멋대로 활개치는 각성자들도 존재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호출받아서 가는 것도 그런 각성자들을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에 같은 각성자의 힘이 필요해서이니까.


도착해야 될 정류장에 다 와가서 나는 하차벨을 누르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안내대로 조금 걸으니 눈으로 봐도 딱 알 수 있을 것 같은 경찰청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청에 직접 들어가려니 발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가 억지로 끌고가는 걸 바라는 건 더 이상하니까 나는 마지 못해 다시 발걸음을 옮겨 경찰청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딱 만나네요 재현씨.”


나는 경찰청 입구에서 우연찮게 딱 강민정 형사를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만 잔뜩 있을 낯선 곳을 걸어다닐 생각을 하니 조금 쭈뼛쭈뼛했는데 한결 자세가 풀어졌다.


강민정 형사의 복장이 어제는 한눈에 봐도 편해보이는 복장이었는데 오늘은 마치 회사에 근무하는 회사원처럼 하얀 블라우스에 H라인의 스커트가 매치된 단정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차림이었다.


“저도 정장을 입고 오는편이 나았으려나요?”


나는 강민정 형사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왠지 그녀가 정장을 미리 사준 것이 입고 오라는 암시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괜찮아요. 저도 원래는 이렇게 잘 안입는데 오늘은 꽤 중요하신 분이 오신다기에 이렇게 입은거니까요. 앞으로도 출근하실 때 굳이 복장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아아.”


그렇다면 다행이다. 복장 규정같은 것이 따로 있다고 해도 불평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제약이 따로 없는 편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니까. 이런 여름에는 특히나 말이지.


강민정 형사의 발걸음을 따라서 계속 가다보니 어느 비어있는 한 응접실에 들어오게 됐다.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곧 만나야 할 분이 오실거에요. 아 마침 오셨네요.”


나와 강민정 형사가 들어온 앞문이 아닌 뒷문에서부터 사람들이 여럿 걸어들어왔다. 그 중 두 명은 경찰 제복에 있는 박혀있는 계급장의 문양과 개수가 꽤나 심상치 않았다.


“저희 서울지방경찰청장님과 본 경찰청장님이세요.”


....뭐요?


그렇게 높은 사람들이 왜 나를 보러와.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이내 강민정 형사의 인도로 무사히 자리에 착석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남재현씨. 저는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찰청장인 남태수이고 옆에 계신분이 본 경찰청의 경찰총장님이십니다.”


“아....만나서 반갑습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뻔 했지만 어떻게 면접준비를 하던 여러 경험들을 상기하면서 무사히 악수하고 자기소개까지 무리없이 해내었다.


“강민정 경위....가 아니고 강민정씨에게 이미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으셨을 걸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여기에 오셨다는 것은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 측에서 근무하시겠다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네. 맡겨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저희측에서는 남재현씨의 능력을 충분히 높게 사고 있으니까요. 오늘부터 남재현씨는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일하게 될겁니다. 첫 자리이다 보니 본격적인 업무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따로 궁금하신 점에 있다면 먼저 성심성의껏 알려드리겠습니다.”


고작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자고 대한민국에 한명밖에 없는 경찰청장이 행차했다고? 아무리 각성자로 인한 범죄율이 높고 각성자들의 도움이 필요해졌다고는 하나 고작 나 한명에게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는 앞으로 경찰 신분인건가요?”


“아.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가 일단은 이 서울지방경찰청 내부에 임시로 있었지만, 재편되어서 내일부터는 새로운 건물로 이전될겁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업을 해주셔야 할 때는 있겠지만 경찰 소속으로 편입된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는 공무원은 아니라는 소리다. 차라리 이게 부담이 없고 탈이 없을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말씀 드리자면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는 직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편의상 지시를 하달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그 외의 사람과는 전부 대등한 관계이죠. 업무가 익숙하지 않으실 남재현씨를 위해서 초반기에는 강민정씨가 사수로 붙어서 도와주겠지만 상급자로 대하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이것도 굉장히 좋다. 굽신거리는 일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상급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 무언가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러면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는 저 이외에 몇 명의 각성자가 있나요?”


“우선 이 서울 지부에는 남재현씨를 포함해서 각성자가 10명 정도 있을겁니다만 남재현씨가 일할 곳에는 각성자가 남재현씨 단 한명입니다.”


“네?”


각성자들을 작정하고 영입해서 제대로 각성자들과 맞선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각성자가 나 혼자라고?


“설마 각성자들을 진압할 때 저 혼자서 싸워야 합니까?”


“그럴리가요. 당연히 동료들이 도와드릴겁니다.”


“하지만 각성자들 상대가 힘들어서 같은 각성자들을 포섭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각성자들을 영입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 자신의 능력을 잘 드러내지 않기도 하고, 워낙 신경을 쓴다거나 증거를 인멸해버리는 용도로 카메라를 부숴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한마디로 나처럼 쉽게 드러나주는 경우가 없다는거잖아. 뭔가 굉장히 바보가 된 기분인데.


“일단 그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은건가요? 일반인들이 각성자를 상대하기는 벅찰텐데.”


물론 나도 숙련된 각성자들을 상대하는건 당연히 힘들겠지만 평범한 사람에 비해서는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수월할 것이다.


각성자로서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각성자를 잡을 수 있을지 나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그런 내 의문을 지금껏 아무말도 않고 있던 경찰청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면서 끊어버렸다.


“다른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마음씨는 확실히 좋다고 할만 합니다만 그것은 괜한 걱정입니다. 원래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는 각성자가 아닌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니까요. 강민정씨?”


“네. 경찰청장님.”


강민정이 벽을 향해서 허리를 살짝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돌려찬 그녀의 구두굽과 머리과 벽면에 닿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이내 벽이 콰앙 소리와 함께 움푹 파여버렸다.


“....강민정씨 혹시 각성자입니까?”


“아니요. 일반인입니다.”


저게? 어딜 봐서? 발차기 한번에 벽이 뚫렸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스스로 그렇게 자문했지만, 파여버린 벽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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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4. 연쇄살인마 +7 20.10.15 3,200 32 13쪽
» 003. 직장 좋네 +7 20.10.15 3,642 38 12쪽
3 002. 이게 진짜야? +6 20.10.14 4,390 42 13쪽
2 001.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5 20.10.14 5,444 44 12쪽
1 프롤로그 +1 20.10.14 6,151 4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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