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67,460
추천수 :
743
글자수 :
491,358

작성
20.10.14 17:54
조회
4,392
추천
42
글자
13쪽

002. 이게 진짜야?

DUMMY

내가 각성자가 된건 군대에서 전역한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였다. 각성은 아무런 전조 없이 내 몸에 일어났다.


그날따라 내 몸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알바를 끝내고 와서 밥도 먹지 않고 곧바로 뻗어버린 나는 그날 새벽에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벼웠고 어느 곳이든 당장 내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원룸 바깥으로 나와 낯선 감각에 내 몸을 맡겼다.


주체할 수 없는 속도에 질끈 눈을 감은 나는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원룸 건물 입구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까지 도달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에서나 봤었던 특수한 능력이 나에게 생겼다는 것을 난 그때 깨달았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된 것이 아닌 갑작스레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 나는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해서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처럼 능력을 가지게 되자마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정말 꿈에 가까운 이야기.


그것도 다른 능력이었다면 몰랐겠지만 단순히 빨라지기만 하는 가속화 능력이 과연 어느 직장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까 싶었다. 게다가 사회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각성자들을 좋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여러 각성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며 사고를 치고 다닌 전적도 있고 각성자들은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서 항상 사람들에게 인식되었기에 각성자인 것을 들켜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각성자들을 색출해내려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에 내가 능력을 사람들에게 과시하지만 않는다면 들킬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긴 능력을 쓰지 않는 것도 아까웠다. 사람이 너무 많지만 않다면 이 능력을 써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난 이 미숙한 능력을 조금씩 숙달시켜보기로 했다.


무턱대고 사용했다가는 벽이란 벽에는 다 부딪치고 다닐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사람이 없고 확 뚫려 있는 직선의 길들을 활용하여 조금씩 능력에 익숙해졌고, 사용을 거듭하다 보니 가속화하는 감각이 조금씩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속화 상태에서도 방향을 꺾거나 다른 행동을 해도 어느 정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능력 활용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보통 가속화 능력의 위험등급은 C로 규정하는데 그 정도일만 하네요. 이 카메라로 재현씨의 얼굴을 제대로 잡아내는데만 전문가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앞에 앉은 미모의 경찰관은 매운 닭발과 함께 벌써 소주와 맥주를 한병씩 또 시켜서 폭탄주를 말아먹으면서 나에 대한 평가를 주구절절 내뱉었다.


나는 그다지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2잔째를 비웠을 때부터는 그냥 음료수로 대체해서 마시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설마 각성자 한명 찾자고 모든 구획 CCTV를 다 돌려본 거에요? 정말 지극정성이시네.”


이미 각성자인 것을 들켰다는데 더 이상 잡아뗄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이 사회가 악랄하다고 해도 설마 각성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잡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리가요. 이 구획 주변에서 각성자들이 능력을 쓸 때마다 검출되는 특별한 파장을 감지했기 때문에 돌려본거죠.”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 파장을 감지해내는 기기 같은게 있으면 그냥 일괄적으로 국민들한테 그것을 사용해서 각성자를 색출해내면 편한거 아닌가?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거 같네요. 사람마다 각성을 하는 시기가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에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성자 색출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비용적으로도 손해가 굉장히 크구요.”


....점쟁이도 아니고 표정만 보고 생각을 안다고? 이건 영화가 아니란 말이다.


“당장 어제는 각성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오늘은 각성자인 경우가 있잖아요? 그리고 각성자들을 미리 파악해둔다고 해도 그들의 범죄를 완전히 막는건 불가능하고 각성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동향을 전부 추적하는건 자유권을 침해하는거에요. 형평성에 맞지 않죠.”


그래도 각성자를 신경 써주는구나. 생각보다 대우가 후한걸.


“그래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각성자들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잘 알겠어요. 경찰이나 군인이라고 해도 능력이 있는 각성자들을 상대하는게 버거운건 어찌보면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저에요?”


“이해가 안되시나요?”


“당연하죠. 제가 각성자라고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숙달된 능력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각성자라고 너무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거 아니에요?”


“일단은 군대를 무사히 전역하신 것도 확인했고 신체적인 조건도 크게 문제가 없으신 것으로 확인했는데.”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라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지금 날 놀리는 건가?


“남재현씨를 영입하는 건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정해진 일이니까요. 각성자인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은 차근차근 배워도 늦지 않아요. 일단은 저희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우는 형식으로 일하시게 되겠죠.”


“으음...혹시 거절해도 상관없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이 일을 별로 잘해볼 자신이 없다.


군대에서 받는 훈련도 힘겹게 해냈고 진절머리가 났는데 매번 이상한 능력들을 써대는 나와 같은 각성자들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을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거절하셔도 어쩔 수는 없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제하면 효율성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오.”


꽤나 본인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것 같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가족같은 것을 빌미로 삼아서 협박을 해서 억지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던데. 내가 너무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던 건가?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믿기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국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일하시게 되면 받으시는 액수가 상당해요.”


강민정 형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거 진짜 이렇게 줘요?”


화면에 떠 있는 금액이 한달 월급이라기엔 상당히 많았다.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편돌이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입이 떡 벌어질만한 액수였다. 대기업에 막 들어간 내 친구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물론이죠. 이건 단순히 기본 지급금이고 성과를 내면 성과금도 따로 지급. 식대나 다른 비용들도 전부 법인 카드로 사용되죠. 꽤나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4대 보험 전부 적용되고 전문 의료팀이 연계되어서 다쳤을 경우 예약없이 언제든 최우선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일가족들에게 사망 보험금 10억과 최고의 장례서비스까지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


이 여자 꽤나 입을 잘 놀리네. TV에서 보험을 들라고 말해주는 광고인들보다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조건 하나하나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려와서 당장이라도 한다고 말해버릴뻔 했어.


“아 그리고 하나 더. 지금 살고 계신 곳이 원룸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그렇죠.”


진짜 조사를 확실하게 했구나. 역시 국가를 뒤에 업고 일하는 경찰이라 그런지 정보력은 확실한 것 같네.


“이 일을 맡기로 하는 모든 각성자분들에게는 국가가 다른 부동산 매물들보다 비교적 싸게 내놓으려고 구입해 두었던 것들중 일부를 무상으로 지급해드리고 있어요.”


“.........집을 준다구요?”


“네.”


“대출금 이런거 아니고요?”


“그런 것 전혀 없습니다. 전부 무상 지급이에요. 대신 각성자 전담 처리본부에서 탈퇴하실 경우 집은 반납해주셔야 하는 조건은 있지만요.”


나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서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입을 열었다.


“할게요.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건 따지고 보자면 하지 않는게 바보일 정도로 신의 직장이었다.


물론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는 따르지만 그에 대한 보상 정책도 확실하고 무엇보다 처음에는 잘 알려준다고 하지 않는가?


각성자들도 사람인데 능력을 쓸 수 있는 것 빼면 분명 허점이 있을 거고 정신만 바짝 차리면 나는 직장 하나 제대로 얻기 힘든 이 취업난 시대에서 엄청난 조건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능력을 얻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처음으로 능력을 얻은 것이 쓸모가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좋아요. 그럼 내일부터 제가 문자로 찍어둔 곳으로 출근하세요.”


강민정 형사가 말한 뒤 내 핸드폰을 보니 문자로 어떤 장소와 사진이 함께 찍혀있었다. 번호는 아마도 내 정보를 조사하면서 같이 얻었을테니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이상하진 않았다.


.....잠깐만.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내일이요? 저 내일 알바 가는데요?”


“아. 그 알바 이제 안가셔도 되요. 편의점 사장님이랑은 이미 이야기를 해뒀거든요. 남재현씨 대신 출근할 대타를 구해두시라고 하고 사례금도 드렸으니 괜찮을거에요.”


“그거 제가 거절했으면 좀 큰일인 이야기 아니에요?”


거절했으면 난 원래 일하던 알바처에서도 짤리고 그냥 진성백수가 되는 거였잖아. 뭔가 찜찜하더라니.


“그러면 재현씨에게도 보상금을 드렸어야겠죠. 일을 물어보지 않고 처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건 아는구나. 알면서도 한게 문제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나저나 나를 곧바로 출근하게 하려고 곧바로 대타를 구하게 하고 사장님한테까지 돈을 줬다니 투자가 조금 과한거 아닌가 몰라.


“이제 저는 조금 배가 부르네요. 재현씨는 어때요?”


“저도 괜찮게 먹었어요.”


2인분을 시켰지만 닭발의 양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밑반찬이 맛있어서 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나는 술을 별로 먹지 않았지만 강민정 저 여자는 혼자 저렇게 먹어도 얼굴색에 변화조차 없는거 보면 술에 꽤나 강한 것 같았다.


“그럼 이만 일어나요.”


우리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이라도 내가 하려 했더니 일사천리로 계산까지 진행해버렸다.


“같이 정식으로 일하게 돼서 또 같이 밥 먹는다면 그때 한번 사요.”


이제까지 몇 번 연애할 동안 여자랑 밥을 먹으면 전부 내가 사왔던 터라 여자가 나한테 밥을 사준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했다. 강력계쪽 형사라고 하더니 성격이 상당히 털털하고 시원시원했다.


“버스는 끊겼겠고...택시나 탈까.”


가게를 나와서 택시를 잡으러 걸어나가려는 내 손목을 강민정 형사가 탁 잡아챘다.


“어디 가요? 제 차로 데려다줄게요.”


“번거로우시지 않겠어요?”


“번거롭긴요. 그리고 제가 안 데려다주면 재현씨가 집까지 어떻게 가요.”


응? 내가 집도 제대로 못 찾아갈 정도로 취했다고 생각하는건가. 내가 술을 별로 안좋아하긴 하지만 이 정도 마시고 정신 유지도 못할 정도로 취하는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데려다준다고는 하니 나는 곧바로 뒷자석에 탔다. 강민정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따로 대리운전을 불렀고 도착한 대리 운전기사님과 함께 차는 출발했다.


그렇게 잠깐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마침 차가 멈췄을 때였고 나는 다 도착했다 싶어서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는 어디야?”


도착한 곳은 내가 사는 원룸이 아니였다. 부자들만 살고 있을 것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의 앞이였다.



"입구 카드키에요. 108동 101호로 가시면 되요. 1층이긴 한데 아직 108동에는 입주자가 별로 없고 방음처리도 잘되어 있어서 소음 문제는 없으실거에요. 도어락 비밀번호는 초기 비밀번호 0000이니까 입력하고 들어가시면 되고, 설명서는 집안에 뒀으니까 나중에 편한대로 바꾸세요."


"기본적인 가구는 있어서 생활하는데 문제는 없을거에요. 나중에 원룸에서 가져올 물건들을 다 정하시면 말씀해주시면 곧바로 센터를 불러서 옮기도록 해드릴게요. 그럼 내일 봐요."



강민정 형사는 주절주절 설명을 하더니 카드키를 내 손에 쥐어주고 기다리는 대리 운전기사님과 함께 차를 타고 쌩 가버렸다.

안 데려다주면 못 간다는게 이런걸 말하는 거였구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행동력이 너무 빠르잖아....”


이렇게 되고나니 뭔가 엄청난 일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나면서 걱정되기 시작하는 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자 수난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004. 연쇄살인마 +7 20.10.15 3,200 32 13쪽
4 003. 직장 좋네 +7 20.10.15 3,643 38 12쪽
» 002. 이게 진짜야? +6 20.10.14 4,393 42 13쪽
2 001.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5 20.10.14 5,446 44 12쪽
1 프롤로그 +1 20.10.14 6,152 4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