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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능저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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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범
작품등록일 :
2019.10.23 00:15
최근연재일 :
2019.11.13 00:23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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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수 :
20,281

작성
19.10.3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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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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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고재능저지능 1

DUMMY

윤석은 게임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컨트롤이 되는 게임을 좋아했다.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나 과금전사 때문이다.


이른바 고인물들에게 지는 건 괜찮다. 시간을 갈아 넣어서 만든 장비와 그걸 만들면서 쌓인 테크닉에 지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빵빵한 지갑으로 두들겨 맞아서 지는 건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고인물들이야, 그만큼 시간을 투자한다면 언젠가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지만, 가난한 알바생에게 있어 지갑전사를 따라잡으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누구는 컨트롤로 한 시간을 보스에게 들이받아서 간신히 장비를 맞추는데, 누구는 캐시를 질러서 단번에 뚫고 올라간다. 게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의 상징인 캐릭터가 강해지는 걸 보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그 강함이 카드 한 번 긁어서 클릭 몇 번 한 뉴비에게 쳐발리는 걸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질 수밖에. 밖에서도 돈이 없어서 빌빌거리는데, 게임에서조차 돈에 치여야 한다면 게임 할 맛이 날 리가 있나.


그래서 윤석은 온라인 게임을 접고 악독한 난이도의 싱글 게임을 파고들었다. 최소한 여기에선 과금전사에게 시달릴 일도 없었고, 레벨이 딸려도 컨트롤로 극복하는 짜릿함이 있었기에.


“오늘은 어떤 좆망 난이도 게임을 할까요오.”


신작 게임 리스트를 훑어보던 윤석의 눈에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게임이 보였다.


장르는 액션 RPG. 최고의 타격감과 극한의 난이도,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문구와 실사를 방불케 하는 스크린샷이 붙어 있는 게임이었다.


스샷만 보면 초거대 게임사에서 만든 AAA급 게임이었지만 제작사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는 곳이다.


“뉴월드 프로덕션? 뭐야, 이건.”


잠시 고민하던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해보고, 정말 똥겜이면 환불하면 그만이었으니. 약관의 기한 내로, 플레이타임이 2시간 미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주는 정책 덕분에 그는 망설임 없이 결제를 눌렀다.


66.6달라 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듣도 보도 못한 제작사였지만 아무튼 환불 할 수 있으니 된 거다.


곧 다운로드 창이 열리고, 윤석이 밥을 먹으러 다녀왔을 때, 설치가 완료 되었다. 게임이 설치되며 떠오른 창에 불길한 경고문구가 써져 있었지만, 완전히 설치 된 지금 윤석이 그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게임을 켜고, 뉴월드 프로덕션이란 로고가 지나가고, 그 흔한 시네마틱 영상 하나 없이 바로 타이틀 화면이 떴다. 엄청나게 무성의한, 그래픽카드 회사의 로고조차도 뜨지 않은 초라한 구성이었으나, 윤석은 개의치 않았다. 정확히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순전히 모니터에 떠오른 타이틀 화면의 배경에 시선을 빼앗겨서.


서양의 깊은 숲처럼 보이는 야심한 공터 중앙에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는, 흔하디흔한 장면이었으나 그래픽이 미친 수준이다. 실사를 방불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실사를 찍어서 붙인 게 아닐까 싶은 그래픽에 입을 헤 벌린 그가 아무 생각 없이, 타 게임이라면 스타트라고 쓰여 있었을 계약 버튼을 눌렀다.


곧바로 캐릭터 생성창이 떠올랐다. 최신 게임답지 않게 정할 수 있는 사항은 성별과 미리 준비 된 다섯 개의 얼굴밖에 없다.


그래픽에 놀랐던 기대감이 여기서 조금 떨어졌으나, 윤석은 개중 그나마 마음에 드는 마초적인 남캐를 선택했다.


현실에서는 빼빼 마른 알바생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가로막는 모두를 패 죽이는 마초가 되고 싶은 마음의 발로다.


“어디, 스탯이.”


실망감을 뒤로하고 윤석은 스탯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렸다.


힘, 민첩, 체력, 지능, 지혜, 매력으로 구성 된 올드한 능력치 구성이다. 최대치는 50이고, 최저치는 1.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만 추가 스탯을 찍을 수 있으며, 주어진 포인트를 마음대로 분배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모든 스탯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전형적인 올드스쿨 RPG 같은 설명을 대충 읽어 내린 그가 자신의 분신이 될 마초남의 스탯을 확인했다.


힘은 18. 오우거와 맞먹는 힘이라 쓰여 있었고, 민첩은 16으로 인간 한계에 가깝다고 설명 되어 있었다. 체력은 17로 인간 한계치라 되어 있다. 지능은 7로 아둔한 마을사람, 지혜는 7로 은근히 멍청함, 매력은 7로 못난이라 명시 되어 있다.


잔여 포인트는 8. 도합 80포인트.


모든 스탯은 능력치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1대1로 교환 가능하다. 일단 올 스탯을 1로 내려버린 윤석이 피골이 상접하고, 얼 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추물로 변해버린 캐릭터를 보면서 머리를 굴렸다.


힘이 올라가면 캐릭터의 근육이 변하고, 체력이 올라가면 뼈대와 덩치가 변한다. 민첩도 근육과 골격의 변화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다른 두 수치보다는 낮았다. 보다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더 날렵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지능은 실질적으로 알아 볼 수 있는 변화가 없었고, 지혜를 올리면 멍청해 보이던 표정이 멀쩡하게 변하고 눈빛이 좀 더 맑아지는 수준으로 외적으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육체 스탯과는 달리 큰 변화가 없는 정신 스탯에 실망했지만 매력만큼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키 작고 빼빼마른 상태에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미소년으로, 덩치를 키웠을 때는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게 재밌어서 이리저리 가지고 놀던 윤석이 생각을 정리했다.


이 게임은 액션 RPG다. 당연히 육체 스탯이 높을수록 유리했다. 피통이나, 장비를 들 수 있는 무게에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동속도나 공격속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게 당연하다.


반면 정신 스탯은 RPG적 요소에 불과했다. 캐릭이 지능과 지혜가 낮아봤자 대화문에 지장이 생기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고, 매력이 낮아도 NPC가 싫어하는 것 외에 뭐가 더 있을까.


막말로 지능, 지혜가 낮아서 대화가 안 되면 다 때려 부수면 되는 거고, 캐릭이 못생겨서 보기가 싫으면 투구를 씌우면 그만이다.


“닥치고 힘민체에 몰빵이지.”


캐릭이 멍청하고 못생겨도 어차피 플레이어가 대신 생각하니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 생각한 윤석이 본래 생각대로 스탯을 분배했다.


용의 힘을 지니고, 번개 같은 반사신경을 지녔으며, 강철 같은 육체를 지닌 것까지는 좋았으나, 지능과 지혜, 매력을 1로 지정한 탓에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바보 같은 표정으로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좀 그랬다.


“...조금만 올릴까?”


아무리 투구로 가릴 수 있어도, 자신의 분신이 당장 흙이라도 주워 먹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


잠시 고민하던 윤석이 한숨을 쉬며 스탯을 재조정했다.


그나마 사람 같은 표정으로 바꾸기 위해 스탯을 조정했더니 터질 것 같던 근육질 마초의 몸이 쪼그라들었다.


최종적으로 완성 된 캐릭터의 능력치는 이러했다.


거인의 힘과 초인적인 반사신경, 암석 같은 육체를 지닌 저능아이자, 고뇌하지 않는 추남.


스탯 포인트가 딱 10포인트만 더 있으면 좋았겠지만 유저가 이제 딱 한 명밖에 되지 않은 게임에 트레이너나 에디터 따위가 있을 리도 없었기에 윤석은 지금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전히 흐리멍텅한 눈으로 멍 때리고 있는 게 신경 쓰였지만 여기서 더 스탯을 투입할 생각은 없었기에 윤석이 생성 창을 눌렀다.


로딩 화면이 떠오름과 동시에 머리가 핑 돌고, 의식이 흐릿해진다. 아스라이 가라앉는 의식 속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근데, 캐릭터 이름은 뭐로 하지?’


*


윤석이 눈을 떴을 때, 사방은 어두웠다. 높게 자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가운데, 모닥불의 주홍빛이 너울거리며 춤을 춘다. 쌀쌀한 밤공기와 타오르는 장작의 따스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몸을 일으킨 그가 흐린 눈을 끔뻑였다.


“어, 여긴 어디지.”


가만 생각해봤지만 머릿속이 탁해서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아주 잠시 고민하다가 머리가 아파오자 그가 헤죽 웃었다.


“헤, 배고파.”


주섬주섬 품을 뒤져 육포를 찾아낸 윤석이 그걸 질겅질겅 씹었다. 게 눈 감추듯 육포를 먹어치우고도 모자라, 배낭의 건량까지 모조리 털어먹는데 열중하는 사이 밤이 깊어갔다.


작가의말

충동장애 안 써질 때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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