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 쿠데타를 막아라!(2)
경고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 단체는 허구입니다. 현실의 인물과 대조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HCN WARNING: The events, people, and groups in this novel are fictional at the creation of the author. It is advised not to contrast with real people.
“자 그러면 1단계는 완료되었군요.”
“예 각하. 그렇습니다.”
“그런데 장 장군.”
“예 각하.”
“참 대단해요. 어떻게 하나회의 인사들을 그렇게 다 알아냈는지 말이에요.”
장태완은 차마 꿈에서 미래를 꿈꾸었다고 할 수가 없어서 대충 얼버무렸다.
똑똑!
“들어와요.”
마침 비서실장이 들어와 9공수 여단이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정병주 사령관은 빙긋 웃으면서 윤흥기 준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단결!”
“단결. 윤 준장 오느라 수고 많았네.”
“아닙니다. 반란군 놈들이 우리 특전사 절반을 장악했다는 말에 너무나 놀라 급히 달려왔습니다. 반란군 놈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선 각하와 총장님께 인사부터 드리지.”
“아! 죄송합니다. 단결 특전사 제9 공수 여단은 긴급출동 지시를 받아 청와대 앞에 집결했습니다. 단결!”
최규하 대통령과 정승화 총장은 밝은 미소로 윤흥기 준장을 맞이했다.
“우선 최세청 3공수 여단장은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네. 3공수 여단이 쿠데타군으로 국방부를 접수하는 대신 우리 진압군 소속으로 국방부를 지키기로 했네. 자네는 지금 보안사로 달려가서 보안사를 접수하게.”
“예 사령관님 알겠습니다. 단결!”
“단결! 무운을 비네.”
“감사합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단결!”
윤흥기 준장은 즉시 9공수 여단을 출동시켜서 보안사로 향했다. 보안사는 동원되지 않을 거로 확신했던 9공수 여단이 포위하자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했다.
전두한은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선 정승화 총장의 체포를 위해 33경비단장 김진용 대령에게 청와대로 향할 것을 명령하고 자신은 30경비단으로 향했다.
* * * *
“전방에 적 전차 거리 1,200!”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포수의 복창에 전차장 겸 중대장 박현섭 대위는 머뭇거렸다. M48A5K가 주력인 5기갑여단의 39 전차 대대 2중대 소속의 전차 12대가 길 가장자리에 매복해 있었다.
“거리 1,100!”
포수가 다시 악을 쓰며 보고했다.
지금 진격해 오는 16 전차 대대는 M48A2C 모델로 90mm 주포를 사용하는 전차였고, 최신 개량형인 M48A5K는 105mm 주포를 사용하는 전차였다. 맷집은 같지만, 펀치력이 달랐다.
하지만 교전 거리가 1,000m 이내라면 펀치력의 우위는 사실상 두 전차 간에 의미가 없었다. 90mm의 주포로도 1,000m 거리에서 충분히 관통할 수 있었다.
“쏴!”
“쏴!”
포수가 발치에 있는 트리거를 밟았다.
쿠~웅!
격발과 동시에 105mm 성형작약탄이 포구(砲口)를 떠나 목표 전차에 충돌했다. 목표 전차가 유폭으로 인해 포탑이 차체에서 떨어져 나갔다.
“으~악~ 씨발 새끼들아 오지 말라고!!”
박현섭 대위는 쿠데타군에게 들리지도 않을 악을 쓰며 소리쳤다. 아군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개 같은 상황에 너무도 화가 났다.
박현섭 대위의 바람과는 다르게 16 전차 대대의 전차는 꾸역꾸역 완파된 전차를 길 밖으로 밀어내면서 항전해왔다.
깡!!
전차를 울리는 적 전차에서 날아온 90mm AP 탄의 충돌음에 승무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전 중대 사격 개시.”
“포구 11시 방향 거리 980!”
“쏴!”
쿠~앙!
팅! 깡!
포탄이 발사되면서 탄피가 배출되었다. 탄약 수는 습관처럼 철갑탄을 밀어 넣고 폐쇄기를 닫았다.
“장전 완료!”
“12시 방향 1,030”
“쏴!!”
2기갑여단 16 전차 대대와 5기갑여단 39 전차 대대 간의 포격전은 화력이 우세한 39 전차 대대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1개 중대 병력이 녹아내리자 16 전차 대대장은 항복 신호를 보냈다.
“통일!”
“충성!”
“지금 이 꼴을 보십시오. 대대장님의 뭣 같은 출세욕에 죽어 나간 동료들을 보시란 말입니다.”
박현섭 대위는 이성구 중령에게 악을 써댔다. 평상시라면 바로 상관 모욕죄로 헌병대에 끌려가도 할 말이 없을 상황. 하지만 지금 아군끼리 격전을 치렀다.
39 전차 대대의 매복을 돌파할 수 없다는 걸 안 이성구 중령도 나름대로 병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항복했다.
“미안하네. 할 말이 없네.”
“대대장님의 주군은 누굽니까? 제 주군은 국민입니다. 군은 국민을 지켜야 하고 부당한 명령에 항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말 미안하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박현섭 대위가 큰소리로 외쳤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
박현섭 대위의 선창에 주변의 장병들이 마치 하나라도 된 듯이 크게 복창했다.
“넷.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
넷. 우리는 명예와 신의를 지키며 전우애로 굳게 단결한다!!
마지막 네 번째 신조가 외쳐 졌을 때 모두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압군으로 온 39 전차 대대는 아군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16 전차 대대는 죽어간 동료와 잘못된 명령을 내린 상관에 대한 원망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저마다 눈물을 흘린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 만큼은 상대에 대한 증오보다는 비명에 죽어간 동료에 대한 슬픔이 앞섰다. 이성구 대대장은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기습공격으로 서울까지 무혈입성하리라 생각했었지만, 때아닌 복병으로 인해 돈좌(頓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상구 중령이었다.
만약 서울로 진입했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섞여 나왔다.
저 멀리서 헌병대 호송 차량이 다가왔다. 6군단 직할 헌병대에서 파견한 헌병들이 이상구 대대장을 비롯한 장교들을 포박하여 호송차에 태웠다.
“지금 장교 제외하고 제일 선임자가 누구입니까?”
“중사 권태훈. 접니다.”
헌병 장교의 질문에 권태훈이라고 이름을 밝힌 중사가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권 중사는 지금 즉시 반란군 이상규 준장을 체포하도록 합니다. 우리는 체포 작전이 완료되면 진입하여 이성규 준장을 호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즉각 전차를 돌려서 이성규 준장 체포를 시행해 주십시오.”
“예. 충성!”
권태훈 중사의 지시로 16 전차 대대는 전차를 돌려 여단 본부로 향했다. 박현섭 대위는 진이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마도 아군을 죽였다는 트라우마는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았다.
“박 대위님?”
“아! 예.”
“고생하셨습니다. 전장 정리 후 서울로 진입해 주십시오.”
박현섭 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헌병대 장교는 말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2 기갑 여단장 이성규 준장의 체포와 호송을 위해서······.
* * * *
9공수 여단은 보안사를 접수했지만, 전두한은 나태우, 황영식, 유학상 등과 함께 30경비단을 몸을 빼냈다.
3공수 여단은 진압군에 가담한 최세창에 의해 전두한, 나태우를 비롯한 반란군 수괴의 가족을 확보했다.
보안사를 접수하고 육본과 국방부에 방어 태세를 갖춘 9공수 여단이 매복한 지도 모르고 접수를 위해 진입하던 1공수 여단 병력과 한바탕 격전을 치렀다.
1개 지역대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나서야 이미 대세가 틀어졌음을 직감한 1공수 여단 대원들은 자발적으로 항복했다. 장교들은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전투를 독려했지만, 오히려 하사관들에 의해 피체(被逮)되었다.
장재동이 있는 30경비단으로 가까스로 몸을 피한 전두한은 화가 머리꼭지까지 차올랐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분노를 참지 못한 전두한은 책상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
“사령관님 그만하십시오.”
장재동의 만류에 전두한은 장재동을 노려보았다.
“뭐? 그만해? 우린 잡히는 순간 다 죽어! 이봐 고하.”
“왜 그러나? 자네 사단에 통신 넣어서 북한을 포격하라고 하게.”
전두한의 발언에 나태우는 깜짝 놀랐다. 북한을 포격한다는 건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말이었다.
“차라리 이쯤 되면 전쟁이 터지는 게 나아. 적어도 그렇게 되면 지휘관이 부족한 이 상황에 우릴 죽이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이봐 고하. 하지만이고 자시고. 지금 우리가 죽게 생겼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우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말일세. 차라리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우리가 살아날 기회가 있다는 말이야.”
전두한의 말에 나태우는 한숨을 내 쉬었다. 이렇게 전격적으로 진압군이 방어전과 선제공격을 해 올지 몰랐기 때문에 쿠데타군은 혼란 그 자체였다.
“정말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는 건가?”
나태우가 확인차 다시 물었지만, 전두한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언급은 없었다.
“선배님들. 이러실 게 아니고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래. 월해. 잠깐만 화를 식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고.”
장재동의 제안에 나태우가 얼씨구나 하고 전두한을 말렸다.
전두한은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11월 21일. 분명 전두한은 12월 12일을 거사 일로 정하고 그렇게 준비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육본에서 날아온 명령서 한 장에 전두한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져 버렸다.
장재동은 분위기를 살피며 살며시 경비단장실을 나갔다. 장재동의 수신호에 무장 병력이 일시에 경비단장실로 들이닥쳤다.
쾅!
“무슨 일이야?”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너희들을 국가 내란죄 및 반란죄로 체포한다.”
M16 소총의 총구를 겨눈 채 경비단 병력이 쿠데타 수뇌부에 다가갔다.
“선배님들 미안합니다. 이 일은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뒤늦게 들려오는 귀에 익은 음성에 전두한을 비롯한 일행이 돌아보았다. 장재동이 권총을 겨누며 서 있었다.
“권총으로 자살하지 못하게 하도록.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예 단장님. 알겠습니다.”
장재동은 장군들의 자존심인 권총을 무장해제 시키라고 명령했다. 혹여나 반격하거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경비단 병력 중 일부는 홀스터(Holster)를 겨냥하고 있었다.
“장재동이. 네놈이냐? 내가 네놈을 어떻게 대했는데 돌아오는 게 겨우 배신이냐?”
“전 선배! 현실을 똑바로 보십시오. 하나회에 가입해서 승승장구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하나회 회원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밀고 당겨주자는 취지였지 이렇게 쿠데타를 하자는 건 아니었잖소.”
“뭐야? 네놈도 동의했지 않느냐?”
“그럼 쿠데타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시오?”
“그럼 우리 하나회가 한직으로 밀리는 건 정당한 거냐? 우린 오랜 시간 국가와 민족에 충성을 다했다. 그런 우리를 밀어내는 것이 정당한 처사냐는 말이다.”
전두한의 반문에 장재동은 고개를 저었다.
“박정웅이가 묵인하고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우리 하나회는 진즉에 숙청되었을 겁니다. 지금 최규하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사령관님과 국민은 당신의 권력 찬탈을 위한 이 쿠데타를 아주 더럽게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장재동의 단호한 말투에 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전두한은 조용히 권총을 잡으려고 했다.
“전 선배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장재동이 전두한의 행동을 저지했다. 전두한은 장재동의 만류에도 권총을 꺼내 들려고 했다.
타~앙!
“으윽~!”
전두한은 권총을 꺼내 드는 대신 왼팔로 오른손을 감싸 쥐었다.
“전 선배 조용히 갑시다. 조용히. 사람 마음 아프게 만들지 마시고요. 전라도 출신인 제가 경상도 출신들 가득한 하나회에서 이만큼 승승장구한 것도 전 선배가 많이 배려해줬다는 거 알고 있소.”
“으윽! 그걸 아는 놈이 나를 배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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