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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늴 님의 서재입니다.

이 회귀자는 이단을 잡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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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늴
작품등록일 :
2024.03.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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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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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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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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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모 (4)

DUMMY


멜번을 밖으로 보낸 이안은 피유웅-몽트레와 프레베론을. 정확히는 이 일대의 이단 심문관과 성기사를 부르는 신호를 손안의 자그만 막대를 통해 올렸다.


본래 그의 손에 들릴 만한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레빌의 창고에 있어 가져왔다.


물론 이안은 이 신호에 벨라프의 성직자들이 죄다 몰려올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사명감 있는 자 열댓 명이 오면 많이 오는 것이겠지.


단지 몽트레와 프레베론을 직접 데리러 가기는 여의치않아 사용했을 뿐이었다.


- 캬아악!


그는 혀를 날름대며 온갖 사람을 깨무는 중인 트리올 자작을 관찰했다.


옆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음을 알고 본래 거쳤을 변이를 완전히 마치지 않은 결과가 저 흰색의 라이칸슬로프였다.


그러나 4년 가까이 딸아이의 심장에 모은 정순한 마력. 악신의 마력이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겠지만, 뛰어난 마력의 순도를 바탕으로 꽤나 격이 높은 마물이 됐다.


‘코는 장식이네. 똥통에 쳐박힌 놈까지 씹다니. 손바닥에 달린 눈동자는 뭘까. 딱히 저걸로 주변을 살피진 않아. 이빨이랑 손톱은······강철도 찢어낼 강도?’


생명력이 끈질기고 사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점에서 마물의 관찰은 필수였다. 어느새 자작은 멜번을 뒤쫓던 병사 모두를 뜯어 먹고는, 만족스럽게 그르릉거렸다.


아직 저택에서 일하던 하인이나 이안, 그에게 죽은 집사의 시신. 혹은 정원사 등이 남았어도 배가 부른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댔다.


살짝 곤란한 일이었다.


멜번은 그가 준 자루를 조심히 옮기느라 영주관을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안은 혼자서 저 라이칸슬로프를 몸 성하게 이길 자신이 없었어도.


“난 정말 잔정이 많은 사람이라니까.”


고개를 풀며 지붕에서 일어났다.


그는 수십 분을 목숨 걸고 쫓겼던 멜번이 안전히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고 싶었다. 저 중년인이 매고 있는 자루 안에는 굶고 쇠약했어도 살아있는 아들이 들어있었으니.


어쩌다 자작의 부하들이 서로 손발이 안 맞아 아이를 추가로 데려왔기에, 두어 명은 예비로 삼아 살려놨던 걸 공방 근처에서 발견한 거였다.


멜번은 희망을 버리고 목숨을 걸었다가 모처럼 행운을 잡아낸바. 이안은 오늘이 저 남자의 운수 좋은 날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검을 뽑았다.


스릉-자그만 날의 울림을 들었는지 자작. 아니, 눈깔 없는 곰의 머리가 위를 향했다. 인지력은 떨어져도 뭐가 위협적인지는 알아봤다.


카아아악, 위협의 외침이 그에게 닥쳤다. 사람의 몸을 굳게 만들고 정신을 진탕시킬 것이라도 이안에게 먹히지 않았기에.


- 쿵!


고작 먹잇감 주제에 뜻대로 엎드리지 않음에 기분이 상해버린 라이칸슬로프의 발이 땅을 부수며 솟구쳤다.


카가각, 손톱이 벽을 모조리 가르며 지붕까지 이르렀다. 아래에서부터 퍼올려진 손톱은 벽을 가르며 이안의 시야에서 가려진 동안, 주우욱-길게 늘어나 70cm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교도들이 지겹도록 쓴다는 건 상대도 많이 해봤다는 뜻이었다. 손톱을 넣고 빼고 하는 식의 꼼수는 익숙하게 봤던 터라, 이안은 주먹 하나 들어갈 거리를 두고 곰의 앞발을 피해냈다.


“크르륵!”


벽을 가르지 않은 다른 앞발이 가슴께에서 활짝 펴지더니, 손바닥에 박힌 붉은 눈이 그를 쏘아봤다. 더욱 붉어지던 눈깔이 핑-직접 튀어나왔고.


“커브 정도론 어림 없지!”

- 파칵!


이안은 휘어져 들어온 눈깔을 호쾌하게 검으로 갈라냈다. 이어서 날아든 건 3번의 손길. 지붕에 오른 이 짐승남의 손톱은 방해되는 모든 걸 부수며 그를 압박해왔다.


단순하고 우직하게. 체급으로 밀고 들어오며 가해오는 손길에 예측하기 어려운 괴력이 더해졌다.


바닥을 부수며 거리를 좁혔고 기다란 팔이 붕붕 휘둘러짐에 따라 지붕의 절반이 부서져 내렸으나.


- 쿠쿡!

“쿠으으응!”


발톱을 가볍게 피하면서, 손바닥을 찌르고 빼는 이안의 움직임은 어떤 상처 없이 라이칸슬로프의 재생된 눈알만 쏙 터뜨리고 빠져나갔다.


살짝 열이 오른 짐승의 머리가 빠른 판단을 내렸다. 지붕 위는 거체에서 나오는 힘을 쏟기엔 너무 무른 땅이라고. 밑에 내려선다면 쏠랑쏠랑 도망치는 작은 인간을 물어 죽이기 적합하단 결정에.


- 쿠구구궁!

“오오?”


의미 없이 버둥대는 몸짓 같기도 하고, 살짝 공처럼 말은 몸을 굴리기도 하는 듯한 움직임에 이안은 신기함을 느꼈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물론 마구잡이로 떼쓰는 어린아이 같은 동작이라도 저런 마물이 한다면 사람 수십은 찢어 죽일 위협이었다.


‘맨땅에서 붙으면 그냥 잡을 것 같다, 이거지?’


이안의 분석은 빨랐다. 현재의 자작은 불완전한 변이를 거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상태.


마물로서 타고날 흉포함과 교활함을 살리기엔 변하다가 말았고 사람의 지성을 보이기엔 조금 맛이 갔으니 저런 나사 하나 빠진 행동을 보일 수밖에.


두두두두-굴러오는 질량체에 이안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밑에 내려가서 깔끔하게 축대만 부수면 될 짓을 직접 몸으로 민다고 하니, 마물의 행동에 맞춰 움직이자 시간 태우기로 알맞았다.


‘빠르긴 빠르네.’


한 가지 귀찮은 점이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람과 마물 사이의 좁힐 수 없는 피지컬 차이였다. 팬더처럼 떼굴떼굴 굴러올 뿐인데도 거의 전력으로 뛰는 그와 속도가 비슷했다.


- 크아앙!

“큽!”


마침내 건물이 무너져 이안이 뒤로 탁, 뛰어 물러나자 커다란 입에 물려있던 부서진 기둥이 날아왔다.


몸을 회전시키며 카카칵-검으로 흘려냈어도 그의 몸이 날아가던 방향은 크게 틀어졌다.


- 쾅!


이때 라이칸슬로프는 무너지는 천장에서 네 발에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퉁겨나간 이안보다 빠르게 착지하려 벽과 나무를 부수며 나아가서는, 자리도 선점했으니 발톱을 치켜세운 채 대놓고 인간 바베큐가 되길 기다렸다.


저 기민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란 모습에 이안은 왼손을 품 안에 넣었다. 짐승이 패를 여러 장 두고 수 싸움을 하진 않을 테니 방금 보인 속도가 최대한의 빠르기 같았다.


- 휘리릭.


그의 품에서 나온 건 채찍의 손잡이. 그러나 채찍의 손잡이엔 짧은 성언이 새겨졌으나 기다란 가죽끈 없이, 손바닥 한 장 만한 깃털이 꼽힌 게 전부였는데.


“끈과 밧줄로 채찍을 만드시어, 성전에서 내쫓으셨으니.”


채찍 하나로 성소를 평정한 일화의 구절을 읊으며 마력을 흘리자-5m에 이르는 줄이 돋아났다. 휙, 틀어진 이안의 손짓에 따라 옆의 나무를 휘감자 날아가던 몸이 멈췄다.


발톱을 길게 뽑고 기다리던 라이칸슬로프는 크흥, 콧김을 내뿜으며 아쉬움을 감췄다. 그러나 곧장 달려들진 않고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품었다.


손톱의 갈라진 끄트머리만큼 남은 자작의 자아와 지식이 말해주길.


저 회색 머리는 수도사로 보였고 방금 신성 마법을 펼치기도 했지만-마물의 근본과 상반되는 힘을, 그들을 부정하는 불쾌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슬슬 다가오는 중인 다른 기척들이 거슬렸을까.


이안은 가만히 있는 라이칸슬로프의 모습에 쯧, 혀를 찼다. 저 짐승은 지금의 그가 신성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하여간, 사람 귀찮은 능력이야.’


채찍을 뻗어낸 건 신성 마법이 맞다. 누군가를 포박하고 부정한 것을 붙잡을 때 쓰는 마법이지만, 성언을 새긴 도구를 통해 사용한 것이지 직접 구현한 건 아니었다.


그는 악신의 마력을 흡수할 때는 신성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지금도 이 땅에 깃든 미약한 마력을 흡수하는 중이니.


주세페에게 캐물어 본 결과, 그게 그가 지닌 축복의 반대급부라고 했나. 좀 더 자라고 몸이 완성되어 축복을 온전히 감내할 때가 온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는 들었지만.


“구으으으-.”

“비웃어?”


흉한 혀를 내밀며 개처럼 헥헥대는 모습에, 이안은 조금 발끈했다. 그딴 신성력, 없었을 때도 잘만 마물과 사교도들을 썰고 다녔다.


상성만 좋아지는 거지 어차피 칼 맞으면 죽는 건 똑같았으며 사교의 마력을 흡수하는 현재 힘이 훨씬 쓸모가 많은데 저런 마물에게 비웃음당한 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고.


“사람이 지금 가진 거에 만족하고 있는데 말이야!”


- 피리링!


바닥에 내려서면서, 이안은 채찍을 날렸다. 왼팔에 휘감겼음에도 라이칸슬로프는 귀찮다는 손짓으로 찢어내려 했어도.


“캬아아악!”

“어때, 아프지?”


이 채찍은 삿된 존재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 특화된 물건. 그런 주제에 마력 소모가 크고 상응하는 양의 마력으로 밀어내면 이 빛의 끈도 쉽게 찢어지겠어도 한순간의 틈을 만들 수 있으면 족했다.


“크흡, 츠아압!”

“크아앙!”


부우웅-그의 몸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마력을 담은 발을 쿵, 땅에 박고 유연하게 허리를 틀었다.


굽혀진 무릎, 등허리에 힘을 집중한 이안의 양팔이 호를 그리자 수백kg에 이를 흰색 거체가 기다란 선을 따라 붕, 하늘을 날았다.


도와줄 친구들이 조금 멀리 있어 늦는다면 이쪽이 먼저 가면 될 일. 프레베론과 몽트레가 오고 있을 중앙 광장 방향으로 힘껏 날린 거였다.


그리 멀리 날아간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두어 개의 골목 거리. 그러나 온갖 시민들이 저렇게 변한 자작을 봐줄 것이다. 여전히 자작을 알아볼 만한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 파칵!

“이런······.”


그런데 자작도 새롭게 태어난 자신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러 날아가기 전, 눈깔 2개를 그에게 선물로 남겨두는 걸 잊지 않았다. 쌍으로 휘어지며 날아오는 두 구체는 굳이 급소를 노리지도 않았다.


내구성으로 승부 보면 이긴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건지, 굳이 머리와 심장을 노리지도 않았다. 어디 하나 부러뜨리고, 구멍을 내면 충분하단 송곳니였기에.


- 파라락!


이안은 하나는 풀려난 채찍으로 재차 휘감아 빗겨냈다. 동시에 날아온 만큼 다른 하나는 지척. 저 눈깔로 사람을 보고 오는 건지 유도 성능도 있어 역동작에 걸린 몸을 노렸다.


으드드득.

그의 체내에서 굵직한 분쇄음이 울렸다. 무리한 움직임을 가져가 일어나는 근육의 비명. 우측으로 뻗어졌던 팔이 순식간에 검을 뽑고 돌아와서는, 눈알을 베어냈다.


기사라면 마력과 단련된 몸을 통해 수 번은 반복할 수 있는 기예겠으나, 이안의 몸은 여전히 다 자라지도 않았고 단련도 모자랐다.


“콜록.”


몸 안쪽이 다쳤는지 입을 통해 약간의 피가 흘렀다. 흔히 말하는 내상이란 걸 입은 그는 엄지로 코피를 슥, 닦아냈다.


“무리해서 팔은 안 잘라놓을 걸 그랬나?”


- 툭.


허공에서 떨어진 건 거대한 곰의 팔. 아직 성자로 깨어나지 못한 프레베론과 평범한 기사 수준에 걸친 몽트레를 위한 보험을 까느라 약간 무리해서 채찍을 톱처럼 형성하며 손을 썼다.


채찍에 대한 집중을 조금만 덜 했다면 무리할 일도 없었겠지만-원체 믿음 줄 사람이 적은 세월이 길었던 탓이었다.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습관이 뿌리 깊이 박혀 자연스레 미리 타격을 입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푸후우, 호흡을 골랐고.


- 으아아악!

- 꺄아악!


착지한 자작의 난동에 흐르는 비명을 들은 후.


“······.”


귀를 기울여 멜번이 무사히 도망쳤는지, 영주관 내부에 살아남은 자가 있는지 살폈다.


부상자는 없었다. 다친 자 없이 모두 죽었다. 처음부터 살던 사람 자체는 적어 모두 정리됐으며 멜번은 이름 모를 아들의 뺨을 감싸며 소리 죽인 기쁨의 흐느낌 중이니.


탁. 탁.


찌르르한 몸을 풀었다. 집중을 거듭한 이안의 귀는 팔이 잘린 라이칸슬로의 식욕을 들었다. 불완전한 몸에 상처를 입자 더욱 이성을 버리고 회복에 전념하는 거였다.


자동 사냥을 돌려준다면 뭐가 나쁠까. 무고하되 무고하지 않은 시민의 희생은 의도된 것이라 잠깐의 텀을 두며 내상도 추슬렀다가.


- 콰아아앙!


트럭 2대가 부딪치는 듯한 굉음. 프레베론이 방패를 들고 충돌했을 게 분명해서, 소리의 진원지로 뛰어갔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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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탐문 (1) 24.04.05 129 9 13쪽
29 서품과 봄 24.04.04 144 9 14쪽
28 행선지 24.04.03 155 10 15쪽
27 뒷처리 (2) 24.04.02 154 9 12쪽
26 뒷처리 (1) 24.04.01 163 6 13쪽
25 수확 24.03.31 168 9 16쪽
24 덫 (5) 24.03.30 163 8 12쪽
23 덫 (4) 24.03.28 168 9 14쪽
22 덫 (3) 24.03.27 185 10 19쪽
21 덫 (2) 24.03.26 209 10 17쪽
20 덫 (1) 24.03.25 209 10 12쪽
19 꼬리잡기 (3) 24.03.24 227 9 12쪽
18 꼬리잡기 (2) 24.03.23 229 12 13쪽
17 꼬리잡기 (1) 24.03.22 239 13 12쪽
16 베르나르데 수도회 (3) 24.03.21 251 11 12쪽
15 베르나르데 수도회 (2) +2 24.03.20 269 14 18쪽
14 베르나르데 수도회 (1) 24.03.19 27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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