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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 행복해요

만천어검(萬天馭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3.09.07 13:47
최근연재일 :
2014.02.09 12: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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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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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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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24

DUMMY

태풍의 핵이 지나간 남궁세가는 파괴된 전각들의 복구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죽은 무인들의 성대한 장례식이 진행되었고 유가족들에게는 남궁세가에서 보상을 해주었다.

우는 중년 여인에게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멍하게 서있는 아이들에게는 남궁존의 부인인 독고예영이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다.

장례식을 치룬 후 남궁세가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대회의가 진행되었다.

남궁세가의 실권을 잡고 있는 모든 이들이 가주전에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중 몇몇 장로들은 폐관수련에 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충격이 큰 듯 했다. 남궁존은 그들의 폐관을 허용했다.

회의가 있던 날로부터 몇일 후. 황궁에서 사자가 도착했다. 사자는 남궁존에게 한 장의 종이를 주었다. 만황의 수표였다. 그 금액은 상당했다. 이번 안휘성을 수호한 대가라고 한다.

그것을 받아든 그는 다음날 그 돈으로 곡식을 사서 안휘성 백성들에게 돌렸다. 남궁존의 행동을 들은 안휘성주는 남궁세가로 찾아와 남궁존과 밤새도록 술잔을 석었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일이 있었다.

남궁세가의 남궁존 전용 서재.

직계 혈족 이외에는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남궁세가의 몇 안돼는 조용한 곳 중 한곳이다.

그곳에서 남궁존은 한참동안 종이를 보았다.

“…….”

수시진째 굳어있던 입이 움직였다.

으득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몸 건강하시옵소서. 가주님.



종이의 내용은 간략했다. 누가 썼는지조차 적혀있지 않다. 하지만 남궁존은 이 글을 적은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문득 그 아이가 생각났다. 희대의 천재로서. 남궁세가를 이끌. 아니 정파의 거목이 될 것 같던 자신의 아들. 그 아들은 착했고 효자였다. 기녀의 아들로서. 더러운 피가 섞여있다고 질타를 받아도 묵묵히 웃으며 욕한 자들을 품었던 아이.

그 아이는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죽었다. 남궁존은 분노했다. 어째서 그 아이가 죽어야 했을까? 만약 그 자리에 혜미가 없었다면 그 아이는 살았을까?

딸인데도 딸처럼 대하지 않았다. 아예 모른 척을 했다. 얼마 후 꿈속에 그 아이가 나타나 눈물을 흘렸다. 꿈에서 깬 남궁존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혜미는 남궁세가의 시녀 일을 했다. 거기에 한때 사랑했던 여인은 병에 걸려 초라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존은 시선을 돌렸다. 무시였다.

세가의 일을 보던 남궁존은 문득 그 아이의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 아이가 살아생전 사용하던 연무장을 가보았다.

그 곳에 혜미가 있었다. 녹이 슨 허름한 검 한 자루를 품에 안고서 울고 있었다.

그런가. 오늘이 그 날인가.

그 순간. 혜미와 남궁존의 시선이 마주쳤다. 혜미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힘없이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혜미가 서 있던 자리에는 허름한 검이 떨어져 있었다. 그 검은 자신이 그 아이게 선물해줬던 검이었다.

관리를 안해서인지 녹이 슬어 있었다. 한참동안 그 검을 지켜보던 남궁존이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길목에서 혜미가 누군가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남궁주령이었다. 본처의 딸이다.

“더러운 년이! 누가 네 언니야!?”

그 말에 울컥했다.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자리를 떠났다. 지켜보기 힘들었다. 이제는……이제는 나를 아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남궁존의 머릿속에서는 혜미라는 존재는 희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서재 문 앞에 이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남궁존은 수신호위 들을 시켜 혜미의 행적을 물었다. 혜미는 떠났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검문에 갔다고 했다.

검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천하의 검천이. 남궁세가의 가주가 말이다.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 말에 깨달았다. 잃었구나. 내가 사랑했던 여인도. 사랑했던 아이도.

남궁세가에 돌아온 남궁존은 일과 후 항상 이곳에 와서 이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비노릇도 못해서 미안하구나. 방치해서 미안하구나. 사랑을……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단다.”

떠난 혜미를 생각하던 그때. 서재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문이 두들겨졌다.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시오 부인.”

문이 열리고 들어선 여인. 남궁존의 본처인 독고예영이었다.

“준비가 다 된 모양이에요. 배웅은 해주셔야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궁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독고예영과 서재를 떠났다.

덩그러니 남겨진 서재에는 까만 재가 흩날리고 있었다. 독고예영이 들어오기 전. 종이를 불태운 남궁존이었다.

‘부디 행복 하거라.’

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아버님!”

화려한 무복을 입은 남궁주령이 남궁존에게 다가왔다.

“잘 다녀 오거라. 가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배우거라.”

그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주령이었다.

“아버님은 언제쯤 무림맹에 오실 건가요?”

“조만간 가야겠지. 네가 들어갈 승천단의 개설식을 해야 하니 말이다. 승천단은 특별한 단이니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에 충실 하거라.”

“예!”

승천단.

무성현현이 건의했던 새로운 무력집단의 이름이다. 남궁세가가 와 만황의 지원이 보장된다고 하자 무림맹은 단번에 허락해버렸다. 남궁세가로 오기 전 무성현현은 이미 모두와 입을 맞춰놓은 듯 했다.

“승천단의 단주는 누구인가요?”

그녀는 궁금했다. 승천단의 단주는 누구일까? 알기로는 명문가의 자제들이 대거 소속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천오룡과 정천오봉중의 한명이 단주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룡전의 우승자가 될 것이다.”

그 말에 모두가 수군거렸다. 이번 룡전은 역대 최고로 치열하다. 거기에 사파도 참여한다고 했다. 만약 사파의 후지기수가 우승을 차지하면?

“만약 사파 측에서 우승을 하면 사파인이 정파의 승천단 단주가 되나요?”

아무리 정사마의 구분이 무너진 상황이라고는 해도 이건 아니다. 독고예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존이었다.

“이번 룡전은 오라버니도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오라버니가 우승할 확률이 높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그녀의 오라버니인 검룡 남궁도영은 정파 후지기수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녀는 이번 룡전의 우승자를 자신의 오라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단주가 오라버니가 되는 건가? 오호호호호호!’

속으로 기쁨의 미소를 지은 남궁주령이었다.

“그만 떠나셔야 합니다.”

남궁주령의 뒤에 있던 호위무사가 말했다.

“가거라.”

남궁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궁주령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는 룡전이 열리는 섬서의 무림맹으로 향했다.






혜미는 방 안에서 연신 검을 휘둘렀다. 수연은 그 옆에서 차를 마시며 혜미를 지도했다.

“너무 힘이 실렸느니라.”


“부드럽게”

휙휙

“빠르게 더 빠르게.”

휙휙휙

헉헉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한 시진 이상 검만 휘둘렀다. 몸에서 흐른 땀 때문인지 무복이 그녀의 몸에 딱 붙어 있었다. 나올 곳은 나오고 튀어나올 곳은 튀어나온 몸매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손이 꿈틀거리던 수연의 손이 어느새 혜미의 봉우리를 점령했다.

“……스승님?”

가시가 박혀있는 그녀의 말에 시무룩하게 물러나는 수연이었다. 수연의 제자가 된 이후 혜미는 연신 검만 휘둘렀다. 다른 이들이 초기에 한다는 구보는 물론이고 뜀걸음까지 쉬지 않고 했다.

“스승님. 저는 언제 풍천공을 익히나요?”

그 말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딴 짓을 하던 수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폈다.

“1년 후.”

“……그,그런가요.”

아쉬웠다. 풍천공은 신공으로 취급되는 무공이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익히고 싶어 한다.

“그 전에 네가 익히고 있는 섬전십삼검뢰를 대성할 것이니라.”

뜨억

입을 새끼 새처럼 벌린 혜미였다. 그녀가 익히고 있는 섬전십삼검뢰의 경지는 3성이다. 이미 수련을 안 한지 수년이 지났다. 그 검법을 대성한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웃음거리라고 말할 것이다.

“섬전십삼검뢰는 극쾌의 검법. 풍천공의 풍천대류검(風天大流劍)또한 쾌의 검법. 익혀서 손해 볼 건 없느니라. 그리고 섬전십삼검뢰또한 상승검법이니라. 일단은 그 검법부터 대성하자꾸나.”

끄덕

고개를 끄덕인 혜미가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수년만에 심법을 운용했다.

섬전공(閃電功)

그녀는 남궁세가의 심법중에 섬전공을 익히고 있었다. 직계 혈족들만 익힌다는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과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은 익히지 못했다.

참고로 섬전공은 그녀의 오라버니인 남궁혜성이 익혔던 심법으로 섬전십삼검뢰와는 잘 어울리는 심법이었다. 하지만 잘 어울릴뿐 섬전십삼검뢰의 진정한 뇌기를 이끌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진정한 뇌기를 이끌려면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을 익혀야 했다.


수연이 품에서 두툼한 서책 4권을 혜미의 앞에 놓여져 있는 상 위에 던졌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책 한권을 들어서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종이소리가 수연의 귀에 들렸다. 다른 서책도 모두 살펴본 혜미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전부 진짜인가요?”

“네가 필요할 것 같아서 구해온 것이니라.”

이것들을 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혜미는 자신의 스승인 수연이 괴물처럼 보였다. 서책의 정체는 바로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과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그리고 가주 직계만 익힐 수 있는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제왕검형(帝王劍形)과 장로급 이상만 익힌다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이었다. 모두 남궁세가 직계가 아닌 이상 구경도 못하는 비급들이었다.

“익힐만한 건 천뢰제왕신공밖에 없는 것 같다만 다 암기해도 상관없느니라. 허락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건 돌려 줄 필요가 없느니라. 네가 따로 보관 하거라.”

그 말에 비급들을 한차례 본 혜미는 천뢰제왕신공을 제외한 나머지 비급들을 다시 수연에게 건네주었다.

“스승님께서는 제가 익히고 있는 섬전십삼검뢰를 대성 시킬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그 검법에 필요한 이 천뢰제왕신공만 암기하겠어요. 나머지 무공은 필요 없어요. 저에게는 풍천공이 있으니까요.”

미소

혜미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수연은 그 모습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미소를 보이며 혜미에게 돌려받은 나머지 비급들을 삼매진화(三昧眞火)로 불태웠다.

그리고는 그녀의 무공수련에 방해되지 않게 방에서 나온 수연은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좋은 경험이 될 것 이니라.”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는 무림맹에서 열리는 룡전의 참가신청서였다.


작가의말

 

 

비급 구하는 것 따위는 식은 죽 먹기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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