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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천어검(萬天馭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완결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3.09.07 13:47
최근연재일 :
2014.02.09 12: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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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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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7,264

작성
13.12.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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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1

DUMMY

섬서로 향하는 길. 험한 야산을 오르는 일행이 있었다. 백의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청년. 천류였다. 그 뒤로 수연과 혜미. 연혁려가 그를 따랐다.

“이제 곧 있으면 하남이네.”

연혁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천류였다.

하남

그리고 그곳에는 구파일방의 수좌라고 불리는 소림사(少林寺)가 있다. 역사만 해도 천년이 넘는다. 거기에 소림사는 무승뿐만 아니라 불승까지 있다. 중원 불교의 성지라고 불림과 동시에 황실과도 연이 있는 곳이기에 그 누구도 소림사를 넘보지 않았다. 거기에 소림사에는 천존삼무신의 일인이 있기로도 유명하다.

소림불천(少林佛天) 준광대사

세상에서 사라진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준광대사가 죽음을 목격 한 자가 없었다. 소문으로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했다고도 한다.

“준광 할아버지는 잘 계시려나?”

연혁려의 말에 흠칫한 혜미가 반론했다.

“려,려문주님. 혹시 준광대사님을 뵌 적이 있으신가요?”

소림사의 최고배분. 거기에 고금천존십이인에 이름을 당당히 올린 무신이다. 그런 자를 마치 친 할아버지마냥 부르는 연혁려의 모습에 놀란 혜미였다.

“……음. 마지막으로 그분을 만난 게 십년 전이던가? 생각해보니 꾀 오래됐네.”

뜨억

혜미의 입이 볼품없이 벌려졌다. 천하의 무신을 보았다고 한다. 신화로 치부되는 무신을 말이다.

그 순간. 혜미는 턱을 만지는 부드러운 뭔가를 느꼈다. 수연의 손이었다.

“스,스승님! 려문주는 준광대사님과……!”

“난 그 늙은이가 싫느니라.”

“……에?”

수연의 뜬금없는 말에 당황하는 혜미였다. 천하의 무신을. 신화로 치부되는 무신을 늙은이라고 한다. 거기에 싫다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혜미였다.

“스승님! 준광대사님을 느,늙은이 라고 부르시면 아,안돼요! 무인들 사이에서는 소림불천(少林佛天)이라고 불리시는 부,분이세요!”

“……소림불천 이라고 불리면 뭐하느냐. 변태늙은이 이거늘.”

“벼,변태 늙은이!?”

“항상 내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더구나. 그래서 내 도로 늙은이의 덥수룩한 수염을 벤 적도 있느니라.”

다 큰 여인인 수연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말에 혜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모든 무인이 존경하는 무신중의 한명이 변태였다니. 혜미는 충격을 먹은 듯 몸을 비틀거렸다.

“소,소림불천께서 벼,변태라니.”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천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향하는 곳은 무림맹. 하지만 그 전에 소림사에 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 그곳에는 소림불천이 있다.

‘……아버님과 매번 싸우셨지.’

몇 년마다 한번씩 화련정에 들리던 준광대사는 항상 고도천과 싸웠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싸움을 말리는 건 만천화였다.

“……소림사라. 한번 들려야겠습니다.”

천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사 산 밑의 작은 도시에 도착한 천류 일행은 고독을 풀기 위해 객잔에 들어섰다. 이미 만석에 가까운 객잔이었다. 소림사의 영향일까? 일반 백성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무림인이 뒤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좋았다.

귀신처럼 칼을 휘두르는 무인들을 백성들은 무서워했다. 하지만 이곳은 소림사의 영역. 함부로 칼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눈치 빠른 점소이가 천류에게 다가와 굽신거렸다.

“어서옵쇼! 몇 분 이십니까요?”

점소이의 말에 천류가 손가락 네 개를 폈다. 4명이라는 뜻이었다. 손을 본 점소이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현제 1층밖에 자리가 없습니다. 저희 객잔은 5층까지 준비되어 있지만 다 예약이 되어 있어서 말입지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1층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점소이를 따라 비어있는 자리에 도착해 앉았다. 그리고는 점소이가 손을 비비며 다가왔다.

“저희 객잔은 모든 음식이 맛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면입니다. 가격이 가장 싸고 맛도 일품입니다. 참고로 고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소림사의 스님들도 가끔씩 내려오셔서 드시곤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요?”

특이한 객잔이다.

다른 객잔은 돈을 벌기 위해 비싼 요리를 추천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곳은 가장 싼 것을 추천한다. 그 모습에 연혁려가 대뜸 말을 꺼냈다.

“매화주 한 병이랑 오리구이 2마리! 그리고 소면 3그릇 줘.”

그리고는 점소이에게 은자 한 개를 주는 연혁려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최고로 맛있게 해달라는 표시였다. 그 표시를 이해했는지 점소이는 넙죽 허리를 숙였다.

“최고로 맛있게 해오겠습니다요!”

그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는 점소이. 누가 보면 보법을 익힌 줄 알았을 정도로 무척 빠른 속도였다.

“그런데 무척 사람이 많구나.”

천류의 말대로 일반 객잔 치고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아 이곳은 원래 유명해. 나도 예전에 무림맹에 갈 때 이곳을 지나가다가 찾은 곳인데 음식이 상당해. 이곳의 숙수가 황궁숙수 경력이 있는 자라나 뭐라나. 그리고 아까 점소이 말대로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건 소면이야. 고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가끔 소림사의 불승들도 와서 먹는다고 소문이 자자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그때. 점소이가 거대한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그 쟁반 위에는 오리구이를 비롯한 소면과 매화주가 있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쇼!”

노릇노릇 하게 잘 익은 오리구이의 향이 일행의 코를 자극시켰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소면이지만 이곳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수연은 소면의 육수를 한입 마시고는 표정이 변했다.

“…….”

맛있다. 정말 고기육수를 사용하지 않은 소면이란 말인가? 기름이 없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육수의 맛은 깊었다. 어떤 재료로 육수를 우렸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천류는 매화주의 마개를 열고서는 한잔 따라서 입에 넣었다. 평상시에 먹는 매화주와 별 다를 게 없었다.

오리고기를 능숙하게 손질하는 연혁려의 손길에 혜미는 소면을 먹으며 다른 손으로는 오리고기를 집었다.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는 그녀들의 모습에 혀를 찬 천류는 객잔 입구에서 들어오는 한 인물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더기와 다름없는 옷이다. 하지만 머리는 잘 손질되어 뒤로 넘겼다. 그리고 얼굴은……참으로 못생겼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기 힘들다. 점소이는 그에게 다가가서는 뭐라 말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소이가 허리를 굽신굽신 거리며 물러났다.

안내도 받지 않는다? 의문의 인물은 점점 천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류의 자리 옆에 털썩 앉았다.

“합석해도 되죠?”

청아한 목소리. 입은 옷과는 다르게 매화산의 매화꽃의 향기가 났다. 얼굴에는 뭐를 그리 발라놨는지 새까맸다.

“그러십시오.”

천류의 대답에 신발을 벗고서 올라온 여인은 비어있는 천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수연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그녀를 향했다.

-보통 여인이 아니구나.

수연의 전음이었다. 천류도 그녀를 본 순간 보통 여인이 아닌 것을 알았다. 정순한 내공. 그것도 평범함이 아닌 청순한 내공이다.

“당신이 소문의 려문주군요. 처음 뵙겠어요. 저는 연화라고 해요.”

연화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혁려였다.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연화 소저. 음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천류의 질문에 손으로 오리구이를 가리키는 그녀의 모습에 점소이를 불렀다. 부름과 동시에 점소이가 나타났다.

“뭘 드릴깝쇼?”

“오리구이 1마리 추가하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 멀리 사라지는 점소이를 보며 천류는 다시금 매화주를 따라마셨다. 연화의 등장에 뭔가 어색해진 분위기. 각자 먹을 것만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천류가 정적을 깨트렸다.

“연화소저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그 질문에 고기만 쳐다보던 연화가 입을 열었다.

“……뭐. 유람(遊覽)이라고 해야 할까요?”

들으면 들을수록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생긴건 추녀라고 할 정도로 못생겼는데 목소리는 참 예뻤다.

“유람이라. 그러면 소림사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오신 겁니까?”

“그렇다고 해두죠. 그런데 일단 서로 소개부터 해주시면 안 될까요? 려 문주를 제외하고는……다 구면이네요.”

구면? 그렇다면 연화라는 여인은 연혁려와 만난 적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혁려는 그녀를 모르는 듯 하다.

“저와 만난 적이 있던가요?”

똑똑한 연혁려다. 만났는데 몰라 볼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두죠. 일단 공자님부터 시작해주시겠어요?”

연화의 당돌한 행동에 절로 웃음을 흘린 천류였다.

“저는 천류라고 합니다.”

“수연이니라.”

“스,스승님의 제자인 혜미라고 합니다.”

천류는 천류대로. 수연은 수연대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혜미는 낮을 가리는지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도착한 오리구이를 열심히 뜯어먹는 연화이었다.





소림사를 오르는 길은 반듯했다. 황실에서의 도움일까? 인도의 바닥은 정밀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마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땅이 잘 다져져있다. 그리고 사람도 많았다. 중원의 소림사. 백성들의 발걸음도. 무림인의 발걸음도 소림사를 향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소림사였다. 가난한 자. 가진 자 가릴 것 없었다. 거기에 가난한 자들에게는 곡식을 조금씩 나눠주기까지 했다.

열심히 인도를 따라 올라가던 천류일행과 연화는 저 멀리 걸려있는 편액을 보았다.


少林寺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듯한 명필이다. 그 필체를 본 연화의 입에서 감탄사를 뿜어냈다.

“대단하군요. 이런 명필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그 말을 하고서는 소림사에 들어선 일행. 그런데 천류와 수연. 그리고 연혁려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혜미는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시선이 향한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빗자루 질을 하고 있었다. 정교한 빗자루 질이 한두 번 쓸어본 솜씨가 아니다.

빗자루 질을 하던 노인의 시선이 이곳을 향했다. 그리고 노인의 입이 미소를 그렸다.

“왔느냐?”

노인의 말에 천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천류의 말에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허리를 툭툭 쳤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빗자루 질도 힘들구나. 이게 다 형님한테 당한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천류야.”

“……하하.”

그런 그때. 노인이 앞에서 불쑥 사라졌다. 당황한 혜미가 고개를 돌려 이곳저곳 보았지만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너는 어째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독해지는고?”

옆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그리고는 느껴지는 살기. 고개를 돌린 혜미의 눈에는 매서운 눈으로 흑월을 노인의 목에 댄 수연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노인의 손은 수연의 엉덩이 바로 앞에까지 와 있었다.

“늙은이.”

“허허. 윤려 그 아이보다 빠른 도라.”

혜미가 수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도를 수연의 도집에 넣었다.

“이,이곳은 소림사에요. 스승님. 함부로 도를 뽑으시면 안돼요.”

“…….”

입을 다문 수연은 혜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노인을 째려보았다.

“내 제자는 손대면 안되느니라. 늙은이.”

수연의 말에 혜미를 쳐다보는 노인의 눈길이 허리춤을 향했다.

“……그렇군. 그 아이의 진전을 이었는가.”

그 아이. 천하의 풍천검자를 아이 취급하는 자는 세상에서 손으로 꼽을 것이다. 혜미는 눈치가 빨랐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노인이 설마……

“소림불천?”

혜미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불리기도 하지.”


세상 모든 무인들이 존경하고 추앙하는 천존삼무신(天尊三武神)의 일인.

소림불천 정천무신(少林佛天 正天武神) 준광대사.


그가 바로 혜미의 눈앞에 있는 노인이었다.


작가의말

 

 

이제 2013년도 몇일 남지 않았군요.

 

 

 * * *

 

수정 전

 

세상에서 사라진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준광대사 죽음을 목격 한 자 없었다. 소문으로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했다고도 한다.

 

 

수정 후

 

세상에서 사라진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준광대사 죽음을 목격 한 자 없었다. 소문으로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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