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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모드로 즐거운 헌터 생활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인보일
작품등록일 :
2021.07.30 03:11
최근연재일 :
2021.08.04 19:45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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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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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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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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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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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헌터 협회 계약직

DUMMY

문피아



프롤로그 






"여기에 성함이랑 등록번호, 직업을 기재해 주시면 됩니다."

이 말을 하루에 200번도 더 한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 악으로 깡으로 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두번이다. 오늘 같이 자신감만 넘치는 뉴비가 오면 더욱 힘든 날이 된다.

"저기. 일 똑바로 해야지. 앞에서 미리 적고 왔거든? 왜 일을 그딴 식으로 해? 사람 귀찮게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놈의 직업은 흑염의 마법사였다. 우선 앞에 수식어가 붙는 걸 보니 적어도 C급이라는 말이다. 나이는 22살. 던전에서 고위급 헌터 잘못 건드렸다가 칼에 찔리 않는 이상 건방져도 이해가 되는 스펙이었다. 게다가 이 자식은 키까지 컸다.

"죄송합니다. 이건 제가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서요. 그리고 앞에 컴퓨터로 입력한 것과 교차 검증도 할 겸해서 말이지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나는 F급 헌터에다가 직업도 그저 [전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헌터 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계약직 헌터이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신참내기 헌터들이 교육장소에 모이면 상태창을 어떻게 쓰는지 하루 종일 외치는 일 뿐이다. 물론 의무 교육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간혹가다가 헌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체로 있다가 덜컥 각성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확실히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금 흑염의 마법사 같은 경우는 이 과정 자체가 시간 낭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있다. 


"이봐요. 진짜 짜증나게 하고 있네. 어차피 이번 교육도 그냥 상태창 쓰는 법 밖에 더 배우나?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건 다 알고 있다고. 이봐. 내 시간은 금이야. 아니. 사람의 시간은 돈을 주고도 못 사. 그리고 말야. 사람의 시간의 값어치는 다 다르다고. 솔직하게 내 말이 맞잖아. 대통령의 시간과 당신의 시간의 가치가 같나? 그렇다고는 못할텐데. 아무튼 나는 진짜 마음에 안드는게 왜 이런 쓸데 없는 걸로 내 가치를 낭비하게 만드냐는 거야. 능력 확인도 다 했고 나는 서약서만 쓰고 던전 돌아야 되거든? 이런 말 안하려고 했는데. 내 시급이 백만원이야 백만원. 그런데 당신은? 여기 우리 길드 외주 주는 놈이 가끔 알바 식으로 하던데 시급 5만원밖에 안하잖아? 그것도 뭐 교육을 하루 종일 하나? 내 말 틀려? 그러니까 이런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그는 내 앞에서 아주 열변을 토했다. 말이 청산 유수였다. 꼭 그말이 틀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내가 만약 D급이라도 됐으면 으름장이라도 놓겠지만 뻔히 아는 F급인데 그런 말을 하다가는 오히려 내가 칼침 당하기 좋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사과 뿐이다.

나는 최대한 웃는 낯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헌터 님은 등급도 높고 길드도 들어가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뒤에 계신 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해 각성하는 헌터 중에 C급 이상은 10%도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길드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뭐든 처음이란 그렇지요. 지금 헌터님은 운이 좋으셔서 C급이시지만, 저는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른 악감정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헌터 교육이 도움이 된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헌터 교육 만족도가 80%를 넘었고, 헌터 교육을 실시한 이래로 첫 각성자의 사망률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그래서 교육은 의무인 것입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뒤에서는 쭈뼛대며 내 말을 경청하는 초보 헌터들이 보였다. 어림잡아서 40명 정도 되었다. 제발 이 정도 했으면 알아 들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나 역시 진상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진상이었다. 그는 내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C급 이상이면 따로 빼주면 되잖아? 미치겠네 이거. F급 기준으로 교육을 시키면 그 이상으로는 당연히 시간 손해잖아? 이봐요. 헌터 선생 양반. 나 당신이 얼마나 강한 헌터인지는 모르겠고, 초면이기도 하고. 당신한테 억하심정 없어요. 내 말은 왜 이런 시스템을 방치했냐 이거지. 그것도 헌터 교육 담당이라면 이제까지 못해도 그걸 알았을텐데. 위에다 보고 할 생각은 안해봤어요? 아니! 이러니까 한국이 안된다고! 다른 나라는 다들 헌터 대접해주느라 눈에 불을 켜고 설치는데! 왜 한국만 헌터들 규제 걸고 아무것도 못하게 해? 이게 전부 다 문제라고 문제! 문제점을 알고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도 없는 당신도 문제고!"


계속해서 고성이 들리니 마침 복도를 지나가고 있던 인사 팀장이 그걸 들었던 것 같다. 그녀는 문을 열린 문으로 얼굴을 들이밀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문제라도 있어요?"

"그런건 아닌데요...."

"아니요! 문제 있지요! 문제! 헌터 협회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요! 아니 이렇게 공무원 마인드로 일을 하니 발전이 안되죠! 당신이 담당잡니까?"

그는 화난 얼굴로 크게 소리질렀다. 나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런 수강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루였다. 


"오늘 힘들었죠? 저런 사람은 꼭 한 두 명씩 나오네요."

아까 나 대신 일을 처리해 주었던 한해수 팀장이었다. 그녀는 내게 탄산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별 거 아니에요. 어쩔 수 없죠.장래가 보장된 젊은 헌터 입장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요. 직업명도 보세요. 흑염의 마법사가 뭡니까. 중2병도 아니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미소 짓더니 자판기 옆의 벤치에 앉았다. 나는 굳이 따라 앉지는 않았다. 딱 그 정도가 그녀와 나의 거리였다. 나도 그게 편하기도 했다. 어차피 계약 기간이 끝나면 안 볼 사이기도 하니까.

"뭐 그건 그러네요. 혹시 흑염의 마법사 직업을 가진 분을 보신 적 있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요. 그런 적은 없네요."

나는 캔을 따고서 말했다.

"저도 없어요. 흠... 나중에 검색이라도 한번 해볼까요?"

"아휴. 아뇨. 농담으로 해본 소립니다. 그러다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구요."

그건 그랬다. 헌터넷을 통해 검색한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혹시나 감사가 들어오면 곤란하다.

"저도 농담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참 농담도 진지하게 하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계약직인 나에게도 이렇게 살갑게 구는 거겠지. 인생이 정말 착실한 사람이다. 3달 동안 같이 일을 하면서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기도 했고. 현재 25살의 나이로 C급이지만 그전에는 E급이었다. 그리고 헌터가 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건 저 때문이 아니었어요. 갑자기 생겨난 게이트 때문이었거든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죠. 헌터 협회도 그렇구요. 헌터들은 5분 만에 도움을 주러 왔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꽤나 빠른 대응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제 아버지가 운이 없었을 뿐. 그런데 사람이 정말 미치는게 뭔지 알아요? 앞으로 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그렇게 우연으로 치부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 삶을 산다는게. 아주 가끔씩만 아버지를 기억하며 내가 기억하기 전까진 아무도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거. 그리고 그때 나 대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갈 거라는거. 그것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한달 차 쯤에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헌터가 되지 않고서는 안됐어요. 그렇게 이 길에 들어선 거예요. 그리 특별한 건 아니에요. 이 업계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 상처는 다들 있거든요. 제정신이 아니면 이런 일 못해요. 그리고... 저도 처음에는 E급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C급이 됐어요. 그러니까.... 재희씨도 힘내요."


내가 힘들어하고 있을때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그녀 뿐이었다. 그 외의 직원들은 어차피 계약직인거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것도 좋았다. 익숙한 대접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인간적으로 대해준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그녀는 나 같은F급 헌터에게도 그토록 솔직했다. 분명10년뒤에는 더욱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는 그 후에 인터넷 뉴스를 보다 그녀의 인터뷰를 접할 수 있었다. 기사 제목은 E급에서 C급 헌터까지!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 헌터로 불러 주세요." 였다. 거기서는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헌터가 되기 위해 멘티스의 알부터 시작해서 키메라의 뇌수까지 안먹어본 것이 없었고 헌터 아카데미에 가서 레슨도 받아보고 안 해본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실력이 늘지 않았고 결국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 후부터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이 직업이 과연 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 어쨌든 오늘 금요일이기도 하고. 밥은 집에 가서 드세요?"

그녀가 내게 물었다. 나는 캔음료를 홀짝이며 답했다.

"네. 그래도 요리는 좋아해서요. 설거지가 귀찮기는 하지만."

"집에 혼자 가서 먹는게 썰렁해서 저는 가급적 밖에서 먹으려고 해요. 요리 잘 하시나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건 아니고요. 그냥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서 그래요."

그녀는 그렇구나, 하고 음료를 마셨다. 나도 따라했다. 나도 말기술이 별로 좋지 않아서  문제였다. 헌터 협회의 건물은 썰렁했다. 금요일 오후 7시였다. 

"혹시 뭐라도 드실래요?"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음... 죄송하지만 먼저 약속이 있어서요."

나는 그렇게 물리쳤다. 정말 할 일이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을 챙기러 자신의 사무실로 가버렸다. 나는 자판기에서 천원을 넣어 음료수 하나를 더 뽑았다. 그리고 뺨에 대어보았다. 아주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 


***


"이봐! 정선생! 오늘은 조금 늦었구만."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작업반장인 김씨 아저씨였다. 그 분은 던전 처리반에서는 수완가로 이름이 날려 있었다. 왜냐면 그의 능력이 거기에 아주 걸맞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은 시체 운반자였다. 네크로맨서의 하위 직종인 것 같은데 시체를 들고 다니면서 터트리거나 부비트랩을 설치하거나 역병을 걸거나 하는 직업이었다. 그렇지만 김씨 아저씨는 발상을 틀어서 그 직업으로 헌터일을 하기보다는, 비즈니스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 모양이다. 

이 시체 운반자는 E급 직업으로 다소 특이하지만 공격력은 그리 세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 아저씨가 발견한 아주 대단한 강점이 있었는데 그건 시체에 한정한 엄청난 수납력이었다. 직업 특성상인지 시체를 한번에 50구씩 옮기는 것도 가능했으며 무게 수납도 10t이 넘어갔다. 정말 시체 수납에 대해서는 따라올 직업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이고 있었다. 던전에 한번 입장 하는데만 해도 돈이 깨지는데 남들의 50배 이상의 일을 하는데 돈이 안벌릴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네. 죄송합니다. 이상하게 신호가 많이 걸려서요."

"아냐 아냐. 괜찮아. 아직 시체 수거반이 출발 안 했거든."

김씨 아저씨는 그렇게 나를 다독여주었다. 솔직히 욕을 들어도 할말이 없었을 테지만, 나에게만은 관대했다. 아마도 고향이 같아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나치게 험악한 산세와 지형, 인구 밀도의 문제 때문에 거의 폐허가 되어 버린 소도시. 아저씨와 나는 그곳의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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