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래 '비대면 시대에 영주가 된다면?'이라는 구상으로 시작한 글입니다.
처음의 글 제목도 '비대면 영주'였었죠.
그래서 1권에 보면, 되도록 사람 앞에 나서지 않으려는 부분이 곳곳에 보일 겁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처음에 구상한 글의 기조는 되도록 유지한 채, 주인공만 좀 더 활발한 행동을 하기로 바꿨습니다.
제목을 '어서 와! 이런 영지는 처음이지?'라고 바꾼 이유도 그래서고요.
그렇지만, 글의 목적 자체가 영지의 확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일종의 힐링물을 기획하고 썼기 때문이죠.
물론, 작가인 저의 역량 부족으로 힐링물보다는 사기와 갈취가 주된 컨텐츠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구상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세계관에 나오는 마족 숭배자라든지, 흑마법사, 9대 금지 같은 요소를 굳이 넣은 이유가 뭘까요?
그건 원래 쓰려고 했던 흑마법사 관련 이야기에서 세계관을 빌려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글을 쓰고 있다가 갑자기 '아! 이걸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일단 쓰기 시작했는데. 그렇다 보니 세계관이 너무 빈약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짜둔 세계관을 빌려왔던 것이죠.
한참 필 받아서 쓰다가 세계관을 다시 만든다고 글을 멈출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런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약간의 오해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구상한 작품은 원래 작은 영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채 진행되는 이야기이고.
처음부터 영지의 확장이나 격렬한 전투 같은 요소는 최소로 하려고 작정하고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글 중간 중간에 '세계 최고의 영지' '세계적인 지배력' 등을 이루겠다는 부분이 있지만.
그건 영향력에 관한 영역이지 물리적인 규모와는 상관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주인공이 영지에 고정된 상태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원래 5 써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어느새 5 써클 마스터에 도달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세계 제일의 영지를 꿈꾸는 것은 이미 영향력 만으로도 충분할 지경입니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지도 진즉 이루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계속 글을 쓰려면 이제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영지에 고정돼 있는 주인공을 세계에 풀어 놔야 한다는 것.
적극적으로 전투를 벌이고, 필요하다면 다른 영지를 집어 삼키고, 마족 숭배자와 흑마법사를 때려잡고, 9대 금지를 정화해 나가야 하죠.
물론 8 써클 좀 더 나아가면 9 써클까지 올라갈 수도 있고요.
솔직히 쓸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제한을 풀면 지금처럼 없는 방법을 만들어 내느라 한 편 한 편 쓰는데 머리에서 연기나도록 굴려야 할 정도로 어렵게 쓸 이유도 없습니다.
쉽게 쉽게 쓸 수 있으니까요.
쓸 거 엄청 많죠.
당장 생각해봐도 에피소드가 한 열 개쯤 주르륵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처음 제가 설정했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고, 다른 영지물을 닮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고민했었습니다.
아이덴티티를 지켜서 여기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세계관을 좀 더 확장해서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제 선택은 끝까지 아이덴티티를 지키자였습니다.
솔직히 세계관을 확장한 상태의 영지물은 많잖습니까?
그래서 아주 좁은 테두리 안에서, 그렇지만 영향력만은 최고로 좋은 상태에서 끝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아주 많이 흔하지는 않은 소설로 남겨두고 싶다고나 할까요?
그게 제가 완결을 결정한 이유입니다.
일종의 욕심이죠.
그래서 너무 빨리 끝낸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님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