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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근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게임 능력으로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단근
작품등록일 :
2024.0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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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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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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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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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히든 스킬?


나한테 스킬이 더 있었다고?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그대로 굳어버린 때.


타닥!


어느샌가 우리 쪽으로 뛰어온 권일규가 다급히 물었다.


“자네, 괜찮나?”

“······예,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멀쩡해 보이는 모습. 킹 고블린이 움찔거린다.


······크륵? 크르륵?


뭐라 말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대충 뭐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분명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에 당황한 거겠지.


“안돼, 안돼······.”


그러나 멀쩡한 우리와 달리, 백지연의 상태는 심각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벌벌 떨고 있는 모습.


‘완전히 리타이어군.’


이로써 확실해졌다. 방금 킹 고블린이 사용한 것은 정신계 공격이었다.


[인내심– 모든 정신계 공격에 완전히 면역을 지닌다.]


일단, 스킬 때문에 권일규에게는 정신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금에서야 알게 됐지만 나에게도 그와 엇비슷한 스킬이 있었다.


스킬명, 정신 방벽. 이름만 보더라도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 뻔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정신을 보호해주고 있던 거겠지.


이게 없었더라면 나 역시 백지연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을 터.


‘어쩐지, 몬스터가 별로 안 무섭더라.’


이제야 좀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나는 이상할 정도로 몬스터가 두렵지 않았으니까.


봐도 징그럽다는 생각만이 들 뿐, 각성 이후로 한 번도 놈들에게 공포를 느낀 적이 없었다.


이게 나만의 특이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모두 비슷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크륵! 크르륵!


일단, 다시 움직여야 할 때였다.


킹 고블린이 쿵쿵 발을 구르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쿵! 쿵! 쿵!


젠장, 더럽게 빠르군. 육중한 덩치에 비해 움직이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쓰러져있던 백지연을 어느샌가 어깨에 짊어진 권일규가 외쳤다.


“피하게!”


쉬이익!


그의 외침과 동시에 아래로 내리쳐지는 킹고블린의 거대한 대검.


“큭!”


몸을 옆으로 날림과 동시에 내가 있던 자리에 놈의 대검이 처박혔다.


콰아앙-!


그 충격파로 지면이 흔들린다. 지진을 방불케 하는 위력에 협곡에서 흙먼지와 돌덩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공격은 한 번에서 끝나지 않았다.


놈은 땅에 처박혔던 대검을 순식간에 다시 뽑아내더니 가로로 부웅, 휘두른다.


공격의 방향은, 내가 서 있는 왼편이었다.


“······아.”


피할 틈도 없이 한순간에 벌어진 일.


거대한 대검의 날이 내 머리로 향하는 장면이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 짧은 찰나,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가장 또렷한 생각은 하나의 단어였다.


‘죽는다.’


그 순간,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파아앙!


파공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아슬아슬하게 대검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만, 내가 피한 것이 아니었다.


[스킬, 날렵한 몸놀림이 발동되었습니다.]

[치명타 회피!]


‘······터졌다, 5%.’


앞으로도 내 인생에 몇 번 없을 지극한 행운이었지.


“물러서게!”


백지연을 안전한 곳에 옮겨놓은 듯, 다시 나타난 권일규가 다시 킹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째애앵-!


그가 내지른 창과 고블린의 대검이 맞닿으며 금속음이 맹렬히 울려 퍼진다.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잠시, 권일규가 거의 내팽개쳐지듯 뒤로 튕겨 나갔다.


“큭!”


겨우 중심을 잡아 넘어지진 않았지만, 데미지가 상당해 보인다. 제대로 몸도 겨누지 못하고 비틀거렸으니까.


다행인 것은 고블린이 바로 공격하지 않고 자리에 멈춰섰다는 것.


“어르신!”


그 틈에 그에게 다가가 권일규를 부축했다.


“······만만찮은 놈이군. 무기에도 금이 갔어.”


평소대로였으면 거절했을 부축을 얌전히 받아들이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지쳤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안 되겠습니다, 어르신. 도약 스킬로 도망을······.”


권일규는 헐떡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후우, 아까부터 사용이 안 되네. 뭔가, 고갈된 느낌이야.”


······이런, 망할.


너무 지치면 발동이 안 되는 건가. 어쩌면 수치로는 보이지 않는 마나를 다 소진한 것일 수도 있다.


쿵! 쿵!


그 사이, 킹고블린이 움직임을 재개했다. 나를 밀어내며 바로 선 권일규가 몸을 낮췄다.


“일단, 계속 피하게!”


이후로도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제대로 공격조차 통하지 않는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애매한 반격과 회피가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그로가 모두 우리에게 끌렸다는 것.


백지연은 아직도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고블린이 그녀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피해 다닐 수는 없다.


“허억, 헉.”

“후우······.”


슬슬, 체력의 한계가 오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해야 놈을 죽일 수 있지? 백지연이 말한 놈의 약점이 분명······.


“준혁 군.”

“예, 어르신.”


내 상념을 끊어오는 권일규의 부름. 그는 방금의 공격으로 완전히 아작난 돌창의 손잡이 부분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내가, 놈의 움직임을 막고 있겠네.”

“······예?”

“5분······ 그래, 5분 정도는 버틸 수 있네. 후, 그 사이에 지연 양을 부축해서 도망치게.”


나는 저 말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멍청이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도······.”

“언쟁할 시간 없네. 일단, 무기나 만들어주게.”


권일규가 내 말을 단호하게 끊어내며 손을 뻗었다.


잠시 킹 고블린의 공격이 멈춘 지금, 빠르게 재정비를 해야 했다.


‘······젠장.’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일단 무기 제작에 들어갔다.


[‘돌창’을 제작합니다······.]


다만, 권일규의 말처럼 그를 두고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일단 둘 다 무기를 들고 함께 공격할 생각이었지.


거기에다 슬슬 저놈의 공격 패턴이 파악됐다.


‘보니까, 놈도 공격을 받으면 데미지가 없더라도 잠시 스턴에 걸린다.’


권일규가 공격을 하면 킹 고블린은 무리 없이 대검으로 받아쳤다.


하지만 이상하게 공격을 한 번 받고 나면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는 데 틈이 생긴다.


그걸 잘 이용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크르륵! 크륵!


놈이 다시 움직인다.


[‘그럴듯한 돌창(등급 : C)’를 제작하셨습니다.]


동시에 돌창 역시 완성됐다.


그것을 권일규에게 넘기기 위해 현실로 소환하려던 그때였다.


[크래프트 마스터(Lv : 2)의 경험치가 3% 상승했습니다.]

[크래프트 마스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했군.’


그러고 보니 경험치량이 상당했었지. 그러나 당장 확인할 여유는 없다.


일단 지금은, 여기서 살아나가는 걸 목표로······.


-아, 드디어 들리는군!


뭐, 뭐야.


나는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뭔가 굉장히 걸걸한 노인의 목소리가······.


-뭐하는 건가! 싸움 도중에 한눈을 팔아? 당장 피하게!

“!”


벼락같은 호통에 순간 정신이 번뜩 들어, 반사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쾅!


“조심하게!”


이번에는 정말 한 끗 차이였다. 내 바로 옆에 처박힌 대검. 연속 공격이 날아오기 전 한 번 더 몸을 날려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좋아! 몸이 굼뜨지는 않군! 잘했다!

“······.”


환청이 아니다. 실제로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당장은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지!


[대장장이의 유폐된 시조가 ‘현신’을 발동합니다.]


파아앗!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림이 떠오름과 동시에 내 손에서 빛이 반짝였다.


빛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갔다.


정신을 차린 순간 손에 쥐어진 거대한 망치. 그 외형에서부터 심상찮다는 물건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손에 착 감기는 고급진 가죽과 백색의 불꽃을 쉴 새 없이 뿜어대는 거대한 망치.


그런 거대한 걸 쥐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아무것도 든 것 같지 않은 것처럼 가벼웠다.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나 신화 속에서나 볼 법한 신비한 외형.


쿵! 쿵!


멍하니 망치를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내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다시 움직인 킹 고블린이 내 앞에서 대검을 높게 치켜들고 있었다.


쐐액!


-지금으로서는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네. 온 힘을 다해, 휘두르게!


······그래.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번 해보자.


나는 양손으로 망치를 강하게 쥐었다. 이를 악물고 왼발을 앞으로 움직이며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째애애앵-!


“크윽!”


고블린의 대검과 망치가 맞닿은 순간, 그 어떤 소리보다 강력하고 시끄러운 굉음이 터져 나온다.


고막까지 울려버리는 금속음에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 번 사용한 순간 빛이 되어 사라진 망치.


그러나, 무기가 사라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쩌저적!


킹 고블린의 대검이 파편이 되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남은 것은 날 없는 손잡이 뿐이었다.


하지만, 놈에게 무기가 작살난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크르륵! 크륵, 카아악!


그나마 남아있던 손잡이마저 떨군 킹 고블린은 자기의 귀를 양손으로 막은 채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


그에 아까 백지연이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소음!’


킹 고블린의 약점은, 시끄러운 소리였다.


그 탓에 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됐다. 기회는 지금 밖에 없었다.


“어르······!”


파앗!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일규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언제 주워든 것인지 그의 손에는 광부 고블린의 광석으로 만든 내 창이 들려있었다.


“후웁!”


권일규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남은 힘을 모두 끌어모은 덕분일까,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였다.


콰드득!


뼈를 꿰뚫어버리는 끔찍한 소리.


녹색의 날이 킹 고블린의 미간을 아주 깊은 곳까지 관통했다.


크, 크륵, 큭······.


단말마의 신음. 킹 고블린이 생전 마지막으로 뱉은 울음소리였다.


쿵!


거대한 몸뚱아리가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다.


엎어진 놈의 뒤통수로 녹색날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그 끝에 잔뜩 묻은 질척한 액체들.


‘······씹.’


역겨운 모습에 겨우 욕지거리를 삼켰다.


이윽고, 킹 고블린의 사체가 서서히 흩어지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녹색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소멸되고 남은 것은 놈이 착용하고 있던 금 장신구, 갑옷, 그리고 부서진 대검뿐이었다.


“후우······.”


권일규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칼레인 협곡의 킹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24시간 뒤, 게이트가 소멸합니다.]


우리가, 승리했다.


***


“하, 참······.”


권일규가 헛웃음을 흘리며 내 옆에 앉았다. 그의 몸은 땀과 녹색의 진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죽을 뻔했군. 안 그런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쳐서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대답할 힘조차 없던 탓이었다.


“근데 방금 그건, 대체 뭐였나?”


그러게 말이다.


나도 궁금했다. 방금 내가 사용했던 무구는 대체 무엇인지.


-거, 생각해보니 운이 심하게 안 좋군. 하필이면 킹 고블린이 나타나다니. 아주 희귀한 놈인데 말이야!

“······.”

-내 역작인 고대룡의 망치가 없었다면, 아주 큰 일이 날 뻔했어! 아, 방금 자네가 사용한 건 고대룡의 뿔을 깎아 만든 것인데······.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은 대체 누구인지.


조금 더 숨을 고르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 소개가 늦었군! 이해하게, 방금은 경황이 없었으니, 하하!


유쾌하게 웃어 재낀 목소리는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나는 모든 대장장이의 시조, 볼룬드라고 하네!


볼룬드.


묘하게 익숙한 이름이다. 최근에 분명 저 이름을 봤는데······.


“아.”


머지않아 나는 탄성을 흘렸다.


그래, 저번에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판매할 때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볼룬드.


내가 보유한 스킬인 크래프트 마스터 속 대장장이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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