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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근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게임 능력으로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단근
작품등록일 :
2024.02.15 11:42
최근연재일 :
2024.0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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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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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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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화

DUMMY

“무슨 문제 있나?”

“그게.”


권일규에게 상황을 설명하려다 순간 멈칫했다.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지?


나조차도 아직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말문이 막힌 탓이다.


“으, 으······.”


타이밍 좋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앓는 소리. 쓰러져있던 백지연이 깨어난 것 같았다.


“일단, 지연 씨의 상태를 확인해주세요. 저도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음, 알겠네.”


다행히 권일규는 더 자세히 묻지 않고 묵묵히 백지연에게로 향했다. 역시 이런 점이 편하다니까.


이제는 이 정체 모를 대장장이를 상대할 때였다.


-지······ 뭐? 지얀? 특이한 이름이군.


······누가 누구보고 특이하다는 거지. 볼룬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리가 없는 볼룬드는 묘하게 의기양양한 투로 말했다.


-흠, 아무튼. 여태 위대한 대장장이가 만든 무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놀랄만한 일이겠지만, 물어볼 것이 있으니 좀 침착해보게.


많은 오류가 있는 말이었다.


일단은 나는 볼룬드라는 이름을 난생 처음 들어본다. 그러니 당연히 영광도 느끼지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


-여태 자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긴 했지만······ 이제야 겨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말일세.


다만, 입에 모터라도 단 듯 쉴새 없이 이어지는 그의 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 있었다.


-자네의 외형을 보니 리 왕국의 사람 같긴 하다만, 맞나? 그렇지만 흠, 착장과 건축물들이 좀 특이하더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이 인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얼빠져 보일 만큼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지금이 몇 년도인가? 설마 대륙력 700년 이상을 넘긴 건 아니겠지?

“······일단, 정정부터 해드리겠습니다.”


보아하니, 아예 다른 차원의 사람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모든 걸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저는 대한민국의 사람이고, 지구의 역사에서 대륙력이라는 기년법은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지······ 구? 대한민국? 자네, 지금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겐가?


다행히 그렇게까지 눈치가 나쁘진 않았다.


내 설명이 슬슬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듯, 두꺼운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당혹감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일단 어르신의 이야기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도 설명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크, 크음. 내 이야기?

“예, 지금 어디에 계신 겁니까?”


지금 내가 가장 궁금한 건 내가 보유한 스킬인 이 크래프트 마스터의 정체.


그러기 위해서는 볼룬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다.


-그, 그게······.


그런데, 행방을 물으니 아까의 당당한 태도는 어디 갔는지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큼. 사실은, 나도 잘 모르네.

“모르신다고요? 위대한 대장장이시라는 분이?”


혹시 거짓말을 하는 건가 싶어 한 번 긁어봤다.


-내, 내 잘못은 없네! 못돼먹은 제자 놈들이 나를 배신한 것이니!


말하는 거에서 느꼈지만, 단순한 성격인 듯 곧바로 미끼를 물었다.


“제자들이 말입니까?”

-그 고얀 놈들. 내 제작 능력이 너무 뛰어나 본인들에게 일이 안 들어오니 날 해하려 했다!

“저런, 나쁜 놈들이군요.”

-그래! 하지만 내가 누군가, 위대한 볼룬드! 여섯 명의 합공 속에서 살아남아 빠져나와 회복을 위해 동굴 안에 몸을 숨겼었지!


살살 반응해주며 대화를 끌어가니 볼룬드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술술 불었다.


-그런데, 눈을 떴더니 이 좁은 대장간 안이더군. 창문도 없고, 밖으로도 나갈 수 없고······ 심지어는 내 능력도 약해진 게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 만들었던 나무검이 그렇게 허접했던 건가? 하긴, 레벨이 올라가니 조금 더 외형이 그럴듯해졌지.


실력을 오해할 뻔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건 자네가 준 재료를 통해 무구를 만드는 것뿐이었네. 누군가가 강제하는 것처럼, 재료를 보면 본능적으로 만들게 되더군.

“흠······.”

-그래서 처음에는 자네가 날 가둔 놈이 아닐까 의심도 했네만, 지난 몇 주간 지켜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군.

“바로 보셨습니다.”

-아무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네. 이제 자네의 이야기를 해주게나.


볼룬드가 안달 난 목소리로 재촉했지만, 나는 아직 물을 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방금 제 손에 있었던 그 무기, 그건 뭡니까?”

-아, 나의 권능 말인가? 권능이 무엇인지 모르나?

“모릅니다만······.”-으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나, 볼룬드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네.


본인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라.


이거, 설명이 묘하게 익숙하다.


-내 권능은 타인에게 내가 과거 만들었던 무기를 일시적으로 현신시켜주는 것이지.

“흠.”

-자네가 큰 위기에 처한 것 같기에, 온 힘을 끌어모아 자네에게 현신시켜주었던 거네. 물론 지금은 이상하게 미약해졌지만.


그 권능이라는 거······ 아무리 들어도 스킬 같은데.


위력이 미약해진 것 역시도 레벨이 낮아진 탓일 터. 내가 보기엔 크래프트 마스터와 그는 함께 성장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 번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신시키는 게 전부라니, 다시 생각해도 원통하군. 위대한 전사인 나 볼룬드의 힘이······.


우울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아까 그의 스킬이 발동되었을 때 봤던 문구가 떠올랐다.


‘그래, 분명 대장장이의 유폐된 시조라 했지.’


아까는 경황이 없어 깊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유폐된이라는 단어가 크게 거슬린다.


그 덕에 오히려 지금 볼룬드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어느정도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유폐라는 건 보통 본인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니까. 아마 저쪽도 휩쓸린 쪽일 거다.


휩쓸린 원인을 본인도 모른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정보를 얻어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할 이야기가 많지만, 조금 후에 말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라.”

-음, 그래. 시간은 많으니 자네의 동료부터 챙기게나.


걸걸한 목소리와 달리 은근히 배려심이 있군. 그제야 나는 대화를 멈추고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대화는 끝났나?”“예, 나중에 조금 더 정리가 되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연 씨는 괜찮습니까?”“네, 네에······. 괜찮아요.”


괜찮은 얼굴이 아닌데. 백지연의 안색은 심각해 보일 정도로 파리했다.


‘거, 대체 뭘 봤길래 저렇게까지······.’


다만 예의상 묻지는 않았다. 악몽이라는 걸 보면 아마 본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쪽의 정신 공격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백지연에게는 물을 것이 많았다. 이번에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얻게 된 만큼, 여러모로 혼란스러웠거든.


어쨌든,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다만 그전에 챙길 것은 챙겨야지.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권일규가 바닥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그 손가락의 끝에는 킹 고블린이 떨군 아이템들이 있었다.


“저것들, 주워가는 편이 좋을 것 같군.”“예,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보스전이 끝난 다음에 전리품을 챙기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으니까.


킹 고블린이 남기고 간 아이템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의 금 장신구와 가죽으로 만든 갑옷.


‘음, 어디 쓸 방법이 있으려나.’


솔직히 끌리는 건 금보다 가죽 갑옷이다. 지금 세상에서 유용한 건 돈보다 이쪽이니까.


그래도 챙겨두는 게 좋겠지. 거래소에 올리면 또 누가 살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금 장신구를 집어 든 순간, 볼룬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거, 주술이 걸려있네.


······주술?


“특이한 점은 없어보입니다만.”


나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금 장신구를 살폈다. 음,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원래 주술이라는 건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네. 음, 일단 나한테 넘겨보게. 정확히 어떤 주술이 걸려있는지 확인해 줄 테니.


뭐, 그렇다면야.


나는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한 후 크래프트 마스터 속으로 금 장신구를 넣어봤다.


-흠, 그래. 이건······. 기다려보게, 아마 이렇게 하는 거였던 거 같은데.


뭔가를 하듯 끙끙거리는 것도 잠시, 눈앞에 세 개의 창이 떠올랐다.


[킹 고블린의 금 목걸이(등급 : B+)]

-주술, ‘어두운 악몽’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 시전자보다 마력 수치가 낮은 상대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킹 고블린의 금팔찌(등급 : C)]

-마력 수치가 3 상승한다.


[킹 고블린의 금 귀걸이(등급 : B)]

-주술 계열 스킬의 범위가 50% 늘어난다.


“······오.”

“왜 그래요, 준혁씨?”

“아,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이라서요.”


솔직히 놀랐다. 상대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놈이 예상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떨궜으니까.


-킹 고블린은 강력한 힘과 높은 속도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주술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네. 상대하기 난감한 녀석이지.

“아.”

-내가 그래서 아까 자네들의 운이 나쁘다고 했던 것이네. 하필 그놈이 우두머리로 있는 고블린 마을에 왔으니 말일세!


운이 안 좋았다라······. 차라리 그거였으면 좋겠다.


이곳은 최하급 게이트에 불과하다. 더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수두룩한데, 이것보다 강하다면 꽤 난감할 테니까.


“정말로 빡셌지.”


나름대로 만발의 준비를 했는데도 겨우 살아남은 것이었으니까.


내가 중얼거리는 건 들었는지 볼룬드가 의아한 투로 물었다.


-빡······세다? 그게 뭔가?

“별거 아닙니다. 일단 다시 돌려주시죠.”


아무튼, 효과는 확인했다. 그에게서 다시 장신구들을 돌려받은 나는 그것들을 백지연에게 넘겼다.


장신구들을 받은 백지연은 얼떨떨해하는 기색이었다.


“어······ 제가 쓰라고요?”

“예, 주술의 효력을 증가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한 번 착용해보시죠.”“······나, 나중에요.”


백지연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었음에도 떨떠름 해 보이는 반응.


뭐, 이해는 갔다.


2M에 달하는 킹 고블린이 착용하고 있었던 것들인 만큼······ 그녀에게는 많이 컸다. 착용했을 때 보기 좋은 모습은 절대 아니겠지.


그렇지만 원래 성능이 중요하지, 성능이.


전투를 할 때만 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튼, 다음은 이 가죽 갑옷.


마찬가지로 볼룬드에게 넘겨 감정을 받아봤다.


[대장장이 고블린의 마법 가죽 갑옷(등급 : B+)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70 상승한다. 착용자의 몸집에 맞춰 자동으로 크기가 조절된다.


오, 이것도 괜찮은데?


지금 우리가 착용하고 있는 이 나무 갑옷의 방어력 증가량은 10. 무려 7배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건지,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그건 내가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아서네! 나도 그 정도는, 아니! 몇 배는 좋은 방어구를 만들 수 있어!


아, 예.


볼룬드의 반박은 대충 흘려들은 나는 갑옷을 권일규에게 넘겼다.


“착용하시면 자동으로 사이즈가 맞춰진다는 군요. 거기에다 방어력이 50이나 올라가더군요. 유용할 겁니다.”


내 설명에 권일규의 눈썹이 들썩였다.


“나보다는 자네나 다른 사람이 쓰는 게······.”“저희의 핵심전력은 어르신입니다.”


나도 마냥 선한 마음으로 권일규에게 이걸 넘기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 만약 그마저도 주술에 당해 쓰러졌다면, 우리는 분명 전멸당했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만큼, 모두가 쓰러지더라도 최후까지 살아남아 적을 공격을 가해야 하는 사람은 권일규였다.


그것이 모두가 생존할 확률이 가장 높은 길이었으니까.


“······그렇다면야, 거절하지 않겠네.”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권일규도 수긍을 한 듯 더 반박하지 않고 갑옷을 받아 들었다.


자, 그럼 이걸로 전리품을 챙기는 것도 끝났다.


이제는 진짜로 밖으로 나갈 때······.


-자네, 뭐하나?

‘예?’

-저것도 주워야지! 저 귀한 걸 버리고 가려고!


······뭘 주우라는 거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완전히 조각나버린 킹 고블린의 무기만이 보일 뿐이었지.


그러고 있자니 볼룬드가 다급히 말했다.


-그거 맞네! 파편을 모두 주워서 나한테 빨리 넘기게나.

“저런걸 말입니까?”


아까 망치질 한 방에 부서져 버렸던 만큼, 솔직히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내 중얼거림이 볼룬드의 버튼을 건드렸나 보다. 그는 노발대발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부서진 것은 내가 만든 무기가 고대룡의 뿔로 제작한 것이라 그런 거네! 아무리 보는 눈이 없어도 미스릴은 알아봐야지!


······미스릴?


설마, 판타지에 나오는 그 진귀한 광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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