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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네더
작품등록일 :
2021.07.29 04:09
최근연재일 :
2024.04.19 02:0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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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8
글자수 :
34,817

작성
21.08.0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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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오사카성

DUMMY

웅성웅성.


웅성웅성.


시장 곳곳에 나붙은 방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 있는 것은 율곡 이이가 도공들을 시켜 그린 좀비와 욱일기 그림이었다.


담벼락과 나무, 시장의 기둥 등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마다 그 그림이 붙어 있었다.


“이건 팔척귀신이 아닌가?”


아무도 그림이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자 한 사람이 나서서 아는 척을 했다.


“팔척귀신?”


“허 자네 팔척귀신도 못 들어봤는가?”


“키가 팔척이라면 보통 사람의 거의 두배는 되는 거 아닌가?”


“맞네. 그래서 팔척귀신이지. 얼마 전 승정원에서도 팔척귀신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그걸 누가 그렸나···”


“승정원에서?”


“그렇다니까. 원래 그 터가 왕의 무덤 근처라 원래도 귀신이 많은데, 얼마 전에 승정원에서 숙직을 서던 승지 하나가···”


아는 척을 하던 사람이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있나 싶어 그곳으로 더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른 승지들은 다 잠에 들었는데 혼자만 잠을 못 자고 있었다고 하네··· 바로 그때!”


누가 ‘꺅’하고 소리를 질렀다.


말하는 사람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그 창문 밖에··· 팔척귀신이 방 안을 보고 있더라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소?”


길을 가던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멈춰서서 그 사람의 듣다가 추임새를 넣었다.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놀라운 것을 알려준다는 듯 뜸을 들이다가 계속 말했다.


“그 승지는 혹시 눈을 돌리면 그 팔척귀신이 창문 안으로 쑥 들어오지는 않을까 하여··· 한 시간 동안이나 그 귀신하고 눈싸움을 했다고 하더군···”


“대단하군 한 시간 동안 귀신을 보고 있다니!”

“승지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군!”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감상평을 말했다.


그러는 동안 모여든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그림을 보다가 말했다.


“살아있는 시체를 그려놓은 것 같군···”


나이가 많은 사람이 중얼거리는 걸 들은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아이 참 영감님도. 시체가 어떻게 살아있습니까?”



그때 말을 탄 관리들이 갑자기 나타나 붙어있는 좀비 그림들을 떼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왜 떼냐’고 물었다.


“익명으로 방문을 붙이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걸 모르느냐! 방문은 나라에서만 붙일 수 있고 사적인 용도로 쓸 때는 도적이나 역적을 잡을 때, 그리고 잃어버린 사람을 찾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만 허가를 받아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소상히 밝혀서 적어야 한다!”


활 통에 활 대신 그림들을 가득 담고 온 관리는 사람들에게 엄포를 놓은 다음 방금 뗀 그림 한 장을 활통에 또 추가하며 말을 타고 다른 곳으로 또 이동했다.


관리들은 시장 곳곳을 수색하며 구석에 붙은 그림까지 모조리 떼어내고 있었다.


관리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다음 상인들이 투덜댔다.


“저런 소소한 재미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시장에 더 오는데 말이야. 다 떼버리면 무슨 재미로 사나.”


“그러게. 사람들이 잘 살고 재밌게 살아야 장사도 잘 되는 건데.”


직접 자신이 팔 물건을 둘러메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장사를 하는 보따리상이 투덜대는 상인들 앞에 멈춰서서 자신의 보따리 안을 뒤적대다가 어떤 천 쪼가리를 꺼내며 말을 걸었다.


“이보게들. 아까 그림에 있던 무늬가 이 무늬 같지 않은가?”


일본의 욱일기 무늬였다.


상인들이 그걸 한참 보다가 ‘오 맞네’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치? 이 무늬 맞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이 무늬였네.”


보따리상이 다시 천 쪼가리를 보따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건 무슨 무늬인가? 그런 무늬는 비단에도 잘 안 쓰고 부채에도 안 들어가는 거 같은데.”


한 상인이 궁금한지 보따리상에게 물었다.


보따리상은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하며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 이거. 예전에 일본놈들이랑 거래를 한 적이 있는데 은을 줄 때 이런 천에 싸서 주더군.”






파주시.


임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벼랑 위에 있는 한 정자 기둥에 누군가가 기름을 바르고 있다.


율곡 이이였다.


이이는 나무 기둥이 기름을 먹길 기다렸다가 다 흡수되면 다시 덧바르고 또 덧바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쑥덕대고 있다.


“임금한테 팽당하더니 미쳐버린 게 아닌가?”


“쉿.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어디 그럴 분이신가?”


“저 정자를 만들 때도 송진이 많은 소나무를 써야 된다고 했다네. 그건 잘 휘어져서 기둥으로는 안 쓰는 재목인데··· 그리고 지붕에 흙을 많이 쓰지 말라고도 했다는데.”


“저 위치에 지으면서 흙을 안 쓰면 태풍이 불면 지붕이 날아가거나 박살날 수도 있는데 말인가?”


“그렇다니까···”


“예언서도 쓰시더니 뭘 미리 내다보시고 하시는 행동이 아닌가?”


“무당도 아니고 뭘 예언하나. 얼마 전에 군사를 십만 정도는 길러야 한다고 했다가 신하들이 다 반대해서 내쫓겼다고 들었네.”


“아니 십만이 누구 집 개 이름인가?”


“그러니까 말이야. 농사는 누가 짓고 소는 누가 돌보라고. 아무튼 농사를 지어본 적이 있으셔야 농민들의 고충을 알겠지. 맨날 방구석에서 책만 읽는데 뭘 아시겠나.”


“십만은 너무 심했네. 누가 쳐들어온다고?”



-



일본 오사카.


한 무리의 군사가 좀비들에 쫓기고 있다.


군사들을 쫓아오는 좀비들 중 일부는 쫓기는 군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오사카성에 도착한 군사들은 품에서 비상용 나팔을 꺼내 ‘뿌우’하고 불었다.


“빨리 문을 열어라! 좀비들에게 쫓기고 있다!”



성의 문이 열리고, 성 안으로 들어간 군사들은 뒤따라오는 좀비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재빨리 성문을 닫았다.


“무슨 일인가?”


성 안에 있던 다른 군사들이 숨을 헉헉대며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달려와 지쳐버린 군사들을 보고 물었다.


“좀비들을 이런 저런 상황에서 실험해보라는 간파쿠의 명령이 있어서 실험을 하던 중에··· 좀비들이 우리 부대원들을 공격해 갑자기 준비 없이 쫓기게 되었다는···”


“좀비상들은 강력하지만 통제가 어려워서 문제군. 그런데 그냥 좀비들을 바깥에 저렇게 놔두면 일반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나?”


“앗 그러네. 빨리 간파쿠에게 알려 좀비들을 잡는 특수부대를 요청해야겠군.”


좀비들에게 쫓기다가 성 안에 들어와 주저앉아 있던 군사들이 보고를 위해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출발하려는데, 한 군사가 성벽 위로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저··· 저건···!”


좀비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바로 군사들이 있는 쪽으로 점프를 했다.


“아악!!!!”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전혀 타격이 없는듯 멀쩡한 좀비들은 바로 성 안에 있던 군사들을 덮쳤다.


군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오사카성은 넓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성 전체로 바로 전달되지 못했다.


좀비들은 도망가는 군사들을 따라 성 안쪽으로 계속 이동하기 시작했다.


성 안쪽으로 가는 길을 둘러싸고 깊은 강과 같은 해자가 있었지만 좀비들도 사람들이 도망가는 길로 따라갔기 때문에 강에 빠져 죽는 좀비들은 없었다.


공격받은 군사들도 좀비화가 진행되어 스스스 일어나 성 안 쪽으로 같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성의 더 안 쪽으로 도망친 군사들은 비상 상황을 알리는 종에 달린 끈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끈은 빨간색과 흰색이 꽈배기처럼 엮인 두꺼운 천 같은 걸로 되어 있었다.


종에서 카랑카랑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연기로 적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봉수대처럼 종소리를 들은 사람이 또 다른 종을 울리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종을 울리고 하는 식으로 종소리가 계속 퍼져나갔다.


“무슨 일이지?”


오사카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장수들과 조선 침략 전략을 점검하고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는 곳까지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를 들은 한 장수가 상황을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비상용 종입니다! 오사카성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울리는 종소리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몇 군사들이 말을 타고 오사카성 쪽으로 출발하고, 나머지 군사들은 여러 종소리 중 어떤 것을 의미하는 종소리인지 분석해 보고하기 시작했다.


“오사카성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울리기로 되어 있는 종인데··· 현재 외적이라고 할 만한 세력은 없지 않습니까?”


한 장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설마···’하고 중얼거렸다.




오사카 성 안은 이미 좀비들이 점령해가고 있었다.


천수각 앞에 있는 정원에는 좀비들에 공격당해 쓰러진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스스스 일어나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천수각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지만 좀비들은 막힌 문 대신 천수각 탑 겉면을 그냥 기어오르고 있었다.


곧이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올라온 좀비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한참 뒤 정찰을 나갔던 군사들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장수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사카성이··· 좀비들에 공격 받고 있습니다! 안에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용도로 종을 울렸지만 아무도 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성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당한 것 같습니다.”


장수들이 놀라 웅성댔다.


“아니 좀비들이 어떻게···?”


그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웃으며 한 마디를 했다.


“실험이 잘 됐군.”


한 장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실험이 잘못된게 아니라 잘 됐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서 있던 보좌관에게 지시했다.


“준비해놓은 궁수들에게 일러라. 불화살이다.”


“예.”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보좌관이 급히 어디론가 떠나고, 한 장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물었다.


“어쩔 생각이십니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작전 계획을 짜던 종이를 그냥 덮어버리고 ‘우리도 구경이나 하러 가지’하고 방을 나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장수들이 작전 회의를 하고 있던 건물을 나오자 저 멀리에 있는 오사카성이 불타는 광경이 보였다.



“아니 오사카성이···!!!”


한 장수가 놀라 오사카성으로 출발하려고 하자 그 장수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제지했다.


“뭐하는 건가?”


장수는 태평한 태도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 손길을 뿌리치며 말했다.


“지금 오사카성이 불타고 있지 않습니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히죽 웃었다.


“내가 지시한 것이다.”


“뭐라고요? 아니 천혜의 요새인 오사카성을 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모든 장수들 앞에 서서 말했다.


“좀비들은 오사카성에 해자 같은 방어시설과 무장한 군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오사카 성 같은 요새도 뚫었으니 조선의 성들 따위는 바로 접수 가능이다. 성이 아깝긴 하지만 다시 지으면 그만.”


“그렇다면 일부러 실험용 좀비들을 빠져나오게 한 거란 말입니까?”


약간 화가 난 듯한 장수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불타는 천수각을 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읊조렸다.


“완벽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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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오사카성 21.08.03 16 1 11쪽
5 5화- 기생충 21.08.02 14 0 11쪽
4 4화- 전쟁 준비 21.08.01 16 0 12쪽
3 3화- 조선통신사 21.07.31 27 3 11쪽
2 2화- 십만양병설 21.07.30 29 3 11쪽
1 1화- 인체 실험 +2 21.07.29 6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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