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웰컴! 이곳에는 별게 없습니다.

검은 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14.10.04 18:32
최근연재일 :
2014.10.04 19:19
연재수 :
1 회
조회수 :
536
추천수 :
6
글자수 :
5,974

작성
14.10.04 19:19
조회
536
추천
6
글자
13쪽

불면증

DUMMY

...이거, 웃...사람이...는...요해?


"아, 또냐..."


그는 머리에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눈 앞이 흐릿한 것이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불면증..."


그는 한숨을 쉬며 머리맡에 놓아둔 비타민제와 물을 집어 익숙한 손놀림으로 복용했다.


"후..."


식도를 타고 위에 도달하는 미지근한 물의 느낌과, 입 안에 남아있는 비타민제의 아련한 맛이 잠에 취해있는 그를 조금이나마 깨웠다. 그는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들어서 'Insomnia' 라고 적혀 있는 프로그램을 삭제해 버렸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이용해 편안한 잠을 유도해 준다는 앱이엇지만 오히려 그의 불면증을 더 악화만 시킨 악마같은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그 예로, 3일동안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꿈에서 이상한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악몽을 꾸며 기분 나쁘게 깨어낫었다. 그동안은 피곤하긴 했어도 기분 나쁜 꿈은 꾸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이건 프로그램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하리라.


"젠장할..."


그는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아직 샤워를 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한숨을 쉬며 옷을 벗고 화장실로 갔다. 하지만 화장실에는 수건이 없었고, 자신이 어제 마지막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그대로 잤던 것이 떠올랐다. 당연히 구형인 세탁기에는 건조 기능따윈 없었고, 집 안엔 쓸 수 있는 수건이 없었다.


"일이 꼬이려면 이렇게 꼬이냐..."


세탁기를 새로 사기로 한 게 언제더라?

그는 머릿속으로 의문을 떠올리며 오늘이야말로 세탁기를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한숨을 수며 머릿속으로 생각햇다.


발상을 전환한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와 옷장에서 티셔츠 하나를 꺼냈다.


명면 고등학교 12회 졸업생


하얀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초록색 티셔츠.

붓글씨로 쓴 것 같은 글씨가 멋들어지긴 햇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이 티셔츠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장롱 한 켠에 고이 가지고만 있었을 뿐.


편안...고...별...


티셔츠를 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어딘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면증 때문에 내가 미쳐가는군..."


그는 한숨을 쉬며 티셔츠를 들고 화장실로 가서 냉수로 샤워를 햇다. 쌀쌀한 봄날씨에 냉수 샤워는 이른 감이 있긴 했지만 잠을 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단 잠에서 깨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졸린데 잘 수 없는 것은 힘든 고통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없애는 게 좋았다.

그는 차가운 물로 한참을 샤워하곤 수건 대신 티셔츠를 몸을 닦고 세탁기 위에 올려두었다.


"저 쓰레기도 도움이 되는군."


무용지용.

쓸모 없는 것의 쓸모.

그는 책에서 읽었던 글귀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내가 무엇 때문에 나왔지?'


나오긴 나왔지만 나온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가 생각하는 것조차도 힘겨운 머리로 생각을 아무리 해보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젠장...'


그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산책.

그의 일정이 산책으로 변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하는 산책은 아니다.

그저,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이유를 붙인다면 몸을 피로하게 만들기 위한 산책?


'그래, 딱히 이유를 붙이자면...'


그는 집 근처를 한바퀴 돌앗다.

얼마 돌지 않았음에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보며 그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왓다. 그리곤 젖어있는 세탁물을 건조대에 널고 입은 옷을 벗어서 옷장에다가 잘 걸어놓았다. 긴 팔을 반대쪽 어깨에 걸쳐 정리해 각을 잡아놓고, 바지 역시 잘 잡아서 각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그가 군대를 전역한지 1년이 다되어감에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엇다.

이것도 일종의 결벽증이라 할 수 있으리라.


'불면증에 결벽증...가지가지 하는군...'


그는 한숨을 쉬며 발가벗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갓다. 그리고 잠을 더 쉽게 오게 하기 위해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티셔츠로 몸을 닦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어두컴컴한 방 안의 천장에는 전에 살던 사람들이 붙여놓고 간 야광별 스티커가 천장을 밤하늘인 마냥 착각시키고 있었다. 그는 그 야광별들 중에서 유일하게 별자리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북두칠성의 북극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똥한 두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한참 지켜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리내어 말했다.


"취침."


그렇게 다시 하루는 끝을 맺는다.




***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별을 바라보며 고민을 잊으세요.

분노를 버리고 증오를 버리세요. 화낼 이유가 없답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 입히지 않아요.


'뭐야...'


꿈결이라고 해야할까?

어디선가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편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


그는 그 목소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픈 충동을 느꼈다.

이것은 따라야 한다.

이것은 옳은 말이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하려 했다.


하지만...


이거 웃기네. 사람이 사람을...해?


남자의 목소리가 그 편안함을 산산조각 내며 그의 잠을 깨웠다.


'윽!'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의 두통과 함께 그를 맞이해 준 것은 어두컴컴한 방.

시계를 보니 1시 13분.

커튼이 쳐져있는 창문에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고 있다.


"후..."


그는 방 안의 불을 켜고 타이레놀을 찾아 입 안에 털어넣었다. 기분탓일까? 그걸 털어넣자마자 두통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그는 조만간 정말로 병원에 가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일어났다.


하지만 자리에 일어난 직후, 자신이 딱히 할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왜 일어난거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이부자리에 눕고 잠을 청한다.

결코 오지 않을 잠을..






***






..기네. ...필요해?


그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잠에서 깨어났다.

전기로 지지는 듯, 자신의 머리를 사정없이 강타하는 두통에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4:34이었다.


'새벽 4시?'


그는 한숨을 쉬었다.

3시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다.


'젠장할...'


그는 반드시 병원에 가봐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까 전 자신이 왜 밖으로 나갔었는지 이유를 떠올렸다.


'세탁기..'


세탁기였다.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었다.

새벽 4시.

산천초목도 잠드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시간을 때울 방법은...'


그는 한숨을 쉬면서 옷장으로 가서 옷을 꺼내입고는 야구모자를 하나 꺼내서 푹 눌러썼다. 'B' 라는 글자가 박혀있는 야구모자. 야구를 잘 모르는 그였지만 지나가던 한 사람이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세요?' 라는 질문을 했기에 자신이 쓴 야구모자의 팀이 무엇인지는 대강 알고 있었다.

그는 이마를 손톱으로 벅벅 긁곤 집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좁은 골목길을 이용한다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그는 굳이 빙빙 돌아서 편의점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남아 도는 게 시간인데...'


편의점에 도착한 그는 카운터에 졸려보이는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마음속 깊숙이 '부럽다' 라는 감정을 느끼며 그는 적당한 과자와 비타민 음료를 골라서 계산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섰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라는 그녀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없어요' 라고 답하고 나왔지만 집가넹는 카드가 고이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졸려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한숨을 쉬며 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는 대로를 이용했는데 왜 골목길로 갔는지는 그도 몰랐다.

그냥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골목길에는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고 있는 녀석들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뭐야 아저씨. 꺼져."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멍한 상태의 그조차도 순간 열이 뻗칠 말투였다.


'굳이 상대해 줄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의 이성은 본능과 다르게 순식간에 결론을 도출해냈다.


법은 미성년자에게 유리했다.

대한민국은 더더욱!


미성년자가 그를 린치해서 죽인다고 해도 기껏해야 소년원이었고, 그가 미성년자들을 때리면 오히려 그가 욕을 먹고 처벌을 받는다. 서로 싸워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어도 불리한 건 그였다.


살짝 열받는 것?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잠깐 참으면 된다.


그는 몸을 빙글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게 그들에겐 우습게 보였나보다.

호리호리한 남학생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손을 툭툭 털더니 냅다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다.


"아저씨. 그냥 가면 돼?"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투.


그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가 분노가 치솟았다. 마음 한켠에서부터 올라온 분노, 새빨간 감정이 심장을 잠식하고 목을 타고 올라갔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사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분노를 버리고 증오를 버리세요. 화낼 이유가 없답니다.


하지만 그는 분노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꿈에서 들었던 여자의 말이 끊임없이 메아리 친 것이다.


"이제...돈...어?"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듣는거야? ...발!"


분노를 버리고 증오를 버리세요. 화낼 이유가 없답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씨...!"


화낼 이유가 없답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메아리친다.

끊임없이.

여자의 말이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그는 멍하니 자신을 때리는 남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귀에 다 들어오지 않는 폭언을 들으며 끊임없이 메아리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유가 없답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이거 웃기네...


반복되는 메아리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들었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여자의 목소리보다도 훨씬 익숙한 목소리.

매우 익숙한 목소리...그에게 익숙한...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이거 웃기네. 사람이 사람을...는데...해?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불면증 때문에 하얗게 변해버린 그의 머릿속이 새까맣게 변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춰 있던 그의 본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이성과 함께.


"아저씨! 듣고 있냐고! 귀 먹었어?! 장애인이야?!"

"킥킥킥."


그는 자신을 위협하는 학생을 쳐다보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근처에 굴러다니는 벽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 혼란은 없었다.


분노를 버리고 증오를 버리세요. 화낼 이유가 없답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상처입히지 않아요.


메아리가 울려퍼지지만 이젠 상관 없었다.

이젠 그런 것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이거 웃기네."


그는 있는 힘껏 팔을 들어 눈 앞의 녀석을 향해 내려찍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해?"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학생이 쓰러졌다. 그는 쓰러지는 남학생을 지나쳐 뒤에 있는 남학생들에게 뛰어갔다. 예상 밖의 상황에 어버버 거리고 있는 남학생에게 그는 팔을 휘둘렀다.


퍼억!


다시 한 번 사람이 쓰러졌다.

머리가 깊게 파인 것이 즉사인 것처럼 보였다.


"아, 아저씨.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엄마아빠가 집에서 절 기다리고 있어요. 절 보고 싶어 하고 계세요."


마지막 한 명.

그는 최후의 생존자에게 걸어갔다.


"엄마 보고 싶어요. 살려주세요."


그리고 앞에 섰다.

그리고 웃었다.


그 웃음에 남학생은 자신을 살려주는 것으로 알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소중하고 그렇게 보고 싶다면 네가 지금 이곳에 있으면 안되지."

"네?"


그는 남학생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잘못된 동료."


그의 손가락이 쓰러진 두 사람을 가리켰다.


"잘못된 장소."


좁은 골목길은 CCTV 하나 없는 곳이다. 심지어 주민들마저 재개발 때문에 다 이사를 간 상태. 즉, 목격자가 없다는 소리다.


"잘못된 시간."


그리고, 시간은 4:54.

모두가 잠든 시간.


그는 웃었다.


이유가 없다면 남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제 그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살인에 이유가 왜 필요해, 이 여자야."


그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고, 동시에 팔이 올라갔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남학생.

그리고 그 장소에선 퍼억 거리는 소리가 여러번 난 후에야 정적이 찾아왔다.


남은 것은 어둠.

그리고 얼굴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있는 남학생 셋.


개운한 얼굴로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살인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은 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불면증 +5 14.10.04 537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