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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니 지구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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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롱치자
작품등록일 :
2021.02.20 19:59
최근연재일 :
2022.01.04 09:56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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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384

작성
21.05.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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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20 대회를 마치고(4)

DUMMY

“형, 무슨 일 있어?”


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현민을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왜?”

“아니, 아까부터 형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여서.”

“잠깐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래, 생각할 게.”

“니가 생각이란 걸 한다고?”


혜나는 비아냥대듯 유진에게 말하고 팬케이크를 쿡 찍어 냠하고 베어 물었다.


“왜, 부럽냐?”

“부럽다기보다는 신기해서.”

“하긴, 나도 고릴라가 말하는 거 보면 신기하긴 해.”

“혹시 그 고릴라가 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이 집에 애완용 고릴라가 너 말고 또 있겠냐?”

“아침부터 사이가 참 좋구나.”

“좋기는 누가 좋아요!”


한참 베이컨을 굽는 원장의 등에다 버럭 화를 내는 혜나.

그러자 마리는 겁에 질린 얼굴로 혜나를 빤히 바라봤다.


“혜나 언니 화, 났어?”

“아냐, 아냐! 언니 화 안 났어!”

“넌 왜 마리한테 괜히 겁주고 그러냐?”

“조용히 안 해?”


혜나가 유진을 째려보자, 유진은 입에 지퍼를 닫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혓바닥을 삐죽 내밀었다.


“도발하는 재주가 늘었다, 너?”

“다 너한테 배운 거지, 뭘.”


유진은 건배를 청하듯 우유가 든 잔을 혜나한테 들어 보이고 꿀꺽꿀꺽 우유를 들이켰다.


“······그거 내 거 아니야?”

“그럼 냉장고에 넣어놓은 피자는 니 거라서 먹었냐?”

“형, 그거 내가 야식으로 먹었는데······.”


······.

유진은 흠흠 헛기침을 뱉고 식탁에 잔을 내려놨다.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야.”

“오늘 저녁 치킨.”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웃는 얼굴로 쿨하게 넘기는 혜나.


“그건 그렇고, 너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호크아이한테 한국어 가르치라고?”

“어떻게 알았냐?”


유진이 놀란 듯 묻자 혜나는 흐응 젠체했다.


“니가 아무리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하긴, 고릴라 손이 사람보다 좀 크긴 하지.”

“천만 원.”

“야, 장난이지 장난······.”

“그럼 진짜로 얼마 줄 건데?”

“음······.”


유진은 습관처럼 식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지금 최저 시급이 7,280원이니까······시간당 2만 원?”

“3만 원.”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는 혜나.


“대신 내가 만든 특별 시험 통과할 때마다 100만 원씩 주는 거로.”

“콜.”


유진이 거래 성사의 의미로 손바닥을 내밀자, 혜나는 웃는 얼굴로 가위를 내보였다.


“이걸 그렇게 받아치시겠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깐.”

“외국인 언니다!”


마리가 소리친 건 그쯤이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일제히 시선을 계단으로 옮겼고, 계단에서는 부스스한 머리로 기력 없이 호크아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잘 잤어요?”

“응······.”

“같이 식사나 하시죠.”

“사양할게, 원래 아침은 우유 한 잔으로 때우는 편이라서.”


호크아이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냉장고 문을 활짝 열었다.


“유진아, 베이컨이 좋은지 아니면 소시지만 먹을 건지 좀 물어봐주겠니?”

“아침은 우유 한 잔만 마신대요.”

“그래?”

“응?”


호크아이는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미묘하게 고치고 계속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왜 그래요?”

“어제 아침에 먹으려고 분명히 우유 사놨었는데 안 보여서······.”


······.

유진은 눈알만 굴려 자신의 잔을 빤히 내려다봤다.


“······야.”

“왜?”

“너 어제 우유 샀어, 안 샀어?”

“무슨 소리야? 어제 집에 올 때······아.”


그러자 무언가 떠오른 듯 아 소리를 내는 혜나.


“그러고 보니까 새벽에 일어나서 마셨는데.”

“······.”

“그럼 니가 마셨던 건 누구 거야?”


* * *


“······죄송합니다, 저는 그게 영락없이 혜나 건 줄 알고······.”

“괜찮아.”


호크아이는 감정 없는 얼굴로 유진에게 말했다.


‘이거 원, 표정이 없으니까 괜찮은 건지 화내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


일단 사과했고 받아줬으니까 그냥 넘어갈까.


유진은 백미러로 세형에게 시선을 옮겼다.


“보좌관님.”

“네, 유 팀장님.”

“성하 누나 재단 건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아, 네. 지금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다만 액수가 액수인 만큼 세금 문제 때문에 검토할 부분이 몇 가지 있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될 것 같습니다.”

“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 진행하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참.”

“왜 그러시죠?”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인도자 관련 연구자 지인이 있지 않습니까? 바쁘다고 거절했다던?”

“네.”

“그분이 유 팀장님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를요?”


유진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 제 지인이 헌터 경진 대회 당시 모습을 드러낸 인도자라는 존재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서요, 제가 유 팀장님 얘기를 꺼내니 꼭 좀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가까운 시일 내로 미팅 약속 한 번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내 차량은 피닉스 길드 본사에 접어들었고, 차량이 멈춰 서자 유진과 호크아이, 그리고 현민은 차량에서 내렸다.


“이따가 점심시간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르르릉.

이내 차량이 주차장으로 떠나가고, 세 사람은 나란히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저기, 유진이 형.”

“응?”

“지금쯤이면 민호 형 알고 있을까?”

“글쎄, 뭐, 이따가 알게 되겠지.”


걱정 가득한 현민과 달리, 유진은 태평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올라탔고, 이내 6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유진이 빨리 왔네?”


금방이라도 하와이에라도 떠날 듯한 자유분방한 복장의 민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유진을 반겼다.


“형도 빨리 오셨네요.”

“그런데 그 여성분은?”

“호크아이야, 저스티스 리그. 이번에 우리 팀으로 이적했어.”

“아, 그래?”


민호는 눈으로 호크아이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고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유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유진아, 나 오늘부터 회사 그만두련다.”

“그만둔다구?”

“뭐라고 할까, 지금까지 너무 쭉 달린 듯한? 그래서 너무 지쳐있는?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잘 설명은 못 하겠는데, 어제 한 번 돌이켜봤는데 회의감이 들더라고.”

“민호 형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지금 이 시점을 기점으로 민호 형이랑 계약 관계는 말소’하는 거로 할게.”

“이해해줘서 고마워, 유진아.”


민호는 세상만사 다 내려놓은 듯한 얼굴로 아련하게 유진을 바라봤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있어?”

“글쎄, 아직까지 정해놓은 건 없는데 며칠간 하와이 휴가나 다녀올까, 생각 중이야. 비행기 표도 벌써 끊어놨고······.”

“민호야!”


그때, 하늘하늘한 옅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밀짚모자까지 쓴 시골 아가씨 같은 모습의 성하가 싱글벙글 웃으며 민호에게 다가왔다.


“아, 팀장님, 오셨어요?”

“성하 누나도 민호 형이랑 같이 가는 거야?”

“응, 아침에 연락이 와서, 민호가 하와이를 가자고 했어!”

“그런데 나 성하 누나 휴가 사용에 대해서 들은 바가 전혀 없는데?”

“어? 그럼 나 오늘부터 며칠간 휴가 좀 받을 수 있어?”

“오늘부터 합동 훈련 좀 하려고 했는데······뭐, 어쩔 수 없지. 이미 예약한 비행기를 놓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고마워 팀장!”


성하는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유진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그나저나 성하 누나, 민호 형 회사 그만둔다는 거 들었어?”

“응······아까 그렇게 얘기하더라구······.”

“성하 누나는 어떻게 할 거야?”

“나는······그게······솔직히 말해서 이 회사를 떠나고 싶지는 않아······왜, 아직 인도자도 남았구······그리고 또······.”


성하는 힐끔힐끔 민호의 눈치를 살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괜찮으니까.”


민호는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 관대한 표정으로 엄지를 척 올렸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아직 두 사람 사이에서 돈 얘기는 안 꺼냈나 보군.’


그러면 슬슬 시작해볼까.


“그래, 앞으로 민호 형이 일 안 하고 쉰다면 돈이 들 테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진? 돈이라면 성하가 잔뜩 벌어놨는데.”


민호는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도 들은 듯 하하 웃었다.


“나 이제 돈 없는데?”


······.


순식간에 분위기는 차갑게 내려앉았다.

민호는 웃는 얼굴로 잘못 들은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성하야?”

“나 돈 없어.”

“무슨······소리야? 너, 너 8천만 달러 벌었다며?”

“그 돈 재단 만들어서 몽땅 기부하기로 했어!”


잘했지?


성하는 배변 패드에 볼일을 본 강아지처럼 민호를 보며 헤헤 웃었다.

하지만.

민호의 얼굴은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동시에 창백하게 물들었다.


“재, 단? 기······부?”

“내가 상상을 해봤어, 민호야.”

“상, 상?”

“응. 우리 둘 이름을 따서 만든 재단을 함께 운영하며 다른 사람을 돕는 상상. 어때,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행복하지 않아?”

“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호는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허탈한 웃음과 함께 성하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그,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겼지? 응? 4,000만 달러, 아, 아니. 1, 1000만 달러라도······.”

“으으응, 전액 기부! 재단 만드는 건 팀장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시구!”


히히.

구김살 없이 명랑하게 웃는 성하.

하지만 민호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천천히 유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유, 진?”

“어, 왜 그래, 형?”

“지, 지금 성하가 말하는 거······.”

“응. 전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야.”

“아······.”


민호는 다리에 힘이 쫙 풀린 듯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멍한 얼굴로 허공을 올려다봤다.

유진은 민호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아 민호와 눈높이를 맞췄다.


“민호 형, 괜찮아?”

“아······.”


아직도 일어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꿈속을 헤엄치는 듯한 민호의 눈.

유진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민호를 바라봤다.


“민호 형,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유진은 태연한 얼굴로 되물었다.


“왜, 왜 성하가 갑자기 재단이니 뭐니······.”

“어제 성하 누나랑 대화 좀 나눠봤는데, 앞으로 돈을 어떻게 쓸지 전혀 얘기가 안 되어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럴 거면 재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게 어떻겠냐, 고 물어보니까 좋은 생각이라고 하더라고.”

“왜 그딴 말을 한 거야!”


민호는 원망스럽다는 듯 유진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유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서 갑자기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성하 누나부터 챙겼어야지.”

“······뭐?”

“솔직히 까놓고 말할까? 나는 어제 형이 회식 자리에 참석하거나, 아니면 어제 성하 누나를 데리고 하와이로 갔더라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거야. 그래도 민호 형이 성하 누나 생각하는구나, 라고 생각해서. 그런데, 형은 안 그랬잖아?”


피고인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재판장처럼 유진은 냉엄하게 얘기했다.


유진의 말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민호는 자수한 범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

“나한테 그럴 필요 없어, 형. 앞으로 성하 누나한테 더 잘해주면 되니까. 그보다, 비행기 시간 안 늦겠어?”

“그거 있잖아, 팀장, 지금 캔슬하고······.”

“팀장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민호 형.”


유진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민호의 말을 도중에 끊어먹었다.

그러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는 민호.


“계약은 아까 말소한다고 했잖아. 이제 팀원 아니니까 나한테 팀장이라고 안 불러도 돼, 민호 형.”


아.


그 순간 민호의 얼굴은 다시 한 번 흙빛으로 물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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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ep26. 누가 모르페를 죽였나? 22.01.02 86 1 14쪽
94 ep25. 안성 게이트(4) 22.01.01 114 2 13쪽
93 ep25. 안성 게이트(3) 21.12.07 116 2 17쪽
92 ep25. 안성 게이트(2) 21.11.14 149 6 17쪽
91 ep25. 안성 게이트 +1 21.11.01 209 5 14쪽
90 ep24. 외출(3) 21.09.26 233 5 16쪽
89 ep24.외출(2) 21.09.16 230 6 13쪽
88 ep24. 외출 21.09.06 267 7 15쪽
87 ep23. 작전(4) 21.08.18 282 5 13쪽
86 ep23. 작전(3) 21.08.02 291 7 15쪽
85 ep23. 작전(2) 21.07.29 291 8 14쪽
84 ep23. 작전 +1 21.07.27 33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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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p22. 심문 +1 21.06.22 459 10 14쪽
77 ep21. 파주 원정(5) +1 21.06.20 463 10 14쪽
76 ep21 파주 원정(4) +1 21.06.11 469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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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p21 파주 원정 +1 21.05.28 57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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