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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505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1.02 19:23
조회
337
추천
12
글자
7쪽

미령(美靈)2-(40)

DUMMY

“잘 지냈어?”

“오랜만이네?”

강준의 전화를 받는 영선은 겉으로는 냉정한 척했지만 속에선 홍두깨가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나 지금 서울 가는데. 나올 수 있어?”

영선의 마음은 이미 강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뿐, 자신이 타고난 그것 때문에 차마 강준 앞에 나설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속사정을 털어놓기엔 아직은 그를 영원히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허락도 거절도 할 수가 없었다.

강준은 침묵이 이어지자 영선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강준은 변명으로 들어도 좋다면서 그동안 연락하지 않은 것은 누나 때문이라며 반드시 해줄 말이 있으니 꼭 만나야겠다고 영선은 압박했다.

영선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으나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영선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지은은 누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인지 짐작을 하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좋아. 나갈 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지은은 깜짝 놀랐다.

지은은 전화를 끊고 외출준비를 하는 영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걱정을 했다.

“꼭 해줄 얘기가 있다니까 잠깐 만나고 올게.”

그 사이 열심히 엑셀을 밟던 강준은 영선보다 먼저 약속장소인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강준은 오랜 마음고생 탓인지 무척 핼쑥해 보였고 영선도 그 맑던 얼굴에 여기저기 뾰루지가 돋아 있었다.

잠시 후, 영선을 태운 강준의 차는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가게에 엄마 혼자 있어서 금방 들어가야 돼.”

가게는 내부수리 때문에 며칠 째 휴업 중이었지만 영선은 일부러 거짓 핑계를 댔다.

그러나 오는 길에 가게 앞을 지나온 강준은 그것이 거짓말인 것을 알고 못 들은 척하고 엑셀을 밟은 발에 힘을 빼지 않았다.

한참 만에 강준이 차를 세운 곳은 교외의 작은 강가에 위치한 이름 없는 펜션 앞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오늘은 내가 하는 대로 따라주면 좋겠어.”

“가게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했잖아?”

“오다가 보니 내부 수리중인 거 보고 왔어.”

가슴이 뜨끔한 영선은 말문이 막혀 그가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미리 작정을 하고 왔는지 마중 나온 펜션 주인이 강준을 알아보고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 크지 않은 펜션은 방 두 개와 거실 그리고 안쪽에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위치해 있었다.

펜션 주인을 따라 얼떨결에 따라 들어오긴 했지만 영선은 강준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강준이 가방에서 꺼내는 것들을 보자 오늘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게 다 뭐야?”

“네가 입을 잠옷.”

“이게 무슨 짓이야?”

강준을 흥분한 영선을 앉히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게 된 자초지정을 모두 털어놨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도 담담해 하는 영선을 본 강준은 혹시 충격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았다.

“괜찮은 거야?”

“응. 실은 나도 알고 있었어.”

“뭐라고? 알고 있었다고?”

“응.”

하지만 몸에 귀신의 기가 섞여있다고 하면 강준이 가까이 하지 않을 것 같아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올 때 서산에 걸려 있던 해는 붉은 노을을 서서히 감추고 있었고 이윽고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영선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있지. 나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아.”

태어나서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는 영선이 처음으로 외박을 한다는 소리에 지은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더구나 지금 누구하고 같이 있는지 모르지 않는 마당에 오냐 그래라 할 수가 없었다.

“거기 어디야? 그냥 얘기나 들어보려고 했으면 그걸로 끝냈어야지. 아무튼 당장 들어와.”

지은이 당장 들어오라고 다그쳤지만 영선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엄마. 나 믿고 그렇게만 알고 있어. 내일 가서 다 얘기할 게.”

결국 고집을 꺾지 못한 지은은 못내 불안했지만 딸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반강제로 엄마의 허락을 받아 낸 영선은 펜션 주인이 제공한 저녁을 먹으면서 강준의 눈치를 살폈다.

단단히 마음먹긴 했지만 이제는 남자로 보이는 강준에 대한 경계심을 지우지 못한 것이다.

그날 밤, 강준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 영선은 난생 처음 느끼는 이상한 감정에 냉정함을 잃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더니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처럼 온 몸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강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영선은 설마 같은 침대에서 자려고 저러는 것은 아니겠지 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긴장해 있던 영선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강준이 옷을 벗어젖히더니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혼자 집으로 가버릴까?’

영선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욕실에선 강준이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남자를 많이 사귀어 본 것은 아니지만 영선도 이런 분위기에 대해선 조금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좋지?’

그냥 혼자 서울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에 밖을 내다보았으나 강준의 차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설령 차가 있다고 해도 운전을 할 줄 몰라 강준이 데려다 주지 않는 한 영선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강준 몰래 펜션 주인에게 물어보기도 했으나 이미 버스는 끊겼고 이 시간엔 들어오는 택시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영선은 어떻게 이 밤을 무사히 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하얀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온 강준의 얼굴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이것은 오늘밤 영선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처녀성을 잃어야 하는 영선은 온 몸이 굳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무슨 일이 있든 널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 순간, 영선의 눈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것이 겁이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강준의 애틋한 사랑에 감정이 북받쳐서인지는 모르나 영선은 어느새 건장한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같은 시각, 영선이 걱정돼 전전긍긍하던 지은은 방안에 도는 서늘함에 기다렸다는 듯이 미령을 맞이했다.

“어디라는 얘긴 없었어요?”

“네. 대체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한번 알아볼 게요.”

어둠속에 서서히 사라지는 미령을 보는 지은은 제발 아무 일 없기만을 빌었다.

그 사이 샤워를 끝낸 영선은 수줍음과 뭔지 모를 불안감이 뒤섞인 채 강준과 나란히 누워 있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어.”

“난 각오했어.”

“괜찮을까?”

“상관없어.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네 곁에 있고 싶어.”

그런데 강준이 침대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끄기 위해 손을 뻗쳤을 때였다.

갑자기 스탠드가 꺼지면서 방안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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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미령(美靈)2-(46) 11.11.10 394 7 7쪽
44 미령(美靈)2-(45) 11.11.08 344 7 8쪽
43 미령(美靈)2-(44) 11.11.07 303 8 8쪽
42 미령(美靈)2-(43) 11.11.06 398 7 7쪽
41 미령(美靈)2-(42) 11.11.04 448 10 7쪽
40 미령(美靈)2-(41) 11.11.03 365 8 8쪽
» 미령(美靈)2-(40) 11.11.02 338 12 7쪽
38 미령(美靈)2-(39) 11.10.31 423 8 7쪽
37 미령(美靈)2-(38) +1 11.10.30 384 7 8쪽
36 미령(美靈)2-(37) 11.10.29 413 8 7쪽
35 미령(美靈)2-(36) +1 11.10.28 415 9 7쪽
34 미령(美靈)2-(35) +1 11.10.27 387 8 8쪽
33 미령(美靈)2-(34) 11.10.25 381 8 7쪽
32 미령(美靈)2-(33) 11.10.24 352 8 7쪽
31 미령(美靈)2-(32) +1 11.10.22 443 9 8쪽
30 미령(美靈)2-(31) +1 11.10.21 459 11 8쪽
29 미령(美靈)2-(30) +1 11.10.19 388 8 7쪽
28 미령(美靈)2-(29) +1 11.10.18 389 10 7쪽
27 미령(美靈)2-(28) +2 11.10.17 419 12 7쪽
26 미령(美靈)2-(27) +1 11.10.16 433 8 7쪽
25 미령(美靈)2-(26) +1 11.10.14 410 8 7쪽
24 미령(美靈)2-(25) +1 11.10.13 418 10 7쪽
23 미령(美靈)2-(24) +1 11.10.12 511 6 7쪽
22 미령(美靈)2-(23) +1 11.10.11 498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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