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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507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25 16:35
조회
381
추천
8
글자
7쪽

미령(美靈)2-(34)

DUMMY

요령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희가 가리키는 곳엔 여덟 개의 엄지손톱만한 빨간 점들이 서로 팔괘처럼 연결돼 있었다.

“맞아요. 저 애 한쪽 뺨에도 그런 것이 있었어요.”

“그래? 가서 쟤들 하는 얘기 좀 더 들어봐.”

“왜요?”

“하라면 할 것이지 웬 잔소리야?”

“알았어요. 아이 짜증나.”

“저 년이.”

다시 도희 방으로 건너간 요령은 둘의 대화를 엿들으나 마정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나미에게 일어난 일은 자세히 들을 수가 있었다.

“그랬구나.”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니? 너하고 교아.”

교아의 얘기가 나오자 도희는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고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요령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하고 나미까지 이 모든 일이 과연 우연일까?”

마정의 얘기를 들은 도희는 잠시 당황했던 것을 감추고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글쎄. 우리가 사는 세상엔 필연 같은 우연도 있으니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다음은 여주가 아닐까?”

마정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듯 했지만 여주는 교아의 심부름만 했을 뿐 아이들 괴롭히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은 없었다.

“만약 네 말대로 우연이 아니라고 해도 그 앤 잘못한 것이 없으니 아무 일 없을 거야.”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자는 도희의 말을 들었지만 마정은 무엇이 억울한지 속에 있던 말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우연이든 필연이든 이건 너무 해. 만약 신이 있다면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최소한 기회는 줬어야 하는 것 아냐?”

마정의 하소연을 들은 도희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네 생각이지. 우리가 좀 많이 했니? 이렇게 되고 나니까 사는 게 불편하긴 해도 죗값을 치룬 것 같아서 떳떳하긴 해.”

하지만 마정은 억울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기회조차 주지 않은 데 대한 원망을 뱉어내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도희가 이왕 왔으니 저녁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마정은 집에서 몰래 나왔다며 식구들이 오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서둘러 채비를 했다.

“또 올게.”

“그래 조심해서 가.”

그날 밤, 무희는 낮에 들은 것을 쏟아내는 요령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절대 우연이 아니야. 그 아이 얼굴의 상처도 그렇고 다리를 잃었다는 아이와 도희 눈까지, 우연치고는 너무나 공통점이 많아.”

“곹통점은 무슨. 다 제 각각이네. 도희는 눈깔, 아까 그 애는 얼굴반쪽 그리고 나미인가 뭔가 하는 아이는 다리. 하나도 공통된 거 없구만.”

“네가 뭘 안다고 나서?”

“참 이거 제가 가져도 돼요?”

요령은 무희가 준 모시 천을 눈앞에 흔들었다.

그것이 보이지는 않으나 모시 특유의 냄새로 그것이 알아 낸 무희는 버럭 화를 냈다.

“그거 오래 쓰면 안 된다고 했지? 어서 이리 못 가져와?”

“으이그. 성질하고는. 가져가요.”

요령이 신경질을 내며 내던진 모시 천을 집어든 무희는 누구도 그것을 찾지 못하게 신당 밑에 감추었다.

모시 천을 주고 나자 요령은 또 다시 어둠에 갇혀야 했고 무희가 모시 천을 감추는 동안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희의 눈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평소 같으면 금방 알았겠지만 무희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느라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것이 재미있는지 요령은 온갖 익살스런 표정으로 눈먼 무희를 놀렸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서 결국 무희에게 들켜 입이 지워지는 벌을 받아야 했다.

“어떠냐. 이 년아? 눈도 못보고 말도 못하고 살고 싶어?”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린 요령은 입이 지워진 턱을 손으로 만지며 잘못을 빌었다.

‘잘못했어요.’

말을 할 수 없어 속으로만 간절히 용서를 비는 요령의 모습은 처절하기 짝이 없었다.

“눈먼 사람 놀리던 벌 받는다. 어디 귀신 나부랭이가 사람을 놀려.”

잠시 후, 다시 입이 생긴 요령은 몇 번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멋쩍었는지 다소곳이 무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희는 물론 요령과 도희 모두 눈이 보이지 않았으니 이들 사이는 감각만으로도 통할 수 있었다.

다행히 무희의 입에선 더 이상 거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말이 없어진 무희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건너가라는 말을 듣지 못한 요령은 좀이 쑤시는지 허공에 떠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등 잠시도 가만있질 못했다.

“이 년아. 가만있지 못해? 정신 산란해서 집중이 안 되잖아.”

무희의 야단치는 소리가 짜증이 나는지 요령은 몸짓으로 신경질을 내며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한참 뒤, 기다림에 지쳐 모기소리를 쫓던 요령에게 무희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일 도희 친구라는 아이를 나한테 데리고 와.”

“그 애는 뭐하시게요?”

“그년 참. 궁금한 것도 많네.”

“알았어요. 호호.”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도희는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서둘렀다.

하루를 시작하는 무당은 아침에 할 일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도희처럼 눈이 보이지 않을 때는 정상인 무당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신당은 여러 가지가 나열돼 있어 청소할 때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갖고 있는 감각을 모두 동원해야 했기에 제일 힘든 일이었다.

박양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무희의 지엄한 지시 때문에 도희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고 그것이 끝나야 세수를 하고 몸단장을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낸 도희는 마정에게 전화를 했다.

물론 이것은 무희의 명령을 받은 요령이 도희의 목소리와 몸을 움직인 것이다.

“도희? 네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어?”

순간, 요령은 아차 싶었다.

너무 잔머리를 굴리다 보니 도희가 마정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전에 나미가 가르쳐 줬어.”

뛰어난 순발력으로 위기를 벗어난 요령은 지난번 왔다 간 뒤 스승이 마가 낀 것 같아 만나보고 싶어 한다고 꼬드겼다.

마침 집엔 일하는 아줌마뿐이고 오랫동안 갇혀 있기가 답답했던 마정은 아줌마가 잠시 조는 틈을 타 몰래 집에서 나왔다.

마정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어떻게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아버지가 마정이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한참 뒤, 집에서 몰래 빠져 나오는데 성공한 마정이 역술원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도희는 곧바로 무희의 방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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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령(美靈)2-(45) 11.11.08 344 7 8쪽
43 미령(美靈)2-(44) 11.11.07 303 8 8쪽
42 미령(美靈)2-(43) 11.11.06 398 7 7쪽
41 미령(美靈)2-(42) 11.11.04 448 10 7쪽
40 미령(美靈)2-(41) 11.11.03 365 8 8쪽
39 미령(美靈)2-(40) 11.11.02 338 12 7쪽
38 미령(美靈)2-(39) 11.10.31 423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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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미령(美靈)2-(37) 11.10.29 413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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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령(美靈)2-(34) 11.10.25 382 8 7쪽
32 미령(美靈)2-(33) 11.10.24 352 8 7쪽
31 미령(美靈)2-(32) +1 11.10.22 443 9 8쪽
30 미령(美靈)2-(31) +1 11.10.21 459 11 8쪽
29 미령(美靈)2-(30) +1 11.10.19 388 8 7쪽
28 미령(美靈)2-(29) +1 11.10.18 389 10 7쪽
27 미령(美靈)2-(28) +2 11.10.17 419 12 7쪽
26 미령(美靈)2-(27) +1 11.10.16 434 8 7쪽
25 미령(美靈)2-(26) +1 11.10.14 410 8 7쪽
24 미령(美靈)2-(25) +1 11.10.13 418 10 7쪽
23 미령(美靈)2-(24) +1 11.10.12 511 6 7쪽
22 미령(美靈)2-(23) +1 11.10.11 498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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