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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을 계승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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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17.12.15 08:26
최근연재일 :
2020.03.21 23:2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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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2
글자수 :
113,108

작성
20.03.1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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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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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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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권-20화

DUMMY

연기의 형태에서 모습을 완전히 갖추게 된 그것들은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아니 검은 암행복을 뒤집어 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다섯 명의 몸에서 풍겨오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적어도 무예의 극에 달한, 고수에게서나 풍겨 나올 법한 기운들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검을 다룰 줄 아는 자들은 모두들 동일하게 느끼고 있었다.


완전히 모습을 갖춘 흑의복면인들 중 하나가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가사들은 상대의 몸에서 풍겨오는 기운에 압도되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앞으로 나선 흑의인의 손에는 신화 속의 사신 레이스가 들고 있을 법한 거대한 낫, 데스 사이즈가 들려 있었다.


‘이놈들의 수괴가 바로 이 놈인가?’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수괴로 보이는 자는 물론, 나머지 네 명의 복면인들도 강했지만, 이 자의 기세는 한층 더 강렬했다.


그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의 복면이 슬며시 움직였다. 입에 해당하는 부분이 묘하기 일그러지는 것이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광기에 찬 웃음소리였다.


"후후후··· 쓰레기들이 많이도 몰려들어 왔군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여러분들께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평등한 죽음을 선사할 것을 약속드리지요. 후후후."


그가 웃을 때마다 달빛을 받아 푸른 반사광을 흘리고 있는 데스 사이즈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목 언저리가 섬뜩해지는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크레이딘과 카슈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흑의복면인들의 강함에 대해 그저 막연하게 느꼈을 뿐이지만, 그 두 사람은 확실하게 느꼈다.


그렇기에 온몸을 섬뜩하게 해오는 이 떨림도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크레이딘은 살기에 떨려오는 자신의 몸을 서서히 기를 끌어올려 진정시키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의 눈동자에서 인간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살기와 분노, 광기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카슈와 발토스도 그 눈동자에 압도된 듯 마른 침을 삼키며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사들과 그에 둘러싸여 있는 공작도 그들의 살기에 눌려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석상처럼 굳은 듯 서 있는 상태.


데스 사이즈의 복면인은 자신의 낫의 긴 자루를 자신의 어깨에 통통 튕기며 그들에게 한발 한발 천천히 다가왔다. 그자는 암살자 일행 중 자신이 대표라는 것을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자신들 일행 앞으로 나오더니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자신만의 싸늘한 음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자, 그럼 단체 처형시간입니다. 이번 처형의 집행을 맡은 '바렌'이라고 합니다. 이번 처형 시간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살기를 감추려는 듯한 공손한 태도에 카슈는 콧방귀 뀌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살기어린 음성으로 대꾸했다.


"흥! 다 필요 없으니까 덤빌 테면 덤벼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차피 그것이 목적 아니었나!


그의 말에 바렌이라 이름을 밝힌 자는 씨익 웃더니 눈을 감으며 살기가 실린 작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뭐, 유언이라도 남길 시간이라도 드릴까 했는데, 그렇게 정 빨리 죽길 원하신다면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형이 길게 늘어나며 자신을 향해 쇄도해오는 모습에, 카슈는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채앵!!


"큭!"


경쾌한 금속성 소리와 함께 카슈는 자신의 목을 노리고 베어 들어오던 데스 사이즈를 간신히 막아내었다. 하지만 워낙에 데스 사이즈에 실린 힘과 무게가 엄청났던 데다 갑작스럽게 막아낸 터라, 카슈는 검을 쥔 손이 참을 수 없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낫과 검을 맞대고 있느라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카슈에게, 바렌이 싸늘한 어조로 내뱉었다.


"당장 죽여 드리죠!"


"카슈 아저씨!!"


카슈가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겨우 막아낸 모습에 크레이딘이 놀라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크레이딘의 상황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크레이딘과 발토스, 공작의 기사들에게도 검은 암행복의 사내들이 바렌의 공격을 시발점으로 공격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크레이딘과 발토스는 황급히 자신의 손에 쥐여진 검을 고쳐 잡으며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치잇!!"

크레이딘은 자신의 목을 향해 마치 정해진 궤도를 미끄러지듯이 뻗어오는 상대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검광을 보고는 상대의 실력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즉시 거머쥔 검에 검기를 불어넣고는 자신의 목을 쇄도해 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비스듬히 쳐올렸다. 요란한 금속성 소리와 함께 그것을 거머쥔 상대의 팔도 검을 따라 튕겨져 올랐다.


크레이딘이 자신의 검을 막아냈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던지 상대의 복면 쓴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나 있는 눈매가 묘한 형태로 일그러졌다.


이런 절호의 틈을 놓칠 수 없는 크레이딘은 즉시 자신의 철목검에 모든 기를 불어넣었다. 그의 철목검은 푸른색 빛에 휘감기며 맹렬히 타오르며 제법 위력 있는 강기를 형성했다.


그것을 본 상대의 눈동자에 새겨진 놀랍다는 감정은 그 크기를 더해갔다. 크레이딘이 자신의 검을 힘껏 내지르며 상대의 심장을 노리고 비스듬히 찔러 들어갔다.


찌르기 기술 중 기장 위력이 크고 유명하면서도 기사들에게 천시 받던 기술 '이네이셜'이었다. 그자도 예상치 못한 검강이 곁들여진 이네이셜에 강한 위협을 느낀 듯, 재빨리 흐트러진 균형을 제어하면서 대응에 들어갔다. 검기가 더해진 검으로 찌르기를 저지해나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상대의 검강이 더해진 이네이셜을 막으려면 검에 실린 기운이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해야 하는데, 창졸지간에 허를 찔러온 터라 검기 이상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가 없었다.


크레이딘의 푸른색 검강을 머금은 검은 상대의 검기를 머금은 검의 검신을 박살내고도 그 기세가 꺾기지 않고 뻗어나가 상대의 심장을 향해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관통해 버렸다.


푸욱!

크레이딘의 검을 타고 한줄기의 피가 솟구쳤다. 아무리 날이 서지 않은 철목검이라지만 검강의 위력이 깃들자 자연 엄청난 예기를 발하는지 상대의 몸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지만 그의 검이 찌른 곳은 안타깝게도 심장에서 조금 벗어난 왼쪽 어깨였다. 아마도 검이 찔러 들어가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용케 피해낸 것이리라.


그 자는 고통이란 것을 모르는 듯, 그만한 상세에도 눈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실패한 것에 크레이딘은 황급해 검을 회수하여 뒤로 재빨리 물러섰다.


"제법이구나, 꼬마. 방심했다가 그냥 골로 갈 뻔 했군···."


암행복 사내는 음산한 목소리로 크레이딘의 실력에 감탄을 표하였다. 그러나 적의 칭찬이 그리 반갑지 않은 듯 크레이딘은 여전히 얼굴을 굳힌 채 상대를 노려볼 뿐이었다.


"······."


하지만 냉정에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크레이딘은 상대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찔러갔던 자신의 검을 피해냈다는 것에 약간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별로 대단히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 아까 찔러 들어간 크레이딘의 검이 암행복 사내가 치켜든 검신을 박살내던 순간, 보통 사람에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틈이 생겼기 때문에 흑의복면인은 그 작은 틈을 이용해 검이 심장에 적중되는 것은 겨우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해서 어깨에서 새어나오는 피에, 흑의복면인이 상처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계속해서 끊임없이 새어나올 것 같던 피가 금세 멎기 시작했다.


그는 어깨에 묻어있는 피를 손끝에 묻혀 살짝살짝 혀로 핥으면서, 크레이딘에게 살기를 담아 내뱉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르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살기였다.


"하지만 장난은 이것으로 끝이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다, 꼬마."


"이런···."


크레이딘은 상대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나지막이 이를 갈았다.


상대는 대략 소드 마스터 급의 실력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오래 끌게 된다면 당하는 것은 크레이딘 자신이 되리라.


언제나 자신을 수시로 두들겨 패면서도 때로는 그 자신감에 걸맞는 엄청난 힘을 지녀 모두를 감탄시킨 형의 듬직한 뒷모습이 그리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크윽···제기랄! 숨 돌릴 틈을 전혀 안주는군."


한편 카슈는 바렌과 다른 암행복 사내 세 명의 합동 맹공을 상대로 겨우겨우 방어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암행복 사내 한 명이거나 바렌 하나라면 이렇게 애를 먹진 않았겠지만 셋이서 호흡까지 맞춰가며 연합해 오는 데야 천하의 카슈도 어쩔 수가 없었다.


카슈의 격전이 꽤나 위태로운 것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치명적이진 않더라도 꽤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바렌은 자신들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카슈에게 진심으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단하시군요! 마스터의 실력을 지닌 저희 셋을 상대로 아무리 방어만 하신다지만 이렇게까지 버티실 줄이야! 과연 최강의 용병이라는 명성이 사실인가 보군요!"


"쓸데없는 거짓 칭찬이라면 집어치워!!"


카슈는 노호성을 지르며 자신의 무지막지한 검강이 실린 검을 입을 벌리고 지껄이고 있는 바렌의 낫에 적중시켰다.


과연 소드 마스터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의 검답게 강기의 위력은 바렌이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물러서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바렌도 검강을 마음대로 다룰 줄 아는 마스터. 그렇기에 그의 공격에 밀리면서도 바렌의 여유로운 태도는 여전했다.


그에 반해 카슈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신과 크레이딘, 그리고 발토스라면 제필리온이 올 때까지 어떻게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외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마스터로 구성된 이들을 절대 막아낼 수 없었다. 지금은 자신들이 이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였다간 공작의 머리가 저 빌어먹을 정도로 큰 낫에 순식간에 날라 갈 판이었다.


"큭!!"


발토스는 상대의 도를 막은 손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신음을 터뜨렸다. 실로 무지막지한 위력이었다. 단 한수에 이만한 무게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가 않았다.


"후! 아까의 그 차가운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거지! 제대로 덤벼보라고. 큭큭큭."


그가 토해낸 신음소리가 매우 듣기 좋은 모양인지, 암행복의 사내는 키득거리면서 먹이를 노리는 듯한 맹수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발토스의 주위로 공작을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로서는 엄두도 못내는 두 사람의 실력과 살기에 기죽어서 얌전히 서 있을 뿐이었다.


실력부족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아군과, 자신의 실력을 뛰어넘는 적의 맹공. 발토스는 작금의 상황을 냉정히 헤아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내가 질 게 분명해. 대체 어디서 이런 강자가···?’


그때 흑의복면인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겉으론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 당황하고 있는 발토스의 속내를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 느껴지는구나! 긴장하는 너의 마음이! 크크크큭··· 내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숨기려고 해봐야 소용없어! 다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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