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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을 계승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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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17.12.15 08:26
최근연재일 :
2020.03.21 23:2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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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108

작성
20.03.0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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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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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권-13화

DUMMY

기사단장은 자신의 긴 장검을 빼들었다. 그의 바스타드 소드는 발광석의 빛을 받아 푸르스름한 반사광을 드러냈다. 그는 빼든 검을 치켜 올리고는 지신의 이름과 함께 결투신청의 형식적인 말을 내뱉었다.


"나는 제디스 가문에 종속된 영광스런 기사단장 '발토스 타르시스'. 그대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바이오."


"나는 검사 '크레이딘 마제스'. 그대의 결투신청을 받아들이는 바입니다."


크레이딘도 철목검을 들어 발토스의 검에 교차시킨 후 자신도 덧붙여 말했다. 그는 겉으로 담담한 척 했지만 속으론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떠맡긴 형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제길··· 내가 왜 형 때문에 이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하지! 어디 나중에 이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겠어! 으드득!!!’


그들이 형식적인 결투 절차를 마치자 아까의 노집사가 그리 높지 않은 대련장 위로 힘겹게 올라왔다. 그 노집사는 그들 가운데에 서서 결투의 주의할 점을 그들에게 주지시켰다. 그것들은 기사나 검사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항목이라 좀 따분한지 기사들 중 하품하는 이도 종종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상대가 졌다 하더라도 목숨을 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가장 유의해 주시길······."


대충 형식적인 유의점 설명을 마친 노 집사는 황급히 대련장을 내려와서는 나이에 맞지 않는 큰 목소리로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결투 시작!!"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결투장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로 모아졌다. 그들은 살기를 마음껏 뿜어내며 자신의 상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 둘이 뿜어내는 생각 외로 무시무시한 살기에 구경하는 기사들과 공작은 몸을 죄어오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제필리온과 카슈도 발토스라는 기사단장의 예상 밖으로 강한 살기에 조금 뜻밖이라는 얼굴이었다.


결투의 당사자들은 검을 겨눈 채 서로의 빈틈을 찾기 위해 상대를 노려보았다. 이런 식으로 한 몇 분간 침묵이 계속되었다. 지켜보는 이들도 그들의 살기와 위압감에 몸을 사리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 둘은 서로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는 먼저 공격하기를 꺼리는 듯 묵묵히 자세를 가다듬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는 이들의 관점일 뿐, 사실 크레이딘에게 있어 발토스 정도는 대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단번에 끝내기에는 기사들의 자존심은 대단하므로 그냥 이렇게 공격해 주길 기다릴 뿐이었다.


얼마 후 발토스는 자신의 왼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대로는 결투가 언제 끝날지 모르므로 한번 상대의 태도를 보려 한 행동이었다. 크레이딘도 그의 의도를 알긴 하지만 이 침묵이 지겹기는 마찬 가지이므로 먼저 선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아, 제가 먼저 갑니다!!"


크레이딘은 자신의 철목검을 반듯한 수평이 되게 세웠다. 이윽고 그의 검엔 미약한 푸른 불꽃이 일었다. 그 불꽃은 점점 맹렬하게 기세를 더해 치솟더니 검 날로부터 순간 수십 센티 정도로 뻗어 나왔다.


엄청난 검기를 본 발토스는 크레이딘이 자신보다 몇 수 위의 실력이란 것을 확인하고는 경악하였다. 그것을 본 기사들과 공작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예쁘장해 보이는 나이 얼마 안 먹은 애가 자신들은 꿈도 못 꾸는 이런 검강에 가까운 검기를 펼치다니 그들에겐 경악 이상의 충격이었다.


"말도 안 돼! 이 정도로 강렬한 검기라니!!"


<<항룡섬(抗龍閃) 일광(一光)!!>>


철목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크레이딘의 몸을 휘감는가 싶더니 그의 신형은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발토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잔상을 그렸다. 발토스는 자신을 노리고 대기를 가로질러오는 무시무시한 빛줄기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발토스의 검에는 약간의 회색 빛 검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곧 부딪친 빛과 검에선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가 대련장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채앵!!!


"크윽!! 이런 엄청난!!!"


"막아낼 줄이야. 생각보단 제법 하시는군요."


크레이딘은 예상외로 신음소리와 함께 자신의 기술을 겨우 막은 발토스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흐릿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나 발토스 당사자는 상대의 무시무시한 기술에 방금 전 생(生)과 사(死)의 지경을 느낀 터라 거의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그는 겨우 막은 상대의 검을 힘을 주어 밀어내었다. 하지만 매우 놀란 터라 그의 호흡은 매우 거칠어져 있었다. 방금 전 막은 것은 거의 운이라 할 정도로 상대의 공격은 엄청났다.


만약 상대의 검이 날이 서있는 검이었다면 이미 자신은 두 동강 났을 거라는 생각에 그는 온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동생이라는 아이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그렇다면 제필리온이란 자의 실력은 도대체?'


발토스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 그는 마음을 안정시키며 자신의 검에 기를 불어넣었다. 상대의 실력이 이렇게 엄청난 이상 검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일 검에 두 토막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검에선 다시 회색기운이 펴져 나왔다.


크레이딘은 자신에게 굴하지 않고 검을 겨누는 그를 보며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검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는 발토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이 말했다.


"자! 다시 한 번 갑니다."


"오너라!!"


크레이딘의 말에 발토스는 그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 거의 기합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소릴 내질렀다. 크레이딘은 그의 태도에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목검에 다시 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곤 가벼운 기합과 함께 자신의 검을 가볍게 내질렀다. 제필리온에게서 전수받은 무결교검(無缺校劍)이라는 고위 검술에 속한 기술 중 하나인 난탄사검기(亂彈死劍氣)였다.


<<2결 3식! 난탄사검기(亂彈死劍氣)!!>>


그의 휘둘러진 검을 따라 수십 줄기의 푸른 빛 검기가 발토스의 목숨을 노리고 날카롭게 쏘아져 나갔다. 발토스는 자신을 위협하는 검기 다발들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 검기들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해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검기를 머금은 검을 자신의 주위를 감싸듯이 휘두른 후 검으로 역수(逆手)의 형태를 취하였다. 그의 검을 중심으로 강렬한 기운이 대기로 퍼져나가는가 싶더니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의 대갈일성과 함께 그 결계와도 같은 기운에 힘이 더욱 가중되었다.


<<벽섬광(壁閃光)!!>>


그를 중심으로 생겨난 회색 섬광의 원형결계는 크레이딘의 검기들을 가로막았다. 꽤나 격렬한 충돌이 있었지만 검기들은 궤도를 가로막은 원형결계를 뚫지 못한 채 자연 소멸되었다.


크레이딘은 상당히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상대의 실력에 감탄하였다. 사실 벽섬광은 검기를 충만하게 다루는 고위의 경지가 아니라면 엄두도 못내는 대단한 방어검술이었다. 이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일반적으로 나이 50이 되기 이전에는 어지간한 재능으로 힘들었다.


이것으로 보아도 발토스의 실력이 나이에 비례한 성취가 보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검술의 성취가 매우 비 정상적으로 높은 크레이딘과 제필리온은 제외하고······.


"벽섬광 정도의 기술을 구사하다니··· 실력이 예상 밖으로 대단하군요! 하지만 저의 공격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죠!"


크레이딘의 말이 끝나자마자 발토스가 형성시킨 회색빛 결계는 유리가 깨지듯이 산산 조각으로 나뉘며 대기 중에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직후 발토스의 얼굴은 창백할 정도로 핏기가 빠져나갔다.


그는 자신이 믿던 검기를 이용한 결계기술이 깨어지자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조차 깨어진 듯 멍한 얼굴로 결계가 사라진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수십 년간의 수련의 결과가 고작 나이 20도 되지 않은 어린 녀석에게 패하는 것이라니··· 그가 이렇게 자신감을 잃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광경을 단지 심심풀이 구경거리로 보던 제필리온과 카슈의 얼굴은 아까와는 달리 약간 진지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실력은 발토스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일 정도로 엄청난 지라 그들의 흥미를 끌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가 시라지지 않았다.


"벽섬광이라니··· 생각보다 고 난이도 기술을 쓸 줄 아는군. 제법 재능이 있어."


"생각 밖이군요. 저 정도의 기술을 사용하다니. 제필리온님과 저의 생각보단 제법 강하군요. 아직 우리에겐 많이 못 미치겠지만······."


"저 정도 재능이라면 내 흥을 돋우기엔 부족하지만 뭐 한번 상대해 줄 만한 자격은 있군. 겁에 질려 잠도 못 자게 해주마···큭큭."


제필리온의 장난기가 섞인 말투에 카슈는 몹시 놀라며 약간 더듬거리듯 말했다. 그에겐 제필리온이 저런 애송이를 상대한 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인지 얼굴이 몹시 굳어져 있었다.


"설마.. 제필리온님께서 저 녀석과 진짜 대련을 하시려고···!!!"


"그래, 큭큭큭··· 뭐 녀석의 실력은 그다지 대단치는 않지만 내가 그만큼 인정한다는 소리지. 내가 잘 가르치기만 하면 훗날 제법 써먹을 만한 녀석이야."


"······."


그의 말에 카슈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지위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그를 저지할 만한 힘이 그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저 녀석이 왜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로서는 그냥 묵묵히 그의 말을 잠자코 들으며 침묵을 지킬 뿐이다.


"자 나가 보실까! 아니, 좀 더 지켜본 후에 나가도록 해야지."


그는 이들의 결투를 중단시키고 자신이 나서려고 대련장으로 다가가던 중 갑자기 멈칫 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련장에서 물러섰다. 그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하였다.


"크웃!!"


잠시 정신적 충격에 얼이 빠져있던 발토스는 크레이딘의 공격에 놀라며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아내었다. 그러나 워낙 급히 막아낸 터라 손에 강한 충격을 받은 그는 나지막이 신음을 터뜨렸다. 크레이딘은 자신의 검을 막아낸 그를 약간 살기 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 중 정신을 딴 데 놓고 계시다니 상당한 여유로군요!"


'제길··· 여유는 무슨 빌어먹을 놈의 여유! 지금 네놈 검을 막기에도 바쁜데..'


그는 크레이딘의 말에 속으로 투덜대며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상대의 검을 겨우겨우 막아내었다. 몇 번 좀 위태로운 때도 있었지만 크레이딘이 모든 실력을 내보이지 않아 발토스는 간발의 차로 겨우겨우 피해낼 수 있었다. 그 만큼 크레이딘은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발토스는 상대가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듯한 느낌에 자신이 여태까지 기사로 살아오며 느껴보지 못한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그는 이를 갈며 살의를 머금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의 강력한 살기를 감지한 크레이딘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하였다.


"살기가 대단하군요. 이제야 다시 겨룰 맘이 든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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