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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의 서재

회귀랭커의 힐링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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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
작품등록일 :
2024.08.13 15:04
최근연재일 :
2024.08.26 09:01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726
추천수 :
94
글자수 :
83,914

작성
24.08.26 09:01
조회
68
추천
5
글자
13쪽

14화

DUMMY






제로섬 게임.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무조건 잃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기도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쪽이 전부 몬스터를 몰아가면.

다른 쪽은 잡고 싶어도 몬스터를 잡을 수 없을 테니까.


“포코!”

“그래, 그렇게.”


아론은 진과 함께 카우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 뒤를 카우들이 침을 흘리며 따라왔다.

원래는 마을이나 다른 유저들에게도 가야 한다.

그러나 그걸 막는 수가 있었다.


딸랑딸랑.


아론이 손에 쥔 종이 울렸다.

그 때마다 카우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음머어어어!”

“음무! 음무!”


카우들의 목에 걸려 있던 황금종.

그 소리를 들은 카우들의 어그로가 끌린 것이다.

왜냐고?

글쎄.

아마 같은 소가 움직이는 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음무!”

“음머어어!”


아론을 쫓던 카우들이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일종의 병목 현상.

엉겨붙은 카우들은 서로에게 부딪히며 데미지를 줬다.


‘이거 완전 죽음의 질주군.’


지금은 좋아 보인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카우들에게 둘러싸인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피할 곳이 없으면 죽는다.

프로게이머라도 지상유닛으로 공중 유닛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포코!”


옆으로 따라붙은 진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봤다.

대체 무슨 짓이냐고 말하는 표정.


“일단 계속 달려.”

“포코...!”

“걱정 말고 나를 믿어라.”

“포코...”


카우들이 파고들자 그대로 멀어지는 진.


“어디 저 쪽은 뭐 하나 볼까?”


살짝 곁눈질을 하자 아인첼이 검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카우를 한 마리씩 잡고 있다.

대여섯 번 검을 휘두르자 카우 한 마리가 쓰러진다.


역시 템빨이라고나 할까.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그러면 뭐 하나.

잡을 카우들이 다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걸.


‘하긴 이런 사냥법이 좀 특이하긴 하지.’


아인첼의 직업은 전사.

힘과 체력, 방어력 대신 느린 속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전사가 따라올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알아도 못 따라하는 공략인 셈이다.


“그래도 딜이 부족하긴 하니.”


달리던 아론이 검을 휘둘렀다.

슥삭. 카우들의 정수리나 목덜미에 상처가 났다.

그 상태로 달리다 보면.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과다 출혈로 죽는 카우들이 생긴다.

서로 부딪히며 hp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출혈 데미지로 죽일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론은 눈앞에 보이는 숲으로 달렸다.

그 뒤를 따르던 카우들의 앞에 두꺼운 나무가 나타났다.


“음머!?”

“음뭐억!”


나무에 부딪힌 카우들이 쓰러지고.

뿔이 나무에 박힌 카우들의 뒤로 다른 카우들이 돌진해 온다.


“음메에에!”

“음메에!”


쿵. 쿵!

숲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뒤흔들렸다.


[레벨 업!]


순식간에 50개가 넘는 경험치 알림이 들어오는 모습.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점수 차이를 낼 수 있으리라.


‘어차피 레벨 업도 할 겸 최대한 많이 잡아 볼까.’


그 때였다.

달리던 아론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이런.”


눈 앞에 거세게 흐르는 강이 있었다.

걸어서는 넘어갈 수 없는 너비.


“음무우!”

“무우!”


등 뒤에서는 소들의 콧김 소리가 가까워졌다.

나무들이 막고 있지만 5분 안에 여기까지 올 터.


‘망했는데?’


숲 속 지형을 알았다면 절대 이 쪽으로 오지 않았을 텐데.

생활 스킬 올리고, 인스턴스 던전에 가느라 숲 안쪽까지 확인 못 한 게 실책이었다.


‘수영 스킬이 없는 상태로 저 강에 빠지면 100%죽을 테고, 남아 있어도 카우들에게 포위당하면 답이 없겠군.’


아론의 머릿속이 핑핑 돌아갔다.

어차피 죽어도 자신은 로그아웃될 뿐.

경험치를 잃지만 실제로 죽거나 하지 않는다.

그 녀석에게 내기에서 지는 건 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다.


죽음을 상정하고 싸운다면 한두 놈은 데려가겠지.

하지만 그것뿐이다.

싸우는 건 기각.


‘이 이벤트 필드는 무한하지 않아.’


애초에 이벤트용으로 만들어진 필드.

균열이 생긴 근처 지역의 지형만을 본따 구현한다.

그 구현된 지역을 넘어가려면 투명한 벽에 막혀 넘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진.”

“포코!”


옆으로 다가온 진이 나지막하게 짖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함께하겠다는 모습.


“됐으니까 넌 들어가 있어.”

“포코?!”

“소환 해제.”

“포.......!”


놀란 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럼 이제...”


아론은 전방을 보았다.

우드득. 우득.

부러져가는 나무 사이로 카우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그래, 해 보자고.”


아론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물에 몸을 반쯤 담근 뒤 그 상태로 버티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빠른 물살이 아론의 몸을 때렸다.


-스태미나가 소모됩니다.

-스태미나가 소모됩니다.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후웁.......!’


버티기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카우들의 어그로가 풀릴 때까지만 있으면 재차 몰이사냥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 때였다.

물 속에 있던 아론의 발밑이 갑자기 어디론가 빠져 들기 시작했다.


‘어?’


발뿐만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기 전.

온 몸이 이미 아래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잠깐...!’


잠시 후.

몰려 있던 카우들이 흩어졌지만 아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




[???에 입장했습니다.]


“......?”


아론은 눈을 떴다.


“이게 뭐야?”


사방이 검은 공간.

회귀 전 숱한 곳을 다닌 아론도 이런 공간은 처음이었다.


“대체...”


그 때였다.

공간 안쪽.

깨진 크리스탈 조각들 사이로 웬 흑발 미소녀가 엉거주춤 서 있는 게 보였다.


‘저건 누구지?’


플레이어는 아니다.

npc? 아니면 몬스터?

아론은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가까이 가자 흑발 소녀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였다.

단발에 흐리멍텅한 눈.

검은 로브 한 벌만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흠, 이건 아무리 봐도 히든피스이긴 한데...’


이벤트 필드에서 히든피스가 나온다고?

그랬다간 게임사에 트럭이 부대 단위로 올 거다.

그럼 설마 버그?

그렇다기엔 회귀 전 10년 동안 아르세티아에 알려진 버그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의문이 피어나는 사이.

소녀가 이 쪽을 보았다.


“...아.”

“아.”


[???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친화력을 확인합니다.]

[친화력 스테이터스가 충분히 높습니다.]

[테이머의 적성이 발동했습니다.]

[???의 상태가 적대->중립 상태가 되었습니다.]

[???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테이머 직업의 덕을 여기서 보는군.

적대에서 중립 조건이라니.

안심할 수는 없다. 고작 중립이라는 건 언제든지 다시 적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히든 피스들은 보통 배경이나 설정된 서사가 있다.

세계관에 맞춘 npc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예측해 대응해야 할 텐데.

솔직히...너무 갑작스러웠다.

아무리 아론이라도 단서 하나 없이 대응할 수는 없는 셈.


‘아니, 그래도 단서는 많지.’


아론은 소녀의 표정이나 몸을 훑었다.

자아가 없는 멍한 표정에 막 태어난 아기처럼 깨끗한 피부.


회귀 전에도 이런 히든피스들이 있었다.

물건에 깃드는 정령이나 직접 만든 호문쿨루스들이 막 깨어나면 이런 모습이었다.

아론도 한때 호문쿨루스에 관심을 가진 적 있었다.

테이머를 이기거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경우의 수가 있으면 좋을 테니까.


그 때 봤던 호문쿨루스들이 딱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아론은 샌드위치를 꺼내 내밀었다.


“...?”


뭐냐는 듯 이 쪽을 보는 모습.


“이렇게. 이렇게.”


샌드위치를 입에 대고 씹는 시늉을 한 뒤 재차 건넨다.

이번에는 소녀도 샌드위치를 입에 가져갔다.

오물오물.


“...!”


순간 소녀의 눈이 커졌다.


“...아. 아.”

“맛있나?”

“...아.”


멍하니 아론을 보다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


[???의 호감도가 +10 상승했습니다.]


역시 먹을 것으로 경계를 푸는 건 정답이었나.


‘차차 시간을 들여서 공략해보고 싶지만...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군.’


아론에게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인첼과 사냥터 자리를 건 내기.

갑자기 자신이 사라졌다지만 죽은 건 아니니까.

1시간이 지나기 전에 돌아가서 승리를 확정지어야 했다.


‘다 이긴 걸 이것 때문에 질 수는 없잖아?’


회귀 전이었다면 히든 피스에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게 있으나 없으나 딱히 상관이 없다.

정점에 오르는 게 아니라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니까.


아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왔던 곳으로 향하려 했다.

그 때였다.

소녀의 손이 아론의 옷을 잡았다.


“응?”

“...아.”


힘을 주어도 놓지 않는 소녀.

그 순간이었다.


[???가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 합니다.]

[테이밍 조건이 만족했습니다.]

[테이머의 스킬 ‘테이밍’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을 테이밍 몬스터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테이머는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다.

상대 몬스터와 친밀해진 다음에 테이밍 스킬을 걸면 일정 확률로 따라온다.

확률은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는 식.


하지만 테이밍 스킬에는 다른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몬스터가 먼저 테이머를 따라가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테이밍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물론 강제로 괴롭혀서 데려갈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거 괜찮나?’


잘못 데려갔다가 나중에 큰 일 나는 거 아냐?

영화같은 데서 봉인된 귀신을 풀어놓는 것처럼.


‘잠깐만.’


굳이 그걸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이번에는 즐기면서 하기로 했었지.


“...아........아.”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면.

안 주울 이유는 없지.


“그래, 가자.”


[???을 테이밍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갑자기 이름을?

시간이 얼마 없는데.

아론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네 이름은 엘렌이다.”

“...엘렌.”


그 순간이었다.


[엘렌을 테이밍했습니다.]

[???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쿠르릉. 쩌억.

둘이 있던 맵 곳곳에 유리창 깨지듯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아론은 엘렌의 손을 붙잡고 뛰었다.

그대로 균열까지 다가가 밖으로 나간 순간.


[이벤트 필드에 입장했습니다.]

“우왓!”


우당탕.

아론과 엘렌은 숲 안쪽에 나뒹굴었다.


‘돌아왔나?’


물 속에 빠지나 싶었는데 다행히 랜덤으로 떨어뜨려 주는 듯 했다.

주변에 카우들은 보이지 않는 것도 좋은 상황.


‘시간은...대략 55분 정도 지났나...’


카우들을 몰아붙인 게 초반 20분 가량.

즉 아론은 공간 안에서 35분 정도를 소모한 것이다.


‘원래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다른 데로 가 버렸으니 그 사이 다들 회복했을 테고.’


아인첼이 계속 사냥했다면 지금부터 달려도 내기는 이길 수 없었다.


“늦었긴 햇지만...그래도 마지막까지 사냥해 볼까.”


아니 잠깐만.

웨이브가 쏟아지는 이벤트 필드인데 카우가 한 마리도 없다고?

갑자기 아론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딸랑.

등 뒤에서 종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음무우우우우우!”


집채만한 두 발 젖소가 아론을 향해 울부짖었다.


[카우 킹]


레벨 22의 카우 킹.

카우들을 일정 숫자 이상 잡으면 나타나는 이 필드의 보스 몬스터다.


‘이런....!’


보스 몬스터답게 스펙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레벨 구간별로 다른 스펙이지만.

일단 10~20레벨 구간에 나오는 녀석 기준으로 치자.

hp 백오십만. 공격력은 350.

아이템 잘 갖춘 탱커 유저라도 평타 두 대면 빈사 상태.

심지어 주 스킬인 돌진의 공격력은 1.5배다.


돌진뿐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구뛰기, 땅구르기, 카우파스칼 킥.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스킬을 쓴다.


때문에 카우 킹이 나타나면 유저들은 10레벨대 모두 한 데 모여 한꺼번에 데미지를 쏟아부었다.

그래야 잡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였다.


물론 전생의 아론은 혼자 저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컨트롤이야 충분히 되지만.

직업도 그렇고 아론의 스펙도 너무 안 좋았다.


‘일단은 도망쳐야...’

“음머어!”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카우 킹이 돌진해 왔다.


‘왼쪽!’


아론은 곧바로 공격 범위 바깥으로 피했다.

방금 나온 소녀를 잡고 끌어당기는 것은 의식 밖의 본능이었다.

그런데 소녀가 움직이지 않았다.


“주인님...”


대신 손을 들더니 카우 킹에게 휘둘렀다.

뻐억! 휘잉.

뭔가 흰 게 하늘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카우 킹의 앞발이군.

응? 앞발?


“무슨...”


아론은 고개를 들었다.


[카우 킹을 처치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카우 킹을 단독으로 처치했습니다.]

[숨겨진 업적 “카우 킹을 제패한 자”를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카우 킹을 제패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15골드 23실버를 획득했습니다.]

[카우 킹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피가 끓어오르는 카우킹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카우 킹의 황금 카우벨(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상태창 알림의 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카우 킹이 쓰러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4
    작성일
    24.09.03 02:56
    No. 1

    연중된 이제야 발견해서 아쉽네요.ᴗ͈̥̥̥̆‸ᴗ͈̥̥̥̆
    정말 재밌게 읽고 가요! 다음에 리메로 라도 다시 만나뵙길 기다릴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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