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아름다운 마음씨만 가진 민폐 여주에 빙의했다.
불쌍하다는 이유로 악역을 살려주고, 덕분에 내내 납치당하고, 숲 속을 도망치고, 결국에는 전쟁의 빌미까지 제공하는 민폐 여주에!
하지만 난 다를 거야. 백마 탄 왕자와 알콩달콩 하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니까.
해야 할 일은 단순해. 악역을 살리지 않는 것.
그런데 왜 정신을 차려보니 악역을 살리다 못해 그 인간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고 있지?
첫날 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벌어지는 가운 사이로 보이는 몸매가 예술… 이 아니라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짓이지?
“만져 봐도 좋아.”
가운 사이로 드러나는 허벅지를 가릴 생각은커녕, 오히려 만지라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좋아.”
아니, 이게 아니잖아. 지금 물어봐야 할 것은 이게 아니다.
“왜 이러는 거야? 원해서 한 결혼도 아니잖아.”
“그대는 원했잖아. 그리고 난 남편을 도리를 다 한다고 맹세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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