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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7,998
추천수 :
659
글자수 :
287,253

작성
24.03.02 22:00
조회
449
추천
16
글자
12쪽

어린 날의 기억 (15)

DUMMY

에블린을 말에 태운 뒤 나는 곧장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도널드, 오늘 병사들이 용병들을 처리할 거라고 했어.”

“일이 쉽게 풀리더니··· 관리인이 사고를 친 건지 영주가 뒷배인 건지 모르겠군. 어쩌다 알게 된 거야?”

“에디가 많이 힘들어해서 너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뒷골목을 나오면서 우연히 들었어. 그래서 곧장 여관으로 뛰어온 거야.”

“도와줘서 고마워.”


이 말에 그녀는 내 등에 얼굴을 묻었다.


미행을 의식하고 움직이려 했지만 말을 쫓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말을 몰아야 했다. 우리의 뒤를 쫓는 말이 없자 나는 곧장 그녀의 집 앞에 말을 세웠다.


“병사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우리는 케를레인 자작령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잘못하면 너와 에디도 우리와 엮일 수 있으니 에디를 데리고 함께 빠져나가자.”

“알겠어. 하지만 에디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묻어나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많이 힘들어 하겠지만 함께 나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해.”

“병사들이 나를 봤으니 그들이 돌아온다면 우리를 그냥 두지 않겠지··· 알겠어. 함께 나가자.”


그녀가 결정을 내리자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기력이 쇠한 에디는 의식을 잃은 채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밤공기가 차니 굳이 열을 내리는 약을 쓸 필요 없을 것 같아. 옷가지만 잘 챙겨서 나가자.”

“응.”


옷가지로 에디를 잘 감산 뒤 나는 그와 에블린을 말에 태웠다.


“에디를 잘 잡아.”

“알겠어.”


말을 몰고 마을입구까지 갔지만 경비들이 길을 막고 있어 나는 말에서 내렸다.


“도널드?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는 겐가?”

“아, 파렐 씨군요. 대장이 여길 지나갔습니까?”

“그러고보니 오늘 도적소탕을 한다고 했었지? 이곳으로는 오지 않았으니 반대쪽으로 간 것 같아.”

“고맙습니다. 제 일행은 의뢰 때문에 동행하는 거니 통과 좀 시켜 주시겠습니까?”

“알겠네.”


경비대장이 순순히 길을 비켜서자 나는 급히 말을 몰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경비가 모르고 있다··· 어떻게 얽힌 거지?’


다행히 마을전체가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에 안심하면서도 나는 더 복잡해진 상황에 인상을 구겼다.


“도널드.”

“어, 왜?”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그녀의 불안한 목소리에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영지관리인이 우리에게 도적 소굴 예상지역을 몇 번 찍어 준 적이 있어. 그리고 허탕을 쳤지. 그곳 근처에 내려 줄게.”

“관리인이 알고 있는 장소면 위험한 거 아니야?”

“내가 수색을 했을 때에는 위험 요소가 없었어. 그리고 위치를 속이려고 할 때는 본능적으로 수색자를 숨기고자 하는 장소와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지. 그러니 안전할 거야.”

“알겠어.”


낯익은 장소에 도착하자 나는 옷가지와 담요, 낙엽 등을 모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많이 춥겠지만 불은 피우지 말고.”

“응···”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리고 있는 에블린을 보며 나는 말에서 배낭을 하나 내렸다.


“식량과 여비를 두고 갈게. 내가 만약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마을로 이동해.”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런 말 하지 마. 전부 쓸어버리고 돌아와.”


나에 대한 신뢰와 확신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을 보면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 꼭 돌아올 게.”


에블린과 에디를 두고 떠난 나는 말을 몰면서 산채의 위치를 추측하기 시작했다.


‘나를 보낸 곳과 떨어졌으면서 접선장소까지 마차를 몰 수 있는 곳···’


나름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통 범위를 좁힐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넓은 지역을 돌며 발자국을 찾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지미가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나는 생각보다 빨리 발자국을 찾을 수 있었다. 산으로 이어지는 행렬에 나는 말에서 내려 산행을 준비했다.


“지미, 숨어있다가 내가 부르면 돌아와줘.”


지미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자 녀석은 뛰지도 않고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미를 보낸 뒤 산행을 시작한 나는 발자국과 함께 여기저기 꺾인 나뭇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러면 수월하지.’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전투로 인한 소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전부 죽여어어!”


전투의 고양감을 높이는 드피서의 목소리에 나는 안심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불안감.


또 늦어서 누군가를 잃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오자 나는 등에 맨 활을 손에 쥔 채 달리기 시작했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전투로 흥분한 사람들의 외침이 커지고 곧 도적에게 둘러 싸인 용병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탓!


즉시 활을 쏘아 한 놈을 쓰러뜨리자 도적들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기습이다!”

“고작 한 발이다! 몇 놈만 쫓아가서 잡아!”

“도널드가 왔다! 다들 조금만 더 버텨!”

“귀, 귀신 도널드?”


방패를 부술 듯이 두들기던 도적들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자 용병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지금이다! 치고 나가!”


어디선가 들리는 드피서의 목소리에 용병들은 방패를 휘둘러 도적을 쳐내고 무기로 놈들을 찔렀다.


“너무 나대지 말고! 진형이 무너지면 안된다!”

“네! 대장!”


용병들이 안정을 되찾자 나는 내게 다가오고 있는 도적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아직 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듯 나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는 그들을 향해 나는 활을 쐈다.


퍽!


“시바아아알!”


자기 옆에 있는 놈의 목에서 화살이 튀어나오자 도적들은 비명을 질렀다.


“저쪽이다!”


녀석이 입을 벌리는 순간 화살이 놈의 입을 뚫고 지나갔다. 그 모습에 다른 도적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귀, 귀신이다!”


방패를 들고 대비하고 있는 적보다 뛰어다니는 대상이 내게는 더 쉬운 표적이었다. 놈들을 정리하느라 화살을 다 쓴 나는 단검을 뽑아 들며 도적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팟!


“커억!”


놈들의 텅 빈 등을 향해 단검을 던질 때마다 도적들은 쓰러져 나갔다.


“이, 이 괴물 같은··· 죽어!”


도끼를 머리 위로 들고 달려드는 녀석을 측면으로 피한 뒤 나는 놈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엇!”


놈이 넘어지자 나는 롱소드를 뽑아 녀석을 찔렀다. 검을 뽑은 뒤 주변을 둘러보자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도적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 저게 귀신 도널드···”

“저 새끼 잡으러 간 놈들 대신 저 놈이 왔다는 건···”

“도대체 몇 놈을 죽인 거야?”


기세가 꺾인 도적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자 드피서가 소리쳤다.


“한 놈도 살려 둬서는 안 돼!”


그 목소리에 도적들은 달아나기 시작했고 용병들은 그 뒤를 쫓았다.


“쳇.”


드피서가 왜 도적들을 남겨둬서는 안된다고 하는지 이해한 나는 던질 수 있는 무기를 주우며 놈들을 추적했다.


내가 던지는 무기는 녀석들의 등에 적중했고 놈들이 쓰러지면 용병들이 마무리했다. 마지막 남은 적을 처리하자 용병들은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오, 힘들었다.”

“죽은 놈이 있나?”

“다들 모여봐.”


인원점검을 하던 용병들은 서로의 상태를 보며 웃었다.


“멀쩡한 놈이 없군.”

“하지만 뒈진 놈도 없잖아.”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을 보며 나는 주변을 살폈다.


“대장은?”

“대장? 어디서 오줌이라도 누고 있나 보지 뭐.”

“대장이 인원점검 할 때 단독행동할 인간은 아니잖아.”


그 말을 남긴 채 나는 뛰기 시작했다.


“야! 같이 가!”

“다들 흩어져서 대장을 찾아!”


드피서를 찾기 위해 달리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이를 무시하며 그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멀쩡히 돌아와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내게 에블린과 재미는 좋았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그의 모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의 몸에는 볼트가 여러 개 박혀 있었다.


“대장!”


그 모습에 급히 뛰어가 그의 투구를 벗기니 그는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새끼··· 에블린과 재미는 좋았냐?”

“시발,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대장이 부상을 입었다! 다들 이리로 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그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내가 방패진을 돌파하고 올란드 놈의 목을 따버리는 걸 네가 봤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존나 멋있었단 말이지···”

“대장 멋있는 거 아니까 좀 닥쳐봐요.”


나는 지혈을 위한 약초를 꺼낸 뒤 우선 화살촉이 튀어나온 볼트들을 꺾었다. 그 뒤 관통된 방향으로 볼트를 뽑아 내 상처를 약초로 매웠다.


“존나 아파 시벌···”


상처를 치료한다 해도 이미 흘린 피를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그의 상처들을 살펴보니 화살을 맞은 채 계속 움직였는지 상처가 벌어져 많은 출혈의 흔적이 있었다. 절망적인 그의 상황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 시발, 화살 처맞았으면 어디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왜 설친 거예요!”


울먹이는 내 목소리에 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장이 쓰러지면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도 병사들은 도망가지··· 그럼 어차피 다 뒈질 거 저 놈들이라도 살려보려고 이랬다.”

“대장!”


용병들이 몰려오자 그는 웃는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이겼냐?”

“지금 그게 중요해?”

“몇 놈 뒈졌어?”

“한 놈도 안 뒈졌어!”


비명을 지르듯 대답한 용병들은 소매로 눈을 닦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피서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큭큭, 머저리들아 나 아직 안 죽었다. 울지 마라.”

“안 울어!”


용병들이 흐느끼기 시작하자 드피서는 체념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게런.”

“어, 대장.”

“저놈들을 부탁하마.”

“약한 소리 하지 말고!”


큰 소리를 내던 게런은 드피서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 알겠어.”

“고맙다.”


애써 웃는 그의 모습에 게런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왜요.”

“너 욕하는 거 처음 본다.”

“앞으로도 많이 해 줄게요.”

“그래, 그만 어둡게 지내고 사람들과 어울려라. 먼저 신뢰를 주면 그들은 너를 지켜줄 거다.”

“알겠어요.”


내 말에 그는 힘겹게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 검과 내 목에 있는 인장을 가문에 돌려보내다오. 내 가문의 이름은···”


고통에 드피서가 말하기 힘들어하자 나는 그를 진정시켰다.


“북쪽의 아르도르 가문에 전달하겠습니다.”


내 말에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그는 얕은 숨을 몇 번 들이 쉬었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는 법··· 우리는 에블린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에블린이 정착할 때까지는 그 곁을 지켜줘라.”

“아무리 막 구르는 용병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고···”

“걱정마요. 대장.”


그들의 말에 드피서는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복수 같은 건 생각하지 마. 어렵게 살려 놓은 목숨 헛되이 버리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드피서가 눈을 감자 게런이 그에게 다가갔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 게런은 용병대장 드피서의 마지막 명령을 따를 것을 맹세합니다.”


그의 말을 따라 용병들은 각자의 이름을 말하며 드피서의 앞에서 맹세했다. 그들을 따라 나도 그의 유지를 따를 것을 맹세했다.


“나, 도널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인장과 검을 그의 가문으로 돌려보낼 것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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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날의 기억 (15) +2 24.03.02 450 16 12쪽
14 어린 날의 기억 (14) 24.03.01 447 13 14쪽
13 어린 날의 기억 (13) +2 24.02.29 450 10 12쪽
12 어린 날의 기억 (12) 24.02.28 488 11 13쪽
11 어린 날의 기억 (11) +1 24.02.27 484 18 13쪽
10 어린 날의 기억 (10) +2 24.02.26 522 22 12쪽
9 어린 날의 기억 (9) +2 24.02.25 524 23 14쪽
8 어린 날의 기억 (8) +1 24.02.24 593 24 14쪽
7 어린 날의 기억 (7) +3 24.02.23 550 20 13쪽
6 어린 날의 기억 (6) +2 24.02.22 553 22 12쪽
5 어린 날의 기억 (5) +1 24.02.21 571 22 13쪽
4 어린 날의 기억 (4) +3 24.02.20 617 22 14쪽
3 어린 날의 기억 (3) 24.02.20 650 21 13쪽
2 어린 날의 기억 (2) 24.02.19 733 22 17쪽
1 어린 날의 기억 (1) +4 24.02.19 1,013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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