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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층민이 기사재능을 타고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강제이
작품등록일 :
2024.02.19 19:39
최근연재일 :
2024.04.06 10:2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7,995
추천수 :
659
글자수 :
287,253

작성
24.02.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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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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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7쪽

어린 날의 기억 (2)

DUMMY

시끌벅적한 여관에서 단 한사람 만이 고개를 숙인 채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채 사람들은 탁자위의 돈을 나누었다.


“자자, 또 덤빌 놈 있나?”


탁자위에 남아있는 동화를 쓸어 담은 뒤 그는 벽에 걸려있는 다트판에서 다트를 뽑았다.


“가운데 세 개 꼽는 놈을 무슨 수로 이겨?”

“그냥 너한테 돈을 걸고 푼돈이나 받으면 되지.”

“아, 시간은 남아 돌고! 덤비는 놈은 없고!”

“게런, 실력을 너무 빨리 깠어. 그냥 술이나 마셔.”

“그것도 나쁘지 않지!”


구경꾼들 무리 중 가장 바깥쪽에 있던 나는 왁자지껄한 그들을 보기 위해 까치발을 세웠다. 그러자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해볼래?”

“아, 아니오. 저는 참가비도 없는 걸요.”

“그건 참가비만 있으면 해보겠다는 거군.”

“그,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게런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아! 술 먹어서 세상이 빙빙 돈다! 지금이 기회야! 빨리 덤비라고!”


그와 동시에 나를 데리고 구경꾼들 무리를 뚫고 앞줄까지 나온 스미스가 내 등을 밀었다.


“앗!”

“오, 애송이! 도전이냐?”

“돈은 있고?”

“그, 그게···”

“없으면 팔이라도 걸래?”

“아하하! 애송이 겁먹는다고!”


그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동전을 튕기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왔다.


팅!


높이 뜬 은화는 내 머리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내 눈앞에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은화를 받았다.


“참가비는 마련한 것 같군.”

“오오, 스미스!”

“도박판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도박은 싫어하지만 구경거리는 마다하지 않지.”

“좋아! 그럼 해보자고! 다들 돈 걸어!”


게런의 외침과 동시에 탁자위에는 동화가 쌓이기 시작했다.


“게런한테 올인이지!”

“전부 게런한테 걸면 수익은 어떻게 나누는 거야?”

“애송이 은화를 나누는 거지 뭐.”

“애송이가 다트판까지 다트를 던질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누가 녀석한테 걸겠어?”


그 순간 탁자위에 돈주머니 하나가 던져졌다.


턱!


“도널드에게 걸지.”


스미스의 행동에 여관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곤 곧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오오오! 스미스, 보기와 다르게 완전 도박꾼 스타일이잖아!”

“이게 얼마야? 은화 스무 닢? 진짜 미친 거냐고?”

“호구 떴다! 가진 거 전부 걸어!”


판이 커지자 여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귀한 은화가 탁자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발, 빡촌 가려고 아껴 둔 건데.”

“한 번 할거 두 번 할 수 있게 만들 기회인데 걸어야지!”


돈이 쌓이자 게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걸 사람 다 건 것 같으니 그만 시작할까?”


그리고 그는 돈주머니 하나를 탁자위에 던졌다.


“나한테 걸지!”


호기롭게 외친 뒤 다트 판 앞에 선 그는 망설임 없이 다트 세 개를 연달아 던졌다.


팍! 팍! 팍!


다트는 중앙의 작은 점안에 나란히 꽂혀 삼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작은 중앙의 모습은 다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이에 돈을 건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취했다면서! 구라였냐고!”

“중앙에 세 개를 어떻게 이기냐?”

“애송이 이제 어떻게 하냐? 아니, 스미스가 좆된 걸까?”

“스미스, 은화는 좋은데 쓸게!”

“빡촌으로 달려가자! 정답게 손을 잡고!”


그들은 게런의 승리를 확신하며 노래를 불렀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자 취급을 받는 나는 기가 죽어 스미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미소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후우.”


내가 두 번째 다트 판 앞에 섰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탁자위의 돈을 정리하며 각자의 몫을 나누고 있었다.


‘도널드, 던지기로 마음먹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던져라.”


스미스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다트 세 개를 연달아 던졌다.


팍! 탓! 탓!


다트가 적중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은 과녁에 관심이 없었다.


“소리가 이상한데?”

“보나마나 낙이지.”

“아, 아니야. 저걸 봐.”

“뭔데 그래?”

“우리 좆된 거 같은데.”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트 판을 향했다. 다트 판의 중앙에는 다트가 꽂혀 있었고 그 다트의 뒤에는 또 다른 다트가, 그 뒤에는 마지막 다트가 꽂혀 있었다.


“시, 시발, 저게 뭐야.”


보기에는 다트에 다트를 맞춘 게 더 점수가 높아 보였지만 배점은 같았다. 이를 간파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쨌든 점수는 같잖아!”

“마, 맞아! 같은 중앙이라고!”

“동점이니까 다시 해야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여관주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나서니 여관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이런 건 살면서 딱 2번 보는 군. 그 때도 돈을 건 놈들이 소동을 피웠지. 같은 점수니, 뭐니, 심지어 과녁에 맞지 않았으니 낙이니 말이야.”

“그,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 뒤에 무슨 일이 났는지 아나?”


여관주인의 말에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포크, 나이프, 심지어 깨진 그릇까지 온갖 물건이 그 놈들의 미간에 꽂혔지. 그걸 수습하느라 어찌나 고생했는지··· 그 뒤로는 우리 여관은 저걸 최고점으로 정했다.”


하우스 룰. 같은 게임이라도 동네마다, 심지어는 집단마다 조금씩 규칙이 달랐다. 여관에서 여관의 물품을 가지고 게임을 했으니 그곳의 룰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거기다 과녁판을 본 사람들 역시 우기기에 들어갔을 뿐 사실상 내가 이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패배를 인정하지. 애송이 좀 치는데?”


게런까지 양손을 들자 사람들은 결과를 받아드렸다.


“시발, 욕심부리다 조졌네.”

“괜찮은데 두 번 가려다 레프트 핸드 양과 밤을 보내게 생겼군.”


사람들이 결과를 받아드리자 여관주인은 자리에 앉았다. 여관이 잠잠해지자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결과가 정해진 것 같군.”


앞으로 나선 스미스는 탁자 위의 돈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내게 은화를 한 주먹 쥐어 주었다.


“이, 이건···”

“네 몫이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큰 돈을 쥐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내버려둔 채 그는 주인장에게 동화 한 줌을 건넸다.


“맥주라도 한 잔씩 돌려주시오. 주인장도 한 잔 하고.”

“고맙네.”


탁자위에 동화를 내려 놓는 스미스의 손을 보며 여관주인이 중얼거렸다.


“제자를 잘 두었구만 그래.”


스미스는 그 말을 듣지 못했는지 그대로 여관 밖으로 향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에 대한 주제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미스가 매너는 있어.”

“잘 마시겠네.”

“역배의 용사, 스미스를 위하여! 건배!”


여관이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그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여관 밖으로 나오자 나는 그에게 슬쩍 여관주인의 말에 대해 물었다.


“여관 아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이예요?”


내 말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별 뜻이 있겠나? 너와 가까워 보이지만 생긴 게 전혀 닮지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했겠지.”

“그렇군요.”

“돈이 넉넉하게 있으니 방어구를 갖추자 구나.”


그는 그대로 나를 방어구 상점으로 데려갔다. 모처럼 규모가 있는 마을에 들른 나는 다양한 구경거리에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며 스미스는 작게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어구가 가장 중요하단다.”

“무기가 아니라요?”

“결투에서는 무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난전에서는 날붙이를 한 번 막아주느냐 못 막아주느냐가 생사를 가르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아저씨처럼 사슬갑옷을 갖추고 싶어요.”

“돈을 좀 땄으니 맞출 수는 있겠지만 너는 아직 성장기니 비싼 사슬갑옷을 맞춰봐야 금방 못 입게 될 것 같구나. 또, 네가 갑옷의 무게를 얼마나 버틸지도 의문이고 말이야.”

“알겠어요.”


내가 빠르게 수긍하자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단 한 번을 때 쓰는 법이 없구나.”

“아저씨 말이 항상 옳으니까요.”


그의 추천에 따라 나는 옻칠을 한 하드 레더 아머를 구입했다. 팔과 다리, 그리고 쓸만한 무기까지 맞추려 하니 돈이 부족해 스미스가 보태 주었다.


이런 그의 호의를 나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다.


***


영지전이 아닌 토벌 의뢰를 주로 수행했지만 용병대의 일거리는 항상 넉넉했다. 농민들은 의뢰를 맡길 정도의 여력이 없었기에 주로 부유한 상인이나, 길드, 영주들이 의뢰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귀족은 농민들을 천하다고 무시했지만 그들이 피해를 입으면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지주변의 몬스터나 도적토벌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처음에는 영지내 군대로 토벌임무를 진행했지만 영지의 방위와 비용문제로 현상금을 내거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많은 용병들이 왕국을 떠돌며 의뢰를 수행했다.


그 날도 대장은 괜찮은 의뢰를 골라 나타났다. 내가 준수한 장비를 맞췄음에도 대장은 나를 전투에 데려가지 않았다.


“애송이는 짐이나 지키고 있어.”

“대장, 저 녀석 장비가 우리보다 좋아.”

“이제 겨우 쓸만해진 놈을 어처구니없게 잃을 순 없지. 넌 밥 값을 다하면 전투에 참여한다. 그러면 뒤져도 아쉬울 게 없지.”

“왜 쟤만 특별 취급이냐고!”

“그럼 너도 수당 없이 뒤치닥꺼리나 하고 뒤에 남아 있던가.”


그 말에 용병들은 작게 투덜거리며 대장의 뒤를 따랐다. 용병들이 매복지로 이동하기 전, 나는 스미스를 붙잡아 말을 걸었다.


“고블린은 머리가 좋다고 들었어요.”

“그래, 교활한 놈들이지.”

“함정에 쉽게 걸릴까요?”

“지능이 있어도 몬스터는 몬스터니 잘 풀릴 것 같구나.”


그의 말에 나는 눈을 빛냈다.


“그러면 저도 따라가도 되지 않을까요? 대장은 아저씨 말을 잘 듣잖아요.”


내 말에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녀석, 이제 나도 한 방 먹일 줄 알고 많이 컸구나. 도널드,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단다. 드피서가 따로 말하기 전까지는 전투에 나서지 마라.”

“아저씨 말이라면 따라야지요··· 그나저나 대장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말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지만 용병대에 들어온 녀석을 이렇게까지 감싸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어쨌든 다녀오마.”


***


스미스는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고는 길을 나섰다. 용병들은 늘 하던 대로 함정을 설치하고 고블린을 함정으로 유인했다.


키에에에엑!


“시발! 왜 이런 일은 맨날 내가 하는 거냐고!”

“네놈 다리가 제일 빠르니까 그렇지!”

“애송이가 이제 나보다 빠르다고!”


그가 돌아오자 용병들은 줄을 당기며 외쳤다.


“그럼 수당 없이 일 하던가!”

“좆까! 시발!”


그가 몸을 던지며 엎드리자 그 위로 수십 개의 석궁 볼트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케엑!


석궁에 맞은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저항일 뿐 놈들이 무기로 볼트를 쳐내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함정의 의해 멀쩡한 고블린이 단 하나도 남지 않자 드피서는 검을 뽑았다.


“자, 돈 벌러 가자!”

“돈 벌러 가자!”


다 죽어가는 고블린을 정리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어떤 희생도 치루지 않고 고블린을 정리한 그들은 의뢰를 완료하기 위해 고블린의 귀를 모았다.


“오늘도 쉽게 돈 벌었네.”

“대장을 잘 만나서 그렇지 뭐.”

“하지만 영지전에 비하면 벌이가 영, 별로잖아.”

“영지전은 큰 돈을 만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잖아.”

“맞아. 일단 살고 봐야지. 거지 같이 살아도 이승이 좋은 거다.”

“자자, 잡담들은 이따 여관에서 하고 어서 정리하고 가자.”

“네. 대장.”


용병들이 전장정리를 하는 동안 드피서는 자신의 무구를 정돈했다. 쇠로 된 찰갑에 가죽을 덮은 그의 브리간딘을 갖춘 그의 장비는 용병대에서 가장 좋았다.


그의 롱소드와 용병대에 있는 유일한 배서닛 헬멧은 그의 보물이었다. 헬멧의 안면 가리개 올린 뒤 검에 묻은 피를 닦던 드피서는 스산한 기운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뭔가 좀 쌔한데···”

“숲에 있으니 공기가 찬 거 아니겠습니까?”

“숲에 한 두 번 와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걸 모르겠냐? 느낌이 좋지 않으니까 다 쓴 함정은 나중에 회수하자.”

“아, 그럼 나중에 또 와야 하는 거 아니오?”

“그럼 니가 회수하고 오던가. 지금 갈 놈은 따라와.”


드피서를 따라 용병들이 이동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그 뒤를 따랐다. 그 순간 낮은 울림이 그들의 귀를 울렸다.


크르르···


“시발, 어쩐지 쉽더니.”


드피서가 욕지거리를 내뱉자 스미스가 그의 곁에 바짝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이보게 드피서, 도널드가 퇴로를 만들어 뒀으니 차분히 대응하면 큰 문제없이 빠져나갈 수 있을 거네.”

“애송이가 그런 기특한 짓을 했어?”

“숲에서 매복을 하다가는 자칫 포위당하기 쉽지. 항상 준비해 놓는 편이지만 자네들이 수거하기 귀찮다고 해서 내가 회수할 수 있을 만큼만 준비해 놨네.”

“그래도 그게 어디야? 기특한 녀석.”


크르르···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드피서는 마른 침을 삼켰다.


“애송이 실력이라면 꽤 많이 깔았겠지?”

“도널드라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겠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내가 회수할 수 있을 만큼만 준비했네.”

“시발, 앞으로는 귀찮더라도 퇴로 준비하는 거에 토 달지마! 알겠어?”

“아, 알겠어. 대장.”


후회에 찬 드피서가 괜히 용병들에게 성질을 내봤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우우우!


늑대들이 길게 울부짖자 용병들은 서로의 등을 맞대 원형진을 갖추었다.


“방패는 앞쪽에, 스미스는 나와 함께 진형 안쪽에서 공격을 전담한다.”


컹! 컹! 컹!


짖는 소리가 커지자 용병들은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철컹!

깨갱!


덫이 발동되고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자 그들은 잠시 안심했다. 하지만 곧바로 나무 사이에서 늑대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발, 조져!”


몬스터 토벌을 전문적으로 하는 그들 답게 늑대에 대한 대처도 능숙했다. 방패를 든 이들은 무리하지 않고 늑대를 쳐내는데 집중했다. 그러면 뒤에서 롱소드가 튀어나와 늑대를 베고 찔렀다.


“넘어지는 놈이 있으면 가서 도와줘. 빈 자리는 나와 스미스가 메우고 있을 테니 말이야.”

“알겠어. 대장.”


다행히 늑대에 의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몰아치는 늑대무리를 상대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용병들을 보며 드피서가 입을 열었다.


“다친 놈 있나?”

“팔을 좀 긁혔어.”

“너는 돌아가면 애송이한테 뭐 좀 사라. 뒤질 뻔한 거 그 놈이 살려준 거니까 말이야.”

“젠장, 알겠어.”

“그래도 애송이 덕분에 좀 쉽게 갔네.”

“두어 마리가 당하고 시작하면 놈들의 기세도 꺾이기 마련이니까 말이야.”

“이제 밥값은 한다고 봐도 되겠어.”


긴장이 풀린 용병들은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살이 날라와 용병의 어깨에 꽂혔다.


“윽!”

“또, 또 뭐야?”

“화살을 보니 고블린이 붙은 거 같은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시발! 고블린 새끼들!”

“아까 다 죽인 거 아니었어?”

“아무래도 놈들이 우리의 전법을 따라한 모양이군.”


헬멧의 바이저를 내린 드피서가 진형의 앞쪽으로 나섰다. 이에 스미스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앞으로 나섰다.


“고블린이 늑대를 몰고 왔단 말이야?”

“정황상 그렇게 볼 수밖에 없잖아.”


고블린의 화살이 드피서의 투구에 적중하자 청명한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튕겨져 나갔다.


“겁도 없이 인간에게 덤비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지. 가자, 스미스!”


신호와 함께 두 사람은 고블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쐐에에엑!


십여 발의 화살이 그들에게 날아왔지만 장력이 약한 고블린의 활로는 그들의 갑옷을 뚫을 수 없었다. 접근을 허용한 고블린의 말로는 처참했다.


촤악!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두 개의 롱소드에 고블린의 피와 살이 이리저리 튀었다. 자신들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지 놈들은 공격을 피할 뿐 직접적으로 그들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야! 튀어와서 도와줘!”

“화살 때문에 발이 묶였습니다!”

“그럼 우리도 가만히 서서 숨 좀 돌린다?”

“그럼 저희 다 벌집 됩니다!”

“아오, 저 식충이들!”


용병들도 어느정도 장비를 갖추어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화살이 박힌 자리에서 피를 흘리는 자가 더러 있었다.


두 사람이 머뭇거리자 고블린들은 무기를 버리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디서!”


무기를 휘둘러 놈들을 때어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놈들이 팔과 다리를 붙드는 것을 허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거 좀 좆된 거 같은데?”


목소리는 농담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스미스는 그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농담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손하나가 아쉬운 법이지.”

“저승길 길동무 하나 더 만들자고?”

“도널드는 약하지 않네.”

“그럼 녀석이라도 불러봐?”

“자네가 허락한다면 말이야.”

“거참.”


다리에 들러붙은 고블린을 걷어찬 뒤 드피서는 야영지를 향해 소리쳤다.


“애송이이이이! 튀어와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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