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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글 님의 서재입니다.

전 여친 살리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현대판타지

글범고래
작품등록일 :
2020.07.19 11:13
최근연재일 :
2020.08.27 05:5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11
추천수 :
4
글자수 :
64,742

작성
20.07.21 13:1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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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2)

DUMMY

뙤약볕이 내리쬐는 공사장은 뿌연 먼지가 돌았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노가다 뛰는 사람들은 그런 거에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아도 현장 사람들은 폐에 먼지 쌓이는 거에 민감하다. 하루 이틀 마시고 말 게 아닌 오래 마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같은 경우는 늘 바닥에 물을 뿌린다.

아까 봉고차와 딜 본 소장 아재 또한 일하다 미끄러지지는 않을 정도로 바가지로 물 뿌리라고 명령한다. 그럼에도 구름 안에서 일하는 것마냥 왜 이리 먼지가 작렬하는가.


왜긴 왜야, 좀비 호텔의 프리미엄을 위해서 우리가 마시는 거다.


“에이, 저 씨발 이기적인 새끼들······.”

“야! 거기 와이어 똑바로 고정시키고! 주둥이에 수건 똑바로 묶어라! 쎄멘 먼지 직빵으로 마시다가 골로 가는거야!”

“예, 소장님!”


‘호텔’ 생존자 구역은 아파트 단지의 요새화를 기점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반경을 점차 넓히고 쌍방동 동 전체를 거점화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문제는 쌍방동에는 고급 호텔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호텔’이 ‘호텔’의 이름이 붙여지기 전 부상하는 단계에 있을 때였다. 쌍방동 전체의 요새화에 성공한 수뇌부는 돈이 될만한 사업 프로젝트를 생각해내었다.


‘자신의 좀비가 된 소중한 이를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매개체로 이끌어 낸다면?’


‘호텔’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부어 고급 호텔을 좀비를 입실시키고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또한 아파트 단지와 호텔의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세움으로써 구역의 피난민들이 좀비로부터 안도감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장벽을 보수 작업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나다. 물론, 나는 이 호텔의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고객 대접을 받지 못한다. 좀비를 최소한의 서비스로 유지시킬 수 있는 최하위 룸 입실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스위트룸과 같은 고급 룸 입실자들은 각종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치료제로 돌이킬 수 있을 때의 경우를 생각한 피부관리, 체계적인 운동 관리로 인한 관절 기능 유지, 영양가가 만족된 식사 제공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는 전문 노동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당연히 빈털터리인 나는 최하위 룸에 녀석을 넣었다. 고급 룸 입실 보호자가 호텔에 ‘면회 방문’시 받게 되는 각종 서비스와 다양한 좀비 구경이라는 괴팍한 취미 실현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애당초 면회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면회하기 위한 과정에 돈많이 든다나 뭐라나.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 녀석들은 악질이다. 지금 현장도 봐라. 호텔에 공사 먼지 안 풍기기 위해 대형 공업용 선풍기로 이 쪽에 바람을 불고 있다. 씨알만큼도 자기들의 럭셔리한 호텔의 이미지에 금가지 않기 위한다는 것이다. 물을 아무리 끼얹어봐라. 저렇게 바람을 불어대는데 먼지가 저 장벽의 꼭대기까지 닿을 정도로 피어오르지 않고 배기나.


이런 악질적인 새끼들은 희망을 팔아 빚을 지게 하고, 그 빚을 갚게 하는 명목으로 ‘호텔’ 생존자 구역의 번영을 위한 강제 노동에 유도하게 한다. 악마같은 놈들.


······하지만··· 그런 속 보이는 마케팅임을 알면서도 나도 그 희망에 중독되어 버렸다.


하루가 다르게 뼈 속까지 골병들게 하는 노동에 죽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무거움을 느끼다가도 걔를 생각하면 좀비처럼 현장일에 나간다.


누가 좀비인거야.




장벽의 위에서 보수 작업 중이던 인부가 소리쳤다.

“어이!! 놈들이 이 쪽으로 온다!”

또 뚫렸어!? 이 새끼들, 관리를 무슨···.

좀비 호텔의 고가 룸 사용자는 매일 준비된 야외 운동 시간을 가진다. 말이 운동이지 호텔 직원들을 물지 않게 하기 위한 재갈과 통제를 위한 포박으로 묶인 채로 좀비 호텔 앞의 대형 잔디 구장을 거니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함으로써 관절을 계속 움직여줘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 때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려는 것이다. 당연히 매일 그런 작업을 거치는 것에는 고도로 교육받은 호텔 직원들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에 비례하여,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좀비의 보호자는 막대한 비용을 요구받는다.


다 좋지만, 문제는 그 잔디 구장과 장벽 사이에서 작업하는 우리였다. 잔디 구장의 가장자리에는 모두 쇠철망의 펜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불안감은 당연하다. 호텔 직원들은 잔디 구장까지 양떼를 이끄는 양치기처럼 좀비들을 이끈 후, 그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피신한 후 감시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채로 작업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녀석들의 존재를 느끼며 작업을 하게 된다.


녀석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같은 표정으로 입을 쩍 쩍 벌려대며 발광한다. 펜스에 달라붙어 몸을 부딪히며 발광한다. 한두 명도 아닌 엄청난 개체의 좀비들이 비명과 같이 울부짖는 소리가 호랑이의 울음소리처럼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 왠만한 좀비 호텔 작업 초짜들은 극 공포에 절규에 가까운 몸짓으로 다 큰 성인이 어린아이마냥 질겁을 하며 줄행랑친다. 아무리 안전한 생존자 구역의 안에 있더라도, 철장 너머에 녀석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맨 정신으로는 녀석들을 상대할 수 없다. 거의 모두가 바깥에서 좀비들로 인한 끔찍한 경험을 저마다 안고 있다. 각인된 두려움은 몸을 자극하여, 펜스에 좀비들이 달라붙어 있는 흉물스런 광경을 보고 여기에 일하러 온 것을 후회한다. 많은 작업 보수도 그들을 달랠 수 없다. 내가 몸 담고 따르고 있는 소장과 소장 밑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인부들은 어지간한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가끔 무심히 그들을 쳐다보는 눈빛에 짙은 경계심이 배여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이런 일도 아주 가끔, 일어난다.

“씨발! 야!! 거기 위엣놈들!! 엘리베이터 빨리 내려!”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다. 우리 현장에서 장벽 꼭대기에 로프를 설치하여 사람이 몇 명 탈 수 있는 판자를 묶어놓고 올리고 내리며 장벽을 보수 작업할 수 있는 구조물을 부르는 은어이다. 이것은 보수 작업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거지만, 지금 이런 좆같은 상황이 일어날 때 더 빛을 발해야 하는 물건이다.


펜스가, 무너졌다. 좀비 새끼들이 우리 쪽에 많이 몰리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펜스가 무너진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맞은 편 펜스에서 호텔 직원들이 어느 정도 분산이 되기 위해 주의를 끌어줘야 하지만, 을 중의 을인 우리를 위해 그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소장이 지랄할 때만 겉으로 하는 시늉뿐이고 금새 작업하느라 신경을 못 쓰면 다시 편안한 곳에서 내려다보며 감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단이 일어나면 무너진 철장 사이로 자빠진 좀비들이 그 특유의 초인적인 육체 능력으로 튀어오르듯 벌떡 일어나 이 쪽으로 달려온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이 쪽으로 달려오는 좀비들에 벽 아래에 있던 인부들은 소리를 질렀다.

“아!! 아아악!! 꾸물대지 말고 빨리 내리라고! 다 뒤진다고 이러다가!”

“기다려 보라고! 지금 타고 있던 애들만 빨리 다 올리고!”

“이런 개씨발! 내렸다가 다 같이 올라가면 되지, 지들만 살겠다고. 최배형 넌 이따 뒤진 줄 알아, 개새끼야!”

아우성이다.

“거의 다 올라왔으니까 땡건 거다, 짜식아! 지금 내린다!”

원래라면 사람보다도 귀한 대접 받는 엘리베이터의 와이어를 탁 풀었다. 내구도 수명이 단축되겠지만 세심히 내릴 때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지상에 도착한 몇 개의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엉겨 붙어 올라탔다.

“야! 밑에 다 탈 수 있겠냐?”

최대한 밀착하여 판자 위에 올라타 엘리베이터가 가볍게 출렁인다. 사람들의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경직된 이들은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었다.

“씨···씨발. 오늘 운수 조지삤네. 자리 안 남나! 더 낑기봐봐···!”

“하아, 제대로 좆 됐는데···. 소장님! 어떡하죠?”

막내인 나 또한 눈치를 살피다 탑승하지 못했다. 장벽 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끌어올리려는 시늉을 하고 있었고 그 때가 되니 후회가 몰려들며 다급해졌다. 나 또한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이렇게 뒤지려고 짐승마냥 일해온 게 아니란 말이다.

‘가만히 있다 뒤지느니 한 놈 끌어내리고 억지로 타볼까? 내가 난리 친다 해도 어차피 시간 끌며 타고 있으면 위쪽에서도 끌어올릴 수밖에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며 결심을 하고 슬그머니 판자에 다가설 때였다.


팔에 강렬한 통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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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5) 20.07.31 22 0 9쪽
4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4) 20.07.29 22 0 12쪽
3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3) 20.07.23 33 1 11쪽
»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2) 20.07.21 27 1 9쪽
1 기업이 이끄는 생존자 구역, '호텔' (1) +1 20.07.19 90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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