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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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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시얼
작품등록일 :
2022.05.09 13:26
최근연재일 :
2022.06.09 09:1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901
추천수 :
264
글자수 :
122,125

작성
22.05.20 09:16
조회
76
추천
3
글자
9쪽

<12> 그의 스타일

DUMMY

묘화와 시우는 할머니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유룡을 보며 당황하고 말았다.


할머니 역시 괘씸한 듯 유룡에게 꿀밤을 때리려고 팔을 뻗었다.


“이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술이나 가져와!”


재빨리 피한 유룡은 웃음을 참으며 대꾸했다.


“졸린다고 가자면서요!”


할머니는 또다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다.


“생각이 바뀌었어! 아, 어서!”


결국 유룡은 졌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리둥절한 알바생들에게 다가갔다.


“미안해요, 한잔만 하고 돌려보낼게요.”


유룡의 말을 들은 시우는 먼저 정신을 차리며 서둘러 맥주를 챙겼다.


“아, 내가 가져갈게요. ···아니면 그냥 다 같이 한 잔씩 마실래요?”


유룡은 눈만 깜빡이는 묘화에게 미소를 지으며 같이 가자고 손짓했다.


“같이요?”


그녀와 시우는 어째야 좋을지 모를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이내 두 알바생은 유룡의 설득하는 눈빛에 넘어간 후 잠자코 뒤를 따랐다.


팔짱을 낀 채 기다리던 할머니는 테이블에 오른 맥주 캔을 집으려다가 멈칫했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이러고 먹으려고 했네.”


할머니의 걸걸한 목소리가 다른 이들의 귓가를 때리자마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목 부분을 긁는 거 같았던 할머니는 순식간에 얼굴 가죽과 함께 머리카락까지 벗겨버렸다.


알바생들은 땡그래진 두 눈으로 할머니의 정체를 바라봤다.


“휴, 답답해! 이제 숨통이 좀 트이네.”


할머니였던 유룡의 매니저 ‘김형’은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캔을 딴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하여간 형은 못 말려.”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던 유룡도 맥주를 마셨다.


묘화는 바로 옆에 놓인 할머니 마스크를 신기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와, 영화에서나 보던 가짜 얼굴이네요?”


시우도 그것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 형이 재주가 많아요. 영화사 운영, 감독, 내 매니저, 그리고 특수분장까지.”


유룡의 말을 들은 알바생들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매니저를 바라봤다.


그러자 매니저는 호탕하게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나는 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




유룡은 맥주 한 캔을 다 비워버린 매니저에게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계시지도 않은 할머니를 왜 자처하고 그러셨어요?”


“차에서 기다려도 네가 안 오잖아! 안 그래도 하루 종일 할머니 역할을 해서 피곤해 죽겠는데.”


“할머니 역이요?”


유룡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묘화에게 매니저 대신 답했다.


“아, 이 형이 체격 조건이랑 분위기가 맞아서 다른 영화에 할머니로 출연하거든요.”


매니저는 두 알바생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며 부연 설명에 들어갔다.


“그러게, 박 감독이 그냥 할머니를 뽑아서 연기시키래도 싫다면서 굳이 나를 출연시키더라고.”


묘화는 매니저의 연기력에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말했다.


“근데 진짜 몰랐어요. 정말 무서운 할머니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시우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할머니 마스크를 관찰하며 물었다.


“볼수록 진짜 얼굴 같이 섬세한데, 이걸 어떻게 만드셨어요?”


“이게, 내가 예전에 외국에 가서 특별히 배워온 기술이지! 자세히 알려고 하면 다쳐.”


거드름을 부리던 매니저는 유룡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근데 나여림은 아직도 너를 귀찮게 하나 보네?”


유룡은 눈이 마주친 묘화를 보고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 그러더라고.”


“걔는 눈치가 없는가, 진짜 네가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묘화는 매니저의 말을 듣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유룡도 갑갑하다는 듯이 한숨만 내쉬었다.


“하여간 여자들이 착각하게 만들지 말고 네가 똑 부러지게 말해.”


“음, 그러려고 하는데, 막상 쉽지 않네.”


유룡은 묘화의 눈치를 살피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녀는 속이 타는 것처럼 새 맥주 캔에 손을 가져갔다.


“여배우분이 상당히 미녀이던데, 사장님은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유룡은 갑작스러운 시우의 질문을 듣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 피식 웃음만 지었다.


곧바로 매니저는 유룡의 대변인으로 나섰다.


“예쁘지. 예쁜데, 여림이는 질리는 게 문제야. 푼수처럼 얘한테 질척이는 걸 아까 다들 봤잖아.”


다른 이들 모두 가감 없는 매니저의 평가에 당황한 듯 보였다.


유룡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묘화를 보고 재빨리 목소리를 높였다.


“만나는 사이라면 애교겠지만, 그게 아닌데 저러면 부담스럽더라고요.”


남자들 모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매니저는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유룡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유룡은 난감한 표정으로 얼른 새 맥주 캔을 딴 후 매니저에게 들이밀었다.


“이거나 마셔!”


괜히 설레던 묘화는 어색하게 웃는 유룡을 보며 맥주를 홀짝거렸다.




***




길어진 술자리에 다들 몽롱해졌을 무렵, 유룡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엔 쇼핑백이 3개나 들려있었다.


매니저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유룡에게 외쳤다.


“뭐야, 중국에서 뭐를 사 온 거야?”


미소 짓던 유룡은 자리에 앉으며 세 사람에게 선물 증정식을 시작했다.


호들갑스러운 매니저에게 첫 번째로, 다음은 옆에 앉은 시우에게 선물을 건넸다.


이어서 유룡은 일부러 마지막으로 선물을 준 묘화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거창한 건 아니니까, 다들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유룡의 말을 듣고 먼저 선물을 풀어헤친 매니저는 엄청나게 큰 시가(cigar) 여러 개가 든 상자를 열었다.


“오···, 이렇게 큰 건 처음이야.”


매니저는 꽤 만족한 얼굴로 시가 하나를 꺼냈다.


“피우고 빨리 죽으란 건 아니지?”


유룡은 장난스럽게 묻는 매니저에게 손을 저으며 웃었다.


시우가 꺼낸 선물은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긴 팔 셔츠였다. 그는 짙은 남색이 마음에 든 표정이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유룡은 차분하게 인사하는 시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시우 씨가 참 일을 잘하더라고. 옷이 없는 거 같아서.”


“그걸 입고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거네?”


매니저가 낄낄거리며 끼어들자, 유룡은 틀리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물론 여기서 입고 일할 때도 괜찮을 거 같아서 샀지.”


씩 웃던 유룡은 자연스럽게 다음 타자인 묘화를 바라봤다. 시우와 매니저도 마찬가지였다.


“아, ···저는 그냥 혼자 풀어봐도 될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매니저는 어림도 없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에이, 궁금하게 그런 게 어딨어!”


“할머···, 누나의 선물도 옷이 아니려나?”


유룡은 시우까지 궁금해하는 걸 보고 그녀에게 바로 꺼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묘화는 왠지 혼자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선물을 풀기 시작했다.


납작한 상자를 연 그녀는 짙은 남색 바탕에 용무늬 자수가 멋지게 놓인 옷을 꺼내 들었다.


“오, 이건 치파오 아냐?”


매니저가 알아보자, 유룡은 환한 표정의 그녀를 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와, 치파오는 처음 봐요. 예쁘다.”


감동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목까지 오는 긴 치파오를 자기의 몸에 갖다 댔다.


동시에 쳐다보는 남자들의 눈길 때문에 수줍어진 그녀는 다시 앉으려고 움직였다.


“잠깐! 묘화 아가씨, 그러지 말고 한번 입어 봅시다.”


매니저는 다른 남자들의 심정을 대변해서 외쳤다. 특히 유룡의 눈은 기대로 반짝였다.


“어···.”


시우도 망설이는 그녀를 설득했다.


“그것도 여기서 일할 때 입으라고 선물해 주신 거 같은데?”


유룡은 정답이라는 얼굴로 웃음 지었다.


“자, 자. 묘화 아가씨, 다들 원하는데 그만 빼고 어서 입고 나와 봐!”


매니저의 큰 목소리에 고집을 꺾은 그녀는 등이 떠밀린 모습으로 휴게실로 향했다.




***




잠시 후 치파오를 차려입은 묘화는 고양이의 배웅을 받으며 홀(hall)로 나왔다.


몸매가 드러나는 스타일이라서 그녀의 발걸음이 수줍어 보였다.


치마에 옆트임이 양쪽에 나 있어서 불편하지 않다고 느낀 순간, 세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오···.”


매니저의 감탄사만 흘러나왔지만, 다른 두 청년 역시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눈치가 빠른 매니저는 창피한 얼굴로 걸음을 멈춘 묘화를 보고 두 남자에게 할머니 같은 말투로 소리쳤다.


“하여간 남자는 징그러운 동물이라니까? 그 음흉한 눈빛들 거두지 못할까!”


그제야 정신을 차린 두 청년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묘화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얼른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고마워요, 유룡···, 사장님.”


유룡은 인사하는 그녀에게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잘 어울려요. 혼자 보고 싶을 만큼··· 예쁘네요.”


유룡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볼이 붉게 달아오른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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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유도된 만남 22.05.12 221 4 9쪽
3 <3> 체인지(change) 22.05.11 299 5 9쪽
2 <2> 고양이의 보은 +2 22.05.10 378 6 9쪽
1 <1> 사랑하는 할머니 +2 22.05.09 685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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