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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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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시얼
작품등록일 :
2022.05.09 13:26
최근연재일 :
2022.06.09 09:1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903
추천수 :
264
글자수 :
122,125

작성
22.05.19 10:13
조회
71
추천
3
글자
9쪽

<11> 피곤한 매력남

DUMMY

새 알바생들은 중국에 다녀온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사장 대신 이틀 동안 재즈바를 지키고 있었다.


마감 무렵, 시우는 바에 남아있는 손님 한 팀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뭘 믿고 우리한테 가게를 맡기고 간 거지?”


묘화는 시우를 놀리는 것처럼 웃다가 진지하게 답했다.


“진짜 유룡 씨가 널 되게 믿는 거 같아.”


“참네,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하여간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요.”


시우는 신경질적으로 유리잔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뭘 하긴 뭘 해. 돈을 버는 거지?”


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시네. 지금쯤 난 의문의 실종 사건의 주인공이 돼 있을 거라고요.”


그녀는 그의 말을 상상해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하고 있는 거 아냐.”


그는 이미 아는 사실일 뿐이라는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다.


“우린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뚝 떨어졌다면, 완전히 거지 상태였을걸?”


그녀의 추측을 듣던 그는 실소를 지으며 유리잔을 내려놨다.


“무슨 소리예요. 순전히 그 점술가가 여기로 오게 만든 것일 뿐이잖아요.”


“암튼! 좋게좋게 생각하자고. 투덜대면 뭐가 해결되니?”


“쳇···.”


“만약, 전에 일하던 알바가 우리를 대타로 만들지 않았다면, 또 상황이 달라졌겠지?”


시우는 웃으며 말하는 묘화를 보고 얼굴을 구겼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아주 영화 한 편을 찍는 것처럼 재밌나 봐요?”


“어머, 너 말 잘했다. 요즘 나는 유룡 씨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야.”


“아이고···.”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시우를 보면서도 들뜬 기분이 계속됐다.


“어쨌거나 우리를 여기서 일하게 해주고 머물게 해준 유룡 씨, 참 고맙지.”


“하여간 기승전 사장의 얘기라니까?”


결국 시우의 투덜거림으로 대화가 마무리된 그때,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고 나타났다.




***




마감하려던 알바생들은 살짝 당황하며 바 테이블로 다가오는 손님을 맞았다.


“죄송하지만, 영업은 끝났습니다.”


시우의 말을 들으며 이미 의자에 앉아버린 화려한 여성 손님은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말했다.


“벌써 끝이에요? 알바가 또 바뀌었네? 여기의 사장님은?”


“아, 사장님은 해외에 나가셨어요.”


시우의 답변을 들은 손님은 입술을 살짝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묘화는 유심히 손님을 지켜보다가 점점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


그런 묘화를 바라보던 손님은 우쭐한 모습으로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난 사장이랑 아는 사이니까, 좀만 더 여기에 있을게요. 괜찮죠?”


손님의 미모에 넘어간 것인지, 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로 승낙했다.


이어서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던 그는 아까부터 태도가 묘해진 묘화를 흘끔거렸다.


“왜 그래요? 어디가 아파요?”


묘화는 그의 괜한 걱정에 말없이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는 계속 여성 손님을 훔쳐보는 묘화에게 물었다.


“저 여자를 알아요?”


그가 속삭이며 물은 후에도 잠시 머뭇거리던 묘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유룡 씨의 영화에 나왔던 여배우 같아.”


“예? ···그렇구나. 근데 왜 그렇게 심각해요?”


“아니, 그냥.”


시우는 애써 눈웃음을 짓는 묘화를 보고 궁금증이 폭발했다.


“밤늦게 찾아와서 사장을 찾는 거 보니까, 둘이 무슨 사이인가?”


시우는 일부러 묘화를 떠보는 것처럼 보였다. 듣고 있는 그녀도 같은 의문을 품은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갈 길을 잃어버린 채 멍해진 그녀 대신 손님을 대접했다.


“여긴 맨날 알바가 바뀌네. 근데 이번 오빠는 잘생겼다!”


오빠라는 말에 살짝 당황한 시우는 여우같이 구는 손님에게 영업적인 미소만 보냈다.


“저 언니도 알바예요?”


갑자기 돌아온 화살에 움찔한 묘화는 괜히 시우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눈이 마주친 그는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재빨리 손님에게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같이 일하는 걸 보니까, 둘이 애인이에요?”


그는 반사적으로 발끈하려는 묘화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봐주신다면, 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의 애매한 답변에 웃음을 터뜨린 손님은 두 알바생을 번갈아 쳐다보며 칵테일을 홀짝거렸다.


“재즈바의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뽑았을까나···?”


어딘가 약을 오르게 만드는 손님의 말투 때문에 묘화의 표정은 갈수록 언짢아졌다.


묘화의 옆으로 온 시우는 흘러나오는 재즈 소리보다 작게 속삭였다.


“진정해요. 뭘 그렇게 열을 받아서 이상하게 굴어요?”


묘화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바 테이블 위로 올라온 고양이가 손님 쪽으로 다가갔다.


“어머! 웬 고양이가 여기에 있지?”


놀란 손님은 다가와서 앉은 고양이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시우는 손님과 고양이에게 다가가려는 묘화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 또 다른 알바생입니다.”


“뭐라고요? 진짜?”


묘화는 깔깔거리며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님에게 불만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고 등장했다.




***




예상치 못한 다음 손님은 캡 모자를 눌러쓴 유룡이었다.


가장 먼저 묘화와 눈을 맞춘 그는 씩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마감을 안 했어요?”


그는 다음으로 시우와 고양이를 만지는 손님에게 눈길을 돌렸다.


유룡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몸을 돌린 손님은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머, 유룡 씨!”


살짝 놀란 그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여자의 어깨를 재빨리 두 손으로 잡아 세웠다.


그의 품에 안기려다가 제동이 걸린 여자는 섭섭한 얼굴로 칭얼거렸다.


“오늘 못 만날 줄 알았어요. 다행이다!”


“어, 여림 씨. 여긴 웬일이에요?”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왔죠! 왜 연락을 안 했어요?”


난감해진 그는 슬쩍 묘화를 쳐다본 후 다시 여림에게 답했다.


“얼마 전에도 사무실에서 봤잖아요. ···뭘 마셨어요?”


그때 마지막 손님이었던 사람들이 카운터로 몰려나왔다.


유룡과 여림은 자리를 피해서 저편의 소파 테이블로 향했다.


묘화는 그 모습을 보고 아까보다 더 인상이 어두워졌다.


시우는 그런 상황 때문에 홀로 계산과 손님들의 배웅까지 마친 후 카운터로 돌아왔다.


뒷정리할 생각에 한숨짓던 그는 곧 남은 세 사람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시우는 유룡과 그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여림을 보고 피식 웃음 지었다.


그러고는 애타는 눈빛의 묘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정리하고 우리도 쉬자고요.”


시우의 말을 듣고 그제야 관심이 없는 척하며 움직이기 시작한 그녀는 말없이 개수대에서 행주를 적셨다.


유룡은 조용히 마감 작업을 하는 두 알바생을 흘끗 바라본 후 불청객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직원들도 이제 일을 끝내고 쉬어야 하니까, 다음에 또 봐요.”


“에이, 좀 더 같이 있으면 안 돼요? 모처럼 얘기도 더 하고.”


처음부터 부담스러워하던 유룡은 자기의 팔을 붙잡고 있는 여림에게 억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중국에 다녀와서 피곤하네요. 다음에.”


그녀는 그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고집을 부렸다.


“언제 또 본다고 그래요. 삐삐쳐도 연락도 안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는 어쩔 줄 모른 채 난처해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불편해하던 두 알바생은 갑자기 출입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작은 키의 살짝 구부정해 보이는 할머니는 알바생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유룡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왜 안 나오고 있어! 기다렸잖아, 이 녀석아!”


호통치는 할머니의 걸걸한 목소리에 놀란 여림은 유룡에게 달라붙어 있던 몸을 떨어뜨렸다.


유룡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머뭇거렸다.


“누구···?”


여림이 유룡에게 묻자, 할머니는 대신 큰 소리로 답했다.


“난 유룡의 할머니다! 네가 얘를 붙잡고 있어서 안 나왔었구먼?”


할머니는 두 사람을 잠깐 지켜보다가 다시 소리쳤다.


“아, 갈 거야, 말 거야! 이 녀석아, 나 졸려!”


기가 죽은 줄 알았던 여림은 눈치를 보면서도 유룡의 곁에 다가앉았다.


“인제 보니까, 네가 자꾸 질척거려서 이 녀석의 발이 묶인 게로구나!?”


여림은 호통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할머니를 보고 반사적으로 따라 일어나고 말았다.


“유룡 씨, 그냥 다음에 봐요!”


할머니에게 고개를 꾸뻑하고 숙인 여림은 얼른 출입문으로 내달렸다.


유룡은 알바생들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도망간 여배우를 보며 키득거렸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아, 형! 여긴 왜 들어왔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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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유도된 만남 22.05.12 221 4 9쪽
3 <3> 체인지(change) 22.05.11 299 5 9쪽
2 <2> 고양이의 보은 +2 22.05.10 378 6 9쪽
1 <1> 사랑하는 할머니 +2 22.05.09 686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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