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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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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시얼
작품등록일 :
2022.05.09 13:26
최근연재일 :
2022.06.09 09:1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894
추천수 :
264
글자수 :
122,125

작성
22.05.21 09:05
조회
80
추천
3
글자
9쪽

<13> 조건 없는 사랑

DUMMY

다음 날 오후, 또다시 알바생의 하루를 시작한 시우는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열심히 일하려는 자기의 모습이 어이없다고 느끼며 중얼거렸다.


“참네, 내 팔자도 참 희한하게 돌아간다.”


그때 휴게실에서 나온 묘화는 하품을 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역시 부지런하시네.”


그는 놀리며 웃는 그녀를 보고 부정하지 못한 채 따라 웃었다.


“어, 왜 안 입었어요?”


그는 치파오 대신 지난번에 샀던 헌 옷을 입은 그녀에게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아···, 그냥 좀 그래서.”


“사장님도 일할 때 입길 바라는 거 같던데.”


어제 유룡과 있었던 일이 떠오른 그녀는 수줍어지는 표정을 얼른 손으로 가렸다.


“일할 때 입기엔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그냥 이 옷이 편해.”


“그걸 사줄 때 투덜거린 게 기억이 안 나나 봐요?”


그녀는 시우의 지적에 괜히 성질이 나서 언성을 높였다.


“사준 걸 입어줘도 뭐라고 그러네! 그러면 버릴까?”


“진정해요, 이왕이면 커플룩으로 일하면 보기에 좋잖아요.”


그녀는 유룡이 선물한 셔츠를 입고 있는 시우를 보며 말했다.


“뭐, 보기엔 좋겠지만···, 좀 쑥스러울 거 같아서.”


그러자 시우는 술잔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며 피식거렸다.


“나이가 들수록 수줍음 같은 건 사라진다던데, 할머닌 왜 그래요?”


그를 슬쩍 흘겨보던 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를 냈다.


“회춘해서 그렇다, 왜!”


“그럼, 아가씨답게 치파오로 갈아입고 나와요.”


“귀찮아.”


“귀찮아하는 건 아직 할머니 같은데···.”


“그렇게 좋으면, 네가 치파오를 입고 일하든가!”


“아, 예. 내가 입어보고 찢어지면, 원망이나 하지 말아요.”


“뭐? 그건 안돼!”


잠시 키득거리던 알바생들은 다시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




밤이 된 재즈바엔 드문드문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러다 출입문이 열리면서 겉멋이 잔뜩 오른 젊은 남자가 등장했다.


바 테이블로 다가간 그는 나란히 선 알바생 중에서 시우에게 먼저 눈길을 주며 미소 지었다.


“어서 오세요.”


“저번 알바보다 멋있으시네.”


시우는 손님의 말을 듣고 살짝 당황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제야 손님은 묘화에게도 눈인사를 한 후 누군가를 기다리듯 출입문을 바라봤다.


“일행이 오시나요?”


시우가 묻자,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 테이블의 의자에 기대앉았다.


“음료를 준비해 드릴까요?”


손님은 계속 말을 거는 시우를 보고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일단 물 한 잔을 줄래요?”


“네.”


묘화는 얼른 물 잔을 건넸지만, 손님의 눈길은 시우에게 머물렀다.


“자주 오고 싶어진다. 역시 직원이 중요하다니까?”


카운터의 분위기는 대놓고 시우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손님 때문에 썰렁해졌다.


“저 사람, 좀 심상치 않다?”


시우는 속삭이는 묘화를 보고도 별 느낌이 없는 것처럼 답했다.


“뭐가요.”


“널 보는 눈빛이랑 말투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좀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나 보죠.”


그녀는 그래도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름이 뭐예요?”


물어보는 손님과 눈이 마주친 시우는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아, 저요?”


시우는 씩 웃는 손님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도시우··· 입니다.”


“어, 시우? 외모랑 이름이랑 딱 맞다. 난 한별, 외자예요.”


손님은 어색한 미소만 짓는 시우를 보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물을 들이켰다.


묘화는 자기에게도 이름을 묻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지만, 손님의 관심은 그녀를 향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뻘쭘한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오늘따라 후광이 비치는 듯한 유룡이 나타났다.




***




사장은 두 알바생에게 미소와 함께 손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다.


하지만 말을 건넨 건 바로 옆의 손님에게였다.


“맥주 한 캔씩만 마시자.”


손님은 곧바로 맥주를 준비하는 시우를 흘끗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파 테이블 쪽으로 가려는 유룡을 불러 세웠다.


“어딜 가, 여기서 마셔!”


“왜? 편하게 앉아서 먹지.”


“됐어, 여기도 편해.”


유룡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손님 옆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지켜보던 묘화와 눈이 마주친 유룡은 씩 웃으며 옆의 손님을 가리켰다.


“내 친구예요. 오늘은 진짜 간단하게 마시고 끝낼게요.”


그녀는 유룡이 말을 걸어줘서 기분이 좋아진 모습으로 끄덕거렸다.


맥주 캔을 받아 든 유룡의 친구는 여전히 시우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아까 묘화의 말 때문인지, 시우는 손님의 시선이 거슬리는 눈치였다.


손님은 유룡과 대화를 하면서도 시우를 훔쳐보며 묘한 눈빛을 보냈다.


결국 불편해진 시우는 묘화에게 속삭였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 그래.”


그녀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


유룡의 친구는 사라지는 시우를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직원을 잘 뽑았다?”


“그래?”


유룡은 묘화를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저 친구, 시우 씨, 외모가 꽤 괜찮네?”


“아, 매니저 형도 그렇게 말하더라.”


묘화는 또 시작이라는 얼굴로 두 남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나, 여기에 자주 올게.”


친구의 말을 들은 유룡은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어, 자주 와서 팔아주면 나야 좋지.”


“근데, 저 여자분과 시우 씨랑은 무슨 사이야?”


묘화와 유룡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친구.”


유룡의 대답을 듣자마자 그의 친구는 안도의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 형도 물어보던데, 저번엔 시우 씨한테 배우를 해보겠냐고 제안도 하더라고.”


“아, 그랬어? 하긴 배우를 해도 될 외모지.”


“그래서 나보고 무술도 가르치라고 했었어.”


“오, 상상만 해도 죽인다.”


유룡은 갑자기 키득거리는 친구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뭐가 죽인다는 거야?”


“어, 저 외모에 너처럼 무술까지 잘하면 대박이 아니냐?”


대답 없이 웃던 유룡은 묘화의 못 말린다는 표정을 본 후, 뭔가를 눈치챈 것처럼 다시 친구를 바라봤다.


“근데 너, 왜 시우 씨에 대한 얘기만 하는 거야?”


“어? 내가 그랬나?”


친구가 괜히 크게 웃자, 유룡은 미심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혹시···.”


유룡의 반응에 곤란해진 친구는 얼른 묘화에게 말을 건넸다.


“언니는 이름이?”


“아, 저는 노묘화예요.”


“와, 특이하다.”


유룡도 같은 생각인 듯 끄덕거리며 눈이 마주친 그녀에게 미소 지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가 없는 이름이지.”


그녀는 유룡의 말을 듣고 심장이 요동쳤다.


“나, 잠깐.”


유룡의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던 그때, 막 그곳에서 시우가 나왔다.


묘화는 뭔가 어긋난 듯한 두 남자의 상황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




시우의 등장과 함께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도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고양이는 하품과 동시에 잠깐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원래 집사인 묘화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유룡은 고양이의 애교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다가 뭔가가 떠오른 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쁘리와 어떻게 만났어요?”


“아, 동네의 길고양이였는데, 밥을 주면서 정이 들었죠.”


“친해져서 집에 데려간 거예요?”


“네, 원래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진 않고 30년 정도 캣맘을 하다 보니···.”


“에? 30년이요?”


놀라는 유룡을 본 묘화와 시우 모두 당황하고 말았다.


“아, 3년이요!”


그녀는 재빨리 말을 바꾸며 어색하게 웃다가 다시 사연을 털어놨다.


“오래 캣맘을 하다 보니까 한번 책임져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쁘리가 워낙 잘 따르기도 했고요.”


유룡은 자기에게 다가온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려동물과는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한 거 같아요. 그래서···.”


“조건 없는 사랑?”


그녀는 혼잣말처럼 되묻는 유룡에게 말을 이었다.


“네, 뭔가 대가를 바라고 고양이들에게 밥을 매일 주진 않았거든요.”


남자들은 이해할 거 같다는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만약 상대가 사람이었다면, 그런 꾸준함이 가능했을까 싶기도 해요.”


그녀의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시우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람끼리도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쎄,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 애인 사이에 가능하려나?”


묘화의 대답을 들은 유룡은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다가 말했다.


“음···, 어렵긴 하겠지만, 한번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네요.”


그는 사랑스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도 시선은 그녀를 향한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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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이어지는 신경전 22.06.08 46 3 10쪽
28 <28> 유령 같은 존재 22.06.07 51 3 9쪽
27 <27> 의미심장한 만남 22.06.06 48 3 9쪽
26 <26> 그의 거짓말 22.06.05 52 3 9쪽
25 <25> 떨리는 밤 22.06.04 58 3 9쪽
24 <24> 두 번째 방문 22.06.03 51 3 9쪽
23 <23> 불행과 행운 22.06.02 47 3 9쪽
22 <22> 필연적인 폭발 22.05.31 48 3 9쪽
21 <21> 두 남자의 충돌 22.05.30 53 3 9쪽
20 <20> 본격적인 삼각 구도 22.05.28 51 3 9쪽
19 <19> 묘한 신경전 22.05.27 52 3 9쪽
18 <18> 천사와 악마 22.05.26 61 3 9쪽
17 <17> 곤란한 미녀 22.05.25 59 3 9쪽
16 <16> 엄청난 제안 22.05.24 58 3 9쪽
15 <15> 대단한 뒷북 22.05.23 65 3 9쪽
14 <14> 의혹과 은폐 22.05.22 64 3 9쪽
» <13> 조건 없는 사랑 22.05.21 81 3 9쪽
12 <12> 그의 스타일 22.05.20 76 3 9쪽
11 <11> 피곤한 매력남 22.05.19 71 3 9쪽
10 <10> 그녀에게 두 남자는 22.05.18 79 3 9쪽
9 <9> 꿈같은 현실 22.05.17 89 3 9쪽
8 <8> 그녀의 예언 22.05.16 98 2 9쪽
7 <7> 구슬 속의 운명 22.05.15 109 3 10쪽
6 <6> 돌아갈 궁리 22.05.14 120 3 10쪽
5 <5> 사장과 알바생들 22.05.13 14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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