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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멸문당한 문파의 소문주는 복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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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5 16:04
최근연재일 :
2023.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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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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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수 필승

DUMMY

복면인들을 찾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복면인들의 다음 목적지는 한명문.

그곳에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다려야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한명문에 배움을 청하러 온 무림인이라고 말한 후, 객으로서 복면인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명문은 다른 무림인들의 출입에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곤 했다.

만일 거절을 당한다면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에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하나뿐이다.

한명문의 근처에서 지내며 복면인들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

하지만 지금 당장 숙소를 잡고 지낼 돈도 없거니와, 나의 행색은 거지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어딜 가든 쫓겨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야산으로 향했다.

먹는 것이라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벗겨 먹어도 상관없고, 자는 것이라면 낙엽 위에 누워 자도 상관없다.

복수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다 할 것이다.


*****


"어이. 이봐, 너 뭐지?"


야산에서 지낸지 5일정도 됐을 무렵, 검은 천을 가슴에 두르고 흰 도복을 입고 있으며 어깨와 허리에 경장을 찬 검객이 내게 찾아와 물었다.

산적은 아니었다.

지금 내 모습은 산적조차 동정하게 만들 몰골이니까.

검객이 다시 한 번 내게 물어왔다.


"대체 누구길래 이런 곳에서 얼쩡거리고 있냐는거다. 여기가 한명문의 지산인걸 모르지는 않을테고, 거지라면 이런 산 속에서 구걸을 기다리진 않을텐데."


나는 뭐라 말해야할지, 대답을 찾지 못하고 어물거리기만 했다.

그 이유는 저 사람이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환영검제 서항.


불과 27세의 나이에 무림에서 '제'의 칭호를 받은 천재검객이다.

좋아하는 것은 만두, 싫어하는 것은 술.

별호로 알 수 있듯이, 허와 실이 섞인 환영검을 주로 쓰며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와 같은 정보말고도 그가 어느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성급은 51.

완력은 49, 민첩은 99, 행운은 44,

업보는... 내가 알기로는 100을 넘는 것으로 기억하나 지금은 아닐 것이다.

잠재력은 없으며, 환영검제를 쓰러트리게 되면 환영검서, 무영검 2급과 무영검 1급, 각룡장각, 각룡장대, 그리고 금자를 100개 중 3가지를 랜덤으로 얻을 수 있다.


즉, 그는 NPC가 아닌 필드몹이었다.


정확히는 '복수에 미친 환영검제'라는 필드보스였다.

멸문당한 한명문의 복수를 위해 무림을 떠돌아 다니는 검제라는 설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마도 그런 설정이 만들어지기 전의 환영검제, 본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필드보스와 이야기가 가능하다니.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내게는 너무도 진귀한 경험이라 할 수 있어 말문이 막힌 것이다.


"뭐야, 벙어리야?"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아니면 수배자인건가?"


"그것도 아닙니다!"


"흐음. 그래도 영 신경쓰인단 말이지. 한명문의 안이 훤히 보이는 산에서 이렇게 몇날 며칠을 보내는 사람의 존재가."


"그, 그저 잘 곳이 없어 그런 것이니..."


"그래? 그렇다면 좋아."


서항은 검집을 들어 내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따라와, 재워줄테니."


"아, 아뇨. 그럴 수는..."


"잔말말고 따라와. 안따라오면 더 의심되니까."


먼저 휘적휘적 걷는 걸음을 보며, 확실히 환영검제가 맞다고 인정해버렸다.

그 누구의 시선도, 소문도 믿지 않고 오직 자신의 눈으로만 본 것을 인정하는 성격이라는 설정과 한 끗조차 틀리지 않은 것이다.


"아, 참고로 나는 환영검제 서항이다. 너는?"


"네?"


"이름말야."


"저는 무..."


솔직하게 이름을 대야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 이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명을 대기로 했다.


"무월입니다."


"좋아. 그러면 일단 내려가서 씻고. 옷도 그럴듯한 걸로 갈아입자고."


*****


나는 서항이 왜 내게 호의를 베푸는지 알 수 없었다.

서항에 대한 정보를 더 떠올려보려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항은 정사대전의 오픈부터 존재해왔던 필드보스였기 때문이다.

5년까지는 몰라도, 10년 전에 잡았던 필드보스의 설정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단, 상당히 끈질긴 성격인 것은 기억이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그로의 범위가 워낙에 넓은데다가 한 번 전투가 잡히면 필드 끝까지 쫓아오곤 했다.

덕분에 이동 중에 발목을 잡혀서 강제로 전투를 해야했던 적이 워낙에 많았다.


오픈하고 1년정도는 환영검제가 뜨면 전체챗으로 필드보스의 출현을 알리고, 많은 유저들이 모여서 즉석 레이드를 펼치곤 했지만 3년쯤 되었을 땐 잡몹이나 다름없었다.


가끔 '1:1로 환영검제에게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잡는 동영상'이 올라오곤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환영검제의 존재는 점점 유저들에게서 잊혀졌고, 5년이 지났을 무렵엔 '복면인에게 당했다.'라는 설정이 추가되며 필드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너 말야."


우선 호의를 받아들여 씻고, 옷을 갈아입은 내게 서항이 대뜸 말을 걸어왔다.


"의외로 강하지?"


"네?"


"나정도 되면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 힘을 잴 수 있거든. 처음 봤을 때부터 어느정도 느낌이 왔어. 강하다는걸."


"그렇지 않습니다."


겸손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일에 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서항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믿고 있었다.


"흐음. 너정도 되는 무림인이 어째서 거지꼴을 하고 있었을까. 그 답을 알려면 역시 이것뿐이겠지."


서항은 목검을 집어들어 내게 던졌다.

나는 그것을 받지 않고 몸을 살짝 틀어서 피했다.


"무슨 말입니까."


"왜 굳이 여기까지 데려왔겠어. 응? 무림인이란 결국 힘으로 답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이긴다면 왜 그곳에 있었고, 무슨 목적인지 낱낱히 말하도록 해."


"싫습니다. 불필요한 싸움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불필요한...이라."


서항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내가 말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마치 싸우면 당연히 이길 수 있다는 말투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좋아.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지. 내게 이기면 환영검서를 양보하마. 무영검도 같이 주지. 뭣하면 금자도 100개 정도 얹어도 돼."


점점 더 게임과 같아진다.

불필요한 어그로, 강제 전투 돌입, 승리시 랜덤으로 주는 아이템까지.

주변에 있던 한명문의 사람들이 '어쩌시려고 그 비서를 내기에 거십니까.'라며 말리긴 했지만, 감히 환영검제에게 손을 대며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날 안타까운 눈으로 보며 내 패배를 미리 위로해주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는 달갑지 않은 싸움이다.

필요한건 오직 한명문의 습격을 기다리는 일 뿐.

이런 일로 다른 무림인과 드잡이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싸움을 회피한다면, 그 기다리는 일조차 할 수 없게된다.

결국 상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며, 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검조차 잡지 않고 상대하겠다는 건가? 좋아. 그 호기를 받아들여주지. 첫 수는 양보하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잠재력을 포함한다면 나와 환영검제의 스탯은 호각.

그렇다면 가진 무공의 희귀도와 무공의 성과가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즉, 나의 승리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환영검제를 죽이거나 다치게 만들어선 안된다.'라는 것이다.

만일 여기서 환영검제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미래가 어떻게 개변될지 모른다.

복면인의 습격을 위해서라도, 그의 상태를 온존한 채로 승패를 결정지어야 한다.


그 과제를 풀기 위해 선수를 양보한 것이다.

나는 '1:1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환영검제 잡기'동영상을 머리 속에서 재생시키며 말했다.


"선수를 양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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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수 필승 23.09.19 20 0 8쪽
5 복수의 첫 걸음 23.09.18 29 0 10쪽
4 필요하지 않은 목숨. 23.09.17 28 0 7쪽
3 인간의 분노. 23.09.16 39 0 8쪽
2 선인이 나타나는 산. 23.09.15 35 0 8쪽
1 망향귀환단 23.09.15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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