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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멸문당한 문파의 소문주는 복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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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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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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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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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귀환단

DUMMY

고악, 가령, 문단, 정주, 진량, 패주, 군자, 한명, 우진.


아홉개의 군소문파의 멸문을 시작으로 무림은 정사대전을 시작하게 된다.

정파의 주장은 군소 문파가 가진 재보와 그들의 영역을 빼앗기 위해 사파가 습격하였다는 것이고, 사파의 주장은 멸문은 군소문파의 자작극일 뿐이며 그럼에도 걸려온 싸움은 피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누가 옳고 누가 무엇을 숨기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무림의 율에 따라, 오직 강자가 진실이며 정의일 뿐이니까.


*****


나는 그 중 일곱번째로 멸문당한 군자문의 소문주였다.

군자문의 현판이 불에 타 떨어지고, 나의 사형과 사제들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소문주.

그저 절규하고 울부짖고 땅을 내리치며 하늘을 탓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워...월아."


"무, 문주님... 아니, 아버지..!"


평생을 엄격하게 문파를 관리한 군자문의 문주이자 나의 아버지.

이제 마지막으로 그 분을 떠나보내면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문주라는 호칭보다도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그 분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는 부를 수 없을 이름이니까.


"기다려주십시오! 제, 제가 지금 어떡해서든...!"


"월아..!"


아버지는 마지막 날숨만을 남긴 몸으로 내 손을 덥썩 붙잡으며 말했다.


"부디... 보, 복수를... 부탁한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손에서 온기가 사라져버렸다.


"아버지! 아버지!!"


아무리 외쳐보아도 이미 감은 눈을 다시 뜨는 일은 없으셨다.

분노와 고통, 그리고 원한으로 울부짖으며 하늘을 저주했다.

무너져내리라고 저주했고, 복수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는 하늘을 보지 않으리라 저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고악, 가령, 문단, 정주, 진량, 패주, 군자, 한명, 우진.

-아홉개의 군소문파의 멸문을 시작으로 무림은 정사대전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 그리고 미래의 일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떠올린 순간, 나는 그것을 어디에서 봤는지를 기억해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했던 게임의 인트로였다.


무협 MMORPG 정사대전.

무협이란 세계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게임이며, 높은 자유도와 광대한 세계관과 맵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했던 게임이다.

나 역시 그 게임을 10년 가까이 즐기며, 한때는 서버지존이라 불리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그 게임의 최종 목적은 자신이 속한 곳의 주장을 진실로 만들고, 힘으로서 정의를 이뤄내는 것이다.

즉, 서버의 최종 결착에서 승리한 자가 정의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유저 스스로 스토리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정파가 정의든, 사파가 정의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게는 정파와 사파. 모두가 나의 적일 뿐이고, 나의 가문을 멸문시키고 아버지와 어머니, 사형과 사제를 도륙한 범인일 뿐이다.


내가 지켜야 할 율은 단 하나.

마지막 아버지가 남겨주신 한 마디가 나의 모든 율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이 무림 전체에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이 세계의 법칙을 바꾸기 위해, 피를 삼키며 읊조렸다.


"상태창."


* 이름 : 문월

* 별호 : 없음

* 달성 : 13 급

* 체력 : 6/60

* 내공 : 1/12

* 완력 : 28

* 민첩 : 41

* 행운 : 9

* 업보 : 4

* 잠재력 : 7

* 무공 : 군자의 무 4/10 , 군자검법 3/10 , 성환공 3/10

* 전용 특성 : 복수의 악귀


*****


"자네, 들었나?"


"군자문이 며칠 전에 복면을 쓴 집단에게 불태워졌단 소문 말인가?"


"허허, 자네도 알 정도면 이 시장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없겠구만."


"예끼, 이 사람아. 치솟는 불길을 보고 관아에 신고한게 바로 난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그래? 그러면 혹시 그 복면 쓴 사람은 보았나?"


"봤을리가. 만일 그걸 봤다면 내가 지금 산 목숨이 아닐텐데."


신고를 했다고 말한 남자가 목소리를 낮춰가며 말했다.


"이번 군주문을 불태운 놈들은 틀림없이 6개 문파를 멸문시킨 놈들일텐데. 제 아무리 군소문파라 한들, 하룻밤에 문파 하나씩 멸문시키는 놈들이야. 보통 놈들이 아닐거라고. 이 무림에 그것이 가능한 곳이 어디 있겠나."


"그야..."


머리 속에 잡히는 곳은 3곳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첫번째는 무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

두번째는 사파의 축이라고 불리우는 사검문.

마지막은 호시탐탐 중원 진출을 노리는 천년마교였다.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만일 무엇 하나라도 잘못 말했다간 단지 목을 내놓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테니까.

두 남자는 손사레를 치며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 적의 정체를 확실히 구분지었다.

세 개의 세력을 전부 쓸어버리겠노라고.

현재로서는 누가 범인인지 알 수도 없거니와, 이것이 게임의 세계라면 범인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다.

누군가 이 세계의 지존의 자리에 오르고서야 진정한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범인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세 개의 세력이 모두 똑같은 놈들인 것이고, 똑같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누가 어찌됐든 상관없이 모두를 적으로 돌리기로 했다.


'우선은 힘을 길러야 해.'


하지만 단순하게 내공을 쌓고, 무를 익히는 것으로 힘을 기른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강해져야만 한다.

설령 비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지라도.


그러기 위해 나는 이 마을의 약방을 찾아갔다.

약방의 앞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거리를 향해 물을 뿌리며 여름 날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초면인 얼굴이지만 마치 항상 봐왔던 얼굴이라 느껴지는 건, 아마도 전생의 기억때문일 것이다.

게임에서 보던 NPC의 모습이 딱 저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실례하오."


"응? 무슨 일이오?"


돌아오는 대답도 똑같다.

그렇다면 이 다음의 흐름도 똑같겠지.


"망향귀환단이 필요해서 그런데, 혹시 구할 수 있겠소?"


"망향귀환단? 이 사람아. 그런 독한 약을 어디에 쓰려고 그래."


"꼭 필요해서 그럽니다."


원래의 상식이라면 이런 작은 마을의 약방에는 존재할리가 없는 귀한 약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 이 자가 그것을 갖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정 없는 건 아니지만서도..."


역시 예상대로다.


"부탁드립니다. 제게 양보해주실 수 없습니까?"


굳이 살 필요도 없다.

아니, 오히려 값을 불렀다가 정말로 그 값을 요구해버리면 안된다.

내게는 지금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흐음. 그렇다면 내 부탁을 들어주겠소?"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마침 토끼의 간이 필요해서 그런데, 저 뒷산에서 토끼 일곱 마리만 좀 잡아와 주시오."


토끼를 잡는게 뭐 큰 대수일까.

게다가 바로 길 건너의 푸줏간에 가면 토끼고기 정도는 얼마든지 팔고 있다.

그럼에도 이 약방의 주인은 토끼를 잡아와달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것이 '퀘스트'이기 때문이다.

나는 등에 맨 짐을 풀며, 미리 잡은 일곱 마리의 토끼를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응? 내가 이게 필요한걸 어찌알고..."


"원래는 푸줏간에 팔기 위해 잡아둔 것입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필요하시다면 응당 먼저 드려야지요."


"허허, 이거 참 신기할 노릇이군. 마침 자네가 필요한 것을 내가 가지고 있고, 내가 필요한 것을 자네가 가지고 있었다니."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약속대로 내가 가진 망향귀환단을 줘야겠지만, 자네도 이 물건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는 알걸세. 게다가 자네의 골격을 보아하니 어느정도 무공을 익힌 자라고 생각되는 군. 그러니 망향귀환단을 찾는 거겠지."


"말씀대로 입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실력을 믿고 내 한 가지만 더 부탁하겠네. 그것을 들어준다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망향귀환단을 자네에게 양보하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내 부탁을 말함세. 실은..."


약방의 주인은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말인즉슨, 오래 전부터 주문했던 귀한 약재가 있는데, 그것을 받기 위해 아들을 강주로 보냈음에도 아직도 강주에서 기별이 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강주로 가서 아들과 함께 주문한 약재를 받아와 달라고 말했다.


여기서 강주까지는 4일 거리.

게임이었다면 몇 개의 맵을 직접 지나거나, 아니면 이동수단인 말을 타고 3분을 가야한다. 혹은 섭혼문이라 불리우는 워프게이트를 타면 바로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 섭혼문이 존재한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고, 말을 탄다고 하더라도 정말 5분만에 도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나로선, 왕복으로만 8일이란 시간을 들여야만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8일이나 이 퀘스트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강주까지 간다 한들 퀘스트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강주에 가면 이미 약재를 아들과 함께 보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과 약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강주에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문산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단문산채라는 산적 패거리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강주에서 온 아들을 죽이고 짐을 빼앗은 원흉이었다.

그 단문산채를 토벌하고 나면 아들의 시체를 던진 곳이 어딘지를 알게된다.

그 아들의 시체를 찾아내, 흔적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바로 이 퀘스트의 결말이었다.


즉, 아들의 시체를 찾아내 흔적을 가지고 오는 것으로 퀘스트를 스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드님이라면 혹시 구월방의 표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니신가요?"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오?"


"실은..."


나는 주머니에서 구월방의 표식을 꺼내며, 약방 주인에게 건넸다.


"단문산에서 사냥을 하고 약초를 캐던 도중, 푸른 도복을 입은 남자의 시체를 보았습니다. 귀한 옷을 입고 있는터라 분명 무슨 변을 당한 것은 아닌가 하고 시체에서 표식을 가져와봤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것을 관아에 전해 사고를 알리려고 하였는데..."


"어...어어... 어어억...! 경아...! 우경아...!"


약방 주인은 내게 받은 표식을 두 손으로 받쳐들며 울부짖었다.


"우, 우경아! 너가 어찌 이것만을 남기고...! 우경아! 우경아...!"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경아! 누가 감히 널...! 우리 우경이가... 우리 우경이가...!"


나는 약방 주인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의 어깨를 매만져주었다.

그저 형식적인 위로를 할 수는 없었다.

게임이라 한들, NPC라 한들, 이 세상이 어떤 섭리로 돌아간다 한들, 그는 지금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다.

어느 샌가 나는 그에게 깊은 감정 이입을 하며 함께 울고 있었다.


"으흑... 고맙소. 정말 고맙소. 대협이 아니었으면 우리 우경이가 어디서 무얼 하는 지도 모른채, 그저 마냥 기다리기만 했을 것이오. 정말 고맙소. 으흑."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한 것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문단산이라면... 틀림없이 그 산적 놈들일 터. 이럴 것이 아니라 당장에라도 관아에 가서...!"


복수는 무엇보다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어느새 약방 주인은 울음을 멈추고 노기를 띄며 관아로 달려가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관아로 가기 전, 무엇을 해야할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 있소. 망향귀환단. 자네에게 약속한 것이오. 하지만 조심해서 쓰시오. 이것을 쓰게 된다면 이제껏 배웠던 모든 무공을 잃고, 가진 힘도 전부 사라져버릴 것이오. 즉, 이것은 영약이 아니라 무림인의 미래를 꺼트려버리는 독약이란 말이오. 물론 잃어버린만큼 자신의 능력을 무(無)에서부터 다시 키울 수 있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소."


나는 약방 주인의 경고를 되새겨 들으며 망향귀환단을 받아들었다.

그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속으로 상태창을 읊조렸다.


* 망향귀환단<독약>

* 이것은 세 가지 귀한 약재와 열일곱가지의 독초를 섞어 만든 약입니다. 이것을 복용하게 되면 이제까지 익힌 모든 능력이 초기화되며 재설정 할 수 있게 됩니다. 독약이니 섭취에 주의를 바랍니다.


즉, 이것은 스탯과 스킬을 초기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것으로 내 능력을 초기화한 후, 현재 내가 익힐 수 있는 무공 중에서 가장 강한 무공을 익힌다. 그것이 복수의 시작이다.'


나의 복수의 길이 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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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후수 필승 23.09.19 19 0 8쪽
5 복수의 첫 걸음 23.09.18 28 0 10쪽
4 필요하지 않은 목숨. 23.09.17 28 0 7쪽
3 인간의 분노. 23.09.16 39 0 8쪽
2 선인이 나타나는 산. 23.09.15 35 0 8쪽
» 망향귀환단 23.09.15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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