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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멸문당한 문파의 소문주는 복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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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5 16:04
최근연재일 :
2023.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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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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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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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복수의 첫 걸음

DUMMY

그로부터 다시 며칠이 흘렀을까.

나는 매일 매시 매분 매초,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한채 격통과 싸워야 했다.

망향귀환단이 지네가 머리 속을 기어다니는 고통이었다면, 천강선인의 수련은 내장을 들어내고 거기에 내 것이 아닌 무언가를 채워넣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것을 빼앗기는 감각.

그리고 그 안에 불쾌할 정도로 무거운 무언가가 다시 자리잡는다.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그 고통을 회피할 수 조차 없었다.

배가 비워질 때마다 기절조차 할 수 없을만큼 머리 속에 찬 기운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머리에 찬 기운이 맴돈다는 것은 너의 단전이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니, 결코 그 기운에 굴복하여서도 아니되고 받아들여서도 아니된다."


"끄윽... 큽... 네, 네...!"


감정을 잃어버린 다는 것은 인간다움을 놓치고 만드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서 복수심을 앗아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했다.

나의 복수심을 지키기 위해, 나는 단전을 만드는 동안에 수없이 과거를 떠올려야만 했다.

내 사제가 짓밟히고, 내 사형이 무릎을 꿇은 채로 죽음을 맞이하고, 어머니의 등이 베이고, 아버지가 난자당하는 기억을 억지로 떠올렸다.

그 기억만이 오직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방법이었고, 내가 문월이라 불리는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확인하는 수단이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늘의 구름은 색이 그대로이나, 꽃의 색이 바뀔 무렵이었다.

더이상 단전에서 내공이 빠지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강제로 빼앗으려는 힘이 느껴지나, 미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제껏 나의 단전이 촛불이었고 빼앗는 힘이 바람이었다면, 지금은 파초선을 흔들어도 꺼지지 않는 거대한 불꽃의 일렁임이 되어있었다.


"..."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몸을 살펴보았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말라버린 몸이다.

하지만 그것이 쥐면 비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근육과 장기, 혈도와 혈맥, 눈과 코를 비롯한 모든 감각, 이 몸의 모든 곳에서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힘이 느껴졌다.


"선인님, 이것은..."


뒤로 돌았을 때, 나는 그만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와는 대조적으로, 천강선인의 몸은 형체도 유지하지 못할만큼 말라 비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 모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있다.

아니, 이미 수련을 받는 동안 천강선인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의 내력을 빼앗고, 거기에 자신의 내력을 억지로 집어넣고, 그리고 다시 그것이 들어찰 때까지를 기다렸다가 빼앗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장강의 물이 마르지 않는다 한들, 장강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그 근원에서부터 숨조차 쉬지 않고 그것을 퍼내기를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장강도 거대한 물줄기도 뒤바뀔 것이다.

그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었다.


천강선인이 가진 모든 내력은 내 안에 담겨져 있었고, 나는 비로소 장강이 되어 있었다.


나는 차마 천강선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엎드려 눈물로 나의 부족함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클클... 내 모습이 보기 안쓰러울 만큼 우스운 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천살무라는 것이..."


천강선인은 작은 새가 호흡하는 듯한 목소리로 마지막 가르침을 남기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치를 담고 있다거나,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기이한 초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누구보다 거대한 내력을 가지는 것, 그것이 천살무의 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우고, 또 자신을 채우기를 반복해야 하는 법.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잃고서 잘못을 저질렀고 책임을 남기고 말았다."


바람이 묻은 잎새가 떨어질듯, 떨어지지 않는 듯한 몸에서 무의 본이 언급되었다.


"수천의 생명을 앗아간 후에야 나는 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허나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썩은 시체와 피로 만들어진 호수 뿐이었지. 클클... 그래, 결국 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일 뿐이다. 남기는 것은 오직 잔재뿐이고 무언가를 만들 수는 없는 법이지. 힘이라는 것은 아무리 정당화한다 한들, 때리고, 차고, 밟고, 베고, 난자하며, 위압할 뿐인 것에 불과하다. 허나 그럼에도 어찌하여 많은 무림인들은 무의 끝을 찾고 익히고 수련하며 누구보다 강해지려 하는 것일까. 문월아. 너는 그 답을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클클... 즐겁기 때문이지."


내가 진실을 말한 것처럼, 천강선인도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어린 아이야... 네게 묻건데, 과연 내가 그 살육을 저지를 적에 오직 폭력에만 미쳐있었다고 생각하느냐? 정녕 거기에 다른 감정은 없었을거라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나는 그 날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남을 차고, 때리고, 눕히는 그 모든 감촉과 감정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해버렸지. 누구보다 강해져서 그 누구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이 행동이... 너무도 즐겁다고 말이다. 그렇게 미쳐있던 내가 제 정신을 차린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너무도 즐거웠는데, 이제는 그 즐거움을 구가할 수 없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어찌하여야하나 하고 내가 만든 피웅덩이를 응시했을 때, 한 녀석이 남아있음을 알게되었지. 나는 피웅덩이에 비친 그 녀석을 향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정신을 찾고 말았지."


호흡에 배인 피의 향이 스멀스멀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압도적인 힘을 구가하였고, 압도적인 힘에 굴하였다. 클클, 거대한 쾌락이 지나갔기에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아져있었지. 그제야 나는 비로소 무엇이 잘못이었고 무엇이 실수였는지를 깨달았다. 네가 선인이라고 부르는 이 노인은 사실은 무림의 공적이요, 악인일 뿐이며 힘의 쾌락에 취해있던 미치광이였을 뿐이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천강선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제야 천강선인이 왜 스스로의 힘에 금제를 두었는지, 그리고 왜 그 당시에 도망친 제자들을 쫓아다니는지를 알게 되었다.

거기엔 거대한 이치도, 신박한 묘리도, 절대적인 운명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수음을 처음 배운 남자아이가, 자신이 한 짓이 부끄러워서 서둘러 그 흔적을 지우는 것과 같은 것일 뿐이었다.


"힘에 취하고, 쾌락에 빠져서는 아니됨을 명심하거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강선인은 가부좌를 튼 채로 굳어버렸다.

생명이 다 한 것일까.

아니면 자연과 하나가 된 것일까.

어쩌면 그저 잠에 들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진실을 털어놓고 그 사실이 부끄러워 눈을 감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떠난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서 그대로 천봉산맥에서 하산했다.

그렇게 산맥에서 내려온 후, 산맥의 초입에 이르러서 스승을 향한 예를 갖추어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천강선인의 가르침에 대한 답을 전했다.


"솔직히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큰 힘에 대한 책임이 무엇이고, 그 힘을 구가하는 쾌락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또한 알고 싶지도 않고, 이루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복수뿐입니다. 복수를 이룸에 있어, 저는 도를 찾지도 않을 것이고 예를 취하지도 않을 것이며 법과 논리, 규율, 질서, 신의와 윤리를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할 것은 오직 제 손과 검에 원수의 피를 묻히는 것일 뿐입니다. 선인께서 전수한 무공을 통해, 저는 스승의 제자들과 저의 원수를 찾아가 이루겠습니다. 그것이 절 믿어준 선인에 대한 답이라 생각합니다."


산맥자락에서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하산 후, 나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 이름 : 문월

* 별호 : 없음

* 달성 : 13 급

* 체력 : 1/1

* 내공 : 1200/1200

* 완력 : 30

* 민첩 : 30

* 행운 : 68

* 업보 : 0

* 잠재력 : 100

* 무공 : 군자의 무 1/10 , 군자검법 1/10 , 천살무 10/10

* 전용 특성 : 복수의 악귀, 천살무의 후계자


상태를 확인하며 가장 놀란건 내공의 수치였다.

정상대전에서는 일반적으로 내공이 120 에 이르면 1갑자에 올랐다고 한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그렇게 명명한 것은 아니다.


내공이 120 에 도달하면, 캐릭터의 모든 최종데미지는 1.1배 증가한다.

그리고 다시 120 이 올라 240이 되면 최종데미지는 1.2배 올라간다.

이때의 증가수치는 총합이 아닌, 추가적인 값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유저들이 120을 기준으로 내공을 쌓았고, 탑 플레이어들은 360 까지 내공을 올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 이상은 잠재력의 수치가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끔 480 이나 600까지 올린 유저도 있었지만 다른 스탯의 수치가 낮아, 되려 비효율적인 데미지를 보이곤 했다.


360까지만 올려도 최종데미지는 1.71배.

그렇다면 1,200의 최종데미지는 얼마일까.

계산상으로는 67배에 이른다.


나는 자세를 취한 후, 무공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진각을 밟아보았다.

-쿵!


그 자리에 깊은 발자국이 하나 새겨졌다.

나는 이것이 대체 얼마정도의 힘인지 가늠되지는 않았다.

내게 있어서는 그저 평소와 같은 진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것이 내 복수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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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후수 필승 23.09.19 19 0 8쪽
» 복수의 첫 걸음 23.09.18 29 0 10쪽
4 필요하지 않은 목숨. 23.09.17 28 0 7쪽
3 인간의 분노. 23.09.16 39 0 8쪽
2 선인이 나타나는 산. 23.09.15 35 0 8쪽
1 망향귀환단 23.09.15 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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