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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마엘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는 아포칼립스를 기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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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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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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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의제 - 4

DUMMY

독점. 그 단어를 교주가 입에 담았을 때 전율하지 않은 서열위는 없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가.

또 얼마나 품고 싶던 말인가.

더욱이 그것이 힘에 의한 독점이라 한다면 얼마나 마교스러운 말이던가.


독점이란 본디 힘이 있는 자의 당연한 권리였다.

땅이 있는 자는 쌀을 독점하여 이익을 챙겼고, 직위를 가진 자는 권력을 독점함으로 권세를 누렸다.

왕은 세습을 통하여, 자본가는 시장을 통하여, 독재자는 무력을 통하여 자신의 것을 독점해왔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과거, 조선의 어느 관리는 백성의 본을 천하게 여겨 그들에게 글자를 주지 않고 아는 것을 독점하려 하였다.

물론 현명한 대왕께서 백성을 사랑하시어, 글자를 만들어 쉽게 익히도록 하셨으니, 그때부터 아는 힘이야말로 조선의 원동력이 된 것이리라.


그렇다면 독점이 나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독점을 함으로서 가지는 이득도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독점을 함으로서 그것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과 보급, 그리고 배분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은 그 대상이 ‘던전’일 뿐이다.


게다가 마교의 율은 ‘강자존’

그 율에 맞춰보자면 던전의 독점은 결코 그릇된 행위는 아니었다.


본디 마교의 율을 해석할 때, ‘힘이 모든 것이다.’라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마교에서 말하는 힘이란 ‘자신의 힘을 실천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라는 의미이다.

방금 전 이호영의 짧은 반란도 그 모습에 망설임이나 선동이 묻어있었다면 다른 서열위가 먼저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호영의 실력이 아깝다는 이유로, 반란을 바로 잠재우지 않고 말로 설득하려고 했다면 교주의 모습에 실망하였을 지도 모른다.

이호영은 마교인답게 행동한 것이고, 교주인 우강도 마교의 교주답게 처리한 것이다.


즉, 마교는 이치와 교리에 맞다고 판단하면 힘을 행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는다.

어느 과거, 마교가 특급살수를 부교주로 추대했던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교주가 말한 던전의 독점은 강자존을 이행하고 퍼트리는 옳은 수단이 될 것이다.


이장제가 말했다.


“어차피 게이트보다는 던전이 더 위험하고... 게다가 던전을 섣불리 들어간다는 건 좋은 판단은 아니죠. 충분한 힘이 없다면 단순한 자살시위일 뿐이니.”


유명우가 그 말을 이어받았다.


“만일 마교가 그 던전을 통제하고 관리한다면 교인은 물론, 많은 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지강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일반인들이 던전의 위험성을 모르고 진입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전경희는 양 손을 펼쳐가며 말할 정도로 신이 나 있었다.


“독점을 함으로서 가지는 이윤도 절대적이에요! 이런 건 어떨까요? 그에 상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던전의 출입은 물론, 공략도 협력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거는 거죠. 저희는 점점 노하우가 쌓일 테고, 사람들은 보다 어려운 던전을 공략함으로서 다른 사람보다 앞서 나갈 수 있게 되죠.”


우강은 전경희의 아이디어를 즉각 채용했다.


“전경희씨는 현재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현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부서를 설립할 것을 명하겠습니다.”


전경희는 얼굴 만면에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다른 서열위들도 전경희에게 질세라, 저마다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시대가 바뀐 지금,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던전에 대한 선 권리를 가진다는 건 무엇보다도 큰 특혜임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던전 앞의 부동산을 선점하는 건 어떻습니까?”

“식료품만이 아니라 다른 잡화점들을 운용하는 것도 좋을 겁니다.”

“하청을 방지하기 위해, 감찰단을 설립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던전에서는 다양한 무기가 필요할 터. 제철소의 복구를 서두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직 살아있을 지식인들을 조금 더 수색해볼까요? 지금 이 건을 제도화시키고 구체화시키려면 관련 지식인들을 모아보는 게 정리에 도움이 될거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부족한 건 정보겠죠.”

“그렇다면 정보부서가 조금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2 정보부서의 개설을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머, 정보부서가 많아지면 정보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차라리 암월단에 조금 더 인력을 보충해주시면 될 이야기에요.”

“하지만 묘령미희께서는 교주로부터 던전공략팀의 개설을 허가받지 않았습니까.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각각의 아이디어 제시에서, 어느 순간부터는 타 서열위가 가진 이권 개입으로 이야기가 번져버렸다.

더 이상 이야기가 과격해지는 건 우강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보다 새로운 안건을 제안하지.”


우강의 말에 서열위들이 입을 닫고 명을 기다렸다.


“던전의 출입을 허용할 것이라면 그 권리는 어떻게 인정할 생각인가. 돈으로? 그건 이미 불필요한 종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생필품이나 식량으로? 아직 혼란스러운 때에 그것으로 가격을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게다가 타인이 먹고 생활을 해야 할 물건으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대가는 받되, 대가의 가치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정해야 한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다.”


우강은 서열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운을 띄워주었다.


“지금까지 써왔던 지폐는 필요 없고, 던전을 출입할 때 지불할 물건의 가치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 이 말 뜻을 가장 먼저 이해하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퀴즈를 맞춘 건 이소미였다.


“화폐의 발행...!”


어려운 퀴즈가 아니었던 데다가, 이소미는 강남에서 마약이 화폐로 유통되는 것을 봐왔던 탓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소미는 자기가 퀴즈를 맞춘 것에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이제부터는 화폐를 저희가 만들면 되죠! 던전의 출입은 그 화폐로만 가능하도록!”

“정답이다. 이소미. 나중에 원하는 상을 말하도록.”

“감사합니다, 헤헤.”


우강이 이 안건을 굳이 퀴즈로 낸 건, 앞으로 서열위들이 직접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전경희에게 상을 내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변해버린 세계.

만일 자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시간이 부족할 것이고, 결정이 느려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열위들이 책임을 가지고, 포상을 바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과 벌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조금 더 이 의제를 토론하고 싶었지만, 세 번째 의제가 남은 탓에 우강은 이쯤에서 두 번째 의제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면 두 번째 의제에 관해 추가 포고를 내리겠습니다. 던전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전담부서를 구성 후, 각 서열위들은 던전의 출입을 관리할 화폐를 구상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남은 안건은 하나뿐이다.

세 번째 의제는 조금 폭 넓은 문제였다.


“세 번째 안건은 현재의 치안에 대해서, 그리고 피난민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현재 마교가 책임질 수 있는 구획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입니다.”


현재 마령탑이 위치한 곳은 신림 일대.

멀지 않은 곳에 양지병원과 구로디지털단지, 그리고 남문시장과 아울렛, 홈플러스 등이 있어 물자를 보급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관악산과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대피할 수 있는 장소도 많아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많았다.


문제는 그 살아남은 사람들이 마령탑이 관리하는 구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전부 수용하기엔 장소가 부족하고, 일부 수용하기엔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받지 않는다면 생존자들의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마교의 권세는 천하를 향한 것. 그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천하를 향한다는 말은 거짓허세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들을 수용할 방법과 판별에 대해서 의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앞서 나눈 두 의제는 현재 마교의 힘으로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의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부족함 속에서 타인과 장소를 공유하고, 또 그들을 받아들인다면 옷과 식량도 책임져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마령탑에 비축물이 있다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어쩌면 다른 생존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 고민이 쌓이고 쌓인 탓에 누구 하나 쉽게 의견을 내지 못했다.

모두가 회의실 책상만 바라볼 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 침묵을 깬 건 놀랍게도 장기명이었다.


“저기, 아까 던전 이야기할 때 불약사화 이소미가 그런 말 하지 않았습니까? 던전이 공략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게 사라진다고.”

“맞아요, 전부 사라졌어요. 몬스터 중에는 꽤나 좋은 무기를 든 녀석들도 있는데 그런게 전부 사라졌다니까요.”

“소미야, 거기 한 플로어에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냐?”


순간 모든 서열위들의 눈이 반짝였다.

무엇보다도 우강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걸세!”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은 가능한 현대식 어법을 쓰려했지만, 흥분한 탓에 할아버지가 쓰던 말투가 묻어나왔다.


“던전이란 장소를 새로운 터전으로 잡는다면 주거 문제는 해결될 터! 게다가 아직 게이트가 던전 내에서 나왔다는 사례는 없다. 맞는가, 묘령미희!”

“네, 네. 그렇습니다. 현재의 주거는 아파트같은 곳은 안전하다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정원에서 게이트가 열린 사례도 있습니다. 아마도 벽과 지붕을 기준으로 밀폐된 장소에선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의 주거는 기반이 안정되지 않은 탓에 무너질 위험도 있다. 던전은 어떠한가. 만일 그것이 사라질 경우는!”

“물론 교주님의 말씀대로 그것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사라질 걱정도 있습니다만... 던전이 사라진다는 건 아포칼립스의 시대가 끝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전경희의 말 대로였다.

던전이란 확보된 공간이 있는데, 그것이 갑자기 사라질까 겁이 나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까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게이트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를 던전을 걱정하는 것보다,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를 게이트를 걱정하는 게 사리에 맞았다.


“그렇다면 식량의 확보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손을 든 건 서열위 6위 수라일검 한지강이었다.


“말하게.”

“게이트로부터 나온 생물을 포식하는 건 마교의 율법에 어긋납니까?”


마교는 불살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딱히 먹는다는 행위에 금제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고블린이나 오크같이 손과 발이 달린 건...”


이소미가 질색하는 얼굴을 보이며 손사레를 칠 때, 전경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게이트에선 인간을 닮은 아종만 있는건 아니에요. 은빛갈기의 늑대라던지, 뿔달린 말, 하늘에 떠다니는 금붕어도 있었죠. 드래곤도 그렇고...”

“그 녀석들을 먹을 순 없는 겁니까?”

“조금 더 말해보게.”


한지강이 눈을 감은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현재 저희 수라대는 수색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야외에서 식량을 해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눈길이 가더군요. 저것들도 먹을 순 없을까, 라고.”

“그 말은...”

“아까 교주께서 던전을 독점하자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치에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교주께 진언을 올려 보건데, 게이트도 독점할 순 없습니까.”


그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게이트에서 나오는 생물을 적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포식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무한의 식량창고가 된다.

게이트의 출현 위치, 발생빈도를 조사해서 그것이 나올 정소를 특정하거나 근처 무인들을 집결시켜둔다면 농사나 다름없는 수렵활동이 가능해진다.


“수라일검 한지강, 타권악사 장기명. 마교의 교주로서 둘에게는 일 무를 내리겠다.”


그 말에 몇몇 서열위는 눈을 뒤집었고, 몇몇 서열위는 시샘어린 시선을 보냈다.

교주로부터의 직전 일 무.

그것은 마교의 비전 중 한 가지를 교주가 직접 사사하겠다는 의미다.


만일 이것이 평화로운 시대라면 이정도까지 부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강자존의 시대.

교주의 무를 내려받는 다는 것이 얼마나 큰 특혜인지, 여기 모인 서열위들은 알고 있었다.

물론 우강은 다른 서열위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세 번째 의제에 대한 포고를 내립니다. 던전을 주거로, 게이트를 식량의 확보지로 삼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이 안건의 결제는 제가 직접 할 것입니다.”


결제를 직접하겠다는 건, 제대로된 플랜을 가져온다면 직접 책임자로 발령하겠다는 의미다.

이 역시 더욱 높은 실세에 올라서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서열위들이 안광을 내는 것도 당연했다.


“이로서 세 가지 의제에 대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가능한 현대인의 어법에 맞춰 말했지만, 마지막은 마교의 예법에 맞춰 포고를 내렸다.


“전 마교인들은 들으라! 마교 98대 교주 전우강의 이름으로 명을 내리노라! 전 마교인들은 마교의 부흥을 이루기 위하여! 마교의 율법을 지키기 위하여! 강자존의 섭리를 알리도록 하거라!”


모든 서열위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복하며 포권으로 예를 올렸다.


“존명!”


새로운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강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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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는 아포칼립스를 기다려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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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구로디지털단지의 괴물 - 2 23.08.29 16 0 13쪽
8 구로디지털단지의 괴물 - 1 23.08.28 27 0 12쪽
7 네 가지 안건. 23.08.27 27 0 14쪽
» 세 가지 의제 - 4 23.08.26 39 0 14쪽
5 세 가지 의제 - 3 23.08.25 49 1 10쪽
4 세 가지 의제 - 2 +2 23.08.25 66 2 11쪽
3 세 가지 의제 - 1 23.08.24 69 2 10쪽
2 마교는 아포칼립스를 기다려왔다 - 2 23.08.24 76 2 8쪽
1 마교는 아포칼립스를 기다려왔다 - 1 +1 23.08.24 10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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