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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랜시 님의 서재입니다.

배신당한 요괴는 복수를 계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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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18
작품등록일 :
2023.04.07 18:19
최근연재일 :
2023.04.09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88
추천수 :
2
글자수 :
49,037

작성
23.04.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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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추천
1
글자
11쪽

(2) 도깨비왕 2

.




DUMMY

(2)


2년 전, 각성자와 악귀 사이 최후의 전투가 한창이던 무저갱.


각성자 은휘강은 혼란스런 전쟁터 가운데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장 흔하다는 도깨비 능력자, 중에서도 최하급 판정인 그의 특기는 은신과 질주.


직접 전투는 무리였기에 후방에서 보급품을 나르거나 부상자를 옮기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쾅! 퍼버벙!’


폭탄이라도 터진 듯 굉음이 여기저기서 터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그만큼 강력한 각성자와 악귀들의 전면전 속에서 휘강은 무언가를 소중히 품은 채 달렸다.


‘이것을 그분께 전달해라. 이번 전투의 승패가 달린 일이야!’


작은 목갑을 그에게 맡기며 신신당부한 것은 후방지휘부의 핵심인력인 구 노인이었다.


같은 도깨비 각성자인 그는 강력한 예지력의 소유자로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그런 상관의 지시였기에 휘강으로선 결코 실패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거의 다 왔어.”


작은 둔덕 너머로 오색의 기운들이 번쩍이는 모습을 보며 그는 숨을 골랐다.


무저갱의 입구가 있는 최전방, 그곳이 그의 목적지였다.


남은 요력을 끌어 모아 은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서 그는 둔덕을 넘기 시작했다.


그때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이전과는 격이 다른 강력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크아아아악!”


동시에 전해진 절규하는 음성이 휘강은 귀에 익었다.


목갑의 수령자인 ‘그분’, 도깨비왕의 힘을 지닌 각성자 길달의 목소리였다.


“안 돼!”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휘강이 서둘러 가려는 순간 한줄기 섬광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경험해보지 못한 요력의 압력과 함께 격통이 휘강의 전신에 전해졌다.


머릿속이 타버릴 것만 같은 고통에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섬광이 그가 끌어안은 목갑마저 태워버리자 안에 들어있던 물건이 드러났다.


“돌?”


한 뼘 크기의 투박한 옥돌은 섬광을 흡수해 빛을 내더니 이내 금이 가기 시작했다.


‘펑!’


옥돌이 터져나가며 파편이 눈으로 튀어드는 순간, 은휘강은 잠에서 깨어났다.


이전 기억을 되새기는 악몽은 오랜만이었다.


“아마도 어제 일 때문이겠지.”


침대 끝에 걸터앉은 휘강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각성자를 죽였어. 이 손으로 직접.”


직접 각성자 감호소에 들어가 최광호를 처치했던 것이 바로 어제란 게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죽어가던 그를 보며 느낀 감정은 쾌감 섞인 후련함이었다.


그것은 은휘강보다는 길달 쪽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2년 전 그날, 휘강이 운반하던 목갑에 들어있던 것은 ‘합혼석(合魂石)’이란 신물이었다.


전신에 화상을 입고서 빈사상태로 실려 온 그에게 찾아온 구 노인이 설명해줬다.


‘두 개의 영혼을 합쳐 하나를 살리는 도구다. 어느 쪽이 살게 될지는 미리 볼 수 없었는데 네가 왔구나.’


죽음의 기로에서 생환하며 합쳐진 반쪽의 영혼이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은 한참을 더 지난 후의 일이었다.


“이제 겨우 하나 잡았을 뿐이야.”


합쳐진 길달의 영혼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휘강과 같은 도깨비의 힘을 각성하고 모두 위에 군림하며 도깨비왕이라 불렸던 최강의 각성자.


길달은 마지막 공략에서 무저갱으로의 통로를 닫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다고 세간에 알려졌다.


승전의 상징으로서 전쟁 영웅으로서 길달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휘강과 합쳐진 길달의 영혼이 전하는 그날의 진상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거울에 비친 초췌한 자신을 바라보며 휘강은 혼잣말을 했다.


“앞으로 복수를 이어가야지? 너를, 아니 우리를 죽인 놈들에게.”


***


보안 시스템이 꺼지고 활짝 열린 각성자 감호소 출입구로 들것에 실린 수감자들이 계속 빠져나왔다.


각성자 관리실 소속 수사관 강철현은 그 광경을 어이없게 바라보다 옆에 선 후배에게 물었다.


“몇이나 죽었다고?”

“어제 새로 수감된 죄수가 하나. 그리고 기존 수감자 둘이 사망했습니다. 나머지 중상자나 의식불명이 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을 거랍니다. 부상 당시에 구속 장치가 풀린 상태였거든요.”


대꾸하는 후배의 말에 철현은 웅얼거렸다.


“최광호가 죽었어. 감호소 내 통제권을 일임했던 녀석인데 말이지.”

“그러니 이 지경이 된 거겠죠.”

“아니, 오히려 이상하다고 봐야지. 대가리는 죽고 팔찌까지 전부 풀렸는데 도망친 놈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수감자 8할이 죽거나 그와 다름없는 지경이 됐고? 최광호를 죽인 건 누구야?”


철현은 빠르게 생각을 쏟아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싸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온다고 하니 대충 윤곽은 잡히겠죠.”

“그 자식들 능력은 쓸모가 없어. 단편적인 잔상만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 통하는 목격자는 없었어?”

“나머지 신규 수감자 둘 중에 하나는 경상에 의식도 있어서 얘기 해보긴 했는데요······.”

“그런데?”


잔뜩 찡그린 표정의 철현에게 후배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상한 소릴 하더군요. 신규 수감자는 셋이 아니라 넷이었다고. 시설 입구에서 한 명이 추가됐다더군요.”

“네 번째 신참이 있었다고? 뭔 소리야, 기록엔 셋뿐인데.”

“그 뿐만이 아닙니다. 그 네 번째가 최광호를 죽였대요. 거기다 스스로 밝히길 자기가······.”

“자기가?”


뜸 들이는 후배를 흘기며 철현은 재촉했다.


“자기가 도깨비왕이라고 주장했답니다.”

“도깨비 왕이면, 길달 말이야?”

“네, 그렇게 들었답니다.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처럼 반쯤 정신이 나간 거겠죠. 길달이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듯 웃는 후배 수사관이었다.


그와 달리 철현은 길달이란 이름에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 이름이 왜 갑자기 여기서 튀어 나와?’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하면 감호소 기록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누군가 시스템을 속이고 수감자인 척 위장해 내부로 들어갔고 일을 벌인 후 혼자만 사라졌다.


그렇게 가정한다면 덜컹거리던 아귀가 착착 들어맞는다.


“점쟁이들 오기만 기다리지 말고 감호소 CCTV부터 외부 단속카메라까지 영상 깡그리 수집해.”


능력자들이 넘쳐나도 때로는 예전 방식이 유효한 법이었다.


***


[어제 오후 연화자치지역 내 각성자 감호소에서 수감자들 사이의 분쟁으로 세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중 최 씨는 2년 전, 무저갱 폐쇄의 공로로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는데요. 이후 각종 범죄에 연루되며......]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 최광호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의 머그 샷이 올라왔다.


그것을 본 신묘선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누군가를 불렀다.


“야! 저거 봤어? 최광호 죽었데.”


널찍한 사무실 반대편에서 팔운동을 하던 근육질 사내는 수백KG은 됨직한 쇳덩이를 내려놓고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왔다.


“뭐라고?”

“귀 먹었니, 호석아. 광호가 죽었다고.”


묘선의 핀잔에 그제야 뉴스 화면을 확인한 백호석은 쯧 혀를 찼다.


“사고만 치더니 기어이 저 꼴이 났군, 쥐새끼 녀석.”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잔뜩 펌핑된 근육을 확인하며 무심하게 반문하는 호석을 묘선은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저 안에서 요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광호뿐이잖아. 팔찌 찬 애들은 힘을 쓸 수가 없다고. 마지막으로 면회 갔을 때, 안에선 자기가 전부 통제할 수 있다며 자랑하던 거 기억 안 나?”


그녀의 물음에 눈썹을 실룩이며 기억을 더듬던 호석은 이내 손가락을 퉁겼다.


“그래, 기억난다. 빵에선 자기가 왕이라며 뻘소리 하던 거.”

“뻘소리가 아니야. 팔찌 채우면 어지간한 애들은 요만큼도 요력을 쓸 수 없다니까.”

“그딴 거 나한테 채워보라 그래. 전혀 소용없을 테니까!”


두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듯 엉뚱한 소리만 하는 호석이었다.


두통이 오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묘선은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어휴, 됐다. 너하고 뭔 얘기를 하겠니.”


그리고 때마침 묘선의 자리에 놓인 유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호석에게 쇠질이나 계속 하라는 듯 손을 내저은 묘선이 수화기를 들고 방금과 달리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TNR 시큐리티입니다.”


전화 반대편에선 냉랭한 목소리가 질문했다.


“신묘선 이사?”

“네, 내가 신묘선인데. 누구시죠?”


이상한 전화에 묘선은 경계하며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액정 화면에 찍힌 상대의 지역번호는 특별자치지역인 연화에서 걸려온 것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지금 너희 회사 홈페이지를 보고 있다. 호석이와 동업이라니 의외군.”

“전화를 했으면, 일단 본인이 누군지 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닌가? 계속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끊겠습니다.”


침착성을 잃지 않은 채 묘선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


“내가 누구냐고? 잃은 것을 되찾으려는 사람이지. 최광호 소식 들었나?”


상대의 이어진 물음에 묘선은 대답을 않은 채 연화지역번호가 찍힌 화면을 응시했다.


최광호가 사망한 감호소가 위치한 곳도 연화였다.


“내가 한 거다, 그 쥐대가리.”


심상치 않은 얘기에 결국 묘선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너 누구야?”

“곧 알게 될 거야. 다음 차례는 너희니까.”


연화에서 걸려온 전화는 경고와 함께 끊겼다.


그녀의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호석이 돌아와 물었다.


“무슨 전화야?”

“모르겠어. 미친놈 같은데.”

“변태 새끼냐? 어떤 미친놈이 감히 너한테 장난질이래, 궁금하네. 크크.”


장난스럽게 구는 호석과 달리 묘선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아니. 그냥 넘기기엔 뭔가 걸리는 전화야.”


그러면서 그녀는 전화기에 자동으로 저장된 방금 통화 내용을 재생시켰다.


녹음을 전부 듣고도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호석에게 묘선은 물었다.


“혹시 아는 목소리야?”

“아니, 처음 듣는다. 남자놈 목소리 하나하나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변태 맞는 거 같은데.”

“최광호를 자기가 죽였다고 했어.”

“그걸 믿어? 뉴스 보고 미친놈이 장난 친 거지.”


기지개를 켜며 심드렁하게 구는 호석을 흘기며 묘선이 반문했다.


“아냐, 아무래도 신경 쓰여.”


다시 녹음을 재생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정지버튼을 누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에 호석도 마침내 관심을 보였다.


“왜, 어떤 놈인지 알겠냐?”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묘선은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이거 길달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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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야수사냥 3 23.04.08 17 0 11쪽
5 (5) 야수사냥 2 23.04.08 16 0 10쪽
4 (4) 야수사냥 23.04.08 16 0 11쪽
3 (3) 도깨비왕 3 23.04.07 19 0 12쪽
» (2) 도깨비왕 2 23.04.07 20 1 11쪽
1 (1) 도깨비왕 23.04.07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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