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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악의 조직의 말단조직원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10.28 18:46
최근연재일 :
2022.12.25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5,688
추천수 :
278
글자수 :
235,629

작성
22.11.16 14:00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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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8

DUMMY

꺼져가는 빛을 보며 분노하고 또 분노하는 내게 있어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는 카인은 실로 죽음보다 모독적인 존재였다.

‘죽음보다 더한 자유’를 노래하는 존재였다.


나름 유쾌한 관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그가 이젠 정말 싫어지려고 했다.


“조직에서 개처럼 구를 때도, 혼자서 끼니를 때울 때조차...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들진 않았는데...”


그는 내게 운명을 바꿔보라 말했지만, 그가 진정 내게 바란 것은 그런 게 아님을 안다.

그 염 먹일 놈은... 나를 자신의 장의사로 삼고자 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의 안식이 방해받지 않는 거였다.

다른 인간들의 죽음이 그들의 숭고한 안식을 더럽히지 않게 하는 거였다.

이 나라에서 인간들을 전부 내쫓으란 거였다.

원작에서 운석을 맞고 죽었던 인간들을 살리란 거였다.


그는... 이 땅이 오직 자신들만의 무덤이 되길 바랐으므로.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버둥치는 내 앞에서 홀로 고고한 죽음을 맞겠다고 자랑스레 떠들어댔다.


그걸 알면서도 그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어서...

그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기엔 내가 너무나 미약해서...!!


[치이이이익-! 이성의 화ㄱ시ㄴ이...]


결국... 나는 그 내기를 받아드렸다, 받아들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생각하자, 나한테 카산드라의 저주는 통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야.”


결단을 내렸다.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의 고민은 사치다.

나는 ‘사고 가속’으로 빠르게 방법을 찾았다.


전자기기를 해킹할까?

아니다. 설령 내가 라디오 등을 해킹하여 진실을 전한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한다.


카산드라의 저주 중 하나인 ‘불신의 저주’는 내가 ‘외신의 저주’에 걸렸다한들 여전히 작동할 테니까.

불신하는 건 내가 아닌 그들이니까.


“아니, 애초에 저주가 없더라도 관측조차 되지 않은 운석이 떨어진다는 말을 누가 믿는단 건데!”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별의 눈물의 특이점은 바로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

조직도 떨어지는 위치만 시기만 알뿐이지, 그 형태를 특정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흐읍...!”


순간 숨이 막혔다.

가슴에서 그리고 뇌리에서 마치... 무언가 무너지고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직- 지지직-!


“꺼, 꺼억...!”


그것은 끊어지는 것 같기도 했고, 확장되는 것 같기도 했으며, 마치... 나를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 특성: ‘이성의 확신’의 변질이 확인되었습니다.]


‘미치다’의 사전적인 의미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도리를 크게 벗어난 것을 말한다면... 결코 미칠 수 없던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나는... 차라리 ‘비범’해지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


상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었다.


[정상의 기준을 재정립합니다...]


“큭... 흐흐! 흐하하하!”


갑자기 막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성공했습니다.]


아, 머리가 뭔가 맑아진 기분이다.


빙의 첫날부터 들리던 잡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조용하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던 나는 그대로 눈을 가린 손을 내려 얼굴을 쓸었다.

방금의 웃음이 거짓인 것처럼 입꼬리가 차분하다.


[앞으로 당신이 무슨 일을 벌이든... 그것은 ‘정상’입니다.]


뚝-


마침내 웃음이 멎었다.

광포한 웃음소리가 지나간 자리엔 지성이 담긴 눈만이 다만 시리게 빛났다.


“과연... 이 방법밖엔 없겠네.”


이건 분명 카인이 바라는 방향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는 운명을 바꾸라고만 했지, 어떻게 바꾸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죽음 그 자체는 바꾸지 못해도 죽음으로 이르는 운명은 얼추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 나한테 엿을 줬으니 그쪽도 엿을 먹어야 공평하겠지.”


아아,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저 기원전부터 살아온 인류의 시조에게 새겨줄 의향이 차고 넘쳤다.


띠링-


그때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Happy Birthday To You!]


“아, 오늘이 이 육체의 생일이었나?”


2056년 12월 7일. 00시 00분.

그러나 이곳과는 시차가 맞지 않아 나는 시간을 19시간 앞으로 돌렸다.


2056년 12월 6일. 05시 00분.

아직 생일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축하해줄 사람 따윈 없지만...


“참... 끝내주는 생일파티가 될 것 같네. 그렇지?”


난 스스로에게 한탄하듯 자조 섞인 말로 되물었다.


“다... 불타버리라지...!”


이제부터 나는... ‘테러리스트’가 된다.


***


-치직! 치지직~!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그날 하와이의 모든 공영방송, 전광판, 라디오는 단 한 사람에 의해 해킹되었다.


모든 화면에 동시에 송출되기 시작한 것은 마치 장승 같은 가면을 쓴 미지의 남성.

그 가면은 ‘티키 마스크’라 불리는 하와이의 주민들에겐 나름 익숙한 폴리네시아 전통의 나무 가면이었다.


그러나 그 익숙하고도 신비로운 가면이 그날따라 유달리 섬뜩했노라고... 사람들은 증언했다.


-지지직~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남자가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 그는 그렇게 가면을 통한 외형의 익명성은 물론 국적의 익명성까지 보장받았다.


-모두들 치직~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지지직~! 보내고 계시는지요.


음질이 그리 좋지 못한지 중간 중간 잡음이 섞인다.

그 잡음이 이 수수께끼 괴한의 유쾌한 어조와 뒤섞여 영상의 분위기를 한없이 괴기스럽게 만들었다.


-오,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려 치지직-면 시간이 남았다고요? 그럼 여러분은 정.말. 운이 좋습니다. 시원한 바다에서~ 비키니를 입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던 계획이 사전에 파탄 났다는 걸 일찍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즐거이 웃다가, 음울히 중얼거리다가, 이내 버럭 화를 내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의 크리스마스 장난이라 여기고 별 생각 없이 영상을 시청하던 사람들도 점차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영상을 시청하던 아이들도 그 기괴하고도 광기어린 모습에 놀라 하나 둘 울음을 터트렸다.


‘악마’가 광대의 모습을 빌어 나타났다면서...


어쩌면... 그 모습이 ‘신’을 닮아있어 신을 섬기고 악령을 쫓아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뜻을 가진 티키 가면이 오히려 그 착용자 안에 악령을 가둔 것일지도 몰랐다.


-자자, 지금부터 하와이 개장 끝났습니다. 이제 곧 이곳은 불지옥이 될 거거든요. 킥킥! 안 되도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그럼 모두 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쳐볼까요? 3! 2! 1!!


퍼어어어어엉!!!


그날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산이 폭발했다.


-아하하하하하!! 아, 여러분 그리고 그거 아세요? 방금 터진 분화구 이름이 지직- ‘푸우오오’인 거? 크크큭! 세상에...! 어떻게 분화구 이름이 ‘푸우오오’야!


한참을 재잘대다가 이내 어깨를 잘게 떨어가며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는 괴한... 아니, 테러리스트!

이윽고 분화구에서 용암이 그 이름처럼 ‘푸우오오’거리며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고 있어요...? 빨리 도망쳐야죠. 아하하하하하!!!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이 할 말은 가히 아니었다.


“꺄아아아악!!”


어디선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렇게 이 땅에 혼세(混世)가 도래했다.

용암이 그들에게 닿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음을 알면서도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길이 뚫리는 걸 기다리지 못해 차에서 내려 내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도로는 이내 버려진 차들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일대의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었다.


테러리스트... 일명 ‘티키 조커’의 정체는 특정되지 않았다.

장소는 물론이거니와 그 목적 또한 밝혀지지 않았다.

하와이주 정부는 벌써 수차례 그와 접선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 무산됐다.


티키 조커가 한 행동은 분명 테러 행위였지만, 그 행동양식은 일반적인 테러와는 많이 달랐다.

돈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 목적 또한 불분명했으니까.


보이는 거라고는 그저 끝없는 ‘악의(惡意)’뿐...

대체 무엇을 향한 악의일까?

인간 그 자체를 향한?


이에 티키 조커는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목적 아닌 목적을 말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바퀴벌레 같은 커플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로... 정신 나간 소리였다.

고작 그럼 이유로 테러를 저지른다니.

하지만 재해를 맞이한 사람들은 그 원인에 분석하기보단 하필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한탄하길 택했다.


그는 내일 다른 화산도 폭파시킬 예정이라며 당장 하와이를 떠나라고, 자기 혼자서만 하와이를 독점할 거라고 저 좋을 대로 떠들어댔다.


과연 사람의 힘으로 화산활동을 일으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던가.

하지만 그는 이미 성공했고, 정부로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더욱이 하와이는 화산섬...

탄생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은 활화산이 적지 않았기에 그의 선포는 굉장히 현실적이었고 또한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하와이주 정부는 어떻게든 대책을 짜려했지만, 고작 하루 만에 그 많고 많은 화산들 중에서 테러를 벌일 화산을 특정하는 게 가능할리 없었다.

정부는 결국 본국... 그러니까 미국에 구원을 요청했지만, 작금의 이 악몽 같은 상황은 그 미국마저 테러와의 전쟁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부는 사전진압보단 자국민과 관광객들을 외국으로 안전하게 빼내는 것에 주력했다.


킬라우에아 산의 화산활동이 오래지 않아 멎었기에 모든 것이 우연에 불과하다고 설마 또 테러가 일어나겠냐며 뻗대는 안전 불감증들 또한 있었지만...


-흐음~ 역시 어제의 것만으론 임팩트가 모자랐나보네요... 지직~! 그럼 아쉬우니까 하나 더! 카메~ 하~ 메~ 하아!!!


쿠구구구!!


정확히 시간이 되자마자 일어나는 화산폭발에 사람들은 티키 조커가 결코 허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터진 화산은 마우라노아 산, 일명 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이다.

이제 이것은 비단 하와이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국가 규모의 재앙이다.


-참고로 이건 여러분의 초대 ‘알리 누이(폴리네시아 계에서 군주를 부르는 칭호)’이신 카메하메하 1세 폐하를 부른 것이 아니옵니다. 용 구슬이라고 일본에 유명한 만화가 하나 있는데 거기 대표적인 기술 이름이... 치지지직-!


티키 조커는 마치 연극을 하듯 송구스럽다는 태도로 여느 때처럼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영상이 끊겨 그의 수다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작가의말

마침내 스트레스 폭발!

테러는 ‘거대한 공포’를 뜻하는 라틴어 ‘Terror’에 기원을 두고 있다죠.


참고로 방인은 아직 괄호 안의 글자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상태창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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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4장. 범죄자들의 성역-10 +1 22.12.24 39 1 11쪽
37 4장. 범죄자들의 성역-9 +3 22.11.30 64 2 15쪽
36 4장. 범죄자들의 성역-8 22.11.29 62 2 12쪽
35 4장. 범죄자들의 성역-7 +1 22.11.29 56 1 14쪽
34 4장. 범죄자들의 성역-6 +2 22.11.28 56 4 12쪽
33 4장. 범죄자들의 성역-5 +2 22.11.27 67 2 17쪽
32 4장. 범죄자들의 성역-4 22.11.27 65 1 19쪽
31 4장. 범죄자들의 성역-3 +3 22.11.26 73 2 18쪽
30 4장. 범죄자들의 성역-2 +1 22.11.25 72 3 10쪽
29 4장. 범죄자들의 성역-1 22.11.24 73 1 12쪽
28 3장. 원작 돌입-4 22.11.23 73 3 16쪽
27 3장. 원작 돌입-3 +1 22.11.22 76 2 20쪽
26 3장. 원작 돌입-2 +1 22.11.21 79 4 17쪽
25 3장. 원작 돌입-1 +1 22.11.20 84 5 17쪽
24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2 22.11.20 85 2 15쪽
23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1 22.11.19 83 3 13쪽
22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0 22.11.18 79 5 14쪽
21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9 22.11.17 80 2 14쪽
»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8 22.11.16 85 9 11쪽
19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7 22.11.15 83 6 14쪽
18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6 22.11.14 88 7 15쪽
17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5 22.11.13 89 7 13쪽
16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4 22.11.12 101 7 10쪽
15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3 22.11.11 108 7 14쪽
14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2 22.11.10 102 6 12쪽
13 2장. 원죄를 낳는 자궁, 신이 있는 장소-1 22.11.09 124 6 13쪽
12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11 22.11.08 113 7 13쪽
11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10 22.11.07 129 9 10쪽
10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9 22.11.06 13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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