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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준 기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노동
작품등록일 :
2014.01.01 21:30
최근연재일 :
2014.04.10 00:56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31,001
추천수 :
20,865
글자수 :
20,452

작성
14.01.05 17:22
조회
20,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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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글자
10쪽

5.

이 글에 나오는 일부 명칭, 단체는 허구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글은 픽션입니다.




DUMMY

준석은 멀쩡한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카카오톡 친구목록 한 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새 친구가 등록된 것이다.

프로필에는 배우 최아람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람이 준석의 손에 쥐어주었던 것.

그것은 바로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였다.

연예인 연락처가 자신의 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생소한 광경이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생기는 모양이었다.

준석은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나 참. 그렇게 피를 흘리고도 살아났으니. 한 번 죽었는데 더 놀랄게 뭐있겠냐.’

준석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일단 급한 불은 대충 끈 것 같았다.

더 이상 일을 처리하기도 피곤했기에 준석은 병원 침실에 털썩 드러누웠다.

“정리는 다 된 거 같은데….”

조용한 중환자실에 혼자가 되자, 이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준석은 드디어 슬며시 미소 지었다.

남들은 모르는 그만의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름하여 ‘유토피아’. 미지의 세계로 다시 발을 디딜 생각에 준석은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자, 가자!’

정신을 집중한 채 그곳의 이미지를 그렸다.

다음 순간 준석은 병원 침대에 픽 쓰러졌다.

코까지 골며 널브러진 모습은 영락없이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


“…됐어!”

바위산에 떨어진 준석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근처에 책이 있었다. 책 근처로 소환되는 모양이었다.

이동이 성공했다.

손톱만큼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유토피아는 온전한 실제 세계였던 것이다!

준석은 다시봐도 신기한 넓은 세계를 둘러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침이었던 이곳은 어느새 밤으로 변해있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상쾌한 공기가 콧속까지 전해졌다.

밤하늘에는 수없는 별무리가 빛나고 있었다.

광활한 하늘이 마치 땅을 짓누를 듯 했다.

‘어느 정도가 되어야 밤낮이 바뀌는 거지?’

지구와는 시간관념이 다른 모양이었다.

아직 이 세계에 대해서는 바보나 다름없는 준석이었다. 뭐가 있을지 몰라 불안했다.

하지만 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버렸다.

시간은 많고 앞날은 창창하다. 모든 것은 알아 가면 되었다. 초보자를 배려해 가이드북도 친절하게 준비되어 있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준석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철저히 이용해서 모두 뽑아내 주지.’

자산이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가장 먼저 뇌리를 스쳐간 것은 천명우의 재수 없는 면상이었다.

삼수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미친 듯이 웃어대던 그 녀석.

‘이제 내 차례다. 나는 딱 당한 만큼만 되갚아 준다.’

다시 만난다면 한껏 비웃어 주리라.

준석은 주먹을 굳게 쥐며 그렇게 결심을 했다.

“어이 꼬맹이!”

약간 떨어진 곳에서부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석은 이내 미소를 활짝 지으며 소리의 근원지로 가볍게 달려 나갔다.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는가. 준석의 생명을 구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인데.

분지 한가운데에 3명의 난쟁이들이 모닥불을 쬐고 앉아있었다.

한명은 가죽 담요를 두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난쟁이가 준석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왔네!”

“기다리다 목 나가겠다 이놈아!”

“하하하! 처리해야 될 일이 많았어요. 기다렸죠?”

준석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난쟁이들의 투박한 손바닥이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잡았다.

만화영화에서나 보던 작달막한 손이었다.

준석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몫인 가죽 담요를 둘렀다.

유토피아의 날씨는 약간 쌀쌀했다. 하지만 그렇게 추운 정도도 아니었다.

모닥불을 피워놓으니 따듯하기만 했다.

준석 일행은 통성명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신나게 일 해봤다 꼬맹이. 하하! 내 이름은 토디르 알트. 멋쟁이 토디르다.”

정수리가 까진 탈모 난쟁이가 훈훈한 포즈를 잡고 손을 내밀었다.

자신이 꽤나 잘생긴 줄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준석이 보기에는 원형탈모의 술주정뱅이 아저씨를 떠올리게 했다.

준석은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젊은 인간, 훌륭한 일꾼이군! 나는 미허크 울딘이다. 이래봬도 아카데미 졸업생이라고. 여자들이 줄을 섰다는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허허허!”

“예끼! 3수나 해서 겨우 붙은 주제에!”

미허크는 안경을 쓴 덥수룩한 난쟁이였다. 토디르의 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웃긴 모양새였다.

미허크는 그래도 아카데미를 나왔다는 것이 뿌듯한지 기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준석은 그의 손을 잡으며 한숨을 토했다.

자신은 이제 3수를 넘어 4수를 바라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토디르는 자고 있던 난쟁이를 툭툭 치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무식한 놈은 악셀 호드만이라고 유명한 놈인데, 때려 부수다가 경비대에 쫓겼다나 뭐라나. 푸하하!”

자다 일어난 악셀은 귀찮다는 듯이 준석의 손을 잡았다. 오랜만의 노동이 고됐던 모양이었다.

볼에 흉터가 많고 셋 중에서도 덩치가 제일 컸다.

준석은 비록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셋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저는 이준석이라고 합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왔고요. 이곳에 오기 좀 전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난리를 피웠던 것입니다. 하하.”

준석은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흥미로워했다. 다른 별에서 왔다는 사실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하여튼 준석은 아까 전의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탈것에 치였다고 이야기하니 그들도 준석의 행동을 이해했다.

잠시 대화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드디어 미허크가 입을 뗐다.

준석이 가지고 있는 책을 가리킨 채였다.

이곳의 비밀을 가장 많이 담고 있을 열쇠. 바로 가이드북이었다.

미허크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자다가 조금 읽어봤다. 이제 우리는 운명 공동체니, 일단 알아낸 걸 설명해 주마.”

그렇게 미허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곳은 유토피아라 불리고,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든 세계란 것이다.

여기서 얻는 정수는 소원을 이루는 데 사용되었다.

준석이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이곳에 초대받는 자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뉘었다. 종족, 그리고 소환사.

처음 준석이 뒤졌던 카드 더미가 종족이었다.

전투 개미나 광부 난쟁이 등 한 종족을 통째로 일컫는 말이다.

종족은 소환사가 원하면 무작위로 선택되었다. 그리고 초대장이 발송된다.

소환사는 좀 다른 경우였다.

이들은 직접 선택을 받는다. 현실세계에서 불행한 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소환사는 정수를 사용해 종족 일꾼을 더 소환하거나, 다양한 건물을 지어 세력을 늘릴 수도 있다.

‘말하자면 전략 시뮬레이션이지.’

정수를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 이치였다.

정수를 유토피아 세계에 퍼붓기는 아깝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정수를 써야했다.

그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소환사에게는 큰 숙제였다.

실리를 챙기느냐 오래 살아남느냐. 그것이 딜레마였다.

“그런 것이군요….”

준석은 미허크의 이야기를 듣자 전율이 치솟았다.

이것은 어찌 보면 한 판의 거대한 게임이었다.

선택받은 자들의 게임!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좌우될 수 있었다.

아랍 부자가 부럽지 않은 거부가 될 수도 있고, 외모를 고치고 연기력을 올린다면 엄청난 배우가 될 수도 있을 터!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린 것이다.

“크흐흐.”

이야기를 이해한 준석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하와이 별장에서 수백 명의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그는 토디르와 눈을 마주쳤다.

토디르는 자신의 빈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벌써부터 풍성한 머릿결을 손에 넣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넷은 꿈에 부푼 미소를 지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십여분 동안이나 실실거리던 그들은 꿈에서 깨어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을 해도 자원을 얻고, 사냥을 해도 얻고, 우리 모든 행동에 정수가 달려있는 거잖아요. 그럼 시간을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유리해질 수밖에 없어요.”

“꼬맹이, 똑똑한데?”

준석은 책장을 휘리릭 넘기며 대강 가설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건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시스템이었다.

생산 대국으로 가던, 약탈자가 되던, 아니면 신비한 마법을 연구할 수도 있었다.

극의에 다다를수록 정수를 많이 얻는다고 책장에 쓰여 있었다.

한마디로 테크를 잘 타라는 소리였다.

‘초반 저글링 러시를 할지 뮤탈테크를 타던지 선택하라는 소리구나.’

종족의 특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어떻게 발전될지는 미지수였다.

각자의 소환사들은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준석은 어느새 페이지의 마지막을 넘긴 것을 알아차렸다.

거기에는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짤막하고 간단한 글귀였는데, 그것이 준석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다음 순간 준석은 눈을 부릅 떴다.

그는 곧이어 난쟁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유토피아에서 사망한다면… 초대 자격을 박탈당하며 영영 돌아올 수 없소.”

“…뭐라고!”

“그게 진짜냐, 꼬맹이!?”


작가의말

생존투쟁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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