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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해서 반려용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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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스
작품등록일 :
2024.02.12 17:38
최근연재일 :
2024.02.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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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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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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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화

DUMMY

“떡볶이요?”


에린이 물었다.


“그게 뭔데요?”

“가보면 알아. 아마 좋아할 거야.”


한국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떡볶이를 즐겨 먹는다.

이한준은 에린에게 또래 아이들이 잘 먹는 음식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영선시장을 찾았다.


“우와··· 여기에 사람들이 몰려있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처음 봐요!”

“하하하. 그래? 출근길 지하철 보면 기겁하겠네···.”

“네? 지하철이 뭐예요?”

“음··· 일단 먹자. 아저씨가 차차 설명해 줄게.”


이한준은 그의 단골집이던 시장 떡볶이집에 들어갔다.

어렸을 적 보육원 시절에는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지만, 취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멀어졌던 곳이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마지막으로 이곳 영선시장 떡볶이집을 방문한 게 10년도 더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 할머니는 아직도 잘 계실까···?’


이한준이 돈 없고 서러운 고아 시절, 떡볶이 사 먹을 돈이 없어 시장 바닥에서 방황할 때 주인 할머니가 오뎅 국물 마시는 종이컵에 떡볶이 서너 개를 넣어 챙겨주시곤 했다.

이한준은 그때 먹었던 매콤달짝한 떡볶이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어서 오세요! 와우! 키가 대단히 크시네. 뭐 드릴까?”


떡볶이집에 들어가니 젊은 여자가 활기찬 목소리로 그들을 맞아주었다.

이한준은 모자를 푹 눌러써 새빨간 머리카락을 감췄지만, 2m의 신장은 숨기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그는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신세였다.


“떡볶이 2인분이랑 꼬마김밥 한 개 주세요.”

“네~! 8천원입니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한준은 10년전, 15년 전에도 봤던 똑같은 가판대와 조리대를 보면서 눈앞의 젊은 사장이 주인 할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았음을 짐작했다.


젊은 여사장은 능숙한 솜씨로 스윽 스윽 떡볶이를 퍼 담더니 쑥색 멜라민 접시에 담아 건넸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이 그들 눈앞에 놓였다.


“자! 어서 먹자.”

“아저씨, 음식이 빨개요.”

“빨간 고추로 고그를 만들어서 그래. 조심해. 조금 매울 수 있다. 물이랑 같이 먹어.”

“헤헤. 저 뭐든 잘 먹어요.”


에린은 떡볶이를 한입 가득 입에 집어넣었다.


“우와··· 씹히는 맛이 엄청 쫄깃해요! 그런데 달콤하면서도 중독되는 맛인데··· 이거 안 매운데요! 엄청 맛있어요!”

“입맛에 맞으니 다행이네, 이건 김밥이라는 건데,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봐. 꽤 맛있을걸?”


이한준은 자신도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었다.


떡에서 살짝 매콤하면서도 우직하게 깊은 국물 맛이 배어나왔다. 그가 상상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이한준은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


“아저씨··· 너무 매워서 우는 거에요?”

“아냐, 울긴 누가 운다 그래··· 에린 너 안먹으면 아저씨가 떡볶이 다 먹어버린다!”

“으앗! 안돼! 나도 떡볶이 먹을 거예요!”


에린은 화들짝 놀라 떡을 한가들 입에 쑤셔 넣었다.


이한준은 그 모습을 보고 볼이 부푼 다람쥐가 떠올라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때 젊은 주인이 와서 물었다.


“음식이 입에 맞으세요?”

“네, 아주 맛있네요. 정말 오랜만에 먹는 추억의 맛이에요.”


이한준이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그녀는 깜짝 놀라했다.


“어머, 저희 집에 오신 적이 있으셔요? 제가 오신 분을 거의 다 기억하는데, 처음 뵌 거 같아서요.”

“어릴 때 온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쯤인가요···?”

“아··· 그러셨구나··· 그때는 할머니가 가게를 보실 때네요.”

“네, 맞아요. 혹시 할머니는 아직 잘 계신가요?”

“치매에 걸리셔서 집에서 요양하고 계세요.”

“헉!”


이한준은 덤덤히 대꾸하는 여사장을 보며 깜짝 놀랐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삶도 파괴하는 무서운 병.

남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괜찮으세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괜찮지 않지만, 별수 있나요? 사실 할머니께서 치매에 걸리신 지 꽤 되셨어요. 그래도 할머니의 인생 그 자체였던 이 떡볶이집을 내놓기가 뭐해서 그냥 제가 물려받기로 했어요. 어떻게 할머니 손맛을 잘 따라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엄청 맛있습니다. 10년 전 그 맛 바로 그대로예요.”


이한준은 그녀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풋··· 감사해요···. 저는 외국분이 이런 시장 변두리까지 와주셔서 저희 떡볶이를 사주시는 게 참 감사하고 어떻게 보면 힘이 돼요···. 이런 걸 보면 그래도 우리 할머니가 장사는 잘하셨구나··· 생각이 든답니다.”


그녀의 눈에는 빨간머리에 초록빛 눈을 가진 이한준이 외국인으로 보이는 듯했다. 같이 온 에린도 후드를 뒤집어써 귀를 가렸지만, 겉모습만으로는 북유럽 미소녀를 연상케 하는 외모였다.


이한준은 굳이 그녀를 정정하지 않고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할머니께서 단순히 떡볶이만 판 게 아니라 따뜻한 정을 나눠주셨죠. 이곳 영선시장 떡볶이집은 저에게 최고의 음식점입니다. 물론 지금 사장님도 최고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여사장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크흠···.”


저도 모르게 떡볶이집 할머니와 손녀사장을 폭풍 찬양한 이한준이 쑥스러움과 어색함을 못 이겨 헛기침을 했다.


주인 역시 무안했는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돌아갔다.


이한준이 그녀와 대화에 빠져있는 동안 에린은 떡볶이와 김밥을 다 먹어치운 상태였다.


“우와, 에린 너 입맛에 맞았구나?”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그런데 너무 맛있어요!”

“거봐, 여기 오길 잘했지?”

“네!”


그때 가게 주인이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건 서비스에요.”


그녀는 종이컵 2개에 어묵 꼬치를 하나씩 담아 두 사람에게 건넸다.


“와, 감사합니다. 여기 어묵도 참 맛있는데···.”

“우와!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기쁜 에린이 사장에게 밝게 감사를 표했다.


그녀는 에린에게 슬쩍 윙크를 보냈다.


“아··· 잘 먹었다. 우리 집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에게도 떡볶이좀 사다 줄까?”

“네, 완전 좋아요!”


이한준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떡볶이 25인분 어치를 추가로 포장 주문했다.


“안녕히 가세요!”

“네, 꼭, 또 올게요.”


이한준은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재방문 의지를 밝혔다.



* * *



이한준은 더 지체하지 않고 그냥 이세계로 돌아가기로 했다.


옛 추억을 떠올려준 떡볶이는 좋았지만, 왠지 이 추억은 과거 이한준의 것이라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현자의 돌로 다시 태어난 이한준은 한국에 설 자리가 없었다.

1년의 공백은 그를 사망자와 다를 바 없는 실종자 취급했고, 이제 달라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한국 어디에도 없었다.

그의 내면은 그대로라지만, 이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이한준의 존재를 지운 채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그가 37년 동안 아등바등 생존해왔던 한국은 이한준 한 명이 사라져도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그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


“웜홀”


이한준이 미련없이 5레벨 차원이동 대지마법을 시전했다.


현자의 돌 힘을 흡수하고 심장에 9개 마나 서클을 만들어 낸 뒤로 어떠한 마법도 문제없이 시전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의 시야는 다시 뒤집어졌다.



* * *



“그린핑거! 나 돌아왔어! 내게 뭐 가져왔게?”

“나도 왔어, 돌니! 어딨니!”


흙벽과 돌, 나무로 된 그들의 집을 보자 이한준과 에린이 반가움에 소리쳤다.

그 둘은 이곳 식구들에게 어서 떡볶이를 맛보여주고 싶었다.


“이제야 왔는가? 나는 자네가 안 돌아올 줄 알았네.”


그린핑거가 어색해하며 이한준을 맞아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안 돌아온다니··· 이거 섭섭한데?”

“자네가 웜홀 너머로 떠난 지 한 달이나 되지 않았나?”

“뭐, 한 달?”


이한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와 에린은 한국에서 하루만 있다가 당일에 돌아왔다.

그런데 한 달이라니···.


아무래도 차원 간 이동에 시간이 뒤틀려버린 모양이다.


‘하긴 여기서 두 달 남짓 있다가 한국에 갔는데, 1년이 넘게 지나 있었지···.’


이한준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한 달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1년이었다면? 아니, 100년, 1,000년이 지났다면 나는 여기 친구들과 영영 헤어질 뻔했군.’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 작별은 결코 그가 원하지 않는 최악의 방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린과 함께 이동해서 시간의 왜곡이 둘 사이에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때,


“까아···!”


갑자기 그에게 송아지만 한 초록빛 물체가 달려들었다.


“으앗! 뭐야, 이건?”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저도 모르게 덮쳐오는 녀석을 흘린 이한준이 질문했다.


“뭐긴 뭐야. 드래곤 해츨링이지. 용케 자네를 알아보는구만.”


이한준은 그린핑거의 말을 듣고 해츨링을 쳐다보았다.


작은 새끼 드래곤은 몸에 비해 다소 커 보이는 머리와 똘망똘망한 눈을 가졌다.


“나 없는 사이 알에서 깨어났구나! 축하한다, 꼬마 친구.”

“꾸까까? 꺄오오···”


드래곤은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그르렁대며 이한준에데 달라붙었다. 녀석은 기분 좋은지 눈은 감은 채 이한준에 몸에 머리를 비벼댔다.


“저 녀석 제 주인은 알아보네. 내 말은 절대로 안 듣는 다네. 못된 녀석···. 어찌나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지?”

“하하. 그래? 이렇게 귀여운데, 봐줘야지 어쩌겠어. 하하하!”


이한준은 귀여운 새끼 드래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우와! 드래곤이다! 너무 귀여워요!”


에린도 덩달아 호들갑을 피웠다.


그린 드래곤의 해츨링은 제 어미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달랐다.

녀석은 어미처럼 비늘이 짙은 녹색이 아닌 밝은 에메랄드빛이었는데, 햇빛을 받으면 진짜 보석처럼 빛났다.

아마 이그드라실 마나 덕분인 듯했다.


“이 녀석 이름은 뭘로 하면 좋을까···?”


이한준은 그레카의 충고를 떠올렸다.

그녀처럼 함께하는 모든 생물들을 애정으로 대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음··· 에메랄드 이그드라실 합쳐서 ‘에실’ 어때?”

“까, 까까!”


새끼 드래곤이 마음에 드는지 웃었다.


“끼익? 한준이냐?”


그때 멀리서 비버, 돌니가 자신의 식구들과 걸어왔다.

녀석들은 저마다 나무 갈퀴나 삽 등의 도구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그가 없는 사이 댐과 집을 완성하고 농사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오, 돌니! 어서 와!”

“한준! 우리를 두고 어디 간 거냐! 끼익!”

“그래 미안해, 이제 안 갈게. 그럼 다들 모였으니까, 이거 좀 먹어봐.”

“이게, 뭐냐? 끼이익?”

“먹어보면 알어.”


이한준은 씨익 웃으며 에린과 눈을 마주쳤다.

에린은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깔깔거렸다.


“하하하하하!”


이한준은 한국에서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그의 집은 이제 이곳, 드래곤산맥이었다.



* * *



“이보게, 한준, 떠바끼 더 없나?”

“바보야, 떡볶이라고 몇 번 말해!”

“크···흠··· 그래 떡볶이. 맛이 괜찮구먼.”


그린핑거가 에린과 투닥거리면서도 떡볶이를 더 찾았다.

그의 입에도 잘 맞는 모양이다.


“이거 어쩌냐··· 너네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지···.”


이한준은 그린핑거와 17마리 비버가족을 생각하여 넉넉하게 25인분을 싸 왔지만, 음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드래곤이 태어난 것이다.


욕심쟁이 새끼 드래곤 에실은 떡볶이를 한가득 입에 넣고 하늘로 날아 도망갔다.


그린핑거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쫓아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에실 녀석이 가져온 떡볶이 1/3을 먹고, 나머지를 나눠먹게 되었다.


“음··· 그렇게 좋아하면 내가 직접 만들어 볼게.”

“네? 만든다고요? 아저씨가 할 수 있어요?”


에린이 놀라 큰소리로 물었다.


“떡은 쌀로 만드니까, 일단 벼를 구해 심고··· 고추랑 설탕··· 또 뭐가 필요하지···? 음···.”

“그런 거를 다 어디서 구하죠?”

“여기도 사람 사는 도시가 있지 않나? 한번 시장에 가볼까?”

“좋아요!”


이한준은 에린을 데리고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엘프의 마을, 알프헤임에 가본 적은 있지만, 이곳에서 사람이 사는 도시에 가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마법과 농사, 연금술에만 매몰되어 있어 다른 것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던 그였다.


‘이제부터는 즐기면서 살자. 앞으로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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