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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귀농해서 반려용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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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스
작품등록일 :
2024.02.12 17:38
최근연재일 :
2024.02.24 19:5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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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78

작성
24.02.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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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DUMMY

다음날 이한준 일행은 마녀의 집으로 떠났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시덤불이 흉측스럽게 외관을 덮은 오두막.

네르티티의 화려한 외모와 매치 안 되는 허름한 건물이었다.


“목조 바탕에 외관에만 석조를 섞어 놨네.”

“네???”

“아, 아무것도 아냐.”


건축사 직업병이 도진 이한준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녀의 집은 낡아 보였지만 기본 뼈대가 튼튼해 보였다.


‘여기를 해체하면 쓸만한 자재들을 건질 수 있겠군···.’


그는 흙벽으로 세운 자신의 움막을 떠올렸다. 어떻게 보수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눈앞의 낡은 집은 어떤 보물보다도 탐스러웠다.


그때 집 안으로 들어간 에린이 벽난로 앞에서 말을 걸었다.


“아저씨. 혹시 마녀의 호문클루스 데려왔어요?”

“응. 마녀와 함께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챙겨왔지. 왜?”

“마녀의 비밀 창고에 들어가려면 필요해서요.”

“그런 것도 있어?”


네르티티의 오두막은 전혀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구조였다.

이한준은 비밀 창고라는 말에 내부를 둘러보았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호문클루스를 가까이 가져가 보세요.”


불을 피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지마법으로 찾은 부싯돌을 나이프로 두어 번 긁자 불꽃이 만들어졌다.


정상적으로 타오르던 마녀의 벽난로 불길이 호문클루스를 꺼낸 순간 화르륵 사람 키보다 높게 치솟았다.


“오! 불이 바뀌었어!”


신기해하는 이한준이 호문클루스가 든 유리병을 불에 가까이 가져대었다. 플라스크 속의 작은 인간, 호문클루스가 놀라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요.”

“음··· 이렇게?”


이한준이 겁에 질린 호문클루스를 무시하고 벽난로 불 가까이에 가져대었다.


“엇?!!”


불의 색이 푸르게 바뀌었다. 청록색, 파란색, 보라색···.

오래전 중학교 과학실습에서 화학원소의 고유 불꽃색을 관찰하던 생각이 났다.


“이제 불 안으로 들어가면 돼요.”


에린의 목소리가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이한준을 깨워주었다.

그는 불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살짝 멈칫했으나 느껴지는 마나가 왠지 모르게 친근했다.


이한준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푸르게 타오르는 불 속으로 성큼 한 걸음 내딛었다.


“우와···!”


푸른 불 너머 마녀의 비밀 창고는 완전 새로운 세계였다.

바닥과 벽 천장은 전부 훌륭한 대리석으로 마감되었고, 벽장에는 각종 서적과 시약병, 동물 박제, 수집품 등으로 빼곡했다.


“역시 마녀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기하학적으로 얽히고 꺾인 유리 튜브와 플라스크 더미를 구경하던 이한준은 성인도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가마솥을 발견하고 아이처럼 감탄했다.

상상했던 마녀의 집 이미지 그 자체였다.


“아저씨 여깄어요.”


그때 에린이 호두알 만 한 연두색 물체를 하나 들고 왔다.

신비롭게 은은한 빛을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씨앗이었다.


“이게··· 그거 맞어? 이그드라실···?”

“네! 맞아요!”


이한준은 이그드라실 씨앗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는 뭐든 게 순조로웠다.


“그러면 이제 내 텃밭에 이그드라실을 심을 수 있는 건가? 마녀에게 말하지 않았던 방법이 있다고 했지?”

“네, 엘프 마을에 있는 ‘시초의 샘물’을 같이 부어주면 돼요.”

“뭐? 엘프 마을? 너가 살았던 그곳 말하는 거야?”

“네, 맞아요.”

“거긴 또 어디 있는데? 멀리 있어?”


이한준의 질문에 그린핑거가 끼어들었다.


“귀쟁이 마을은 여기 드래곤 산맥을 넘어 동부 ‘프로반트 왕국’쪽으로 한 달은 걸어야 할 걸세. 가는 길도 험하고, 결론적으로 고생해서 도착한다 해도 귀쟁이 놈들이 환대해줄 리도 없지.”


그린핑거와 늘상 티격태격하던 에린이 발끈했지만, 아무 반박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저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음··· 그렇다면 당장 엘프 마을에 가기는 힘들 거 같네. 아무래도 이그드라실은 기다렸다가 여유가 되면 심는 걸로 하고···.”


이한준은 살짝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에린이 그보다 더 실망한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한준에게 도움이 못 되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듯했다.


“뭐, 괜찮아! 여긴 마녀의 비밀 창고니까 쓸만한 게 많겠지!”


이한준이 괜히 호들갑을 떨며 주위를 살폈다.

그때 마녀의 책장을 살피던 그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어? 이건 또 뭐지? ‘연금술사 메뉴얼’? 이걸 보면 포션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건가?”

“쉽진 않을걸세. 자네는 이미 가이러스의 인도에 따라 대지마법의 길로 들어선 몸.”


중얼거리는 이한준의 말을 들은 그린핑거가 참견했다.


“대지마법이랑 연금술이랑 무슨 상관인데?”

“처음 ‘마나의 길’을 걸은 자는 자신도 모르게 신체의 마나가 해당 속성에 고정되지. 즉, 처음 대지마법을 사용했으면 앞으로 대지마법을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아도 다른 분야의 마나를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네. 아니, 사실 불가능하지.”

“연금술도 마법인가?”

“초보적인 재료 배합은 문제없겠지만, 상위급 포션을 제조하려면 술사의 고유 마력이 필요하지. 그 점을 말한 것일세.”


그린핑거의 설명에 이한준은 세상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


“그럼 난 이제 평생 연금술을 못 배우는 거야? 그리고 다른 마법도? 이럴 수가··· 마법사의 로망인 파이어볼, 투명화, 투시력은 어쩌고···.”


마법에 대한 왜곡된 열망을 드러낸 이한준이었다.

파이어볼은 그렇다 쳐도, 투명화와 투시력이 왜 필요한지는 의문이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한준이 ‘연금술사 메뉴얼’을 펼쳐 보았다. 책 안에는 각종 포션과 연금술 제작 아이템, 그리고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가 나와 있었다.


“와, 이건 ‘상급 마나 포션’ 레시피아냐? 여기에도 마나베리가 들어가네? 쩝··· 아깝다···.”

“직접 만드는 건 포기하게. 나중에 마탑에서 구할 수 있으니.”


이한준은 정말 아쉬웠다.

상급 마나 포션을 만들 수 있다면 그는 단시간 내에 마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그가 목표로 하는 5레벨 마법―‘웜 홀’도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할 수 없지··· 이그드라실 씨앗을 얻은 걸로 만족해야겠다.”


그때,


“이한준님이 상급 포션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 쪽에서 소리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구야? 방금 뭐라고 말하지 않았어?”


이한준이 두리번거렸다.


“바로 접니다.”


목소리의 원천을 찾아낸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문클루스!!!”


목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병 속의 호문클루스였다.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인간이 이한준을 향해 서 있었다.


“안녕하신가요? 저는 호문클루스, 카리스입니다.”

“우와아아악! 조심하게! 저 요물이 불덩이를 쏠 거네!”


그린핑거가 호들갑을 떨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 모습에 얼굴이 굳어진 이한준.


“호문클루스! 말을 할 줄 알았나?”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한준님이 어떠한 인간인지 파악하기 위해 우선 침묵 속에서 관찰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흠··· 그래거 파악은 다 되었나?”

“네, 이제는 충분합니다. 늦었지만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생명체, 호문클루스, 카리스라고 합니다.”


플라스크 속 작은 인간 카리스가 마치 예절을 갖추는 듯 양팔을 벌리며 허리를 굽히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 카리스, 네르티티의 복수를 할 셈이냐?”

“아닙니다. 이제 저와 그 여자의 연은 무효가 되었으니까요.”

“무효? 네르티티가 너를 만든 거 아냐?”


질문을 던진 이한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호문클루스가 든 병을 거세게 움켜줘었다. 여차하면 바닥에 내던져 병을 깨고 녀석을 짓이겨 버릴 심산이었다.


“저와 그녀의 관계는 인간들이 생각하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라기보다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더 가깝습니다. 애초에 네르티티 그녀는 다른 생명을 자신과 동급이라고 여기지 않지요.”


호문클루스 카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에린을 바라보았다.


일행의 시선을 받은 에린은 그 말에 동의하는 듯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문클루스가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한준님 덕분에 네르티티와의 주종관계에서 벗어났으니. 어떻게 보면 이한준님이 저의 은인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래?”


이한준이 냉정한 눈으로 작은 인간, 호문클루스를 한참 쳐다보았다.


카리스의 작은 눈에서 왠지 모르게 진심이 전해오는 듯했다.


“좋아, 일단 너의 말을 믿지. 그런데 내가 연금술을 익힐 수 있다는 건 뭔 소리야?”

“말 그대로입니다. 이한준님은 타고난 자질 덕분에 남들에게 불가능한 복수의 마나 경로를 채택하실 수 있습니다.”

“뭐? 타고난 자질···?”


이한준은 호문클루스의 설명에 귀가 번쩍 뜨였다.


“아니, 여기 그린핑거 말로는 내가 타고난 마력이 부족해서 사실 원래는 마법사 후계 자질도 없다고 그랬는데···?”


순간 손바닥보다 작은 호문클루스가 웃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이한준님의 선천적인 마력 농도는 오히려 정상인보다 살짝 짙은 수준이지요. 누군지는 몰라도 선대 마법사라는 분이 꽤 엄격한 기준을 삼으셨던 모양입니다.”

“뭐야··· 진짜 그랬어? 그린핑거?”


이한준이 얼빠진 표정으로 노움을 바라보았다.

그린핑거는 그것도 몰랐냐는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대마법사 타이틀이 카드 노름으로 딴 줄 아나? 가이러스 같은 인재는 천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천재일세.”

“아오··· 지금까지 그런 천재를 나랑 비교 한겨? 그 잘난 후계자 자격이 있는 사람을 퍽이나 잘 찾았겠다.”

“그래서 자네에게 줬잖은가?”

“으이···.”


그린핑거에게 따지려고 들던 이한준은 결국 할 말을 잃었다.


“좋아. 마법사 자질은 그렇다고 쳐. 어차피 이미 마법사가 됐는데, 뭐. 이제와서 빠꾸라도 하겠어? 아까 말한 타고난 자질이란 게 뭐지?”


이한준이 호문클루스에게 묻자 녀석은 옅게 미소를 띄우며 설명했다.


“이한준님의 마력은 종류가 다른 마나를 상충 없이 포용할 수 있지요. 초대 연금술 마스터 파라켈수스에 의하면 그런 희귀 자질을 ‘폴리마나’라고 부릅니다.”

“폴리··· 뭐?”

“폴리마나입니다.”

“그래, 아무튼 나도 연금술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도자 없이 홀로 완벽한 결과를 만들 확률은 낮습니다.”

“흠··· 연금술사를 찾아서 가르쳐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일단 중요한 건 챙기자.”


이한준은 신이 나서 ‘연금술사 메뉴얼’을 포함한 스킬북과 플라스크 등 장비들을 챙겼다.


“한준, 자네 진짜 연금술도 익힐 생각인가?”


그린핑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대지마법과 다른 마나 수련법이 중복되는 게 신경 쓰이는 듯했다.


“응. 손해 볼 건 없잖아? 그리고 나는 타고난 체질이라며? 폴라마나였던가···? 이런 재능을 썩이는 것도 아깝지.”


이한준의 명쾌한 답변에 그린핑거는 입을 다물었다.


“이한준님.”


갑자기 병 속의 호문클루스가 말을 걸었다.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무슨 거래?”

“저를 도와주시면 이한준님이 엘프의 마을에서 ‘시초의 샘물’을 얻을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호문클루스 녀석은 조용히 숨어있는 것 같더니 어느새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한준은 귀가 솔깃했지만, 짐짓 관심 없는 척했다.

수년간 하청업체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법을 터득한 이한준 과장이었다.

그는 투자 빼고 거의 모든 방면에서 탁월했다.


“굳이 너가 아니라도 여기 에린과 함께 가면 샘물 따위는 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럴 수 있지요. 혹시라도 엘프 수호법제가 여신의 신탁을 받고 이한준님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말입니다.”

“그렇게 절차가 복잡해?”

“엘프들의 신탁 절차는 이제 형식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엘프 여신 ‘헤르미스’님의 마지막 신탁은 1,500년 전 이었습니다.”

“뭐? 천 오백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이한준이 뜻하지 않은 정보에 살짝 당황했다.


잠자코 지켜 듣던 그린핑거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대충 그 정도 되는 것 같구먼···.”


이한준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1,500년 동안 닫혀있던 신탁이 갑자기 그를 위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호문클루스와 거래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럼 너가 말했던 조건이 뭔데?”


병 속 안의 작은 인간, 카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와 제 형제자매들을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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