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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69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3.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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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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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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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DUMMY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있는 로비가 시끌시끌했다.

나도 쑤시는 삭신을 부여잡고 그들 사이에 껴서 무슨 얘기인지 엿들었다.



"영지전이 발발할거란 소문이 돌던데."

"오늘 아침에 마슈 후작의 전령이 왔다갔다던데."

"한동안 잠잠했는데 왜 하필 내가 있을때 이런 일이 생겨!"



영지전? 

마슈 후작이라면 그 국경수비대 총사령관인 마슈 드 아르굴리 후작?

진짜? 레알?

그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영지전을 해?

갑작스런 소식에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그런 불안한 공기가 만연한 가운데도 제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드류 형이었다. 

의외로 이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이었다.



"형은 괜찮아요?"

"응 뭐가?"

"곧 영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데요."

"어? 영지전, 그게 뭐야?"

"......먹는거 있어요. 맛있는거."



너무 무식하면 흔들림도 없나보다.

그렇게 평소보다 소란스런 와중에 오늘따라 유난히 구두굽 소리를 크게 울리며 집사장님이 들어오셨다.

그 무언의 압력에 다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평소와 다르게 다들 집사장님을 보는 시선에는 불안, 초조함이 깃들어있었다.

누군가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상황을 설명해 주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집사장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꼿꼿한 자세로 서서 평소와 다름없는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봤다.

집사장님하고 시선이 마주칠때마다 다들 죄지은 사람마냥 목을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분위기는 분명했다.



"그럼 오늘도 맡은 일에 부족함이 없도록 부탁합니다."



평소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말을 아끼시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간결했다.

할말 다했다는듯 뒤돌아 서려고 하시는 그때, 군중 안에서 누군지 모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로 영지전이 시작되나요?"



절박하고 다급한 목소리였다.

비록 한사람의 목소리였지만 전부의 마음이기도했다.

다들 집사장님의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했지만 집사장님은 무심하게도 등 너머로 한번 흘끗 봤을뿐 더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다들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럼 레이지 난 저쪽부터 시작할테니 넌 여기부터 시작해."

"예 알겠습니다."



다들 일은 하고 있는데 어딘가 조금씩 나사가 빠진 모습이었다.

아침식사 자리에 있던 집사 형의 말로는 정말 드물게도 백작님이 급하게 출타하셔서 가족들과의 아침식사 자리에도 참석하지 못하셨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필리아 아가씨를 제외하면 다들 낯빛이 어두웠다고 한다.

이걸로 영지전이 발발할 거라는 소식이 아주 근거없는 소문이 아니게됐다.

발없는 소문이 멀리 간다고, 핸드폰도 없는 이 세계에서 소문이 퍼지기 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소문은 무성해지는데 아무도 나서서 중재를 하지 않다보니 소문에 유언비어까지 더해져 겉잡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는 당장 내일, 마슈 후작이 이끄는 군대가 당도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비록 상황이 이렇긴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는 것 만큼 멍청한 일은 없었기에 일단 나름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먼저, 가장 지금 사건에 핵심에 있는 탈리스만 가의 아리아 아가씨에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막 아리아 아가씨의 방이 있는 층에 올라서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보이는 집사장님의 모습에 황급히 몸을 숨겼다.

너무 놀래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자 아리아 아가씨 방문 앞을 철통같이 지키고계신 집사장님이 보였다.

마음 약한 아리아 아가씨한테 물어보려 오는 나같은 사람 때문에 서 계신게 분명했다.

반대로 말하면 영지전이 있을거라는 소문이 아주 뜬소문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되면 플랜B였다.



"기사님들 안 오시나?"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작은 연무장에서 세 기사님들을 기다리며 평소하듯 체력훈련과 검 휘두르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 노을이 지고 하늘이 어둑해질 때까지 세 기사님들은 작은 연무장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이로써 플랜B도 실패다.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들어선 기숙사는 이미 혼돈의 카오스였다.

무분별한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고, 모였다 하면 다들 그 얘기뿐이었다.

그 와중에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불안감만 가중될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설령 내가 모든 정보를 알게 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봐야 나는 아직 집사도 못 된 일개 견습집사일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당하기만 하는 건 너무 기분 더럽지 않아?

결국 마지막 선택은 계획에도 없던 플랜C였다.

난 일단 침대 옆 협탁을 옮기고, 바닥의 나무판자를 들춰냈다. 

거기엔 내가 지금까지 탈리스만 가에 들어와 받은 봉급이 모조리 들어있었다. 

다행히 어린데도 불구하고 저축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있어서 그런지 제법 두둑한 돈이 모여있었다.

그걸 모조리 챙겨들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뒤 조심히 방을 나섰다. 



"어디보자 분명 드류형이 여기 어디쯤이라 그랬는데......."



내가 지금 찾는 건 비밀통로다.

드류 형 말로는 집사나 하녀들이 밤 나들이를 하려고 5년 전쯤에 몰래 만들어 둔거라 했다.

물론, 이 일은 집사장님은 물론 경비들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

들키는 날엔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일이지만 젊은 날에 혈기로 무모한 일을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보다.

뭐, 덕분에 나도 이렇게 몰래 나갈 수 있는거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 형은 도대체 비밀 통로가 어딨다는 거야?

설마, 잘 못 가르쳐 준 건 아니겠지?

순간, 형이 평소 저질러온 수많은 기행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그러고도 남을 형이지.

진지하게 비밀통로 자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등골이 쭈뼜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엔 낮에 나랑 같이 복도 청소를 했던 집사 형이 있었다.



"어쩐 일이에요? 이시간에."

"그, 그러는 너는?"

"저는......산책이요."

"우, 우연이네. 나도 그런데."

"......"

"......"

"그런데 형은 산책하는데 짐이 좀 많네요."

"어, 그렇지 뭐 오늘 파티가 있거든."

"요새는 살림살이 거덜내서 하는 파티가 유행인가봐요?"

"네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요새는 이게 유행이야."

"......"



미친 놈인가?

어디까지 가나 봤더만 아주 끝이 없다.

누가봐도 야반도주하는 모양새구만.

저 모양으로 어떻게 정식 집사가 됐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

그래도 지금은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건 따로 있었다.



"형, 그런데 혹시 비밀통로 위치 알아요?"

"어, 어어 알지."

"저도 좀 가르쳐줘요."

"그, 그래."



내가 딱히 이를려거나 하는 기색이 없자 오히려 반색하며 친절히 비밀통로까지 안내해주었다.

비밀통로는 울타리와 울타리 사이 절묘하게 그림자가 진 곳에 위치했는데, 그 곳 바닥의 수풀을 들춰내자 울타리 밖과 연결되어있는 땅굴이 보였다.

땅굴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지만 그냥 땅에 구멍만 뚫어놓아서 그런지 들어서자마자 축축하고 진한 흙냄새가 났다.

거기다 간간히 떨어지는 흙이 머리 위로 떨어져서 기껏 씻었는데 나중에 다시 씻어야 되게 생겼다.

다행히 통로는 길지 않았다.

혹여나 누구한테 들킬까봐 고개만 빼꼼 내밀고 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확인한 다음에야 몸을 빼냈다.



"그럼 형도 파티 잘하세요."

"어, 어어 다음에 보자."



아마 영영 다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멀어져갔다.

나도 마을까지 가려면 꽤나 서둘러야 했다.

지금까지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걸 감사했다. 저 멀리 불빛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더 가까워지니 가정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냄새 음식점의 음식냄새 대장간의 쇠냄새등 

본격적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마을에 들어서니 잘 닦인 도로 옆으로 집이며 가게들이 보였다. 

제도만큼은 아니지만 공을 들인 예쁜 마을이었다.

이 시간에 마을에 온건 처음이라 잠시 감상에 젖었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 얼른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내가 찾으려 하는 건 정보길드였다.

전생에서도 정보는 중요했다. 

다만 일반인도 어느정도 선까지는 접근이 쉬웠지만 이 세계에선 뉴스는 커녕 신문조차 없다. 

따라서 정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직종이 있었고 그게 바로 정보길드였다.

나도 소문으로 들어서 그 존재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어딜 가야 만날 수 있고 어떻게 만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은 전생에서 읽은 대부분의 소설에선 술집이 접선 장소였기 때문에 나도 일단은 그리로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딱히 이 세계에 미성년자 개념은 없지만 내 나이에 술집에 들어가는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난 챙겨온 망토를 걸치고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금방 들통날 얄팍한 변장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밖에까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힐끔 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신경은 쓰였지만 애써 무시하며 바로 향했다.





"주문은?"



그래도 싸구려 술집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제법 제대로된 정복을 차려입은 바텐더가 마른 행주로 컵을 닦고 있었다.

이제 막 변성기가 지나서 아직은 앳된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서 최대한 목소릴 긁어 냈다.



"맥주 한잔 주시오."



내 말에 바텐더는 금새 능숙하게 맥주를 컵에 따라 간단한 안주와 함께 내밀었다.

컵에 손을 대자 미지근함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전생의 내가 술을 즐긴건 아니지만 미지근한 맥주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래도 일단은 속는셈 치고 한모금 마셔봤는데 아니나다를까 미지근한게 알콜 섞은 보리차 같았다. 맥주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접선을 하는 방법을 모르니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 제발 누가 먼저 해봤으면 좋겠네.'



그렇게 미지근하던 맥주가 김까지 빠질무렵이 지났는데도 정보길드랑 접선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난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우엔 이 술집이 정보길드의 아지트가 아닐수도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음같아서는 스마트 폰을 꺼내서 초록창에 '님들아 탈리스만 영지에 정보길드 어디있어요?' 라고 지식인에 묻고 싶었다.

밤은 점점 더 깊어지고 최소한 오늘은 정보길드가 어디있는지는 확실히 파악은 하고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야 최소, 비밀통로까지 써가며 몰래 나온 보람이 있지.

술자리가 무르익어 거나하게 취한 술주정뱅이들의 목청이 한창 높아질 무렵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보길드에 의뢰가 있소만."



곧장 바텐더에게 다가가 직접적으로 물었다.

내 말에 바텐더는 마른 행주로 닦던 컵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 말도 없었다.



뽀득뽀득뽀득뽀득뽀득



왜? 닦아서 깨뜨릴려고?



"여기가 정보길드가 아니오?"

"......"



맞은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뭔가 확실하게 대답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괜히 기대감 갖게 하는 태도에 슬슬 짜증이 나려는 순간 방금까지 서빙을 하던 내 또래의 소년이 어느순간 조용히 등 뒤로 다가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애 주제에 정보길드는 왜 찾는거지?"



그러면서 등 뒤에 서늘한 날붙이가 갖다댔다.

보진 않아도 십중팔구 나이프 같았다.

여기선 난 신기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도 정보길드 찾는다고 시간만 날리는 일은 없겠구나,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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