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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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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771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2.28 23:20
조회
403
추천
11
글자
7쪽

1. 나는 견습집사다.

DUMMY

연무장에 도착하자 무료하게 누워있거나 나무 등치에 기대 코를 파고있는 세 기사님이 보였다.

마치 세상 다 산 듯이 권태로운 표정을 짓던 기사님들은 내가 나타나자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앗



그리고 족히 10m는 떨어져 있었는데 땅을 한번 박차는 것으로 어느새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건 흡사 갑자기 사람이 사라지며 땅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호러가 따로 없었다.



“헉!”



하지만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기사님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검술 배우러 온거야?”

“이름은?”

“누구한테 배우고 싶은데?”

“검 잡아봤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없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자, 잠깐만요 기사님들. 하나하나 차근차근 물어보세요.”



내 말에 눈만 끔뻑끔뻑하며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가운데에 있는 기사님부터 질문을 시작했다.



“검 배우러 온 거 맞지?”

“네 맞습니다.”

“검 잡아봤어?”

“날붙이라곤 식칼밖에 안 잡아봤습니다.”

“그래도 검술은 배우고 싶단 말이지?”

“예.”



내가 힘주어 말하자 기사들이 눈빛이 변했다.



“환영한다. 난 폴이라고 한다. 평민 출신이니까 성은 없어.”



눈빛이 깊고 금발을 바가지머리 스타일로 자른 기사가 손을 내밀었다.

기사 서약을 받는 순간부터 준 귀족의 대접을 받기에 선뜻 내민 손이 생소했다.



“계속 손 무안하게 할거야?”

“아, 네에 죄송합니다. 레이지 라고 합니다.”

“호오 이름 좋은데? 난 류다. 역시 이 녀석과 마찬가지로 평민이지 아니, 정확하겐 우리 셋 다 평민이야.”



안경을 낀 눈매가 약간 날카로운 흑발의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기가 무섭게 마지막으로 덩치가 셋 중 가장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기사님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켄이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폴과 류과 켄이라...... 대전 격투 게임을 대표하는 세사람이 모였군.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긴 했지만 다들 하나같이 친절했다. 무엇보다 준귀족이지만 생색을 내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근데 어째 사람이 없네요.”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검술을 배우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더 오는 사람도 더 없었다.



“젠장! 하루종일 일했는데 검술처럼 힘든 걸 배워서 몸을 혹사시키기 싫다나 뭐래나. 그래놓고 여자랑 붕가붕가 하는 건 안 힘든가 보지.”



류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독설을 내뱉었다.



“그래서야 발정 난 짐승이랑 다른게 뭐야.” 

“아, 확실히 그 부분은 공감해요.”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이죠.”

“나 이 녀석 마음에 들었어.”



다행히 그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방금보다 날 쳐다보는 눈빛이 더 따뜻해 졌다.



“그런데 검술은 언제 가르쳐 주실 건가요?”



내 말에 셋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대표로 폴 기사님이 말했다.



“뭐, 내친김에 오늘부터 했으면 하는데 어때?”

“좋습니다.”

“이 녀석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 하핫 그래 좋아 그럼 우선은 본격적으로 검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초 체력부터 한번 보자고.”



그러면서 시킨게 마보랑 팔굽혀펴기였는데 마보는 5분을 채 넘기지 못했고 팔굽혀 펴기도 7개를 겨우 하다 풀썩 쓰러졌다.

그런 내 모습에 기사님들의 눈에 하나같이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눈빛으로 ‘허약해서 안됐다.’ ‘내가 신생아 때도 저거보다는 많이 한 것 같은데.’ ‘하체 굴욕이 따로 없군.’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시선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고보니 하나 잊고 있었는데 난 이 나이가 되도록 몸을 격하게 쓴 적이 별로 없었다. 철이 들 무렵부터 출세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다른 애들이 뛰어 놀 때도 난 방에서 제국어 사전을 붙들고 낑낑 거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렇게 저질체력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지만.

이래서야 배만 안 나왔다 뿐이지 사내 체육대회에서 항상 블랙홀을 자처하는 회사 과장님하고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저기말야 레이지 지금 이 체력으론 말이지. 검술은 좀 힘들겠는데.”



폴이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에 난 더욱 좌절했다.

절망했다! 내 저질체력에 절망했다!



“······체력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되죠?”

“오케이 맡겨만 달라고 내가 한 달 안에 쓸만한 체력으로 만들어 주지.”



그 다음 날 아침부터 난 폴 기사님이 정해준 메뉴에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고용인들이 일어날 시간보다 1시간 더 일찍 일어난 나는 일단 모래주머닐 차고 저택을 돌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1바퀴 돌았을까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게다가 아침 브리핑 시간에 맞추려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돌아야 했다.



“우오오옷!”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기합을 내지르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 하얗게 불태웠어.”



아침 브리핑이 끝나고 한껏 초췌해져 있는 내 모습에 드류형이 걱정스레 물었다. 



“야, 어디아파?”

“아니요, 운동을 좀 열심히 했더니.”

“진짜 검술 배우기로 한거야?” 

“예, 뭐 기사님들도 다들 친절하시고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누가 가르치는데.”

“류, 켄, 폴 기사님이요.”

“?!”



뭐, 뭐지? 지금 그 반응은? 분명 흠칫 한 것 같은데.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그게 말이지······”



그러면서 드류형이 내 어깨에 손을 두르더니 사람들의 눈을 피해 구석으로 자릴 옮겼다.



“그 세 기사라면 고용인 사이에서도 유명해.”

“뭘로요?”

“괴짜로.”

“예?”



하지만 드류형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건 거의 기행에 가까운 일이었다. 예를들어 하녀들이 쓰는 목용탕을 훔쳐보고 싶어서 전전긍긍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오러를 눈에 집중하면 투시가 가능하지 않을까란 의견을 내놓아서 눈에 마력을 과도하게 집중하다 눈에 실핏줄이 터져 한동안 셋이서 사이좋게 눈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던가 아니면 상박근을 키우는데는 도끼질 만한게 없다고 해서 셋이서 인근 야산을 민둥산으로 만들어 버렸다던가 하는 이야기였다. 더 기가 막힌 건 그게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런데도 용케 안 짤렸네요.”

“비록 평민이긴 하지만 기사단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게다가 다행히 인명피해가 나지 않아서 다 징계로 그치는 거지.”



어제 보니 다들 점잖고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런 똘끼가 충만한 짓을 벌이고 다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실력은 보장한다니까 그 점은 다행이었다.

그렇게 처음엔 하루에 고작 2바퀴를 돌고 기진맥진 했던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1바퀴씩 늘어가더니 2주정도 지나자 드디어 6바퀴를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게됐다. 

참, 그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틈틈이 팔굽혀 펴기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가끔 거울을 앞에 놓고 포즈를 취해보며 약간 굴곡이 생긴 팔뚝을 자랑스레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작가의말

2019.5.4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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