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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촌부 신무협 판타지 장편소설 『자승자박』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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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소통, 도서출판 청어람

도 서 명 : 자승자박 6권

저 자 명 : 촌부

출 간 일 : 2008년 6월 21일

          

청년은 눈을 감았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었고 천하제일의 권력도 얻었지만 자신에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의 모든 것이었던 복수도 이제는 지나간 기억일 뿐인데….

<우화등선>의 작가 촌부 신무협 판타지 장편소설 『자승자박』제6권.

새하얀 구름이 넘실거리며 지나가자 구름 뒤에 숨었던 태양이

밝은 빛을 뿌리며 나타났다.

햇살을 받아 푸르게 빛나는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맑았다.

작은 풀잎 하나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파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을 유영하던 풀잎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구쳤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솟구쳐 올라갈 것만 같던 풀잎은 변덕스러운 바람이

방향을 바꾸자 속절없이 하늘하늘 땅으로 떨어져 갔다.

풀잎은 하늘로도 땅으로도 가지 못한 채 갈피를 찾지 못했다.

쐐애액?!

풀잎이 바닥에 닿기 직전, 철령전(鐵翎箭)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풀잎을 꿰뚫었다.

철령전은 풀잎을 뚫고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날아갔다.

하지만 철령전은 허름하고 낡은 도(刀) 하나에 튕겨져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철령전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대경한 개방의 방주가 타구봉으로 철령전을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오, 당가주!”

“미안하외다!”

암기를 던졌던 사천당가의 가주가 서둘러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으로 암기를 튕겨낸 젊은 청년을 노려보았다.

“빠르기도 하시구려, 파천제!”

암기를 튕겨낸 의현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흘끗

돌아보았을 뿐이다.

“젠장……!”

사천당가주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표정도 없이 덤덤하기만 하건만 그 모습이

오히려 비웃는 것만 같다.

그들이 있는 곳, 소림사의 대회장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구파일방의 분열이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에서 일어날 줄을 그 누가 예상했으랴!

단단한 결속을 자랑하던 정도문파가 서로에게 검을 겨누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멈추시오! 아미타불, 이래서는 아니 되오!”

소림의 방장, 무해 선사가 다급히 외쳤다.

소림의 십팔 무승과 매화검수들이 혈전을 벌이는 것을 본 무해 선사는 고개를

격렬히 저으며 다시 목청을 틔웠다.

“그만두란 말이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다들 청심(淸心)을 잃어버렸소! 정신을 차리시오!”

하지만 무해 선사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다.

본산을 불태워 버린 원흉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구파일방의 문인들에게 있어 문파(門派)와 본산(本山)은 단순한 물질적인

의미가 아닌, 목숨보다도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상징한다.

역사와 전통이 담긴 문파의 모든 것이 바로 본산인 것이다.

그 본산이 폭발했다.

본산을 잃어버린 구파일방의 무사들은 목숨은 구했을지 모르나 정신은

구원받지 못했다.

그들이 잃은 상실감과 허탈감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었다.

명예가 걸렸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 벌어져도 그 대가를 받아내는 그들이

본산을 잃어버렸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본산을 불태워 버린 원흉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었다.

“파천제가 소림을 불태워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두고 보겠소이다,

무해 선사!”

한 팔밖에 없는 화산파 장문인이 소매를 펄럭이며 노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이 매화검수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새삼 화산을 불태운 원흉이 파천제라는 것을 떠올린 화산문도들은 목숨까지

도외시하고 덤벼들었다.

화산파에 가세한 점창파와 종남파의 문인들도 비슷했다.

파천제는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들의 적이었다.

“무량수불, 폭발의 주범은 파천제가 아니라지 않소!

정신을 차리고 냉철히 생각해 보시오!

이 상황을 보고도 그렇게 모르겠소이까!”

무당파의 장문인, 운려 진인이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듯 외쳤다.

파천제는 예전엔 구파일방의 폭발을 바랐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이다.

더 이상의 폭발을 막고 무림의 평화를 위한다면 그를 도우면 도왔지,

절대로 방해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화산파 장문인은 요지부동이었다.

제41장 가는 길마다 험로(險걟)로구나

제42장 난전(亂戰)

제43장 하늘은 때때로 무심하다

제44장 광기(狂氣)

제45장 사필귀정(事必歸正)

제46장 내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제47장 천라지망

제48장 하늘이 아니면 인간을 심판할 수 없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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