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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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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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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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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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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창조

DUMMY


창조가 만들어준 포탈에 오른 이지우와 주은서.

그들은 잠시의 울렁거림과 함께 지구로 돌아왔다.


그들이 마지막 싸움을 벌였던 곳.


김윤이 새롭게 심은 숲, 그러나 다시 이어진 싸움으로 망가진 숲.

그들은 하늘에서부터 그곳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멸망을 막은 영웅의 귀환.

그러나 넷으로 출발했던 그들은 둘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 또한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울상인 주은서와 허탈한 표정의 이지우.


하지만 그 표정을 보는 이가 없었기에 상관 없었다.

이곳은 거대한 싸움이 일어나 아무도 없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둘의 발이 대지에 맞닿았다.

그러자 그들을 휘감고 있던 힘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하늘 위에 열려 있던 포탈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주은서가 풀썩 무릎을 꿇었다.


아직 김윤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조금씩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하지만 이지우는 아니었다.

그녀는 받아들였다.

그래야 자신이 백민호를 죽였다는 것이 실감 될 테니 말이다.


그녀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많은 생명을 베었으나, 그때의 생생한 감각이 아직도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반대 손을 주은서에게 뻗었다.


“돌아가죠. 우린 모두에게 알려야 해요. 그게 김윤 씨가 바라는 일이잖아요.”


주은서는 그 손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아직 마력이 사라지지 않았네요.”

“당장 회수하지는 않는가 봐요.”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들은 아름으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덕분에 편하게 돌아갈 수 있다.


쩌억.


이지우가 허공을 찢어내며 길을 이었다.

그들은 그곳을 통해 아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다.


지구의 멸망을 막았다는 것.

그리고 김윤이 죽었다는 것을.



***



“나와도 돼요. 김윤.”


이지우와 주은서가 떠난 아공간의 중심.

그곳에서 다시금 새카만 어둠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위치는 김윤이 사라졌던 그 장소였다.

그곳에 새카만 점들이 하나로 뭉치더니 이내 구가 되었고, 새카만 무언가가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검게 물들어 있으나 사람의 형상을 띈 존재.

그 생김새는 김윤의 것이었고 품고 있는 기운은 파멸의 것이었다.

또한 의식 역시 김윤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파멸.

그것만이 그의 체내에 남아있었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이게 최선입니다.”

“그대가 파멸이 될 필요는 없었어요. 아시잖아요. 재창조로 그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게 더 확실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저는 죽을 몸이었으니까요.”


김윤이 수명을 억지로 끌어와 육체의 생명이 다한 것은 사실.

그렇기에 김윤은 지금과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다른 애들이 무사할 동안만 버티면 됩니다. 그동안 파멸이 다른 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하도록요.”


김윤이 아공간을 쓱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이제 시간도 넘치는데 설명이나 해주시죠.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요.”

“모든 일이라······.”


창조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김윤의 뒤에 의자가 하나 창조됐다.


“어디부터 설명해야할까요.”


창조의 전신이 발광했다.

그러더니 온통 새하얗던 그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하얀 원피스가 그녀의 몸을 가리고 하얗던 피부가 살구빛으로 변했다.

동시에 생기가 깃들며 그녀에게 기다랗고 새하얀 머리가 자라났다.


아무것도 없던 얼굴이 생겨났으며 두 눈동자가 흰색에 가까운 하늘빛으로 빛났다.


“······그런 것도 가능한가요.”

“같은 종족이 대화하기 편안할 거 같아서요.”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띈 그녀가 의자를 만들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그들이 어째서 잉그에게 먹혔는가.

그리고 세계들은 어떻게 멸망을 맞이했는가.


“그들은 마력에 뛰어난 종족이었어요. 그리고 마력은 세계를 이루는 힘. 우주를 이루는 힘이죠. 크게는 창조와 파멸로 나눌 수 있지만, 아이들에겐 더욱 세분화되는 힘이었죠.”


“그리고 그들은 그 힘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달했고, 그 수는 수호자인 넷이 아니었죠.”

“그 뜻은······?”

“남은 게 그들 다섯이었던 거예요.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불사르며 우리를 집어삼켰어요.”


그것이 그들이 먹힌 내막이었다.


“물론 파멸은 모두를 없애려고 했지만······.”

“당신이 막았군요.”

“그래요. 제가 만든 아이들을 해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말했다시피 저는 이 우주 그 자체. 홀로 존재하기에 공허, 외로움을 지니고 있어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죠.”


창조가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어색한 미소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파멸을 만들지 않았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파멸은 존재해야 해요. 그 모든 것이 결국엔 제 마력으로 유지되는 거니까요.”

“마력의 회수군요.”

“맞아요.”


창조가 말을 이었다.


“잉그의 이들은 그 회수되는 힘을 자신들이 받는 것으로 우리를 완전히 집어삼키려고 했죠. 그리고 저를 완전히 없애는 것으로 하나의 우주를 없애고, 새 우주를 창조하려 했어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세계를 멸망시켰고, 우리는 당연하게 그것을 막아섰죠. 그렇게 탄생한게 각 세계의 길을 만드는 자들이었어요. 우리의 힘과 가장 가까운 종류의 것을 일깨운 이들에게 부여되는 힘이죠.”

“그렇다면 제가 이곳에 올때마다 겪었던 것은 모두 거짓이었던 겁니까?”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죠. 우리가 일부는 관여하고 있었으니까요. 애초에 불려온 것도 우리가 관여한 거예요. 이 세계가 마지막 선이었으니까요.”


김윤이 다시금 물었다.


“그럼 마석은 뭐죠?”

“우리가 준 단련의 기회이자, 잉그가 어떻게든 멸망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뒤섞인 것들이죠.”


창조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있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그 세계가 지닌 마력으로 만들어진 거기에 마력을 제한해도 그건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자멸하게 될 텐데요.”


김윤은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의 세계에 주어질 멸망도 그런 식으로 일어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지구에 정해진 파멸이라면 지켜볼 뿐이에요.”

“지금은 제가 파멸입니다.”


김윤이 몸을 일으키며 새하얀 공간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포탈이 생겨나며 한 세계를 비추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고, 지키려고 했던 세계.

그의 모든 것이 있는 세계, 지구였다.


“그렇게 관여할수록 당신의 억제력은 떨어질 거예요.”

“애초에 이걸 위해 이곳에 남은 겁니다.”


김윤이 포탈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파멸의 힘이 뻗어나가며 그들의 세계에 담긴 마석을 모조리 깨부쉈다.

그리고 담긴 마력을 모조리 지구로 퍼뜨렸다.


“크윽.”


그것과 동시에 그는 자신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두 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멸망만 막는다면, 그 후로는 지켜보는 거로 충분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새길 테니까요.”


아공간에 남아 모든 것을 지켜보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모두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해야하는 일.

아공간 지도 제작자였다.


“그렇게 모두가 사라질 때까지 저는 지켜볼 겁니다.”


창조가 김윤의 곁에 펼쳐진 포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옮겨 김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



세계의 멸망.

그것의 강림과 그것을 막아낸 사건.


다섯 마력의 재해.


5년 전에 일어난 그 사건은 마석 대재해 그 이상의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대재해가 아닌 그냥 재해인가.

그것은 그 이상이 되기 전에 누군가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네 명의 길을 만드는 자.

그들은 세계를 구했음에도 자신들의 업적을 공치사하지 않았다.

정체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저 세계를 구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세계는 이렇게 다시금 나아가는 것이 가능했다.


한국의 수도, 아름.

이곳 또한 그 다섯 재해에 의해 망가졌었으나, 5년이라는 시간 만에 수복은 물론 큰 성장을 이루었다.


모두 마력의 덕분이었다.


다섯 마력의 재해 이후 사람들의 몸에서 사라져가는 마력.

그러나 그것은 스킬과 육체의 힘만을 앗아갔을 뿐, 그들이 마력을 보는 눈을 가져가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구 전역에 흩뿌려진 방대한 마력을 발견했고, 그것을 연료로서 다루기 시작했다.

과거 몬스터의 코어나 마석처럼 말이다.


뛰어나며 친환경적인 연료.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오늘 그들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던가요?”


현 한국의 대통령, 최희연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길잡이에서 추모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늘 5주기로군요.”


그녀는 특수 차량에 올라 길잡이로 향했다.


길잡이, 현 세계에 공급된 지도들을 관리하고 있는 곳.

그들은 누구보다 먼저 파괴된 세계의 지도를 담았고, 그것을 매번 새로이 업로드했다.

또한 그것을 세계를 통해 곳곳에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흩어진 이들에게 길을 인도하는 서비스마저 제공했다.


그것은 흩어진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해주었다.

그들이 사람들의 품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고, 과거 돌아가야할 곳을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어느덧 차량은 길잡이에 달했고, 그녀는 차량에서 하차해 건물로 들어섰다.


내부에는 길잡이 직원만이 아닌 다른 이들도 모여있었다.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


마력이 사라지기 전까지 함께 전선에 섰던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이 있을 수 있었다.


매년 같은 날.

이들은 한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세계의 멸망을 막은 한 남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 김윤을 말이다.


“오셨군요.”


그녀가 들어서자 이 추모식을 주도하고 있는 이가 마중을 나왔다.

현 길잡이의 사장, 주은서였다.


“은서씨, 오랜만이에요.”

“요새 얼굴 보기가 힘드시네요.”

“아무래도 바쁜 자리에 올라갔으니까요.”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그들.


“아, 안쪽으로 들어가요.”

“네.”


그들은 건물 한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추모식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다 모였군요.”


최희연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추모식을 시작했다.


묵념과 함께 시작되는 그것.

그리고 이어 고인이 무엇을 했는지 읊으려고 할 때였다.


화아아악!


현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는 그것이 무슨 현상인지 알고 있었다.


갑작스레 모여드는 빛.

그것은 마력이었으니 말이다.


“마력······?”


조호주가 의문을 품었다.


“이곳에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이는 없을 텐데? 아니, 이 세계에는 없을 텐데?”


설마 다시금 멸망이 이 세계를 덮치려는 것일까.

이곳에 모인 모두가 경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마력이 새하얗게 물들며 무언가를 빚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지우와 주은서는 그 빛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창조의 빛이었으니 말이다.


창조의 빛이 그곳에 한 존재를 창조했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추모하던 존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이가 가장 보고 하고 싶어하던 존재.


“여긴······?”


김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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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잉그 (10) 24.07.19 35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4 0 11쪽
186 잉그 (8) 24.07.16 37 0 11쪽
185 잉그 (7) 24.07.12 37 0 12쪽
184 잉그 (6) 24.07.11 32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4 0 11쪽
182 잉그 (4) 24.07.04 38 0 12쪽
181 잉그 (3) 24.07.02 32 0 11쪽
180 잉그 (2) 24.06.28 37 0 11쪽
179 잉그 (1) 24.06.27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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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길을 새기는 자 (1) 24.06.14 38 0 11쪽
173 길을 지우는 자 (2) 24.06.13 31 0 11쪽
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9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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