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962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4.07.02 20:30
조회
32
추천
0
글자
11쪽

잉그 (3)

DUMMY


김윤의 어깨를 당겨 그를 돌리는 백민호.

그런데 김윤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의 모습이 연기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변했다.


방금까진 분명 김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신··· 민우?”


몸을 돌리는 순간 변해버린 그의 얼굴.

그리고 그 앞에 있던 생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야 그가 친구로 여기던 신민우의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이 빌어먹······!”


그는 즉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환영이라는 것을.


그는 마력을 일으켜 일대를 날려버리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연기로 화해 사라지는 그가 붙잡고 있던 신민우.


이제 그의 앞에 있는 신민우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는 실제로 죽었고, 이곳에 올 수가 없으니까.


“레자르의 짓이냐?”


백민호가 신민우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돌아가자.”


신민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애들?”

“그래.”


백민호는 마력을 거두었다.

일단 따라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럼 김윤은 어디로 간 거지? 놈도 이런 환영에 빠졌나? 단체로?’


신민우를 따라 숲을 가로지르른 그.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풀숲 사이에서 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야 그가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이며, 그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멸망이 시작되고, 마력이 깨어난 초기.

혼란스러운 아공간에 유일한 안정, 보육원.


“미친 새끼가······.”


백민호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생각을 읽는다는 것이 자신의 과거마저 읽어버린 것일까.

이런 불쾌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는 분노했다.

하지만 당장 환상을 지워버리지는 않았다.


만약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바람이 한 켠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민우를 따라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그가 알고 있던 보육원 그대로였다.

그 안에 있는 모두도 말이다.


“왔어요?”


아이 하나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그의 허리춤정도 오는 키에 어린 아이.

이름도 기억이 난다.


“김채원······.”


이 아이만이 아니다.

모든 아이가 기억났다.

그들의 최후까지.


모두 자신이 죽였던 이들이었다.


“설마 그 광경을 재현해서 내 정신을 무너뜨릴 생각이냐?”

“그게 무슨 소리예요?”

“모습을 드러내라 레자르!!”


백민호가 보육원 바깥으로 튀어나가며 마구잡이로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금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대로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이 환상까지.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를 뒤따라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환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리고 벗어나는 법도.

그러나 그는 할 수가 없었다.



***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지우와 함께 움직이던 주은서.

그녀는 적당한 열매를 채취하고 이지우를 찾고 있었다.


“지우씨!”


그런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방금까지 근처에 있었는데 말이다.


그 대신 익숙한 건물 하나가 그녀를 맞이했다.

과거 아공간에 있을 시절 그녀가 일하던 건물.


“길잡이······?”


이 건물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녀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진입했다.


끼이익.


문을 열자.


딸랑.


그 위에 달린 종이 그녀의 입장을 알렸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그녀가 잘 알고 있던 이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김윤, 허우진, 최현민, 이서준.


“왜 여기에 있어요?”

“왜 여기 있긴. 가게니까 여기 있지.”


김윤이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

최근에는 볼 수 없던 웃음.

장난기가 담긴 저 웃음이 그녀는 그리웠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재현되고 있었다.


이곳엔 모두가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 자신이 들어선 입구를 바라보았다.

바깥도 어느새 아공간의 풍경으로 변해있었다.


‘변한 게 맞나?’


아니면 원래 이랬던 것이 아닐까.

자신은 지금까지 지독한 악몽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 그랬던 거야.’


그녀는 가게 내부로 발걸음을 마저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이던 카운터로 향했다.



***



같은 시간, 김윤.

그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환영을 보고 있었다.


“우진씨······.”


자신이 죽였던 이가 그를 다시 찾아왔다.

그렇기에 그는 이것이 환영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주변의 풍경이 여전히 숲인 상황.

그가 죽은 곳도 아니다.

그렇기에 김윤은 곧장 마력으로 검을 만들고 휘둘렀다.


허우진의 목이 그대로 갈려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사··· 장······.”


이어지던 그의 목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목소리를 내뱉어줄 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윤은 그 모습에서 조용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마력을 통해 주변을 감지했다.


고요하다.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할 정도로.


‘백민호는 어디갔지?’


김윤은 우선 비공정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력을 통해 신체를 강화했기에 도착은 순식간이었다.


배 내부로 들어선 그는 이지우와 주은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배에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김윤은 다시금 마력을 내뿜어 주변을 탐지했다.

마력의 파동이 숲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파동에 감지된 것은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식량을 찾으러 간 나머지 셋조차 감지되지 않는 것이었다.


“당한 건가.”


그때였다.

돌아오는 파동에 감지되는 무언가.


김윤은 그 즉시 감지된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멀지 않은 곳이였다.

그야 그가 있는 배의 머리쪽에서 느껴졌으니 말이다.


장소에 도착하자 이곳에 와서 두 번이나 마주한 생명체가 그를 맞이했다.

검보라색 문신을 몸에 두른 도마뱀이었다.


김윤은 곧장 염동력을 이용해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력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압력이 도마뱀을 짓눌렀다.

그러자.


콰아앙!


도마뱀이 폭발하며 문자를 흩뿌렸다.


[ 무엇이 진짜일까? ]


“레자르······.”


역시나 지금의 사태는 레자르가 벌인 짓이었다.


폭연이 사라지자, 그 뒤로 수많은 도마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들도 모두 문장을 품고 있는 것일까.


김윤은 새카만 구를 만들어 허공에 띄웠다.

그러자 도마뱀들이 그것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인력을 담은 구체였다.


바닥에 있던 모든 도마뱀이 구체에 달라붙자 김윤은 그 즉시 그것을 폭파시켰다.


콰아아앙!


도마뱀들이 연쇄로 폭발을 일으키며 하늘을 불꽃으로 물들였다.


[ 혼자 올래? ]

[ 길은 이어져 있단다. ]

[ 절망이. ]

[ 희망이. ]

[ 아니면 내가 갈까? ]


수많은 문장이 허공에서 결합되며 그를 향해 쇄도했다.


저것은 도발이었다.

김윤이 혼자 오게하기 위한 도발 말이다.

그렇기에 김윤은 그것을 무시했다.


레자르를 잡으려면 모든 길을 만드는 자가 집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확실하게 잡아내고, 멸망을 막을 수 있다.


[ 환? 영? ]


배에서 뛰어내리는 그의 앞을 가로막는 마지막 글귀.

김윤은 그것 역시 무시하며 숲 속으로 다시금 집입했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환영들이 곳곳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김윤이 지키지 못한, 김윤에 의해서 죽은 이들이었다.

그들이 김윤을 향해 원망을 토해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죽었어!”

“너만 아니었다면······!”


김윤은 무시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익숙하다.


충분히 겪었다.

그래, 그럴 것이다.


“닥쳐-!!”


김윤이 소리치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감겨 있던 마력이 퍼져 나가며 숲을 쓸어버렸다.


순식간에 공터가 하나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공터에서 환영들은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김윤에게 달려드는 도마뱀.


콰앙!


도마뱀이 김윤의 오른 어깨를 날려버리며 문장을 만들었다.


[ 네가 거부했잖아. ]


콰앙!


이번엔 왼쪽 다리를.


[ 나는 너희들에게. ]


콰아앙!


이번엔 오른 다리를.


[ 행복을 준 건데. ]


“닥쳐.”


새카만 마력이 그의 상처 부위를 휘감았다.

그리고는 새로운 신체를 그 자리에 마련해 주었다.


몸을 일으킨 그는 기억의 지대를 펼치며 환영을 모조리 지워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도마뱀들에게 마력을 쏘아냈다.


새카만 마력 화살이 도마뱀들을 꿰뚫어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자 다시금 떠오르는 문자들.

하지만 김윤은 무시했다.


그저.


콰앙!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하늘로 떠오를 뿐.

그리고 마력을 한계까지 방출하며 일대를 쓸어버릴 뿐이었다.


콰과과과과!


그가 전신에서 방출하는 마력이 거대한 구의 형태로 펼쳐지며 닿는 모든 것을 지워냈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충격파만으로 숲에 박힌 나무들이 뽑혀나갈 정도였다.


또한 그것이 만들어내는 마력의 파장.

그것은 환영이든 뭐든 모조리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결계에 둘러싸여 있던 일행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을 감싸던 환영의 안개가 모조리 벗겨지며 흩어졌다.


그것과 동시에 상공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났나.”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 그곳에서 보랏빛 번개가 지상을 향해 쏟아졌다.


콰르릉!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형 생명체 하나.


“레자르.”


압도적인 위압감을 지닌 존재가 마치 강림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이 이곳에 온 목적, 레자르였다.


김윤은 시선을 옮겨 모습이 드러난 일행을 살폈다.

그들은 아직 의식이 없어보였다.


레자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창조가 보낸 암살자가 너희인가?”


그러자 일대의 공기가 변하며 온 세상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고작 다른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이런 모자란 것들을 보내다니.”


그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 앉았다.

김윤 역시 그와 마주하며 지상에 내려앉았다.


“창조도 뒤가 없나보군.”

“말투가 도마뱀이랑은 꽤나 다르군?”

“그런가?”


레자르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뺨을 타고 턱으로 이어진 특유의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레자르의 두 눈이 김윤을 훑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본 그 어떤 피조물보다 뛰어나긴 하군. 아, 물론 내가 가장 뛰어나겠지만?”


그가 씨익하고 웃었다.


“하하, 당연하지! 우리만한 존재가 있겠어? 우린 신이라고 신!”


갑자기 달라진 레자르의 목소리 톤.

그뿐만 아니라 말투마저 변했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말이다.


“뭐······?”

“아, 실례.”


레자르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 모두가 깨어나길 기다릴 건가? 아니면 혼자라도 덤빌 텐가. 아, 아니면 내가 깨워줄까?”


그의 손바닥에서 마력이 응축되었다.

순수한 마력.

아공간에 중심에서 보았던 그 마력과 동일했다.

창조와 파멸이 다루던 그 마력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받아보고, 고민해보지.”


그의 손바닥에 응축된 마력이 얇은 광선의 형태로 쏘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지도 제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안내 24.08.07 50 0 -
195 에필로그 - 5년 사이 +1 24.08.07 48 1 12쪽
194 창조 24.08.02 34 0 12쪽
193 파멸 (2) 24.07.31 32 0 11쪽
192 파멸 (1) 24.07.30 33 0 11쪽
191 잉그 (13) 24.07.26 35 0 12쪽
190 잉그 (12) 24.07.25 36 0 11쪽
189 잉그 (11) 24.07.23 32 0 11쪽
188 잉그 (10) 24.07.19 36 0 11쪽
187 잉그 (9) 24.07.17 34 0 11쪽
186 잉그 (8) 24.07.16 37 0 11쪽
185 잉그 (7) 24.07.12 37 0 12쪽
184 잉그 (6) 24.07.11 32 0 12쪽
183 잉그 (5) 24.07.09 34 0 11쪽
182 잉그 (4) 24.07.04 39 0 12쪽
» 잉그 (3) 24.07.02 33 0 11쪽
180 잉그 (2) 24.06.28 37 0 11쪽
179 잉그 (1) 24.06.27 34 0 11쪽
178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2) 24.06.26 32 0 11쪽
177 창조주 그리고 피조물 (1) 24.06.21 37 0 12쪽
176 길을 새기는 자 (3) 24.06.19 42 0 12쪽
175 길을 새기는 자 (2) 24.06.18 30 0 12쪽
174 길을 새기는 자 (1) 24.06.14 38 0 11쪽
173 길을 지우는 자 (2) 24.06.13 31 0 11쪽
172 길을 지우는 자 (1) 24.06.12 39 0 11쪽
171 길을 잇는 자 (3) 24.06.11 41 0 12쪽
170 길을 잇는 자 (2) 24.06.07 35 0 11쪽
169 길을 잇는 자 (1) 24.06.06 38 0 11쪽
168 길을 비트는 자 (3) 24.06.05 41 0 11쪽
167 길을 비트는 자 (2) 24.06.04 3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