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호이효님의 서재입니다.

만능의 밥을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호이혀
작품등록일 :
2024.03.12 21:36
최근연재일 :
2024.04.15 22:2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4,416
추천수 :
562
글자수 :
186,301

작성
24.04.05 12:15
조회
383
추천
15
글자
12쪽

판매(2)

DUMMY

22화. 판매(2)




맛이란 상대적이다.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직업에 따라, 상황에 따라 주관적인 맛이 존재했다.


찰죽의 대표는 이점을 너무나 잘 공략한 사업가다.

아플 때, 혹은 소화를 돕기 위해 먹는 죽은 막상 자신이 해 먹기는 쉽지 않았다.

몸이 편치 않을 때 요리를 할 힘이 있던가? 죽이 먹고 싶을 때 혹은 먹어야 할 때 만들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점을 공략해 만든 게 ‘찰죽’ 이었다.


평상시 먹는 음식이 아닌 특성 타겟을 공략한 요식업인 셈이었다.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 없다면, 특정 대상을 공략하라는 것.


사업은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철호가 처음 먹은 ‘유자 부추 치킨’은 명확한 목적성이 보였다. 주변에 깔아 놓은 샐러드며, 상큼한 유자청과 부추를 곁들여 만든 치킨.

누가 봐도······.


‘여성 고객들을 위한 음식이구먼.’


예상이 가는 맛이었다.

철호는 닭 다리를 하나 가져가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유자에 상큼한 맛은 부담스럽지 않았고, 부추와 잘 어울렸다.


“할아버지. 이거 제 스타일이에요!”


같이 온 강훈이도 마음에 드는 듯 ‘유자 부추 치킨’을 포크로 찍어 맛있게 먹고 있었다. 부추와 샐러드가 함께 있으니 어린아이들의 먹거리로도 제격이다.


‘이건 합격. 하지만 너무 가벼워.’


가게를 홍보하는 덴 단순한 맛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상징성.

특정 프랜차이즈 가게마다 떠오르는 대표 음식들이 있다. 그러한 대표 메뉴는 강한 상징성과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살짝 부족했다.


‘약간 아쉬워.’


유자 치킨은 가볍고 치킨 요리에서 발생하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무게감이 부족했다.


‘여자 고개들이 좋아하는 음식 하면 치킨 말고 떠오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사이드 메뉴로는 좋지만, 메인 메뉴로는 부족했다.


철호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다음 메뉴로 눈길을 돌렸다.

붉은 양념에 사이드 재료와 소스가 가득한 치킨.


‘오리지널 모든 치킨이라고 했나?’


철호는 거두절미하고 치킨을 집어 먹어 보았다.

매콤한 향과 더불어 꾸덕꾸덕한 느낌의 소스가 치킨에 베어 나왔다.


‘맛있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양념은 계속해서 손이 가게 만들었다. 거기에 여러 소스와 토르티야, 칩들이 입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었고 취향에 따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너무 맛있어.”

“저도요! 이거 또 먹고 싶어요!”


강훈이는 얼마 전까지 거식증에 걸렸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지게 앞에 닭 뼈를 수북이 쌓아 놨다.

철호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듯 불룩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포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 연령대가 다른 두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치킨이었다.


‘이걸 수한 청년이 만들었단 말이야?’


20살, 이제 갓 성인이 된 알바생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메뉴를 직접 만들었다.

이럴 경운 두 가지 경우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거나, 요리를 너무 사랑하거나.


‘아니면 둘 다이거나.’


슬쩍 보이는 수한의 모습은 바쁜 와중에도 웃음기를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철호는 고민 중인 게 있었다.

그리고 오늘 고민의 실마리가 보였다.

철호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새로운 분야의 프랜차이즈 가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


그걸 위해 키우는 제자까지 있었다.

하지만, 오늘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놈은 영 찜찜한 구석이 있었으니, 이참에 테스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철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했다.

할아버지의 처음 보는 표정에 강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할아버지 왜 그래? 사놓은 주식이 떡상했어?”


8살짜리 어린 아이지만 찰죽 대표의 손자는 다르긴 달랐다.

강훈이 안고 있는 통통한 곰돌이 인형도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대며 웃고 있었다.



* * *



“후, 수한아. 마무리하자.”

“네.”


효섭의 말과 함께 영업이 종료됐다.

손님이 몰려와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철호와 강훈은 일찌감치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할 일이 넘쳤지만, 수한은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했고,

그들은 만족하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으니까.

며칠 전만 해도 한산했던 가게는 손님 들고 가득 찼고, 배달 주문도 그에 못지않게 넘쳐났다.

그리고 배달 앱에 남겨진 가게 리뷰도 50여 개가 넘게 달렸다.


“수한아, 네 덕분이야. 정말 고맙다.”


효섭은 수한의 어깨를 잡고 감사의 인사를 표현했다. 눈가에 살짝 물이 맺힌 거 같지만 수한은 보고서도 모른 체했다.

남자의 눈물은 서로 간에 암묵적인 합의하에 보고도 모른 채 해주는 것이기에.


수한은 일하던 도중엔 보지 못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철호에게 온 메시지가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 확인해 보니.


[수한 청년. 오늘 치킨 맛있게 먹었네. 유자 치킨도 괜찮았지만 오리지널 모든 치킨은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었네. 우리 강훈이도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맛있게 먹었다니 수한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뒤에 남은 메시지를 본 순간 수한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글을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방송 출연 생각 있는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으니 시간 될 때 전화 주게.]


수한은 놀라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고, 마침 깨어있던 철호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별건 아니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이번에 방송국에서 기획하고 있거든. 나한테도 연락이 왔다네. 그래서 이번에 내 제자 놈과 함께 자네도 같이 추천해 줄까 하는데 어떤가? 생각 있는가?〉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추천이었다.

그리고 찰죽의 대표인 철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수한을 추천해 준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물론 추천만 할 뿐이지, 실제로 예선부터 본선까지 경합해서 올라가는 건 자네 몫이지만 말이세.〉

〈대표님 이름에 제가 누가 되는 건 아닐까요. 대표님 추천에도 제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걱정하지 말게. 내가 사업을 하며 많은 사람을 봐왔네. 자네라면 충분히 잘할걸세. 그러니 내 이름 걸고 추천도 하는 게야.〉


철호는 확신에 찬 말을 했다.

오히려 수한보다도 더 그를 믿고 있는 철호였다.

너무나 큰 기회였기에 수한은 〈조금 더 생각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고 말을 전했다.


‘후, 이게 무슨 일이야.’


수한은 전화를 끊고 갑작스레 주어진 기회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 공중에 떠다니는 네 잎 클로버 춘식이가 둥실거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 설마.’


「축하드립니다. 미션을 달성했습니다. 망해가는 가게를 살린 보상으로 만능 도구를 선택해 주세요.」


춘식이의 네 개의 잎에 불이 켜졌다.


「초록 네 잎 클로버를 완성하셨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만능 도구 세트가 주어집니다.」


「만능 도구 세트를 선택해 주세요.


장인의 칼 세트.

원기 회복 찻잔 세트.

적절한 냄비 세트.

미용 수저 세트.



수한이 받는 보상은 전과는 달랐다.

춘식이의 네 개의 잎에 불이 켜졌고, 추가 보상으로 세트가 주어졌다.


‘전에 스페셜 랜덤 박스가 주어진 것과 같은 맥락인가······.’


붉은 네 잎 클로버의 잎이 빛으로 채워지자 추가 보상이 주어졌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초록색과 붉은색 네 잎 클로버 모두 네 개의 잎이 채워지면 추가 보상이 주어진다.’


단순한 규칙이었다.

그리고 수한은 보상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


집에 들어가면서 곰곰이 어떤 만능 도구를 고를지 고민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가 내린 결정은 하나였다.


“장인의 칼 세트로 할게.”


수한의 말과 동시에 비틀리며 열리는 초록 아공간은 ‘퉤’ 하고 도구를 내뱉었다.


쿵!


이번엔 소리가 묵직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떨어진 보상이 크기가 꽤 컸다.

커다란 나무 블록에 9개의 칼이 보기 좋게 박혀 있었다.


=====

《만능 도구: 장인의 칼 세트》


9개의 장인의 칼.

장인의 칼 솜씨를 활용해 재료를 손질할 수 있다.

칼을 갈지 않아도 연마한 듯 날카로움이 유지된다.

장인의 칼솜씨답게 칼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다치지 않는다.


주의 1 : 첫 사용자에 귀속된다.

=====


크기와 종류별로 다른 주방 칼.

수한은 그 중 한 개를 뽑아 보았다.


날카롭게 잘 연마된 주방 칼에 수한의 얼굴이 비쳤다.


‘말도 안 되게 날카로운데.’


수한은 냉장고에서 양파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도마에 올려놓고 양파를 썰어보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양파가 투명하고도 얇은 두께로 일정하게 썰렸다.

웬만한 요리의 장인이 와도 이렇게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였다.


‘기계가 했다 해도 믿겠어.’


감탄스러운 일이었다. 일단 주변이 비칠 정도로 얇은 두께였다. 투명하다 할 정도로 얇은 건 물론이고 썰어진 두께가 모두 일정했다.


요리는 재료를 다듬는 게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재료를 손질하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수한이 얻은 《장인의 칼 세트》는 이러한 걱정을 해결하고도 남는 놀라운 특성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실험을 해보기 위해 9개의 칼을 전부 들고 재료를 다듬는 와중, 수한은 실수로 손을 삐끗해 칼이 손가락을 향하게 됐다.


슈홧.


그런데 칼이 저절로 손가락을 피해 가는 것이었다.

《칼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다치지 않는다.》는 특성 덕분이었다.


요리사에겐 언제나 위험이 뒤따른다.

물, 불, 기름이 있는 주방. 그리고 재료를 다듬는 도구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었다.

그중 몸을 많이 쓰는 요리사의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칼로 손가락을 베는 경우는 대단히 많이 일어나는 불상사 중 하나였다.


‘이제 그럴 일은 없겠네.’


《치유의 팔찌》 덕분에 치유가 되어 부상의 위험은 없지만, 칼질하기 위해 소모되는 집중력을 아낄 수 있었다.

집중하지 않아도 다치지 않고 장인의 칼솜씨로 재료를 다듬을 수 있으니까.


수한은 《장인의 칼 세트》를 《시간의 아공간》에 넣어 놨다. 그간 받은 만능 도구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든 녹색 열쇠만 있으면 도구를 꺼내 사용할 수 있게 한 조치였다.


‘후, 그나저나 어쩌지.’


수한은 이불을 깔고 누우며 생각했다.

철호가 제안한 방송일이 생각나 고민스러웠다.



* * *



“당연히 해야지. 뭘 고민해?”

“수한아. 네 꿈이 요리사라며. 그리고 네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데. 그걸 방송에서 보여줘야 해.”


뷔페에서 정환과 유정에게 물었더니 하는 말이었다.


“수한 총각, 철호가 저래 봬도 눈살 미가 좋아. 한번 해보는 게 어뗘?”


주인집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한마음 모아 추천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한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정말? 너무 잘됐다. 수한아, 꼭 나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와.”


수한의 유일한 가족.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키고 싶은 형.

진한 또한 자기 일인 마냥 기뻐하며 수한을 지지했다.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수한은 핸드폰을 들어 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그럼 내가 연락을 할 테니까······.〉


수한은 마음을 굳혔다.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과 더불어 수한에겐 특성이 담긴 도구들도 있다.

충분히 능력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온 건.


[안녕하세요. 최진경 PD입니다. 이철호 대표님 추천을 받고 연락 드립니다······.]


마땅히 나아가야 할 넓은 세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능의 밥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합니다. 그간 함께 해준 독자님들은 제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2 24.04.17 98 0 -
공지 제목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만능의 밥을 너무 잘함> 24.04.16 12 0 -
공지 재미 삼아 그려본 삽화들. 24.04.06 95 0 -
공지 작중 단어인 <특성 도구>가 <만능 도구> 로 변경되었습니다. 24.04.06 11 0 -
공지 투베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재 시간이 변경되었습니다. 연재 시간은 22:20분 입니다. 24.04.01 55 0 -
33 본선(2)-3 24.04.15 250 13 12쪽
32 본선(2)-2 24.04.14 259 12 12쪽
31 본선(2)-1 24.04.13 289 14 12쪽
30 비호 24.04.12 312 13 15쪽
29 본선(1)-3 24.04.11 331 15 15쪽
28 본선(1)-2 24.04.10 353 14 12쪽
27 본선(1)-1 24.04.09 360 13 12쪽
26 촬영 +1 24.04.08 373 15 14쪽
25 예선(3) 24.04.07 363 14 12쪽
24 예선(2) 24.04.06 360 18 12쪽
23 예선(1) 24.04.05 362 15 13쪽
» 판매(2) 24.04.05 384 15 12쪽
21 판매(1) +1 24.04.04 379 16 13쪽
20 치킨(5) +1 24.04.04 375 16 13쪽
19 치킨(4) +2 24.04.03 382 17 12쪽
18 치킨(3) 24.04.03 373 15 12쪽
17 치킨(2) 24.04.02 388 15 13쪽
16 치킨(1) 24.04.01 402 15 12쪽
15 하나뿐인 아들(5) 24.03.31 415 18 13쪽
14 하나뿐인 아들(4) 24.03.30 406 15 12쪽
13 하나뿐인 아들(3) 24.03.30 408 16 12쪽
12 하나뿐인 아들(2) 24.03.29 422 17 12쪽
11 하나뿐인 아들(1) 24.03.28 443 15 12쪽
10 뷔페 +1 24.03.27 462 20 12쪽
9 거식증(3) 24.03.26 462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