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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야기 이야기

금요일, 그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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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야기
작품등록일 :
2018.04.14 03:08
최근연재일 :
2018.04.24 06: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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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393

작성
18.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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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 여자의 금요일 (04)

수 십번의 소개팅의 실패에 시우를 변명으로 삼는 재희, 3년 사귄 남자친구의 결혼 재촉에 목숨까지 위협받게 되는 유민, 존재도 알지 못 했던 동창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된 서연. 세 여자의, 그녀들만의 현실에는 절대 없을 법한 사랑 이야기.




DUMMY

띵동-

“내가 가져올게.”

서연은 초인종 소리에 현관으로 나갔다.

“야!”

서연은 문이 닫히자 유민과 내게 소리쳤다.

“이게 다 뭐야! 빨리 와서 좀 도와줘!”

자기가 가져온다던 서연은 음식의 양을 보고 많이 놀랐나보다.

“이걸 누가 다 먹어. 이거 다 먹으려면 1년은 걸리겠다.”

서연은 음식들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서연이 정리하는 동안 유민과 나는 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초밥, 불고기, 김치찌개와 시원해진 술들을 전부 꺼내 먹을 준비를 했다.

“이렇게 보니까 좀 모자랄 것 같은데. 안주 더 준비하자. 밤까지 먹으려면 엄청 부족해.”

유민은 준비한 것들을 지긋이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좀 더 꺼내지, 뭐.”

나는 유민의 말에 냉장고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런데 유민인 오눌 웨 이러는 궈야아.”

이러쿵저러쿵 우리 셋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듯 하늘이 노랗게 변했을 쯤에 서연은 꼬부라진 혀로 유민과 내게 말했다.

“평소뢍 다루잖아. 오늘 왜 이뤟게 억쥐룽 밝운 척 하눈궈야?”

술에 많이 취한 서연은 유민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렇게 티나?”

유민은 한껏 풀린 눈으로 서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되물었다.

“당연하쥐, 헤헤.”

서연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 남자친구랑 헤어질 거야.”

유민은 맥주잔을 들이키면서 말했다.

“웨, 무순 일 있었워? 그런뒈 무쉰 이유둔지 나눈 찬쉉이야! 계눈 예줜부터 쥔짜 마움에 안 둘었어.”

서연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어제 재희한테도 말했는데.”

유민은 말을 하다가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걔랑 걔네 집에서 결혼 얘기가 나오는 건 참을 수 있어. 예전부터 계속 일상처럼 있던 일이니까. 그런데 내가 진짜 참을 수 없는 건.”

말하던 유민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순식간에 후드득 떨어졌다.

“그래, 그냥 다 울고 말해. 시원하게 울어버려.”

술 취해서 소개팅 이야기를 할까봐 술을 잘 마시지 않고 있던, 제일 멀쩡한 내가 유민에게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나눈 쥔짜 그 쉐키 처움 만놨을 뛔부터 쥔짜 별로여쒀. 분명휘 눠가 우리한퉤 지 소궤하는 자뤼인 궈 뻔휘 아눈데 추뤼닝을 입고와? 처움 보눈 자리웨? 내가 정장울 바란 것둬 아니야. 구냥 다룬 사람들처럼 평붬하궤 입꼬 올 줄 알았쥐. 군데 추리뉭?”

서연은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솔직히 나도 그날 많이 충격적이었다. 유민이 우리에게 그를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그에게 며칠 전부터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를 처음 만나는 그 날 그는 카페에 다 늘어난 추리닝을 입고 왔었다.

“맞아. 나도 그 날 좀 많이 충격적이었어.”

나는 서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내가 제일 놀랐어. 내가 전부터 걔한테 사준 옷이 몇 벌이나 되는데. 내가 며칠 전부터 너희한테 소개해 주고 싶다고 얼마나 말했는데. 심지어 엄청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유민은 어느새 조금 진정했는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제 좀 괜찮아 졌어? 휴지 더 필요한 거 아니야?”

나는 눈물이 거의 멎은 유민에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고마워. 내가 울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왜 우나 싶어, 잘못한 건 걘데. 내가 방금 운 동안 걔는 지금 깔깔거리고 웃고 있을 건데 말이야.”

유민은 말을 끝내고 위스키 한 잔을 들이켰다.

“그 자식이 지금까지 내 돈으로 무슨 짓하고 다니면서 나한테 결혼 얘기 꺼낸 줄 알아?”

“무슨 쥣을 했는뒈 구래?”

“여자 만나고 다니더라.”

유민의 말에 서연과 나는 유민을 멍하니 쳐다봤다. 방금 우리가 들은 말이 사실인가 싶어서.

“내가 저번 주 목요일인가 금요일에 카페 닫고 휴지 사러 마트 가는 길에 봤어. 마트 앞에서 손잡고 걸어가는 거. 걸어가기만 해? 세 걸음 가다가 뽀뽀하고, 또 세 걸음 가다가 뽀뽀하고. 나는 내가 본 게 꿈인가 해서 내 볼을 때려봤는데 볼만 빨개지고 아프고, 그런데 그 상황은 진짜 현실이고. 나 그때 정말 너무 놀라서 15분인가 30분인가 그대로 서있었어.”

서연과 나는 지금 듣고 있는 것이 꿈이 아닌가 싶어 서로의 볼을 찰싹 때려보았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고 했어. 전화하면 맨날 안 받고, 문자만 하고. 만나자고 하면 바쁘다고 안 된다고 하고. 나는 걔가 이제 마음잡고 독서실에서 취업 준비하는 줄 알았지. 여자 만나는 줄 상상이나 했겠어? 그리고 나한테 뻔뻔하게 무슨 말 한 줄 알아? 돈 좀 더 달래. 나는 돈 더 달라는 것도 책 사는 줄 알았어. 그게 여자 만나는데 쓰는 돈인 줄 왜 몰랐을까. 나는 왜 걔를 철석같이 믿었을까.”

유민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이번에는 소주잔을 들이켰다.

“야. 조금 이상한 일이 아닌데, 그 자식한테 이거 다 말했어?”

서연은 유민의 이야기에 술이 다 깬 듯 똑바로 물었다.

“아니. 헤어지자고 했을 때 헤어지기 싫다고 하면 그 때 말하려고.”

“근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사람이 어떻게 그래? 너랑 걔랑 만날 때 네가 해준 게 얼만데. 맨날 밥 사줘, 옷 사줘, 방세 내줘. 야, 그럼 그 중에 한 번은 너한테 뭔가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널 평생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딴 여자랑 바람을 펴? 그것도 네가 번 돈으로?”

나는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헤어지자고 말하러 갈 때 나랑 재희랑 같이 가자. 우리가 너 뒤에 있을게.”

“괜찮아,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혼자 말할 수 있어.”

“야, 그래도 그 또라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사람도 많은데 무슨 짓을 하겠어.”

“그래도. 걔 다른 여자 만나면서 너한테 결혼하자고 하고 뻔뻔하게 돈도 더 달라고 했다며. 나 지금까지 많은 정신 나간 놈들을 봤는데 걔는 진짜 손가락에 뽑힌다. 걔네 부모님은 아신대? 그 자식 그러고 다니는 거?”

“나도 모르겠어.”

“부모님은 모르시겠지. 설마 아시고도 그 자식 그러고 다니는 거 그냥 두신 거면 그거는 정말....”

나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쓰레기에 사람이 아니지.”

서연은 내 말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그래도 어르신들인데 그렇게 표현하는 건.”

유민은 소심하게 말했다.

“만약에 걔네 부모님이 그냥 둔 거면 나는 더 심한 말도 할 수 있어. 한 번도 못 본 그 사람들이 너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다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어른이라고 배려해야 되는 거야?”

서연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마워.”

유민의 눈에는 또 한 번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너 진짜 혼자 가도 괜찮겠어?”

나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유민에게 물었다.

“우리 회사 근처에서 말하는 게 어때? 사람 제일 많은 점심시간에. 나도 서연이 말대로 걔가 너한테 해코지할까봐 걱정된다. 그 자식 보통 정신 나간 게 아닌 것 같으니까.”

“그래야 되나. 사실 나도 아까 서연이 말 듣고 살짝 걱정되기는 했어.”

“그러니까 우리도 같이 간다니까.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는 행인인 것처럼 네 뒤에 앉아있을게.”

서연은 걱정하는 목소리로 유민에게 말했다.

“아니야, 진짜 괜찮아. 그냥 혼자 정리하고 싶어서 그래.”

유민은 계속 괜찮다고 우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녀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그녀의 쓰레기 같은 남자친구를 우리에게 한 번 더 보이는 것이 창피한 것인지, 우리에게 미안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말대로 혼자 정리하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럼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야 된다. 걱정되잖아.”

계속 거절하는 유민에게 서연은 유민을 안아주며 말했다.

“알았어. 꼭 전화할게.”

유민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나 이러다 거지되는 거 아니야?”

“왜?”

“내일도 가게 안 열고 다음 주에도 가게를 이틀이나 닫는데.”

“그럼 내가 먹여살려줄게. 내가 가진 게 돈밖에 없잖아.”

서연은 유민에 농담을 진담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서연이네 작업실은 왜 갑자기 깨끗해진 거야?”

나는 달래지고 있던 울적한 분위기를 더 빨리 바꾸고 싶어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서연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서연의 얼굴이 울 것같이 변했다.

“너는 또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일 있었구나.”

나는 서연의 눈물에 당황해 그녀에게 물었다.

“간신히 잊고 있었는데 왜 말하는 거야아.”

서연은 갑자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유민도 언제나 밝은 서연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며 물었다.

유민이 방금 휴지를 다 사용했기 때문에 나는 서연의 눈물을 위해 새 휴지를 가져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서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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