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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야기 이야기

금요일, 그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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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야기
작품등록일 :
2018.04.14 03:08
최근연재일 :
2018.04.24 06: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17
추천수 :
0
글자수 :
26,393

작성
18.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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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 여자의 금요일 (02)

수 십번의 소개팅의 실패에 시우를 변명으로 삼는 재희, 3년 사귄 남자친구의 결혼 재촉에 목숨까지 위협받게 되는 유민, 존재도 알지 못 했던 동창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된 서연. 세 여자의, 그녀들만의 현실에는 절대 없을 법한 사랑 이야기.




DUMMY

“사장님!”

문을 딸랑 열고 들어온 건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는 유민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그녀에게 달려와 물었다.

“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잠깐 작업실에 있는 테라스에 나가 있고 싶은데 가게 좀 잠시 맡아줄 수 있어요?”

유민은 흐르려던 눈물 한 방울을 검지로 살짝 훔치고 그녀에게 달려온 그에게 힘없이 물었다.

“당연하죠, 마음 편히 쉬고 오세요. 여기는 걱정 마시고요! 저 이래 봬도 저 아르바이트 일주일 찹니다.”

그는 유민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뒤 그녀를 직접 테라스까지 데려다줬다.

“유민아, 먼저 가 있어.”

나는 유민을 먼저 보낸 뒤 정 대리에게 시간을 못 낼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정 대리가 나를 그렇게 불러 세우면서 까지 하려던 말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힘들어 하는 친구를 뒤로 하면서까지 듣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사장님 좀 잘 부탁드릴게요.”

테라스에서 나온 아르바이트생은 테라스로 걸어가는 나에게 속삭였다.

“야, 좀 괜찮아?”

나는 계산대 근처에서 겨우 찾은 휴지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응. 바깥바람 쐬니까 조금 진정됐어.”

“얼마만큼 진정됐는데.”

“코끼리 콧구멍만큼?”

팽-

유민은 농담을 하며 내가 가져온 휴지로 코를 풀었다.

“그래서. 그 자식이 요즘 어떻게 하고 다니면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는 건데?”

나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나 내일 가게 쉴 건데, 내일 서연이 작업실에서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안 될게 뭐 있어. 너 진정하고 편할 때 말해. 언제든지 들을 준비되어 있으니까.”

“고마워. 나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 이상해졌다, 그지.”

유민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당연한 거 가지고 고마워하지 마. 친구끼리 뭘 이런 당연한 일 가지고 고마워하냐.”

“그래도..”

“우리 팀 과장은 하루에 거의 일곱 번 정도 분위기가 바뀌는데, 뭘.”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해서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녀에게 농담을 했다.

“야, 그러고 보니까. 아까 내가 테라스로 오다가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이랑 마주쳤거든? 나한테 뭐라고 그런 줄 알아?”

“뭐라고 그랬는데?”

“너 잘 부탁한대.”

나는 풉-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너 어련히 잘 안 챙길까봐.”

“그 친구가 그랬어?”

“어. 완전 진지한 얼굴로. 너 아르바이트 비 엄청 많이 주나봐? 그렇게 걱정하는 거 보면.”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유민에게 물었다.

“다른 곳보다 많이 주기는 하지. 여기가 좀 외져서 그렇지, 손님은 엄청 많잖아.”

“그럼 너 잘못되면 돈 못 받을까봐 그랬나 보다. 우리처럼.”

나는 박수를 치며 확신했다.

“바보다, 진짜.”

“응? 뭐라고 했어?”

유민은 나에게 무언가 속삭였지만 열심히 박수를 치느라 듣지 못했다.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래?”

“야, 근데 너 이제 회사 들어가 봐야 되지 않아?”

유민은 작업실에 있는 시계를 가리키며 내게 물었다.

“지금 몇 신 데..”

12시 45분. 몇 초간 나는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

‘1시까지 자리로 돌아가야 돼. 정 대리한테는 이야기했고. 회사랑 여기는 10분 거리, 아니야. 평소보다 빠르게 걸으면 7분이야. 뛰면? 5분 안에 갈 수 있어. 12시 50분. 만약 50분에 제 때 도착하면 양치도 하고 화장을 수정할 수도 있어. 근데 얘를 이 상태로 두고 어떻게 가.’

“야, 너 무슨 생각하는지 얼굴에 다 쓰여 있어. 나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빨리 가봐. 지금도 계속 시간 가고 있는 거 알고는 있는 거지?”

“아니, 그래도 내가 너를 두고 어떻게 가.”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분명 마음은 회사를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머리로는 유민을 이대로 못 둔다고 말하고 있었다.

“네가 무슨 회사 사장이야? 이사야? 일개 회사원이 점심시간을 오버해서 들어가면 무슨 소리를 듣겠어? 난 내 친구가 욕먹으면서까지 나를 위로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혼자 생각 정리도 하고 싶고 하니까 빨리 가.”

“진짜 미안해, 유민아.”

진심으로 그녀에게 미안했고 이런 상황에 빠르게 회사 쪽으로 옮겨지는 내 발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내일 봐, 내일 진탕 마실 거니까 각오하고.”

유민은 테라스에서 나를 배웅했다.

“내일 봐!!! 정말 미안해!!!!!!”

나는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외쳤다.


**********************


유민의 덕에 제 시간에 회사에 들어온 나는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업무를 빠르게 하나씩 끝냈다. 열을 내고 일한 만큼 텀블러의 물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나는 텀블러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채우러 탕비실로 향했다.

“진 대리님!!”

탕비실에서 나를 반긴 것은 커피를 내리고 있던 정 대리였다.

“정 대리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나는 정 대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1층 로비에서 그 창피를 무릅쓰고 나를 부른 그를 생각하면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온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진 대리님. 누가 봐도 ‘나 오늘 야근시키면 회사에 불 지를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오후 내내 열심히 일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 없습니다. 정 대리님이 예상하는 것 맞습니다. 오늘은 야근을 하고 싶지 않아서요.”

“진 대리님 일 하는 거 부장님이 아까 보셨나 봐요. 오늘 야근 절대 없을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하긴, 부장도 사람이라면 머리에서 연기가 나도록 일하는데 그걸 보고 정시 퇴근 안하면 사람이 아니지.

“정 대리님. 혹시 지금 시간 있으십니까?”

“네, 방금 업무 하나 끝내서 잠깐 있어요.”

“그럼 죄송하지만 아까 저한테 하시려 했던 이야기 지금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 대리님이 아까 그렇게까지 저를 부르신 걸 보면 급한 일이 아니었을까 해서요.”

“저야 대환영이죠!! 진 대리님야말로 시간 괜찮으세요? 바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괜찮습니다.”

내일 유민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아침부터 술 마실 걸 생각하면서 일을 했더니 오늘 업무는 이미 다 끝낸 상태였다.

“그럼 이렇게 서서 말고 앉아서 이야기하죠!”

정 대리는 의자를 빼면서 말했다.

“긴 이야기인가 보군요.”

“그렇게 길지는 않은데 뭔가 서서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요”

나는 문득 또 창피를 무릅써 내게 하려던 이야기에 대해 궁금증이 크게 일었다.

“저....그...”

분명 앉기 직전까지 수줍음이 없던 정 대리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마자 아까 로비에서처럼 다시 우물쭈물 거렸다.

“네.”

“혹시 소개팅 하지 않으실래효?”

점심에는 삑 사리였는데 이번에는 발음이 샜다. 정 대리는 부끄러웠는지 이번에도 붉어진 얼굴을 커다란 손바닥에 묻었다.

“네.”

“진짜로 해주실 건가요?”

정 대리는 묻었던 얼굴을 팍-하고 치켜들어 내게 물었다.

“네?”

망했다. 정 대리의 발음이 샌 것이 너무 웃겨서 질문을 못 들었다.

“소개팅이요. 진짜 해 주실 거예요?”

“아, 소개팅..”

지극히 공적인 우리의 관계에서 정말 뜬금없는 소개팅이란 단어가 나와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질문 두 가지만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당황한 것을 보일 틈도 없이 사무적으로 정 대리에게 물었다.“

“네헤. 당연하죠!”

정 대리는 또 한 번 발음이 샜지만 이번에 나에게는 그에 반응할 정신이 없었다.

“첫 째, 왜 저입니까?”

“제가 소개해 드리는 친구가 제 친한 친군데 정말 좋은 여자 분을 소개해 주고 싶은데 제 주변에서 가장 멋지고 좋은 여자 분하면 진 대리님밖에 없어서요.”

입사할 때부터 같이 일했던 정 대리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서 그런지 이 말은 괜스레 나를 뿌듯하게 해줬다.

“둘 째, 제가 남자친구 있다고는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다. 물론 내가 애인이 없는 것은 맞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을지는 몰랐다.

“아... 죄송해요. 진 대리님이 제일 늦게 퇴근하시고 가장 일찍 출근하셔서, 그리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 하시는 걸 다른 분들이 많이 봤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계실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정 대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할 말은 다 했고 그 말들을 곱씹으며 나는 몇 초 동안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을 돌이켜 보았다.

“호..혹시 진 대리님 남자친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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