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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53,473
추천수 :
565
글자수 :
428,469

작성
20.10.09 06:00
조회
126
추천
2
글자
7쪽

75화. 전범재판(7)

DUMMY

무림공적


75화


[전범재판(7)]


“내 진정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화악!


적이 걷어낸 벽지 뒤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 가득 붙어있었다.


“다... 다이나마이투(多理拿魔利鬪)?”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역의 물건이 어찌 여기에...! 황실에서도 이를 금제품으로 걸어놓은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어찌 이런 곳에 이런 양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은 엄청난 양의 폭약.

그것들은 눈을 뗄 수조차 없을 만큼 빽빽이 차 있다.

황실 직속 6장군실의 화약고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양이 그의 눈에 한아름 잡힌다.


“흐하하하! 설마 황실이라도 개인이 이 정도의 폭약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떠하냐! 이 양을 고작 네놈들에게만 먹이기에는 아깝지만, 이것도 다 인연인 것을! 저승길에서나마 죽은 놈들에게 안부 전해주려무나! 으하하하하!”


적은 광기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웃어제끼고 있었다.

마치 마지막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는 예술가의 혼이 담긴 절규처럼.

악의가 중첩되어 이제는 일견 순수함마저 보일 정도였으니.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이제 다른 의미로 혼란이 가득했다.


‘어떻게 해야... 저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저 양이면 이 건물과, 주변부는 확실하게 살아남은 생명체가 하나도 없이 충분히 깔끔하게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전 인원이 대피할 방도를 벌어주어야 했다.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당도할 삶의 마지막이 이리 가까이 있는지도 모를 동료들을 최대한 살려야 했다.


‘저 폭약은... 화기(火氣)의 속성으로도 완전히 불태울 수 없다. 신관이나 심지를 찾아 정확히 불을 붙이지 않는다면...!’


심지. 심지를 찾아야 한다.

어떻게든 찾아서 조금씩 따로 불태워야 했다.

내 팔 다리가 터져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하아압!”


“뭐... 뭐냐, 이놈!”


그는 기를 아래로 쏘아내어, 바닥을 부순다.


쾅! 쾅!


쾅!


적이 동요하건 말건, 죽음을 무릅쓴 그를 막아낼 것은 없었다.


콰지지직...!


결국, 바닥이 부서지며, 그 속에 묻혀있던 수많은 신관을 따라 작동될 예정이던 심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자식이! 지금 저걸 터뜨린다고 해도 이미 바깥의 놈들은 다 죽은 목숨이야! 이 양을 봐도 모르겠느냐!”


적은 순간 당황했으나, 이미 충분한 폭발의 비거리 안에 들어온 바깥의 인원들을 보고 그를 보며 조롱하기 시작했다.


“멍청하구나... 정말 멍청해!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이제는 저들과 함께 길동무로 갈 준비나 하려무나! 네놈이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으니 말이야! 으하하!”


“...그래. 저승길 길동무라.”


그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적의 조롱어린 말투 따위는 그의 귀에 더 이상 들어오지도 않았다.


들어 무엇하겠는가.

적의 본체는 이미 어딘가 안전한 곳에 숨거나,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고.

잘못된 선택이 초래한 결과로, 나와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모두 이런 초라한 곳에서 몰살될 위기에 처했으니 말이다.

더 이상 복수는 소용없었다.

알량한 복수심을 토해내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렸다.

그는 이미 실패했으니.


“나는 원래 서문의 독고다이로 유명한 아주 그 씹x끼라 말이야. 갈 때도 혼자서 예술로 가는 게 좋아. 거추장스럽게 내 동료들마저 주렁주렁 달고 가는 취미는 없단 말이지.”


“켈켈! 취미가 있건 없건 무슨 상관이더냐! 사실이 그러한 것을!”


“글쎄올시다. 과연, 그럴까?”


“...뭐?”


스걱!

신관과 연결된 모든 심지가 그의 검에 잘려나갔다.

기를 싣지 않은 순수한 외공.


그리고,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뭇조각에 기를 억척스레 불어넣어 불을 피운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지난 공격으로 인해 아무리 내상을 깊게 입었다고 해도, 단전을 파괴할 각오를 한 그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무슨... 짓이냐? 어차피 저게 터지면 다 죽는다!”


화르륵!


적이 뭐라 지껄이건 말건, 그는 심지의 절반에 불을 피웠다.


타라라라락!


심지가 빠른 속도로 폭약을 향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약은. 마지막 심지가 타들어가고, 그것이 터져나갈 때 그 방향을 일부나마 정할 수 있다.”


“...뭐? 아니 그딴 당연한 말을 이런 상황에서?”


“하지만 그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엄청난 반작용이 반대 방향으로 힘을 만들어낸다.”


적이 뭐라 지껄이건 말건, 이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

이미 무언가를 굳게 결정한 듯 의연한 빛을 마지막으로 두 눈에 굳게 피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화악!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폭약이 가득 심어져 있는 벽으로 몸을 날린다.


“섬일초! 횡식!”

길거리 삼류 무사조차 배우고 있다는 가장 단순한 무공, 섬일초.

그가 방금 펼친 횡식이란 것도 말이 좋아 횡식이지, 단순한 가로베기에 지나지 않았다.


쿠아앙!


벽이 갈라지고, 그 안에 가득 심긴 폭약은 위의 것과 아래의 것으로 나뉘었다.


“네놈... 설마!!!”


“으아아아아!”


이제야 적도 그의 진의를 알아챘다.


“네놈이 지금, 인간 흡수체가 되어 폭팔력을 반으로 갈라 위로 날리겠다는 말이더냐!!!”


후웅!


남은 활강시들이 그를 막기 위해 도약했다.

적 역시도 그 뒤를 따르는데.


방향은 당연히 폭약이 박힌 벽.


그렇다.

그는 벽을 반으로 갈라, 그 사이를 자신이 직접 몸과 기를 던져 크게 장벽을 형성함으로서 정확히 위의 것만을 터뜨리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가 불을 붙여 타들어가고있는 심지들이 정확히 그가 자른 절반의 벽 중 위의 벽에 것만이라는 것이 바로 그 방증.

만일, 폭발의 방향이 그의 의도대로 정말 위로 향한다면, 당연하게도 이 건물의 상층부가 날아가고, 그 반작용으로 인해 남은 절반의 폭약은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터지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밖으로 날리게 될 것이다.


그럼, 바깥의 인원들의 다수는 무사할 수 있었다.

물론 건물에 진입했기에 폭발로 인해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는 자들이 나올 수 있지만, 이 정도뿐인 희생이라면 전의 선택에 비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것.

다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그가 지게 되겠지만.

한 마디로, 그는 동료를 위해 인간 육탄 방벽을 자처한 것이다.


“그런 무식한 짓을, 하게 둘 줄 아느냐!!!!!”


적들이 아무리 부리나케 몸을 날려도, 너른 방의 중앙에 위치하던 그들이 튕겨나가 벽쪽에 붙은 그를 잡아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으아아! 이럴 수는 없다, 이딴 결과가 나올 수는 없어!!!”


콰아아아앙!


적의 광기어린 절규마저 묻어버리는 거대한 폭음이 울리고, 한 명의 영웅이 불러올 결과가 어떨지 확인조차 못한 채 폭탄은 터져버렸다.


무림공적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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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정혈전쟁-서장(1) 20.11.27 103 2 7쪽
81 81화. 전범재판(13) 20.11.23 100 2 7쪽
80 80화. 전범재판(12) 20.11.20 105 2 7쪽
79 79화. 전범재판(11) 20.11.16 103 2 9쪽
78 78화. 전범재판(10) 20.11.13 108 3 8쪽
77 77화. 전범재판(9) 20.10.16 130 2 7쪽
76 76화. 전범재판(8) 20.10.12 126 2 8쪽
» 75화. 전범재판(7) 20.10.09 127 2 7쪽
74 74화. 전범재판(6) 20.10.05 144 2 8쪽
73 73화. 전범재판(5) 20.10.02 143 2 7쪽
72 72화. 전범재판 (4) 20.09.28 162 2 7쪽
71 71화. 전범재판 (3) 20.09.25 165 2 8쪽
70 70화. 전범재판(2) +1 20.09.21 191 3 7쪽
69 69화. 전범재판 (1) 20.09.18 206 2 8쪽
68 68화. 무림맹 회의 (4) 20.09.14 201 2 8쪽
67 67화. 무림맹 회의 (3) 20.09.11 198 2 8쪽
66 66화. 무림맹 회의(2) 20.09.07 196 2 7쪽
65 65화. 무림맹 회의 (1) 20.09.04 207 2 7쪽
64 64화. 정파. 무림맹주(6) 20.09.01 21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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